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하나의학사는 주로 정신의학 분야의 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합니다. 디자인이나 판형 등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아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는 출판사는 아니지만 간혹 좋은 책을 내고 있어 출판 목록을 유심히 참고하기는 합니다.
Irvin D. Yalom이 Molyn Leszcz와 함께 쓴 이 책은 집단 심리치료내지는 집단 상담의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의 책입니다. 2005년에 개정판 5판이 나왔고 우리나라에는 2008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번역도 상담 분야에서는 모르는 분이 별로 없는 최해림, 장성숙 선생님이 하셔서 꽤 매끄럽게 읽히는 편입니다.
집단상담이나 집단치료를 하는 임상가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으셔야 하고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다면 집단을 구성하고 이끌어 나가는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제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집단을 구성하고 지금도 집단 상담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이 책은 집단상담/집단치료의 A to Z를 제대로 담아낸 책입니다.
개인 상담이나 개인 심리치료에 비해 집단상담/집단치료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참석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집단은 '사회적 실험실'이며 안전한 환경에서 지지를 받으며 각 집단원은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해결 방법을 탐색하고 마음껏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집단 상담자는 과정의 촉진자로써 집단의 역동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방금 이야기한 집단상담/집단치료의 치료적 요인들, 상담자의 과업, 집단원의 선발 및 집단의 구성, 집단 만들기, 집단의 발전, 상황을 악화시키는 문제 요인들에 대해 꼼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집단을 이끌었던 Yalom의 노하우와 정수가 제대로 담겨 있어 매 장, 매 줄이 귀중한 정보로 가득합니다. 집단상담이나 집단치료를 이끌고 있거나 향후 계획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셔야 하고 개인적으로 소장을 추천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37,000원에 달하는 후덜덜한 가격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출판사에서 마음대로 '최신'이라는 낚시용 제목을 덧붙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만 워낙 좋은 책이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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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은 절충-통합적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 방법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치료만 된다면 기본적인 원칙을 어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거의 모든 치료 기법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집단치료는 여러가지 면에서 별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도박중독자의 특성 상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집단치료를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권유해도 받아들이는 도박자가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2004년에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한국형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 집단 치료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끌고 가느라고 아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집단 치료 이후에 생긴 후유증을 각 치료자가 개인 치료에서 해결하느라 많이 힘들었죠.
또한 하위 유형이 다양하지 않고 차이점이 별로 없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과 달리 도박중독은 도박의 종류와 합법/불법 여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이 있고 자칫하면 감옥에서 새로운 범죄 기법을 배우듯이 새로운 도박에 대한 학습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통제하자면 집단 역동을 manage해 본 경험이 풍부한 집단 상담자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도박중독 집단치료전문가가 한명도 없습니다.
기법 면에서도 다른 중독에 비해 도박중독의 집단치료기법은 알려진 바가 별로 없으며 workbook 하나 변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 실정으로 인해 간판은 집단상담 혹은 집단치료를 걸더라도 실제 내용은 집단 강의나 집단 교육을 하게 되는 것이죠. 엄밀히 말하면 그건 집단치료가 아닙니다.
실제로 적용하기에도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말 그대로 집단치료이니 여러 사람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아야 하는데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도박중독자를 한 자리에 모으려면 주말 시간에만 가능한데 대부분의 치료 기관은 주말에 문을 열지 않습니다. 따라서 11월부터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매주 화요일 3시에 실시하는 집단상담프로그램은 제가 장담하는데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겁니다(웃기는 것은 가족교육프로그램은 수요일 저녁 7시에 실시하더군요. 가족들의 경우는 대부분 평일 낮시간에도 참여할 수 있는데 말이죠. 효과를 보려면 집단상담프로그램과 시간을 바꿔야죠. 뭘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티가 팍팍 납니다).
물론 평일 낮 시간에 실시하기 위해 거주 시설에 등록된 도박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겠으나 도박자를 위한 거주 시설의 설립 목적이 직업 재활을 통한 사회 재적응이므로 낮 시간에는 직업 교육을 받거나 구직 활동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용이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역시 내년에 광역시 별로 시범적으로 설치할 거주 시설에서도 생각보다 집단치료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도박중독의 집단치료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신중하게 실시해야 하며 지금과 같이 실적 위주의 날림 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치료인지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중독자를 위한 치료가 되어야지, 실적을 위한 치료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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