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만 설명하면 되었던 과거와 달리 K-WAIS-IV, K-WISC-IV의 출시 이후로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 지표의 수가 4개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만큼 해석해야 하는 정보량도 증가했죠.
오늘은 작업기억 지표와 처리속도 지표의 상승과 하강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해석 해 보겠습니다. 언어이해와 지각추론 지표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따져봐야 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니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전제 조건
-> 언어이해, 지각추론은 둘 다 평균 수준이며 지표 내 해당 소검사들도 고른 분포
-> 꼭 평균 수준일 필요는 없지만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기 위해 평균 수준으로 가정합니다
* 상승과 하강의 의미
: 평균 수준인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를 기준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차이가 상, 하로 났을 때
1. 작업기억 상, 처리속도 상
: 언어이해, 지각추론이 평균 수준인데 작업기억, 처리속도만 그보다 높은 경우로 쉽고 단순 반복적인 과제를 다루는 데만 익숙한데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제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유형(일종의 안전지향형)입니다. 안정된 소검사 profile을 보이는 유형은 현장에서 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양상을 수검자의 특장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개는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가 평균 하 수준 이하로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2. 작업기억 하, 처리속도 하
: 주의 집중력 및 에너지 수준의 저하와 함께 동기 결여가 의심되는 경우로 심리적 불편감에 의한 수행 저하를 의심해야 하며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 지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소검사 편차가 없으면 심리적 불편감이 비교적 tolerable한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도 하강하고 소검사 편차가 클수록 심리적 문제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 심리적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심리평가의 주된 의뢰 사유가 됩니다. ADHD라면 증상이 심각하거나 만성화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3. 작업기억 상, 처리속도 하
: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profile 유형으로 외부 평가에 예민한 수검자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숫자외우기 소검사가 S이고 forward, backward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을 때, 과경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 일상에서 주의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기 때문에 흔히 ADHD로 의심되나 실제로는 PCRP 가능성이 더 큽니다. 특히 부모의 양육 태도가 지나치게 엄하거나 처벌 중심적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흔히 하는 해석의 실수로는 주의 집중력이 우수한 것이 수검자의 장점이라고 기술하는 것인데 주 호소 문제와도 상반되는 경우가 많고 주의 집중력이 우수한데 왜 단순한 과제의 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처리속도 지표에서 (바꿔쓰기<동형찾기) 양상을 보이는 경우 불안에 의한 강박이 나타나는지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4. 작업기억 하 , 처리속도 상
: 주의 집중력 손상이 두드러지며 ADHD 가능성이 가장 큰 유형입니다. 대개는 작업기억 지표 내 소검사들이 모두 하강하거나 순차연결 또는 산수 소검사 등 concentration 과제의 수행이 더 하강하고 처리속도 지표에서도 바꿔쓰기에 비해 동형찾기 소검사의 수행이 더 떨어집니다. 주의 집중력은 문제가 있지만 에너지 수준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저하되지 않죠. 하지만 처리속도 지표 내 (바꿔쓰기>동형찾기) 소검사 양상을 보이고 처리속도가 '상' 수준까지 높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가 평균 하 이하로 낮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적 제한에 의한 낮은 수행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류의 포스팅을 할 때마다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런 해석 내용은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셔야지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하시면 안 됩니다.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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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물론 역으로 모든 도박 중독자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은 대체로 예상과 추리, 과감함과 결단력, 승부욕과 근성, 집중력 등이 총동원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은(속된 말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일단 중독된 다음에는 빠져 나오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딸 수 있다는 증거를 찾겠다고 그 좋은 머리를 낭비하거든요.
그런 패턴에 익숙해진 도박자는 도박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주저앉아 생각과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쩌지, 지금 사귀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계부를 쓸까 말까, 도박 빚의 내역을 오픈해야 할까 말까 등등...
이제는 생각을 그만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지 모르니 좀 더 신중히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요? 그건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본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경험많은 상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세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두렵고 치유를 주저하게 됩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들어서고 나면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단 해버린 행동은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 일단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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