저는
가능하면 중학생 미만 수검자에게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편인데 정서 미분화, 지각 미발달 등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해석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는데 그나마 부족한 구조화된 정서 검사를 대체할 KPRC, K-CBCL 검사를 실시할 수 없을 때나 아동의 보고 신뢰도를 믿을 수가 없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이하 수검자에게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 해석 시 반드시 맥락을 고려할 것
: 어른들에 비해 삶의 경험이 아직 많지 않고 제한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특성 상 환경 맥락의 영향을 당연히 많이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게임 세계, 엘사에 빠진 아이들은 디즈니 세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로르샤하 카드 지각과 반응 내용이 이러한 맥락의 영향을 받게 되죠. 그러니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당시 아이가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해 반응 해석 시 그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RPG 게임에 빠져 있는 아동의 반응을 채점한 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멀쩡한 아이를 SPR 환자처럼 해석할 수도 있거든요.
* 반응 수가 적을 때 구조적 요약을 고집하지 말 것
: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로르샤하 검사는 굉장히 낯설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짐작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입니다. 특히 로르샤하를 실시하는 아동들은 의식적인 수준에서 실시하는 검사 도구만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로르샤하 검사를 추가 실시하는 경우 즉, 말수가 많지 않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내향적인 아동들이 많기 때문에 구조적 요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 수가 적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구조적 요약을 하기 위한 반응 수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반응을 하도록 고무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평가자의 그러한 요구를 뭔가 잘못 되었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반응을 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억지로 쥐어짜듯이 반응하게 되는데 응답의 quality가 낮아질 뿐 아니라 아동의 무의식이 아닌 검사 당시에 떠오른 상상 세계를 그대로 투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응답한 반응 내용과 달라집니다. 그러니 반응 수가 너무 적으면 구조적 요약을 포기하고 질적 해석을 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 지적 제한의 영향을 반드시 고려할 것
: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아동의 상당 수가 또래 관계 문제가 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적 능력의 부족과 그로 인한 사회적 기술 습득 미비일 수 있습니다. 또 발달 지연이 있어 부모가 학업의 어려움을 염려하거나 본인 스스로도 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현장에서 로르샤하 검사를 지능 검사 없이도 사용하기 때문에
반응 내용이 빈약하거나 반응 수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지적 능력 부족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오해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Inquiry 할 때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
: 성인 로샤와 달리 소아 로샤는 평가자가 어른이라서 어른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각에 따른 inquiry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므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로켓이라는 반응을 했다면 로켓처럼 생겼다고?와 같이 형태 지각을 유도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로켓이나 전투기는 m반응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죠. 항상 아동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한 것인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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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반 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각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게 읽힐 수 있다는 약점이 있고 이로 인해 응답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어서 결과 해석 시 평가자의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검사입니다.
따라서
'선별심리평가에서 문장완성검사(SCT)를 먼저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구조화된 검사의 실시를 통해 교차 검증해야 안전합니다.
그렇다면 문장완성검사는 약점도 많고 노하우도 많이 필요한 불완전한 검사이니 가능하면 실시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문장완성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 가능성을 탐지할 때입니다. 쓰기 장애나 읽기 장애가 있어도 지능 검사 결과로는 변별이 쉽지 않지만 의외로 문장완성검사에서 눈에 띄일 정도의 두드러진 오류 양상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에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 가능성을 의심하는데 문장완성검사가 더 유용합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 검사의 추가 실시가 필요하지만요.
또한
지적 제한이 있는지를 찾아내는데도 문장완성검사는 유용합니다. 지능 검사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지만 지능 검사는 2시간 이상의 수행 시간 뿐 아니라 평가자, 수검자의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heavy test이죠. 물론 정확한 지적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능 검사를 해야겠지만 그 전에 선별평가 과정에서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통해 지적 제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으로만 일관한다든가, 너무 쉬운 맞춤법이 틀린다든가 하는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죠.
그 밖에도 쉽지는 않지만
조현병을 변별하기 위해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현병 환자들은 사고 장애를 갖고 있고 내용 분석을 통해 사고 내용 상의 장애인 망상을 확인할 수도 있고 관계 사고나 연상의 이완, 우원증 등 사고 과정 상의 장애 양상을 문장완성검사를 통해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고 장애 양상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겠지요.
문장완성검사에는 제한점도 있지만 다른 검사 도구가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장점 또한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주 실시해서 익숙해지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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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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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에
'아동에게 지능 검사가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는 글에서 인지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신 장애가 아닌 이상 인지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초등학교 이하 아동들에게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반대하며 중, 고등학교 청소년들에게 실시하는 지능 검사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는 이야기는 그 글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지는 정확한 문제 파악을 위해 필요한 검사를 제대로 선별해서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중, 고등학교 청소년이 호소하는 문제 중 상당수는 학교 적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등교 거부처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문제 뿐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 갈등, 가출, 각종 일탈 행위 등이 학교 부적응과 연관되어 있죠
흔히 local NP에서 Adjustment Disorder로 진단을 받는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또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를 많은 평가자들이 선생님으로 대변되는 권위 불화, 사춘기, 또래의 부정적 영향, 따돌림 등에서 찾지만 정작 많은 경우가 지적 제한으로 인한 학습에 대한 관심 및 동기 저하에서 비롯됩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학습지나 학원 수강 등의 사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지만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선행 학습이 요구되는 중학교에서는 지적 제한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수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수업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학교에 가기가 싫고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는 등 수업 태도를 지적받게 되면 선생님과의 관계 역시 악화됩니다. 친구들 또한 수업이 끝나면 사교육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도 못하므로 학교에 가는 것 자체의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청소년 심리평가 영역에서도 검사 케이스를 늘리고 수가를 다양화 한다는 미명 하에 검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능 검사를 빼고 성격 및 정서만 평가하는 곳이 생기고 있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칫 평가자가 학교 부적응과 관련하여 성적이나 생활기록부의 내용 챙기는 것을 놓치게 되면 인지 기능 제한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인을 빠뜨림으로써 심리평가 결과를 엉뚱하게 해석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학교 이상 청소년의 심리평가에서 학교 성적이 좋지 않다는 보고가 있으면 지적 제한 문제를 변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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