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하게 되면 먹기 아주 힘들어지는 음식이 몇 개 생기는데 그 중 하나가 짜장면입니다. 아예 재료로 돼지고기가 들어가기도 하거니와 웍을 달구는데도 돼지기름을 쓰기 때문에 채식 짜장면을 제공하는 중식집은 채식 요리를 위한 조리기구를 따로 준비해야 하니까요.
오늘 방문한 중식집은 '가원'과 함께 망원동 중식을 양분하고 있는 '황금룡'입니다. 뭔가 '요리왕 비룡' 같은 친근함을 주는 상호이죠. 중식집 이름이라는 걸 감안해도 살짝 과한 이름입니다.
황금룡은 1층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식당 옆에 2대 정도 주차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차량 흐름이 많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근처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망원시장 바로 옆에 있는 망원 1-2 공영주차장이 황금룡에서 가장 가깝습니다. 황금룡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가지러 가는 길에 망원시장을 구경해도 좋고요.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아서 내부 모습을 온전히 담지 못했습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인데 오래된 정감있는 중국집을 연상하시면 딱 맞습니다.
비건들을 위한 메뉴판이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비건 메뉴가 '깐풍가지', '마파두부', '유니짜장', '야채짬뽕', '고추덮밥', '새송이덮밥' 이렇게 여섯 개 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10개로 늘어났네요.
기본에 충실한 맛이라는 제보를 받고 갔기 때문에 유니짜장과 야채짬뽕, 그리고 버섯탕수 중짜를 주문했습니다.
유니짜장(8,000원)입니다. 면과 소스가 따로 나와서 원하는 만큼 부어서 비벼먹는 짜장인데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비건 짜장 중 가장 일반적인 짜장면의 맛과 비슷했습니다. 모르고 먹으면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네요. 여의도
'신동양반점'의 짜장면이 불맛이 독특하기는 하나 너무 걸쭉해서 이질감이 든다면 황금룡의 짜장면은 제가 기억하는 예전 짜장면의 맛과 가장 흡사합니다. 만족스럽네요.
야채짬뽕(9,000원)입니다. 이것도 해산물만 없을 뿐 제가 기억하는 짬뽕맛과 똑같습니다. 대신 온갖 채소가 듬뿍 들어있습니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면 심심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칼칼한 맛도 똑같고 면발도 아주 비슷합니다. 이것도 맛있네요.
버섯탕수(25,000원)입니다. 소스는 맛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튀김옷이 영 아니었습니다. 재료가 버섯이니 돼지고기 탕수육처럼 바삭하게 튀기기는 어렵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버섯의 식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네요. 아직까지 제가 맛본 채식 버섯탕수의 최고봉은 지금은 없어진 명륜동의 명보성입니다. 황금룡의 버섯탕수는 한번 맛 본 걸로 충분합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주문한 고추덮밥(10,000원)입니다. 무엇보다 불맛이 제대로인 게 가장 마음에 들었고 고추, 파프리카, 양파, 피망의 아삭함이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매콤한 게 계속 밥을 부르는 맛이었습니다. 이거 추천입니다.
역시 두 번째 방문 때 주문한 능이버섯짬뽕(10,000원)입니다. 버섯의 식감과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이기는 했지만 저는 아무래도 맑은 국물의 짬뽕이 좀 어색했는데 같이 간 반려인은 야채짬뽕보다 이게 더 맛있었다고 하네요.
단무지와 양파, 춘장 등의 밑반찬은 여느 중국집과 비슷합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중국집 단골 디저트인 '빠스'도 제공되네요.
아,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틈틈이 마시면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자스민차를 줍니다. 요새 자스민차를 제공하는 중국집을 보기 쉽지 않은데 기본에 충실하네요.
짜장면과 짬뽕이 워낙 훌륭한 맛을 보여주었기에 짜장면과 짬뽕이 생각나면 다시 먹으러 갈 것 같지만 일단 다음에 갈 때는 깐풍가지나 맑은 짬뽕인 능이버섯짬뽕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능이버섯짬뽕도 괜찮기에 갈 때마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먹던 짜장면과 짬뽕맛이 그리운 비건들에게 마음 편하게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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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저는 세상에서 우리나라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모든 일에 열심인데도 노는 법을 잊어버린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일하고 또 일하고, 휴가를 받아서 놀러가서도 일을 생각하는, 일 중독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일이 없으면 불안하고 존재감을 상실한 것 같은 두려움에 떠는 불쌍한 민족입니다.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잖아요. 풍류를 알고 즐거움을 알고 그야말로 노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민족이었는데...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만나본 세계의 사람들은 얼굴색이 어떻든, 얼마나 잘 살든 간에 상관 없이 하나같이 삶의 즐거움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일에 찌들어 살고 있습니다. 아마 일과 돈만 뺏으면 자살해 버릴 사람들이 부지기수일겁니다.
여러분은 '논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부적응', '실패자', '백수'처럼 부정적인 단어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즐거움', '재미', '기쁨', '활력'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단연코 후자에 가깝습니다. 경제적인 여건만 되면 저는 평생 놀고 싶습니다. 놀거리도 많아요. ^^
저는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만 던져놓고는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놀러 다녔습니다. 서울에 살았는데도 동네 형들과 함께 뒷산으로 칡을 캐러 다녔고 싸리나무를 일정하게 꺾은 뒤 패를 갈라 칼싸움을 했으며 비석치기,
나이 먹기, 딱지치기 등을 하면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놀았습니다. 보통 때에는 다방구, 짬뽕(짬뽕공을 갖고 하는 손야구)을 하면서 놀았고 겨울에는 매일 눈싸움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근심 걱정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놀거리가 있었으니까요. 꼬붕도 했고 동네 골목대장도 해 봤습니다. 제 사회 기술과 리더십, 조직화 능력,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창의력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때 모두 형성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정신과 의사로 평생을 놀이 연구에 매달려 온 사람입니다. 그는 몇 달을 굶은 흰곰이 식욕을 누르고 썰매개와 노는 모습, 1966년 텍사스 대학교의 무차별 학살자였던 찰스 휘트먼이 평생 놀이에서 격리된 삶을 살았다는 점 등에 착안해 놀이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로 현대인의 행복과 성공이 놀이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100% 동의합니다.
이 책에는 놀이가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연습이며, 창의력의 원천이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을 아주 설득력있게 하고 있습니다.
놀이를 멈추게 되면 행동은 고정되고 새로운 것과 색다른 것에 관심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당연히 주변 세계에서 즐거움을 얻을 기회도 점점 더 줄어들게 되죠. 일찌기 아이작 아시모프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말이자 새로운 발견을 예고하는 말은 '유레카!'가 아니라 '재미있는데?'라고요.
놀이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입니다. 고유의 매력이 있으며 놀이를 하다보면 시간 개념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의식이 줄어듭니다. 언제든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고 한번 빠지면 계속 하고 싶어지죠. 이것이 놀이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우리는, 놀이를 잊어버린 우리는 어떻게 다시 '놀 수' 있을까요. 브라운 박사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1) 자신의 놀이 역사를 정리해보자.2) 자신을 놀이에 노출시키자.3) 자신에게 놀이를 허락하고, 초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 말자.4) 항상 재미있는 일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5) 몸을 움직이자. <- 요거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6) 두려움을 떨쳐내자.7) 놀이에 양분을 공급하자.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심리학 관련 책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도 있고요.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옛날에 하고 놀았던 놀이들을 떠올리면서 행복했습니다. 언젠가 사람들과 엠티라도 가게 되면 나이 먹기를 다시 해 보고 싶습니다. ^^
놀이를 통해 행복해지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책은 월덴지기의 강력 추천작입니다.
덧. 이 책은 흐름 출판에서 제게 선물한 책입니다. 이 소개글을 작성하는데 있어 아무런 사전 교감도 없었고 댓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선물한 것 뿐입니다. 100% 순수한 의도로 작성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흐름 출판에서 선물로 받은 책들에 대해 별로라는 소개글만 올리다가 모처럼 호평을 하게 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지기는 합니다. 모처럼 대박을 치시겠네요. ^^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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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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