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이름이 알려진 모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단 상담의 실상을 최근에 우연히 전해듣고 충격을 받은 김에 제가 생각하는 집단 상담의 조건에 대해 정리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상담자가 느끼는 난도 순으로 단순히 순서를 매겨 보면,
개인 상담 < 커플 상담 < 집단 상담 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회기에 참여하는 내담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역동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상담자가 다루어야 하는 경우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실 집단 상담은 아무나 하면 안 됩니다. 상담자 중에서도 고수급(?)인 상담자들이 주로 이끌곤 합니다.
저는 그런 고수도 아닐 뿐 아니라 집단 상담보다는 개인 상담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집단 상담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제 경험 상 집단 상담이 잘 돌아가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게 좋습니다.
1.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homogeneity)
: 제 생각에는 이 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내담자의 면면이 비슷할수록 집단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물론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건 그런 상이성을 control할만큼 상담자가 고수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는 다음에 설명할 집단 상담의 목적이 무엇이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도박 중독 집단 상담의 예를 들면 20~30대의 미혼 남성 도박자를 집단으로 구성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기혼자가 끼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도박자가 포함되면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가능하면 동질성이 높은 내담자들로 집단을 구성해야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학연, 지연 등 통제 불가능 변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담 목표 달성을 위해 곧바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2. 상담 목표의 구체성(specificity)
: 1번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상담 목표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적이고 세밀할수록 집단 상담의 효과가 커집니다. '대인 관계를 잘 맺고 싶다' 류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5명 이상 크기의 모임에서 10분 이상 발표하면서 시선 처리를 잘 하고 싶다'는 식의 목표가 달성하기 쉽습니다. 저는 집단을 구성할 때 상담 목표를 설정하면서도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 도박 중독 치료에 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는 미혼의 남성 도박자들로만 집단을 구성'하는 식입니다.
3. 능력있는 상담자의 적극적 개입
: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경험이 풍부한 상담자일수록 유리하지만 최소한 집단 상담을 이끄는 상담자는 적극적인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단원이 상처받고 있는데 역동 분석을 한답시고 뒤로 물러나 방관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회기 중 내담자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놓이면 안 됩니다.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주시자(beholder)의 역할만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위의 조건들이 집단 상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충분 조건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집단 상담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한 필요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정신 병리 문제의 변별
: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만 많은 집단 상담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 충분 조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든다면,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와 수동-의존적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가 동일한 집단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고 폭력 전과가 있는 남성 내담자와 가정 폭력 외상이 있는 여성 내담자가 한 집단에 속하게 된다면요? 굳이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집단 상담이 맞지 않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TCI에서 고립된-겁많은 기질의 소유자로 평가되고 평가 불안이 높은 내담자가 직면이 난무하는 집단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모든 내담자는 세심한 심리평가와 사전 선별 절차를 거쳐 이 집단 상담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지와 다른 내담자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를 세심하게 점검받은 뒤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선별 절차가 없는 집단 상담이라면 절대로 제 내담자를 의뢰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상담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조건을 하나 말씀드리면 집단 상담을 받는 모든 내담자는 개인 상담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은 역동이 많이 다르지만 함께 받을 경우 시너지를 내기 쉽습니다. 특히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자가 개인 상담도 담당하면 더욱 좋지요. 예전에 제가 개인 상담을 하고 있는 내담자들만 모아서 집단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상담에서 가장 많은 걸 배웠습니다. 내담자들의 만족도 뿐 아니라 치유 정도도 가장 좋았고요. 물론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한 상담이어서 일반 상담 현장에서 저처럼 진행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악의 집단 상담이라면 반대 조합으로 이뤄진 것이겠지요. 상담자가 집단 상담의 전문가도 아니고, 집단원의 동질성도 희박하여 중구난방이며, 상담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감정 폭발이나 상호 비방의 전쟁터가 되기 일쑤이고, 정신 병리 문제를 변별하지 못해 내담자들을 보호할 수 조차 없는.... 저는 그런 걸 상담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아수라장이고 그걸 방치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가해 방조자입니다.
저는 가해 방조자가 되기를 원하는 상담자는 없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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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담자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개인 상담보다 집단 상담이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도 집단 상담을 하게 되면 더 긴장하고 요모조모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내담자가 한 명이라면 그 내담자만 신경쓰면 되고 저와 그 내담자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만 다루면 되지만 집단 상담에서는 집단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역동의 경우 수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도 많이 발생합니다. 집단원의 수가 늘면 늘수록 그에 비례해 더 많아지겠지요.
오늘은 집단원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반치료적 역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6~8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데 그 중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있다고 해 보죠(저는 특정 문제를 선별적으로 다루는 특수한 치료 집단이 아니라면 남녀 청소년을 한 집단 내에 배정하지 않지만 이 부분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집단 회기가 진행되면서 동병상련의 정으로 서로 가까워진 두 학생이 서로 사귀게 됩니다(여학생이 더 좋아하는 양상). 이 두 학생은 각각 다른 상담자에게 개인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학생은 품행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고 여학생은 상담 동기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등교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의 강권에 의해 억지로 개인/집단 상담에 참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가출을 권유하거나 술, 담배 등을 권하는 등 기존에 아무런 품행 문제가 없었던 여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각 상담자가 개인 상담에서 이 문제를 각각 다루었으나 남학생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여학생은 강하게 반발해서 자기들 사이에 개입하면 모든 상담을 그만두겠다고 협박합니다.
집단 상담을 이끄는 상담자와 개인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상담자들이 모여서 대처 방안을 모색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단 상담은 참여하는 내담자 서로가 서로에게 역할 모델이 되거나, 의지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치료적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장점이 역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든 경우가 대표적이죠.
상담자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점은 상담자가 모든 내담자를 구원할 수는 없으며 구원하려고 해도 안 된다는 겁니다. 소위 말하는 '구원자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안타깝게도 두 청소년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들의 관계는 반치유적인 관계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를 그대로 묵인하면 상담이라는 방패 뒤에서 문제가 더욱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 상담이든 집단 상담이든 목적과 치료 계약의 적용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담자가 다른 내담자와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거나 심한 경우 결탁하여 반치료적으로 행동할 때 상담자는 필요하다면 과감히 치료 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질질 끌려가기만 하면 결국은 내담자의 치료 선택권도 보장해 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집단 상담의 경우 남은 집단원에게도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상담자가 개인 상담에서 각 내담자와 이 문제를 충분히 다루었다면 본인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빨리 조치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내담자끼리 파괴적인 관계를 맺은 경우 미루면 미룰수록 문제만 더 커지게 되니까요.
그러니
집단 상담에서 내담자끼리 반치료적인 관계를 맺은 경우 그 관계부터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제일 좋은 건 치료 계약 조건을 꼼꼼히 점검해서 그런 관계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만...
집단 상담에 참석한 내담자끼리 왜 사귀면 안되느냐에 대해서는 예전에 다중 관계에 대해 포스팅한
'모든 다중 관계는 언제나 해롭다'로 설명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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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에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4 사행산업 건전화 국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모든 session에 다 참석한 건 아니고 1, 2 session은 전자 카드 관련 정책 포럼이라서 저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서비스 모형과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 다루었던 session 3에만 들어갔고 이후 진행된 종합 토론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자면,
첫째, 사감위가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판별 도구인 KGBS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분석 결과를 보니 KGBS만 도박 중독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동안 KGBS를 개발만 해 놓고 욕 먹으면서도 여전히 CPGI 결과만 줄창 보여주는 이유는 KGBS로 측정한 유병률이 CPGI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도 KGBS는 K-NODS나 K-MAGS-DSM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니까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해도 유병률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지금까지 9%라고까지 과장하면서 했던 협박이 우습게 되니 KGBS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묻어버리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이 짜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도구로 GAMTOM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장의 치료자들로부터 이미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항이 너무 많아요. 서양에서는 material을 많이 줘야 내담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숙제 주는 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 내담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 저항에 맞서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포함될 확률도 상당히 증가할 겁니다.
셋째, 한국형 GAMTOMS를 만든다고 해도 Timeline Feedback(TLFB) 만큼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관의 담당자도 그렇고 국내 교수들도 그렇고 이게 참신하고 기대되는 정보 수집 도구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무리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도박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걸 빠짐없이 작성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세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넷째, GAMTOMS와 같은 치료 효과 평가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AMTOMS에 대한 자료에서도 조기 종결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정작 현지 관계자도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더군요. 조기 종결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전까지는 치료 효과 평가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섯째, 토론에서 집단 상담이 개인 상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데 글쎄요. 100회기 이상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homogeneous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연령대, 비슷한 social status, 비슷한 도박 유형까지 맞추고 거기에 개인 상담 20회기 정도 진행해서 변화 단계까지 얼추 비슷하게 matching했는데도 5명 이상의 집단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반개방형 집단 상담에서도 두 분이나 재발했고요. 도박 중독 상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 상담자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나온 방안이 집단 상담의 활성화 아닌가 싶은데 생각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여섯째, 발표 자료 중에 내방 상담자의 대부분이 변화 단계 중 준비 단계에 속한다는 말이 있던데 도박자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전 숙고 단계(Pre-Contemplation Stage)에 속할 겁니다. 준비 단계에 도달한 도박자가 그렇게 많다면 현장의 상담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일곱째, GAMTOMS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종결을 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도박자와 가족들이 치료 기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이 결혼 정보 회사의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종결 후 6개월(이건 그나마 낫지만), 1년, 2년 정도 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혹은 피하는) 사례의 수가 급등할텐데 어떻게 접촉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는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평가 도구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덟째, 종합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현장의 상담자들이 G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자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개인 상담도 받고 GA도 열심히 다니고 종교 생활도 열심히 하면 도박 중독 치유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제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는 자전거 바퀴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정감은 있을 지 몰라도 마찰력 때문에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서로 치유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상담과 GA입니다. 제 경험 상 GA와 개인 상담 모두 잘 맞는 도박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그릇이 정말 크거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 아주 기본적인 치유 목표에서 있어서도 개인 상담과 GA는 꽤 다릅니다. GA는 완전한 치유란 없다고 가정하고 죽을 때까지 GA 모임을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건 불완전 회복 상태에서 치유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완전한 탈도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 미치는 GA의 영향입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 강요, 알코올과 같은 교차 중독의 간과 등이 과연 가족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개인 상담자가 GA를 무조건 권장하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치유 기법의 장, 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도박자와 가족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가 묻지마 관광은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왜 휴일인데도 굳이 참석해서 들으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포럼이었습니다. 휴무 대체로 2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입맛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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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가족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다시 되찾는지, 도박 충동이 심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어떻게 다시 경제적으로 재기해서 가족들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모든 주제가 돈으로 귀결되는 것이지요.
'지금은 각자의 성을 돌볼 때다'라는 글에서 도박자나 가족 모두 각자의 성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만 유독 도박 중독자는 자신의 성을 돌볼 때에도 돈과 관련된 부분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돈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 보라고 주문하면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어집니다.
물론 돈 문제는 중요합니다. 잃어버린 돈도 아깝고, 당장 갚아야 할 빚도 태산이고, 언제가 되어야 긴축 재정에서 벗어나서 다시 경제적인 풍요를 꿈꾸어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조바심도 날 겁니다.
하지만 각자의 성은 돈으로만 쌓는 것이 아닙니다. 도박을 대신할 취미 생활도 알아봐야 하고, 도박을 하는 동안에 소홀했던 친지, 친구들도 돌아봐야 하고, 그동안 미루어놓았던 일에도 매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을 다시 쌓는 것이지 감옥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미관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튼튼하게만 짓는 감옥이 아니라 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짓는 겁니다.
그런 성에는 튼튼한 성벽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수놓인 창문, 펄럭이는 화려한 깃발, 하늘 높이 치솟은 첨탑도 필요합니다.
재기를 꿈꾸는 도박자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꼭 해 보셔야 합니다.
'나는 돈 말고 무엇으로 내 성을 다시 쌓을 것인가?'
돈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 보세요. 우리의 인생은 돈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돈 외에도 우리의 인생에 필요한 것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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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인 김춘경 선생님은 상담과 관련된 책의 저작, 번역으로 이름이 꽤 알려진 분입니다. 다작하는 사람들 중 한 분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분이 번역한 책들 중에서 재미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마음에게 들려주는 101가지 이야기'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전에 월덴 3에도 소개한 바 있는
'상담기법(2003)'과
'상담 및 심리치료의 이해(2000)' 모두 별로였습니다. 읽은 시간이 아까운 수준이었거든요. 제 평가도 아주 박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심 또 시간 낭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더군요. 최고로 좋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소장해도 좋을 정도의 책 중 하나입니다. 내막을 알고 보니 김춘경 선생님이 Adlerian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기반을 갖고 계신 분이더군요. 역시 자기가 잘 아는 영역이라야 책을 쓰든 번역을 하든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는 법이죠.
이 책은 Adler 입문서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Adler의 개인심리학은 교류분석(TA), 실존치료, 현실치료, 인간중심치료, REBT, 해결중심단기치료 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Adler 학파의 역사와 이론 소개, 2부는 본격적인 기술과 전략 소개, 3부는 다양한 영역에 어떻게 Adler 식의 치료 기법을 적용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용 영역도 '아동 상담과 청소년 상담', '노인 상담', '건강 상담', '집단 상담', '단기 치료', '가족 치료', '부부 치료' 등 대부분의 임상 영역을 거의 망라하고 있죠.
번역도 잘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책 자체가 아주 쉽게 잘 씌어 있어 Adler의 개인 심리학적 접근이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서 구현되는지 궁금한 분들의 기대에 호응하는 책입니다.
닫기
* Adler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치료적 초점: 개인의 생활양식 신념. 생활양식 신념은 개인의 인지구조를 구성하며 자기, 세계, 자기 이상에 대한 신념과 윤리적 신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 Adler의 자기 심리학에서 상담자의 역할: 명백히 비중립적이며 오히려 치료 과정에 참여하는 관찰자임* Adler 상담의 원칙: 사회목적론적 관점. 모든 행동이 가지고 있는 목적을 찾는다. 개인 심리학은 증상을 제거하는 것과 행동양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주위환경의 무력한 희생자가 아니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내담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 * Adler 학파에서는 낙담한 사람들에게 자기 내면을 보는 대신에 외부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울 것을 제안한다. 사회적 관심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자기 흥미, 자기 자신만의 이익이나 현재의 낙담된 위치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 Adler 학파에서는 내담자의 결점과 약점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상담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격려이다. 격려받은 내담자는 신념, 감정, 목표, 그리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의 강점과 개인적인 힘을 자각할 수 있게 된다. * Adler 학파에서는 신념이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즉, 부끄럽다는 당신의 신념이 쑥스러운 감정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 Adler 상담에서 사용하는 기적 질문: 만약 당신이 좋아진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나는 일하러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거나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면 신체적 증상으로 무엇인가 회피하려고 한다는 의미.* Adler 학파는 행동수정체계가 아니라 동기수정체계. 즉, 태도, 신념, 지각, 그리고 목표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그 변화로 인해 행동 또한 변하게 될 것으로 보는 것* Adler 상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전략: 즉시성, 격려, 역설적 의도, 내담자 스프에 침뱉기, 마치 ~인 것처럼 행동하기, 자기 모습 파악하기, 변화 창조하기, 과제설정과 이행, 인터뷰 종결과 요약하기* 내담자에게 Adler식 상담 요약 시키기 : "나는 ~을 배웠어요"* Adler식 상담에서 부모 교육의 첫 번째 단계는 아동의 그릇된 행동 목표 네 가지를 이해하는 것: 관심, 힘, 복수, 부적절함의 표시
덧. 2004년에 나온 책은 'Adler 상담 및 심리치료 : 개인심리학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제목이었는데 2005년에 곧바로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Adler 상담과 심리치료'로 바뀌었습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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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을 내면에서부터 인정하고 치유 과정을 시작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특히 이런 병식의 부족이 심한 편이죠. 겉으로는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차적인 이득을 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유가 상당히 더딘 편이죠.
저는 요새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푹 빠져 있는데 개인 상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치료적 역동을 체감하면서 전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음의 내용은 몇 주 전 집단 상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도박자들이 치유되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증언한 내용입니다.
1단계는 가족에 의해 억지로 끌려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극성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도박을 끊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정으로 상담을 받아 치유되고픈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협박이나 노부모의 간절한 애원에 못 이기는 척 오곤 합니다. 물론 상담이 제대로 진척될리가 만무하죠.
2단계는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고 가족과의 갈등이 격화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당장 도박 빚 독촉이라든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져서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담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도박 문제가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인정하지 않으며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실수(slip)나 재발(relapse)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3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고맙고 좋아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충동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고 가족 간 갈등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그럼에도 아직은 상담을 종결할 자신이 없는 도박자가 이 단계에 많습니다. 사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주변에 없죠. 가족에게 이야기 해 봤자 가족을 걱정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핀잔이나 듣기 일쑤라서 도박자를 지지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상담자가 유일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상담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지만 이전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그런 상담자가 보이지 않을 뿐이죠. 상담자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4단계는 자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상담자에게 자랑하러, 상담자의 인정을 받고 싶어 오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상담자가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삶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되돌아보게 되고 이제 자신이 상담자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단계이죠. 도박자가 이 단계에 이르면 상담자는 다소의 섭섭함을 느끼는 한편 상담 종결을 준비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 도박자라면 본인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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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거의 다 단기 프로그램의 형태에 불과했지요. 올 상반기에 제가 진행했던 동기강화 집단상담도 8회기짜리 폐쇄형 집단치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 상담이란 그런 것이 아니죠((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은 전문적인 상담자가 있고 구조화된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형 장기 집단 상담입니다).
그래서 동기강화 집단상담이 끝난 후 도박 중독자를 위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해 보고 싶어서 개방형 집단상담을 시작해 현재 8회기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진행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지만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관심이 있는 상담자들께서 알고 계셔야 할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상담 장면에 맞게 조정하셔야 할 겁니다.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 돈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것
: 가능하면 각 내담자가 집단 상담에 들어올 때 작성하는 informed consent에 아예 문구로 넣어서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이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담자 간 돈 거래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에서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차를 가져왔는데 기름이 떨어졌으니 기름값을 빌려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돈 거래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내담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집단 상담이 도박 자금을 융통하거나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자금원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집단 상담에서 일어나는 돈 거래는 가장 중요한 효과 요인인 응집성을 깨뜨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능한 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상담 장면 밖에서 만나는 것도 못하게 할 것
: 도박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되면 해당 도박자의 가족은 대체로 불안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상담자가 일일이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통제 못할 가정 불화로 이어지거나 재발의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도박자가 밖에서 서로 만나는 것을 상담자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집단 내에서 open하고 다뤄야 한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하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담 장면 밖에서 도박자끼리 만나게 되면 상담의 목표와 친목이라는 주객이 전도되어 상담의 동력이 저하됩니다.
3. 상담 장면 내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공개토록 할 것
:
상담자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집단 상담 안에서든 밖에서든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사는 도박자끼리 카풀을 해서 집단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 상담에 참석하지 않은 도박자의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공범 역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집단 상담 중 재발을 하거나 법적 처벌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단 상담에서 빠지게 된 내담자가 있을 경우에도 그 내용을 집단에 남아 있는 다른 도박자에게 감추지 않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담자는 이 상황에서 비밀 보장의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정보를 다룰 것만을 약속해야 합니다. 집단 상담에서 빠지는 도박자의 마음만 헤아리려다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자는 비밀을 가져도 된다는 인식을 집단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상담자의 권위가 강화되어 상담자를 중심으로 둔 방사형의 상담 구조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역시 아주 치명적인데 '지금-여기'를 다루지 못하고 상담자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4. 상담 장면 밖에서는 철저히 비밀 보장의 원칙을 지키도록 할 것
: 3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집단 상담 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반대로
집단 내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가족이나 집단 밖의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비밀 보장의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얻은 통찰이나 자신의 생각은 이야기해도 되지만 다른 내담자의 경험이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비밀 보장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깨어지면 어떤 내담자도 상담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상담이 계속 겉돌게 됩니다.
5. 가능한 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할 것
: 도박의 유형까지 동질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연령대 정도는 비슷한 수준(저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한정합니다)으로 맞추는 것이 초반 탈락자를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개방형 집단 상담이라고 해도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채무 변제 문제나 금단 증상과 같은 도박 중독의 핵심 문제가 다루어진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락자가 많이 발생하여 더 이상 집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개인 상담의 라포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involve하는 건 무모한 시도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집단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상담자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모두 진행하는 병행 치료(Combined Therapy)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의 상담자가 다른 연합 치료(Conjoint Therapy)는 각 상담자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저는 그런 협력 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합 치료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계속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시사점이 생기면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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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문제로 상담을 하면서 제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상담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도박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치료적인 개입을 쏟아붓더라도 효과가 미미하지만 도박자가 준비가 되면 그 타이밍에 맞춰 어떤 치료적인 접근을 하더라도 예상치 않은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이 말은 도박자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들이는 노력에 비해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그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때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밍은 도박 중독자 뿐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도 중요한데
저는 도박자의 가족도 무조건 개인 상담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하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보다도 가족이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많은 가족들이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다양한 치유 모임에 먼저 참여하지만 위로받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상처받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고 보고하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임에는 여전히 문제가 진행 중인 분들만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도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분이라면 그런 치유 모임에 나올 이유가 없겠지요), 부정적인 감정과 토로가 넘치지만 이를 조절하거나 가족의 대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경험많은 상담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힘이 약한 가족들이 상처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유사한 치유/회복 모임에서 만연된 부적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듣고 필요하다면 자신보다 경험이 없는 초심자에게 조언이라도 해 줄 수 있으려면 마음의 힘을 충분히 길러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무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그런 타이밍이 되면 가족 모임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더 많은 도움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는 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상담자와 개인 상담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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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3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중독심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도박 중독 관련 자료입니다.
포함된 내용의 소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도박중독치료는 왜 어려운가* 도박중독자에 대한 심리평가는 필요한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진단은 중요한가* 도박중독자의 자살 위험성은 과연 높은가* 도박중독자는 언제 치료 장면에 끌어들이나* 도박중독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나* 동기강화상담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직접적인 조언은 도박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가* 도박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치료가 되나* 도박자는 진정으로 도박을 끊고 싶어하는가* 단도박이 중요할까, 삶의 변화가 중요할까* 도박중독치료의 긍정 심리학적 적용은 어떻게 하는가* 도박중독자를 감시, 통제하는 것은 효과가 있나* 도박중독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가족의 문제는 무엇일까* 가족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과연 필요할까* 도박중독자와 가족 중 누구를 먼저 상담해야 하는가* Total Abstinence or Controlled Gambling?* 도박중독은 정말 마음의 병이기만 할까* 도박중독자의 가정에서 재정 분리는 왜 중요한가* 채무 변제 관리는 왜 해야 하는가* 도박중독자가 숨겨 놓은 적은 액수의 빚* 단도박 모임과 신앙 생활은 하는 것이 좋은가* 도박중독자의 집단 상담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에게 직업 재활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를 위한 거주 시설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에게 의무 상담이 도움이 되는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약물 치료는 필요한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 도박중독치료의 종결 시점은 어떻게 아나* 도박중독치료에서 치료 성공률이 의미 있을까* 도박중독치료에서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 향후 도박 중독의 추세 전망
간단한 PPT자료이기는 하지만 도박중독치료와 관련해 현장에서 실제로 이야기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아래의 첨부 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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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서 내담자의 자아 존중감(self esteem)과 상담자의 feedback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자아 존중감이 높은 내담자가 상담자로부터 부정적인 feedback을 받게 되면(평가가 낮은 경우)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방법은 상담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상담자와 충분한 rapport가 형성되기 이전에 탈락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involvement가 된 상태라면 그 다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담자를 폄하하는 것입니다. rapport가 충분히 형성되고 내담자가 상담자를 신뢰하게 되면 상담자를 폄하하는 것으로 불일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그 시점이 되면 내담자는 상담자의 feedback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변화의 실마리를 잡게 됩니다.
사실은 상담 현장에서는 이와 반대의 경우가 더 흔한데, 자아 존중감이 낮은 사람이 상담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런 내담자는 상담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을 때 보통 자신을 폄하하게 됩니다. 그런데 상담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겸손함(?)은 또 다른 긍정적인 평가를 더하게 됩니다. 물론 집단 상담처럼 다른 내담자들을 통해 positive feedback을 받게 되는 상황이 더 바람직하지만 개인 상담에서도 얼마든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일상 문제를 'here & now'의 원칙에 의거 상담 상황에서 그대로 재현하기 때문에 상담이 진행되면서 상담에서 느낀 자신의 장점을 차츰 일상 생활에 일반화함으로써 자아 존중감이 높아질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상담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feedback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내담자의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방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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