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예약한 진 에어 직항을 취소하고 베트남 항공(VN 409)으로 다시 예약하는 바람에 출발일인 12월 9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서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을 꽤 손해봤지요.
무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고양이들 챙기고 대충 아침 먹고 6시 30분에 인천 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 리무진을 탔습니다. 여행갈 때마다 항상 하듯이
미리 할인쿠폰을 출력해서 1인 당 1천 원을 할인(9천 원을 8천 원으로, 대신 현금 결제해야 함)받았습니다.
8시 10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침 비행기로 출국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아침 일찍부터 인천 공항 정말 붐빕니다. 사람 정말 많네요.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주저할 것 없이 곧바로 베트남 항공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탑승 수속을 했는데 오늘 비행기 만석이랍니다;;;; 여행 시작부터 멋집니다. ㅠ.ㅠ
그날따라 기온이 많이 내려가 혹독하게 추웠기에 각자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왔는데 여행하는 동안 갖고 다닐 수가 없어 처음으로 겨울옷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출국장 들어가기 전에 양쪽 날개에 수화물 보관소가 있는데 저희는 오른 쪽 끝(아마도 1번 쪽)에 있는 한진 택배를 이용했습니다.
대한항공 승객은 탑승권만 보여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도 비용만 내면 맡아줍니다. 이용로는 한 벌 당 하루 2,500 원입니다. 두 벌이고 11일 동안 맡기니 거금 55,000 원이 나오더군요. 아깝기는 하지만 여행 기간 동안 그 무거운 외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지불할 만한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용 카드 결제가 되며 보관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출국 심사를 받고 면세 구역으로 나가보니 베트남 항공은 탑승동이 109동이라서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더군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에 비해 타 국적기들은 아무래도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꼭두새벽부터 서둘렀기에 평소 여행 갈 때에 비해 한결 여유가 있더군요. 탑승구 앞에 있는 Gloria Jean's에서 커피도 한 잔씩 마셨습니다. 전해 들은 것처럼 커피가 진하고 맛있더군요. 더 진하게 마시고 싶으면 strong으로 해 달라고 하면 더 진하게(아마 투 샷?) 내려 줍니다. 금액의 추가 부담은 없습니다.
10시 15분 출발이었는데 9시 35분부터 탑승을 시작하더군요. 티켓의 좌석을 보니 A, C라서 좌석이 나뉜 줄 알고 잠시 당황했는데 자리로 가 보니 창가 두 좌석에 번호는 A, C로 되어 있고 B가 없더군요(응?). 짐칸도 A, C만 따로 구분되어 있는 좌석이라서 나름 좋았습니다.
참고로 VN 409는 2-5-2열 좌석 비행기로 크기는 적당했지만 다소 오래된 항공기에 시설도 좀 별로였습니다.
2005년 7월에 앙코르와트를 다녀올 때 이용했던 비행기에 비해 많이 떨어지더군요.
베트남 항공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탑승객의 구성이 거의 동양인 위주였습니다. 서양인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9시 35분부터 탑승을 하더니 정작 이륙은 30분 정도 늦은 10시 40분 쯤에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기내식을 주더군요;;;;;(이봐~ 저녁을 늦은 밤에 주다닛!!)
베트남 항공도 채식 기내식 신청이 가능합니다. 02-757-8920으로 연락해서 티켓 번호로 전화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전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용한 항공이 경유편이었기 때문에 갈 때는 인천-호치민 구간에서만, 돌아올 때는 하노이-인천 구간에서만 채식 기내식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짧은 노선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호치민으로 가는 도중에 나온 채식 기내식입니다. 이것 저것 맛을 보고 싶어 비건 채식으로 신청했는데 가지가 너무 흐물거려서 식감이 좀 떨어지더군요.
이건 힌두 채식입니다. 커리도 부드럽고 샐러드도 신선하더군요.
채식 기내식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역시 힌두 채식이 진리입니다. 채식하는 분들은 가능하면 힌두 채식으로 신청하세요.
채식 기내식은 신청한 사람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일반 기내식보다 먼저 나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 다음 서비스는 똑같이 늦더군요. 음료, 차, 식판을 치워주는 것 등의 서비스가 모두 세월아 네월아입니다. 식사 20분에 치우는 데 40분이나 걸리는 걸 보니 우리나라 국적기가 서비스가 정말 빠르다는 걸 실감할 수 있겠더군요.
밥을 먹고 곧바로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국인 아저씨들과 베트남 아줌마가 시끄럽게 떠들어서 한번 깬 것을 제외하고는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원래는 호치민에 오후 1시 45분에 도착 예정(5시간 30분 비행)이었으나 출발이 30분 늦어 연결편도 30분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호치민 공항에서 transfer하는 줄이 이상하게 길길래 뭔가 봤더니 보안 검색대가 있더군요. 문제는 transfer하는 여행객의 수가 엄청 많은데 비해 검색기는 달랑 하나라는 거. 게다가 아주 철저하게 검색해서 탐지기에 조금이라도 이상한게 걸리면 다시 하고, 삐 소리가 안 날 때까지 신발 벗기고 허리띠까지 모두 풀라고 하네요. 제가 이런게 귀찮아서 여행갈 때마다 금속 부품이 전혀 없는 아웃도어를 입고 출입국을 하곤 하죠.
그래도
호치민 공항 보안 검색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여권을 확인할 때 모자까지 일일이 벗기고 사진과 확인 대조합니다. 쩝...
결국 저도 투시기에 걸려서 새로 개봉한 치약(150g)을 빼앗겼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여행을 다녀봤지만 치약은 처음 빼앗겨봤네요;;;;
호치민 공항은 와이파이가 잡히기는 하지만 인터넷 사용은 안 됩니다. 공갈 와이파이인 듯...
면세 지역에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니 곧바로 탑승 게이트입니다. 탑승구 앞에서 긴팔 옷을 반팔로 갈아 입었습니다. 건기인데도 눅눅하고 덥네요.
기내식을 먹었는데도 자꾸 출출해서 호치민 공항 스넥 코너에서 크로와상(3$), 미닛메이트 오렌지주스(3$), 프링글스(4$)를 사 먹었습니다. 시간 참 안 가더군요....
베트남 호치민에서 2시간 35분을 대기하고 프놈펜으로 1시간 가량 비행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 내리니 비엔티엔으로 가는 탑승객에게는 플라스틱 코팅이 된 transit card라는 걸 줍니다. 1시간 기다리는 동안에 비행기를 청소하고 다시 타는건데도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또 보안 검색을 통과해서 면세 구역으로 나가라고 하네요. ㅠ.ㅠ
잉? 그런데 호치민 공항보다 프놈펜 공항이 오히려 덜 삭막합니다. 꽤 괜찮아보이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보이고요. 게다가 무엇보다
호치민 공항과 달리 간단한 인증만 거치면 무료 와이파이도 사용 가능한 것이 좋네요.
가져간 선 블럭 크림의 용량이 적어서 면세점에서 로션 타입의 제품을 하나 샀습니다. 헐~ 면세 제품인데도 36$이나 하는군요. 선 블럭 제품이 원래 비싼 걸 몰랐다고 같이 간 사람에게 핀잔을 들었습니다.
6시 쯤 프놈펜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1시간 50분 비행인데 저녁 시간이어서 그런지 간단한 cold snack이 기내식으로 나오네요. 이 구간에는 채식 기내식 신청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햄만 옆으로 대충 걷어내고 과일, 샐러드, 빵을 먹었습니다.
7시 50분에 라오스 비엔티엔의 Wattay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처음 출발할 때 손해 본 30분 정도로 비교적 선방했네요. 여행 첫 날인데 하루 종일 비행기만 탔네요. ㅠ.ㅠ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26
라오스는 워낙 여러 나라로 둘러쌓인 내륙국이기 때문에 접경 국가인 중국, 베트남, 버마, 태국, 캄보디아 등을 거쳐 국경을 넘어가는 경로가 많지만 그건 여러 나라를 동시에 여행하는 배낭 여행자의 경우에나 그렇고 저처럼 짧은 휴가 기간을 활용해서 한 나라만 도는 직장인 여행자는 지금까지 태국 방콕을 경유하거나 베트남의 호치민을 경유해서 들어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통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진 에어에서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으로 직항편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몰려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중에 방문하려고 찜해 둔 라오스를 제가 올해 여행지로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라오스로 가는 항공편은 크게
태국 방콕 경유편(타이 항공)베트남 호치민 경유편(베트남 항공)라오스 비엔티엔 직항편(진 에어)
세 개 정도로 압축됩니다.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까운 직장인 여행자라서 당연히 진 에어를 예약(항공료 549,000 + TAX 165,100 = 714,100원)했습니다만 며칠 뒤 집안에 상사가 생겨 이틀의 휴가를 사용하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취소(취소 수수료도 물고)하고 결국 베트남 항공으로 다시 예약했습니다.
여우의 신포도일 수 있지만 검색을 해 보시면 진 에어 직항편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작은 항공기에 많은 좌석을 구겨넣는 바람에 좌석 간 거리도 매우 좁고 기내식도 형편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여행을 마친 지금은 차라리 잘 된거라고 자위해 봅니다. 그래도 다시 라오스에 가야 한다면 아마도 진 에어를 이용할 듯. ㅠ.ㅠ
* 항공편 및 항공료(2012년 10월 기준)
- 베트남 항공(항공료 530,100 + TAX 244,700 = 774,800원, 경유편인데도 진 에어 직항보다 비싸졌습니다. ㅠ.ㅠ)
- IN : 인천 -> 호치민(2시간 35분 대기) -> 프놈펜(1시간 대기) -> 비엔티엔 => 총 비행 시간 7시간 30분
- Out : 비엔티엔 -> 하노이(2시간 15분 대기) -> 인천 => 총 비행 시간 5시간 10분
들어가는 항공편은 원래 베트남 호치민만 경유하지만 프놈펜에서 비행기 청소와 transit 때문에 1시간 정도 대기하는 바람에 졸지에 하루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3국 땅을 모두 밟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 대략 일정(12월 9일 출국~12월 19일 입국, 9박 10일 일정)
: 비엔티엔(2박 3일) -> 방비엥(3박 4일) -> 루앙 프라방(3박 4일) -> 비엔티엔(1박 2일)
- 12월 9일 저녁 비엔티엔 입국
- 12월 10일 비엔티엔 워킹 투어
- 12월 11일 오전 방비엥 이동
- 12월 12일 방비엥 카약킹 및 동굴 트래킹 Full Day Tour
- 12월 13일 마운틴 바이크 블루라군 투어
- 12월 14일 오전 루앙 프라방 이동
- 12월 15일 루앙 프라방 워킹 투어
- 12월 16일 PaK Ou 동굴 및 Kuang Si 폭포 투어
- 12월 17일 오후 Lao 항공으로 비엔티엔 이동
- 12월 18일 오후 Buddha Park 투어 후 밤 비행기로 출국
- 12월 19일 새벽 인천 공항에 입국
대략 일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널럴하게 다녀왔습니다. 남부의 시판돈이나 팍세는 처음부터 제외했고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 프라방 딱 3개의 도시만 찍어서 쉴 거 다 쉬고 여유있게 돌아보고 왔지요.
간만에 일정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다녀오니 정말 휴식같은 여행이 되었네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15
제가 2012년 여행지로 라오스를 선택했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으...응, 그렇구나. 잘 다녀와. 몸 조심하고" <- 대부분의 사람들;;;;
"엥? 그런 나라를 왜 가? 더럽고 위험하지 않아?" <- 여행 경험이 별로 없거나 있더라도 개발된 나라 위주인 사람
"와, 부럽다. 나도 가 보고 싶은 나라인데" <- 여행을 좋아하고 라오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극소수)
사실 라오스는
2008년 타임지가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여행지 1위로 선정한 국가이기도 하고 동남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망가지지 않은 보석같은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게는 부탄, 몽골 등 몇 개 안 되는 나라와 함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지요.
그러다 진 에어에서 라오스 직항 노선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음이 급해져서 올해 다녀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녀오고 나니 빨리 다녀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나 한국인들이 몰려가면서 급격하게 망가지고 있더군요(사실은 중국인들때문에 망가지는 부분이 더 많지만...). 제가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에게 그래도 20년은 버티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라오스 한인 사회에서는 대략 5년을 생각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라오스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빨리 다녀오셔야 할 듯 합니다. 2010년 쿠바 여행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자본의 물결에 휩쓸리면 망가지는 걸 피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은 태국을 따라가고, 캄보디아는 베트남을 따라가고, 라오스는 캄보디아를 따라가는 것 같더군요.
라오스 여행 준비를 하면서 과거 프랑스인들이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을 Lonely Planet에서 접했습니다. 라오스가 어떤 나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 같아서 소개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쌀을 경작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쌀이 자라는 걸 본다. 그리고 라오스 사람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밀린 여행기들이 많습니다만 라오스 여행기 시작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