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문제는 답이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굳이 포스팅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임상/상담 관련 모 카페의 댓글들을 보니 예상 외로 갑론을박이기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질문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상담자가 내담자가 입고 온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어디에서 샀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봐도 되는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댓글이 너무 많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물론 질문의 경중을 따지자면 애인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옷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어디에서 샀는지 알려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질문의 내용이 아니라 질문의 의도와 결과입니다.
이런 류의 질문은 상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당연히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상담자의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한 정보 요구입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요구받는 사람이 내담자라는 게 문제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위의 질문을 친구나 하다못해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했다면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는 사소한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내담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도움을 받으러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 옷이 자신만 입고 싶어서 구입처를 알려주고 싶지 않아도, 너무 싼 옷이기 때문에 상담자가 알면 창피할까봐 알려주고 싶지 않아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만약에 상담자가 자신의 옷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그러니 상담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앞으로도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또 상담자가 자신의 옷을 입는 센스를 칭찬해주기를 기대한다면 상담은 궤도를 벗어나 엉뚱한 곳을 향하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내담자는 물에 빠진 사람(혼자서 수영할 수 있다면 도움도 청하지 않았을테니)이고 상담자는 인명 구조원입니다. 상담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책무를 집니다. 그러니 물에 빠진 사람이 안전하게 물 밖으로 나오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수영복이 마음에 드는데 어느 회사 제품이냐고 물어보면 안 됩니다. 구조와 전혀 상관이 없는 매우 부적절한 질문입니다. 물 밖에 나온 뒤에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명 구조원이 그럴 시간이 있을까요? 인명 구조원은 다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시 물에 들어가야 하고 구조된 사람은 자기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면 됩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딱 그 정도 사이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그건 너무 딱딱하고 기계적이지 않냐고 생각하는 상담자가 있다면 상담자의 존재 의의와 가치관, 역전이 등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상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니 관계가 없는 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물어보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마세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상담을 망치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덧. ice breaking을 하거나 라포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저는 왜 굳이 그런 부적절한 방법으로 ice breaking이나 라포를 형성 하시려는 건지 되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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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supervision을 할 때 사례 formulation이 끝나면 항상 "질문 없습니까?"라고 물어봅니다. 실제로 궁금한 게 있으면 답변을 할 테니 질문을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물음에는 조금은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제대로 받는 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 지 모르는 사람은 앎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모르는 지 알려면 자신에게 질문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 없습니까?"라는 제 물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봤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없는 사람은 질문이 없습니다. 그건 단순히 수검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심리평가, 상담,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아예 심리학에 입문하지 않았을테고(권력과 재력을 목표로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정도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는 성공하기 힘들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은 호기심의 문제입니다.
저보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임상/상담을 전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단연코 가장 중요한 게 호기심이라고 답변할 겁니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말씀드리면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이 쪽 영역으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호기심이 없다면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을 것이요,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니 아무리 우수한 지적 능력이 있다해도 실력을 쌓기 힘들 것이고, 실력이 없다면 내담자/수검자를 돕지 못할 것임은 물론 일하는 것 자체가 지옥 같을테니까요.
TCI의 자극추구기질 중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이 높은 분이라면 타고난 호기심을 장착하고 있을테니 복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큰 문제 없습니다. 영장류의 DNA와 많은 부분이 겹치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장착된 호기심의 양만 해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게 작동하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기질, 적성과 잘 맞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요.
자기와 잘 맞는 분야를 찾기만 하면 그 호기심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당장 저만 해도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이 -1 표준편차 이하로 낮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관습적 안정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래도 저는 심리학, 여행 관련해서는 무한 호기심이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누군가는 음식에, 누군가는 음악에, 누군가는 운동에, 누군가는 프라모델 분야에서 호기심이 남다를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호기심이 작동하는 영역을 잘 찾으신 뒤 그 호기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질문의 홍수를 타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아무런 호기심도 생기지 않고 그래서 질문할 거리를 전혀 찾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이 영역은 본인과 맞지 않는 것이니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버텨봤자 그 끝은 그리 신통치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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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일본에서 30대 싱글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의 여자 만화 3종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입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수짱은 겉으로 보기에 어느 것 하나 탁월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예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남들이 선망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수짱에게는 아주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답하지 않습니다. 그저 뭔가 있어 보이지만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소위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만 질문을 퍼붓습니다. 그래봤자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는데도요. 왜냐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은 자신만 아는 거거든요.
변하고 싶으면 길을 찾아야 하지만 그러려면 자신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해야죠. 그 과정에서 길이 보이는 법이니까요.
이 만화의 주인공 역시 좌절하고, 기분이 울적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죠. 게다가 그러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수짱은 지금 그대로도 멋집니다.
마스다 미리 만화의 장점은 작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독자에게 이러쿵 저러쿵 어설픈 조언을 하지 않는 겁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제공하되 일체 부담을 주지 않는거죠.
그래서 무거운 주제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만화입니다.
30~40대 싱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만화라고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그런데 행복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으면 좋은 만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감명깊게 읽었던 구절 몇 개를 소개합니다.
'이런 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수다 떨면서 기분을 풀기에는 이르다. 상처받은 자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자. 상처받는 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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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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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라면 질문과 답은 모두 내담자에게 있고 그 답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 상담자라는 말을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겁니다.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이 반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 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내담자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문제를 간절히 해결하고자 하나 해결책을 정말 몰라서 도움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입니다. 잠긴 문을 열려면 열쇠가 필요하나 어느 서랍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내담자들이죠. 이 경우는 열쇠를 찾는 걸 방해하는 원인들을 분석하고 열쇠를 찾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탐색해서 안전한 상황에서 연습해보고 실제로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면 됩니다. 사실 이 유형의 내담자들은 상담자와 rapport를 잘 형성하고 상담자가 주눅들지만 않으면 결국은 열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문제의 해답은 내담자 스스로에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상담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두 번째 유형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해결책이 무엇인지까지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한 열쇠가 어느 서랍에 들어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왜 상담자에게 올까요? 서랍을 열 용기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그 열쇠 이외에 닫힌 문을 열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미련이 남아 대안을 확인하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열쇠가 맞는지 확인받기 위해서 오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의 내담자와 상담할 때 상담자는 열쇠를 찾기 위한 (헛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내담자가 그 서랍을 열지 못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방향이 조금 다르죠. 그런데 그걸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상담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떤 유형의 내담자인지 구분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질문들입니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 보셨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 보고 싶지만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자신이 어떤 상태가 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첫 번째 질문은 대안 탐색의 폭과 깊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첫 번째 유형의 내담자가 훨씬 더 다양한 시도를 해 본 경험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열쇠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 서랍 저 서랍을 열어봤겠지요.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에 비해 좀 더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probing question으로 두 번째 유형의 내담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으나 상담자에게 말해도 되는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유형의 내담자들은 그런 것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일종의 확인 사살용 질문으로 현재의 내담자 상태와 내담자 스스로 보고하는 문제 해결 뒤의 상태 차이를 비교하면 이를 통해 내담자가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심이 많은 스토커 남친때문에 괴로운 여성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미리 설명할 필요 없이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답이 나오게 된다면 헤어지는 것이 자신에게든 남친에게든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달랑 이 세 문항으로 두 유형의 내담자를 칼로 무우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담자는 모든 내담자가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만 전제해서는 안 됩니다. 답을 이미 알고 있으나 상담자의 확인을 요구하거나 확신을 얻고자 하는 내담자도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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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ory Stock이 쓴 '인생, 묻다(The Book of Questions, 1985~1987)'를 북 크로싱합니다.
사실 이 책은 질문을 잘 선별했으면, 하다 못해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질문으로 잘 바꾸기만 했어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을텐데 핀트가 영 맞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제 가치관과 너무 달라서 그렇게 평가했을 수도 있으니 직접 보시고 평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배우 박중훈 형님처럼 깊은 인상을 받으실 수도 있을테니까요.
책의 내용이 많지 않은데다 판형도 작아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 좋습니다. 한번 시도해 보심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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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저는 트윗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following하는 사람들은 주로 월덴 3를 찾아오는 분들이고 유명인은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와 영화배우 박중훈뿐입니다.
아마도 지난 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박중훈 형님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트윗을 날리셨지요. 솔깃해서 카트에 담아놓고는 다른 책을 주문할 때 함께 구입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과 함께 두었다가 며칠 전에 문득 손에 잡히는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제가 싫어하는 공병호씨가 번역을 한 책이더군요. 공병호씨가 번역을 했다면 번역의 질은 둘째치고 최소한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은 아닐 공산이 컸기 때문입니다.
읽어보니 역시나 제 짐작이 맞았습니다. 저랑 전혀 맞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이며 전 세계 17개국에서 번역이 되어 수 백만 권이 팔린 책이든 뭐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제대로 짜증이 나더군요. 장점은 들고 다니기 좋을 아주 작은 판형에 오른 쪽에 원문이 실려 있어 읽어야 할 부분이 빨리 줄어든다는 점 뿐이었습니다. 공병호씨가 번역한 이유가 아주 잘 이해되는 책이었습니다.
의외로 걱정했던 번역의 질은 오히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사실 번역이랄 것도 없습니다. 최대 10줄이 넘지 않는 질문들인데 뭐가 그렇게 어렵겠습니까.
총 183개의 질문 중 심사숙고가 필요한 질문은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즉문즉답이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왜냐하면 제 입장에서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는 질문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몇 개만 살펴보겠습니다.
007. 누군가가 당신에게 1백만 달러를 주면서 다시는 조국에 발을 딛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신은 이 제의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이런 걸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요? 1백만 달러가 너무 적은 돈이기 때문에 제가 거절한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골룸입니다.
게다가 이런 질문도 있습니다.
178. 5만 달러를 준다면 당신은 건강하고 충성스러운 애완동물을 안락사시킬 수 있겠습니까?
역겨워서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걸 생각해 볼 질문이라고 써놓은 겁니까? 대체 인간이 얼마나 물질의 노예가 되면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겁니까? 이보다 더 한 질문도 있습니다.
008. 어떤 사람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두 번 "안녕!"이라고 말하면 그 사람이 죽게 되는 힘이 주어졌습니다. 죽은 사람들은 자연사로 판명될 것이고, 그 누구도 당신을 의심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힘을 사용하겠습니까?
질문이 이 정도 수준이 되니 질문에 대한 고민보다 이런 질문을 생각해 낸 Gregory Stock이라는 저자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군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왔던 것일까요?
솔직히 이 책을 보면서 고민을 해야 한다면 참 암울한 인생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도 크로싱을 할 예정입니다만 과연 북 크로싱을 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참 주저되는 책입니다. 제가 정말 오랜만에 악평을 한 책인데 궁금하신 분들은 북 크로싱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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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만약 손가락 하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기만 하면 당신은 모든 질병으로부터 면역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기꺼이 손가락을 잘라낼 수 있습니까? (제 대답은 No!)76. 이 나라로부터 영원히 떠나야만 하는 것과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 이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제 대답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100. 당신의 수명에서 5년을 단축시키면 최고로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제 대답은 No!)117. 만약 앞으로 태어날 당신의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면, 당신은 낙태를 하겠습니까? (제 대답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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