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이 기획하고 루이 시호요스가 감독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루이 시호요스는 일본 타이지 지방에서 매년 자행되는 끔찍한 돌고래 살육 축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2010년 제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입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힘을 내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뿌리깊은 편견에 대한 도전장입니다.
나레이션은 미군 특수 부대에서 격투술을 가르치는 종합 격투기 선수인 제임스 윌크스가 맡았는데 그는 스파링 중 양쪽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후 회복과 재활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채식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됩니다.
시작은 가장 강인한 육체를 유지했던 고대 검투사들이 대부분 채식주의자여서 'Hordeari(콩과 보리를 먹는 사람들'라고 불렸다는 사실부터 시작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격투기 챔피언인 코너 맥그리거를 때려눕힌 디아스가 채식주의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육식주의자였던 맥그리거가 기자 회견장에서 디아스를 가젤에 비유하며 놀렸는데 결과는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이 20% 이하의 승률로 점쳤던 디아스가 맥그리거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팹니다.
그 밖에도 스콧 주렉(울트라 마라톤 선수), 칼 루이스(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도치 바우슈(전미 사이클 대회 8회 우승자이자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파트리크 바부미안(지구에서 가장 힘이 센 남자)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채식주의자죠. 속도와 지구력,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채식을 하는 전문 운동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이 소개됩니다. 대표적인 육식주의자였지만 채식주의자로 전향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인터뷰(세계적인 보디 빌더이기도 했죠)도 나오고요.
1,800년 대에 유스투스 폰 리비히라는 독일 화학자가 근력이 동물 단백질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무근(힘을 내는 건 단백질이 아니라 탄수화물임)이었는데도 그의 유명세 때문에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지금과 같은 미신으로 자리잡았죠.
사실 운동 능력은 혈류량을 늘려야 가능해지고 혈류량을 늘리는 건 혈관 내피입니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은 혈관 내피 기능을 약화시켜 오히려 운동 능력을 감소시키는데 이는 식후 6~7시간 동안이나 지속됩니다. 또한 동물성 음식에는 N-글리콜리뉴라민산, 내독소, 헴 철과 같은 염증성 분자들로 구성된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이들은 장의 미생물 균주에 악영향을 미치고 트리메틸아민산화물 같은 염증 매개체를 생산하여 염증 수치가 증가합니다. 당연히 염증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고요.
이 다큐멘터리에는 성욕과 관련있는 재미있는 연구도 소개됩니다. 남자 대학 운동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루는 동물성 식사, 하루는 식물성 식사를 하게 하고 그 날 밤 사타구니에 착용하고 자는 장비를 통해 수면 중 발기 횟수, 지속력, 강도 등을 평가했는데 식물성 식사를 했을 때 엄청난 차이로 모든 영역에서 스태미너가 강화된 걸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육식을 즐길수록 남성다움을 빨리 잃는거지요.
가끔 콩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아서 채식을 하면 여성화된다고 믿는 분들도 있는데 정작 콩에는 에스트로겐이 아닌 파이토에스트로겐이 들어있고 이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오히려 수치를 낮춥니다. 반대로 우유 등 동물성 음식을 먹으면 호르몬 레벨이 불안정해집니다. 이건 '우유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포스팅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죠.
제가 봤던 채식 관련 다큐멘터리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죄책감을 자극하지 않고 유용한 정보를 주면서도 재미있기까지 하거든요.
무엇을 드시고 있든지 상관없이 한 번쯤 보시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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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권의 책 중 하나인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The Ethics of What We Eat, 2006)'을 북 크로싱합니다.
반 평생을 유지하던 식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책입니다. 그 전부터 고민해 오던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impact가 큰 책이라는 거죠.
어떻게 사는 것이 윤리적인 삶인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책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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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님(독서 완료) : 12월 14일(신청), 12월 17일(독서 시작), 1월 3일(독서 완료)
- 식이님(독서 완료 & 보관 중) : 10월 28일(신청), 11월 15일(독서 시작), 12월 10일(독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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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책을 꼽아 보라면 한 권은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2000)'이고 다른 한 권이 바로 이 책 '죽음의 밥상(2006)'입니다.
이 책은 제가 2011년 6월 14일 전격적으로 채식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책이기도 합니다. 고기를 즐겨 먹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신이 주신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신조를 갖고 있던 제가 단칼에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책 한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몸소 실감하고 나니 무엇 하나 허투루 볼 수가 없더군요.
물론 제가 채식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작년부터 함께 살게 된 세 마리의 고양이들입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천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와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함께 쓴 이 책은 구성이 아주 단순합니다. 미국 가정을 대표하는 세 가지 식단을 차례로 분석하면서 그 안에 포함된 음식들을 추적하면서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다루는 것이죠. 세 가지 식단은 각각 정크 푸드를 포함하는 전형적인 현대적 식단(고기, 달걀, 유제품의 비중이 높은 Standard American Diet(SAD))이며 다른 하나는 채식을 위주로 한 잡식 식단이고 마지막으로 완전 채식 주의자인 비건 식단입니다.
과거 명절이나 되어야 겨우 맛 볼 수 있었던 고기를 우리는 너무 쉽게 싼 가격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축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니죠.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동물의 생존권을 박탈시키고 착취해야만 가능한 겁니다.
닭만 하더라도 A4 용지보다 적은 공간에서 기른 닭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서로를 쪼지 않게 하려고 마취제도 쓰지 않고 닭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리를 잘라버리고 달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털갈이를 위해 2주 이상 굶기고 도살할 때에는 상당 수의 닭들이 산채로 목이 잘리거나 뜨거운 기름에 튀겨집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지적이며 사회성이 아주 높은 돼지, 특히 암퇘지의 경우 평생을 새끼를 밴 상태로 보내게 되며 도살될 때에만 땅을 밟을 수 있습니다.
젖소는 또 어떻고요. 여건이 허락되면 서로를 핥거나 털을 손질해주면서 시간을 보내며 지적인 성취를 통해 희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한 동물인데 젖소 농장이란 것이 송아지를 키우는 것이 일이 아니라 우유를 파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송아지를 낳자마자 생이별을 시키고 절망에 빠진 어미소에게 착유기를 장착해 모유를 짜 냅니다. 그리고 송아지에게는 우유 분말에 녹말, 기름, 설탕, 항생제 따위를 섞어 만든 대체 우유를 먹이는데 이걸 먹이면 준임상적 빈혈증에 걸리게 됩니다. 일부러 이 병에 걸리게 만드는데 그래야 인간들이 좋아하는 연분홍색의 부드러운 육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 대목을 읽을 때 제가 인간인게 다 혐오스러워지더군요).
네 발 달린 동물이 아닌 물고기는 괜찮을 것 같지요? 연어의 경우 대부분 양식 연어인데 도살하기 7일 내지 10일 정도 통상적으로 굶깁니다. 장을 완전히 비우고 혹시라도 사료를 통해 감염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죽일 때에는 어떻게 하냐하면 그냥 물 밖으로 끌어내서 질식시켜 죽입니다. 무려 15분이나 걸립니다. 많은 어류학자들이 모든 실제적 관점에서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데 동의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렇게 도살된 연어 초밥을 맛있게 먹고 있죠.
세상에 나쁘게 태어난 사람들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윤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합니다. 동물이 착취당하고 고통받으면서 죽임을 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댓가로 희생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싼 물건, 싼 고기, 싼 해산물을 사고 싶어하는 것이죠.
인도적 육식주의자라는 분류가 있습니다. 윤리적인 기준을 통과한 육식만 하는 것이죠. 문제는 그 인증 시스템이라는 것이 자본에 취약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 기준이라는 것도 제가 볼 때에는 너무 느슨하고 임의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요. 그래서 안 먹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육식을 하지 말고 대신 채식을 하자는 식의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밀접하게 관련된 이슈인 공정 무역과 로컬 푸드 운동, 환경 보호 운동까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부가 많이 되는 책이죠. 특히 동물윤리문제까지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게 온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더 이상 동물을 음식이나 물건으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동물이 세상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으며 동물들이 느끼는 고통과 즐거움과 같은 감정을 생생하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육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체(표현이 과격해 죄송하지만 사실 아닙니까?)를 보면 그 동물이 도살될 때 느꼈을 고통이 느껴지기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셋째, 단순히 육류, 해산물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 뿐 아니라 자연적인 음식이 아닌 합성 물질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능한 모든 음식물을 유기농, 친환경으로 구입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환경에 가장 적은 해를 미치는 식으로 재배된 것만을 먹습니다. 유전자 조작(GMO)된 음식도 피하고요. 공장에서 나온 간식거리를 먹을 일이 거의 없더군요.넷째, 환경 보호를 위해 더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분리 수거는 더욱 철저히 하고 4층 이하는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고 일회용품은 극도로 사용을 자제(텀블러 사용, 이면지 발생 최소화)하는 등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도록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동물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를 위해 모피 및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원, 동물 서커스 등 자연적인 동물의 특성을 억압하고 인간의 즐거움이나 유익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어떠한 제품, 활동도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꼭 제게 큰 영향을 미친 책이라서가 아니라 한번쯤 인간이 자연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윤리적인 삶인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셨으면 하는 좋은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이 책을 번역한 번역자는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 책을 번역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번역자가 번역하는 책의 내용에 찬동할 필요는 없다해도 내용을 반박하고 싶으면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대로 읽고 번역한 것 맞나요? 뜬금없는 소리를 늘어놓은 역자 후기 때문에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역자 후기는 읽지 말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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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부터 채식을 그야말로 단행했으니 이제 한 달 남짓 지났습니다. 어제가 제 생일이었기 때문에 기념 포스팅을 해 둔 것인데 오늘에야 올리네요.
Vegan으로서의 완벽한 채식은 아니지만 그동안 육고기, 해산물을 전혀 먹지 않았고 우유와 달걀도 선택해서 뺄 수 있는 한 최대한 빼고 먹었습니다. 계속 Lacto-ovo 상태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커피는 라떼를 포기하고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비빔밥을 먹을 때에도 계란 프라이는 빼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 먹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오히려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물 요리가 많은데 거기에 육수가 기본이거나 멸치로 국물을 내는 경우가 많더군요. 빼고 자시고 할 수가 없는 상태니까요. 게다가 쇠고기 베이스 조미료는 또 어떻고요. 결국 채식주의자는 집에서 자기가 음식을 해 먹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조언이 실감나더군요. 그래서 요새는 샐러드와 빵을 싸 갖고 다닙니다. 덕분에 아침 식사 비용은 현저히 줄었네요. ^^
아직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채식의 장점을 말하기에는 턱도 없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일단 속이 부대끼지 않습니다. 포만감을 느끼게끔 많이 먹지도 않지만 많이 먹어도 금방 소화가 되고 배출도 빠르기 때문에 항상 속이 편안하고 그러면서도 허기지지 않네요.
그리고 화장실 문제(?)는 해결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그 쪽 문제가 없지만 변비, 설사 문제는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변에서 냄새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모두 식물성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채식을 하면 피부도 깨끗해진다는데 지금이 더운 여름철이기도 하고 제 피부 상태는 웬만해서는 호전이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기대는 안 합니다. ㅠ.ㅠ
장마철이라서 유산소 운동을 거의 2주 동안 못 했는데도 칼로리 섭취 자체가 줄어서 그런지 살은 거의 찌지 않고 오히려 몸이 더 슬림하고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근육 운동도 별로 못 했는데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히 심리적인 잇점이 더 큰데 무엇보다 신경질이 많이 줄었고 성질이 더 느긋해졌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도 거의 없고 뭐랄까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욕심도 많이 줄었고 식탐은 말 할 것도 없지요.
요새는 일부러 식당에 갈 때마다 채식주의자라고 밝힙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식당들도 채식주의자용 메뉴를 개발할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요. 그래도 요새는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도록 동물성 단백질 재료를 빼거나 대체 재료로 넣어서 요리를 해 주는 친절한 식당들이 많아져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채식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제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가끔 포스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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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채식주의자가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의 차원에서 이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어렸을 때를 회상해보면 제 동생은 육식주의자, 저는 채식주의자로 불려도 마땅한 식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깃국에 들어간 고기는 도저히 먹지 못했고 기껏해야 양념을 듬뿍한 양념 불고기나 몇 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기를 꺼려했고 치킨도 잘 안 먹었으니까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신이 주신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고기도, 생선도 먹기 시작했지만 그리 즐기지는 않는 편이었습니다. 고기 생각이 나서 찾아먹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부터 고기,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세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고 동물과의 교감을 경험하면서 그런 거부감이 점점 커지더군요. 결정타는 최근에 읽은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이었습니다.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제 가치관과 배치된다는 것을요.
종교적인 이유로, 환경 보호를 위해, 동물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경제적으로 생산적이지도 않아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등 이유를 대자면 엄청나게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제 삶의 가치관과 맞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동물성 단백질을 먹기가 싫습니다.
최종 목표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Vegan이 되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단계적으로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단계가 맞는지도 잘 모릅니다. 해 보면서 계속 조정하려고 해요.
1단계. 포유류 및 조류의 고기 및 육가공품 섭취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모든 종류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섭취 및 햄, 베이컨, 소시지, 치킨 너겟 등의 가공품을 먹지 않음
-> Pesco Vegetarian
2단계.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의 섭취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생선으로 만든 모든 요리(매운탕, 회 등), 오징어, 낙지, 게, 새우, 조개 등을 먹지 않음
3단계. 포유류, 조류의 고기 및 육가공품, 어류, 갑각류, 연체 동물 등 모든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안 한다
: 잡식주의자와의 식사 자리나 회식에서도 그 사실을 미리 공개하고 채식주의를 유지함
-> Lacto-ovo Vegetarian
4단계. 식단의 모든 식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른 유기농, 친환경으로 유지한다
5단계. 유가공품의 섭취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우유, 달걀, 치즈, 버터, 꿀의 섭취를 하지 않음
6단계.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Vegan이 된다
7단계. 6단계를 자체 생산, 조달한다.
순조롭게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한 단계가 진행되어도 여행 기간 동안에는 채식주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예외를 인정하고 현지에서 최대한 채식주의를 하도록 노력을 하는 선에서 절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채식을 하기가 더 쉬울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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