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샤 검사를 마스터하는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그 중 두 가지만 꼽으라면 구조적 요약의 복잡성과 채점의 어려움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죠. 채점이 정확하지 않으면 구조적 요약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조적 요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상에 비해 상담에서는 구조적 요약까지 꼼꼼하게 익히지는 않지만(사실 임상 수준으로 꼼꼼하게 익혀야 합니다;;;) 내용 분석이나 질적 분석만 한다고 해도 채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그러니 정확한 채점을 할 수 있느냐는 로샤 검사의 해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로샤 채점이 어려운 이유는 채점 체계가 구조적 요약 만큼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점 체계가 워낙 오래된 것이어서 최근 수검자의 응답 내용을 반응하지 못하기도 하고 채점자가 어떻게 채점하느냐에 따라 달리 채점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로르샤하 워크북에 있는 소위 '300제'의 채점 내용도 정확도를 완벽히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거든요.
때문에 로샤 채점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누구도 자만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경험 많은 채점자라고 해도 채점의 실수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채점의 오류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채점자의 채점 패턴은 이와 다른 문제입니다. 채점자가 일정한 채점 패턴을 갖고 있는 경우 이건 채점 내용 뿐 아니라 구조적 요약에도 일정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채점 패턴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채점하는 것, 너무 너그럽게 채점하는 것, 쌍반응을 많이 주는 것, popular 채점에 인색한 것, 특수점수를 많이 주는 것, 복합 결정인 채점을 많이 하는 것, F 결정인을 자주 채점하는 것, 운동반응을 일정한 방향(p 또는 a)으로만 채점하는 것, 반응 영역 시 S채점을 자주 놓치는 것 등등 무수히 많습니다.
각 채점 패턴이 구조적 요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익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패턴을 교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패턴 교정을 위해서는 외부 평가자의 시각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험이 풍부한 supervisor에게 점검을 받는 것이죠. 매 사례마다 점검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동료나 동기와 각각 채점을 한 뒤 채점 결과를 비교하면서 패턴을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일정한 채점 패턴이 존재한다면 이를 교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채점 연습을 한다고 해도 결과 해석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로샤 채점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채점 패턴을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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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질적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온통 자료를 양화하는 양적 연구방법론만이 바이블인 것처럼 교육받아왔지만 양적 연구방법론이 모든 것이고 답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석사 논문을 쓸 때에도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고 SAGE사에서 출판되는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도 구입해서 보고 있습니다(SAGE의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는 질적 연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어쨌거나 작년에도 이렇게 질적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는 마당이 열렸다는데 무슨 일인지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해 놓쳤고 올해에 겨우 참석했습니다. 모든 발표를 다 들으려고 했는데 내용을 보니 동일한 내용 분석법과 코딩 기법을 사용한 것 같아서 저와 관련된 '불법도박자의 중독과정에 대한 질적분석 예비연구'와 '도박중독자 아내들의 정서적 경험, 공동의존성향 및 수용-전념 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내러티브탐구'만 들었습니다.
첫번째 발표에서는 사감위에서 작년에 발주한 용역 연구의 일환으로 33명의 불법 도박자를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모두 녹취한 뒤 개방 코딩(open coding) -> 축 코딩(axial coding) ->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 중 축 코딩까지 진행된 결과가 소개되었습니다. 내용은 제가 불법 도박자에게 기대했던 것과 일치했지만 내용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 분석자 및 내용 분석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사실 질적 연구에서 narrative를 풀어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차 분석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입니다), 33명의 불법도박자 중 여성이 10명이나 되길래 여성 집단에 특화된 내용은 없었느냐고 질문하니 그럴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남성 도박자와 여성 도박자의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현장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 흔히 action gambler Vs. escape gambler의 구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질적 분석의 성공 여부는 narrative를 풀어내는 집단이 얼마나 homogenous한지인데 23명의 남성도박자와 10명의 여성도박자를 homogenous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그냥 섞어서 분석한 것이 제가 보기에는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두번째는 8주 동안 6명의 도박자 아내에게 실시한 ACT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실시한 질적 분석 결과 발표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연구의 문제도 연구 대상자 집단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대상자 전원이 단도박 모임을 통해 involve되었고 단도박 모임 참석 기간이 오래되어 프로그램 적용 전 심리적 불편감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았다는 것(그러니 프로그램 전 후의 차이가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죠), 그리고 단도박 모임의 특성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의 자발적/비자발적 수용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발적인 의뢰자를 대상으로 해서 집단을 다시 구성하고 분석하기 전까지는 이 연구의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도박자의 아내를 상담할 때 보면 acceptance 주제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ACT가 도박자의 가족에게 확실히 효과적인 치료법일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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