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왔습니다. 원래 전체 일정이 1박 2일이기는 하지만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이틀 모두 참석하신다기에 직장을 지켜야 하는 만큼 저는 5월 1일 하루만 참석하고 당일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길게 늘어선 등록 대기줄이 싫어 7시 KTX를 타고 내려가서 셔틀 버스도 첫 차를 탔는데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는지 셔틀버스 기사분이 엉뚱한 곳에 내려주는 바람에 결국 시간 이득도 별로 못 보고 등록을 했죠. 다행히 등록 데스크가 꽤 큰 데다 전문회원은 따로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줘서 편하게 등록을 마쳤습니다. 미리 신청해 둔 도장과 신분증을 받고 사인도 등록을 했습니다.
행사장이 4월 말에 개관한 곳이라서 그런지 비까번쩍하고 좋기는 한데 임상 심리학회 회원들은 가까운데도 많이 오지 않았더군요. 아는 얼굴이 거의 없었습니다. 주로 건강 심리학회 회원들인 듯. ㅠ.ㅠ
오전에는 개회식과 '치료 사법'에 대한 심포지엄을 매우 큰 강당에서 진행했는데 제 관심 분야가 아닌지라 저는 숨어서 가지고 간 노트북을 이용해 내내 블로그 관리하고 포스팅하면서 놀았습니다. 죄송~ 무선 인터넷이 빵빵하게 잘 잡히더라고요. ^^
같이 일하는 선생님과 만나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예전부터 사려고 찜 해 놓았던 책을 몇 권 샀습니다. 학지사나 시그마프레스의 경우 학회 후원을 하면서 심리학 관련 서적을 현장 판매하는데 이게 할인폭이 꽤 큽니다. 신간의 경우에는 인터넷 할인도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학회 행사장에서는 평소에 보고 싶었던 책을 상당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거든요. 저는 어빈 얄롬의 '카우치에 누워서', '로르샤하 해석의 원리', '분노의 기술'을 샀는데 각각 17,000 원, 20,000 원, 15,000 원을 14,000 원, 15,000 원, 13,000 원에 샀습니다. 정가 총액 5만 2천 원인 책들을 4만 2천 원에 샀으니 1만 원이나 절약을 한 거지요. 학회에 참석하실 분들은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책을 사고 나서 2시부터 진행하는 집단동기강화상담 워크샵을 들으러 갔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나중에 의자를 더 가져와야 할 만큼 관심있어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신성만 선생님이 워낙 강의를 재미있게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청중의 무반응에 살짝 상처받으신 것 같은데 그리 예민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더군요. 제가 들어본 강의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재미있는 강의니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워크샵 내용으로는 제가 기대했던 것 만큼 얻은 것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managed care를 따르는 미국의 실정 상 어쩔 수 없이 개발된 만큼 우리나라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 같았습니다. 신성만 선생님이 번역하고 계시는 도박 중독자를 위한 메뉴얼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집단으로 모이는 것을 싫어라 하는 우리나라 도박중독자의 특성 상 개인 상담을 병행하면서 전 숙고 단계와 숙고 단계 양 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도박 중독자에게만 시험적으로 실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집단의 인원 수라든가, 지나치게 많은 worksheet의 양을 조절하는 문제, 같은 변화 단계에 있는 중독자들로만 homogeneous하게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냐하는 점 등등 짚어봐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고민을 많이 해야 하겠더군요.
저녁에 일이 있어 원로 선생님들의 강의와 만찬은 건너 뛰고 곧바로 KTX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KTX는 다 좋은데 50여 분 밖에 걸리지 않는 애매한 시간 문제로 잠을 자기에도 그렇고, 뭔가 책을 보기에도 그런, 어정쩡한 시간이 항상 문제에요.
* 좋았던 점
1. 식사를 부페식으로 하지 않은 점. 오전 심포지엄이 끝나고 수 백명이 한꺼번에 몰리는데 부페식이었다면 장사진이 되었을 것을, 미리 세팅을 해 둔 덕에 곧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 바로 옆에 식당을 배치한 것도 센스 만점!!
2. 두 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것이니 만큼 참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해 등록을 하는 booth를 대형으로 준비해 두었더군요. 별로 기다리지 않고 빨리 등록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3. 이것저것 별로 쓸데도 없는 기념품을 마구 뿌리지 않고 자료집과 유용한 플라스틱 가방 하나로 예산을 절감하려는 노력은 바람직 해 보였습니다.
* 아쉬운 점
1. 학회가 열린 컨벤션 센터가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이라서 셔틀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님들이 하나같이 정확한 장소를 모르더군요. 제가 첫 차를 탔는데 엉뚱하게 대전 엑스포 웨딩 컨벤션 센터에 내려주는 바람에 아침부터 생쑈했습니다. 다행히 학회 운영진과 통화가 되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곧바로 2호차도 거기에 사람들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황당했습니다.
2. 여전히 제대로 읽지도 않는 두꺼운 논문집을 자료집과 함께 주더군요. 개인적으로 논문집은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관련 포스팅 참조) 미안하지만 행사장에 버리고 왔습니다. 앞으로는 필요한 사람만 주던가, PDF파일로 배포했으면 좋겠습니다. 종이값이 아깝습니다. 너무 낭비잖아요.
3. 1박 2일 전일 참가하는 사람 위주로 편성을 했는지 하루만 참가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행사 진행 요원들도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택시를 타거나 꽤 먼 거리를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나가야 한다고만 안내를 하더군요.
4. 새 건물에 온도 조절도 잘 되는 것은 좋은데 행사장의 의자를 너무 다닥다닥 붙여놔서 옆에 앉은 사람과 간격이 좁더군요. 강의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꽤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5. 오후 심포지엄과 워크샵 장소에 대한 안내와 배치도가 눈에 띄지 않아 들으려는 워크샵 장소를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앞으로는 로비나 등록 데스크에 안내도를 설치하고 각 행사장에도 큼지막하게 안내문을 붙였으면 좋겠더군요.
6. 장소가 없어서 그랬을 것 같기는 하지만 행사장 벽 쪽으로 포스터 게시대를 다닥다닥 붙여놔서 주목성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게다가 신청자 중에서 포스터를 붙이지 않은 빈 곳이 많아서 볼썽 사나웠습니다. 그리고 신청하고 포스터 게시를 하지 않는 무책임한 회원에 대해서는 적절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뭡니까? 책임감 없이...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