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시가지 광장을 관광 명소로 만든 일등 공신 중 하나인 천문 시계(Orloj)는 구시청사 탑의 외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위치는 바로 요기입니다. 틴 성당을 등지고 구 시가지 광장의 오른 쪽 끝으로 돌자마자 나오죠. 매 시 정각마다 사람들이 이 시계를 보려고 몰려들기 때문에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저희가 갔을 때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주말 낮 시간에 가면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꽉꽉 들어찹니다.
1410년에 만들어진 이 시계는 천부적인 시계공인 미쿨라쉬가 제작을 했고 프라하 대학의 수학 교수였던 하누스(Hanus)가 발견했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지만 매우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천문 시계에 대한 소문이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주문이 쇄도했는데 프라하 시가 시계를 독점하기 위해 시계공을 그만 장님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눈이 먼 시계공이 이 시계에 손을 대자마자 시계가 멈추었는데 400년 동안을 멈추었던 이 시계가 다시 움직인 것은 1860년부터라고 하네요. 사연이 참 신기하죠?
보시는 것처럼 이 천문 시계는 상당히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개의 시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에 있는 시계는 '칼렌다륨'이라고 하는데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한다고 합니다. 시계 가운데에 있는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이 돈다는 의미로 그 당시의 학설인 천동설을 나타냈죠. 파란색은 아침부터 저녁까지를, 황토색과 검정색은 각각 새벽과 밤을 의미합니다. 가운데 원의 가장자리에 새겨진 문장은 별자리를 나타냅니다.
아래에 있는 시계에는 바늘이 없는데 열두 달을 묘사하는 시계로 '플라네타륨'이라고 합니다. 계절에 따라 보헤미아 사람들의 농경 생활을 주제로 만든 일종의 달력이죠. 자세히 보면 원 가장자리의 흰 부분에 촘촘히 씌여진 글씨가 있는데 이는 체코 성자의 이름으로 하루에 하나씩 움직입니다. 바늘이 가리키는 이름이 바로 '오늘의 성자의 이름'이죠.
시계의 주변에는 의미가 있는 인형들이 달려 있습니다. 거울 든 인형은 '향락 추구'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매 시 정각이 되면 보시는 것처럼 작은 창문으로 인형 닭이 나타나면서 종소리가 울립니다.
죽음의 사도를 상징하는 해골 인형이 줄을 당기면서 종을 흔듭니다. 옆에 있는 기타를 치는 터키인 인형은 인간의 정복욕을 상징하는데 인간의 부나, 정복욕, 각종 욕심 등이 죽음 앞에서는 모두 부질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양쪽의 작은 창문이 열리면서 그리스도의 12제자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사람들마다 카메라와 캠코더에 이 모습을 담느라고 정신이 없죠. 매우 짧은 시간(대략 14초 정도)이기 때문에 금방 끝나는데 조금 허탈하기도 합니다.
천문 시계가 움직이는 매 시 정각에는 프라하의 모든 소매치기가 몰려나온다고 합니다. 모두들 시계만 쳐다보느라고 정신이 없기 때문에 작업하기가 좋겠죠. 그래서 모든 여행 가이드마다 가방을 앞으로 매거나 귀중품을 손으로 잡고 있으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저희만 하더라도 관광객도 아니고 가이드도 아닌데 손에 짐이 없는 백인 남자가 주위를 배회하다가 종소리가 나자 저랑 함께 사는 사람의 뒤로 붙더군요. 낌새가 이상해서 제가 사진을 찍는 동시에 곁에 가서 서 있으니까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안 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소매치기가 의심스럽네요. 체코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소매치기가 가장 큰 위협이니 매사에 소지품에 주의를 하셔야겠습니다.
천문 시계를 보고 나서 까를교로 향했습니다. 쭈욱 길 따라 내려가면 됩니다.
볼 때마다 느꼈지만 건물이 참 예쁩니다. 체코의 건물들은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서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가 없고 건물을 지을 때 하자가 생기면 전적으로 시공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매우 튼튼하게 짓는다고 합니다. 고칠 일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죠.
건물을 사진 찍으면서 내려가다 뷰 파인더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이 매달린 줄 알았거든요. 줌으로 당겨서 보니 아니었습니다. ^^;;;
작은 광장 한 쪽에 수동으로 물을 길어올리는 옛 펌프를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이 물을 길어다 사용도 했을테고 나그네의 마른 목을 축이기도 했겠지요. 지금은 저희같은 여행자만 주목하는 쓸쓸한 모습입니다. 그러고보니 텔츠에서도 비슷한 펌프를 보았었네요.
토키나 11-16 광각 렌즈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사진이네요. 지나치리만큼 건물 앞으로 다가가서 찍은 사진인데도 옆 건물까지 모두 잡힙니다.
체코 사람들은 창가에 화분을 놓고 꽃을 가꾸는 사람들이 무지 많습니다. 이 화분은 지나가다 재미있다고 생각되어 한 장 찍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묵었던 호텔에서 까를교로 가는 지름길은 따로 있는데 헤매면서 익숙해진 길이라 나중에도 저도 모르게 이 길로만 계속 다니게 되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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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wake up call을 부탁했는데 역시나 6시에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시차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더군요. -_-;;;
준비하고 7시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U Tri Bubnu의 식당은 reception desk 바로 옆에 있는데 작은 카페 같은 분위기입니다. 벽에는 프라하를 그린 그림과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고 작은 창문으로 밖이 내다 보입니다.
대부분의 작은 유럽 호텔처럼 부페 스타일로 아침을 먹을 수 있습니다. 빵, 버터, 치즈, 햄, 소시지 등이 있고 과일도 있습니다. 서양인들이 많이 먹는 시리얼도 있고 음료는 커피와 오렌지 쥬스, 그리고 우유가 있네요. 소박하면서도 간결합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빵은 다양한 쨈을 얹은 것인데 많이 달아서 맛을 보는 의미로 한 개만 먹었습니다. ^^;;; 저는 주로 바게뜨를 썬 빵에 버터와 치즈를 발라서 햄을 얹은 뒤 먹었습니다. 소시지와 커피가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배낭 여행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가져가는지 식당 밖으로 반출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벽에 붙어 있더군요.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정겹습니다.
아침을 먹고 7시 30분쯤 길을 나섰습니다. 프라하 첫 아침의 산책 코스로 구시가 광장을 가로질러 화약탑까지 가볍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몸에 열이 많은 제가 쌀쌀하게 느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추울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이라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점퍼에 목도리로 무장한 사람도 보입니다. 호텔에서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카프카 생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엄청 찾아다녔지요.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더니 꼭 그 짝~
어느 체코 여행 가이드에는 체코 사람들이 부지런하다고 되어 있던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체코 사람들 별로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9시가 되어도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요. 부지런한 사람들은 환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가게 문도 늦게 열고 일찍 닫습니다. 주말에 관광객이 북적거릴 때에나 가게 문을 늦게 여는데 그것도 10시 정도면 닫아요. 10시 이후에는 도대체 밥을 먹을 데가 없습니다. -_-++
해는 이미 떴습니다. 6시 40분 쯤 뜨는 것 같더군요. 성 미쿨라쉬 교회와 틴 성당이 보입니다. 아침에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네요.
밤에 조명을 받을 때에도 그러더니 성 미쿨라쉬 교회는 햇살에도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납니다.
광장 오른쪽 한 켠에는 구 시청사가 있습니다. 골목을 돌면 유명한 천문 시계가 있는데 이건 조금 있다가 보기로 하고...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지 광장은 조용합니다. 저희처럼 일찍 깬 관광객들만 몇 명 돌아다닐 뿐 적막합니다.
광장 한 켠에 있는 얀 후스 동상(Pomnik Jana Husa) 동상입니다. 어제는 밤이 너무 늦어 자세히 못 보았죠. 얀 후스는 종교 개혁자이자 체코의 영웅으로 숭앙받는 사람입니다. 그의 순교일인 7월 6일은 체코 국경일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마틴 루터보다 100년이나 먼저 종교 개혁 운동을 시작한 인물로 1415년에 화형에 처해졌는데 이 동상은 서거 500주년 기념으로 1915년에 제막되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소원의 벽'이라고 해서 소원을 담은 종이가 동상 밑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동상 주위로 화초를 심어 놓아 안으로 들어갈 수 조차 없어요.
동상의 얼굴은 실제 얀 후스의 얼굴이 아닌데 그의 생존 모습이 어떤 것으로도 남겨져 있지 않아 체코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성자다운 모습을 상상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상에 새겨진 글귀는 "진실을 사랑하고 말하고 지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틴 성당 방향으로 가다가 광장 맨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첼레트나(Celetna) 거리가 나옵니다. 첼레트나 거리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인데 지금은 귀금속점, 크리스털 전문점 등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쇼핑의 거리로 유명합니다.
멀리 화약탑이 보이네요. 외국에 나오면 동양인들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말을 들어봐야 알지만) DSLR을 갖고 다니는 동양인이라면 70% 이상의 확률로 한국인입니다. 이 날도 아침부터 DSLR로 중무장한 젊은 커플이 종종 걸음으로 우리를 앞서 가더군요. 한국인이라고 확신합니다. ^^
이른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인적이 거의 없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 참 묘합니다.
오른쪽의 건물이 시민회관인데 뒤에서 본 모습입니다. 화약탑과 거의 붙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화약탑(Prasna brana)은 구시가로 통하는 13개의 출입문 중 하나였던 문으로 높이가 65m에 이릅니다. 원래 대포와 화약을 저장하는 탑으로 시가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 진지 개념으로 만들어졌으나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일종의 랜드마크(landmark)의 역할을 하고 있죠. 가까이서 보니 위용이 실로 대단합니다.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화약탑을 지나 화약탑과 시민회관을 한 앵글로 잡아 보았습니다.
화약탑을 지나면 왼편으로 일명 '국민의 거리'로 불리는 보리수 나무길이 시작되고 오른편 길을 따라 내려가면 까를교가 나옵니다.
시민회관(Obecni Dum)은 아르누보 형식의 건물로 콘서트홀, 전시장, 레스토랑 등 500여개의 공간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 돌아보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구시가 광장에서 화약탑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직 가게문은 열지 않았지만 진열장은 불을 밝혀두어 화려한 크리스탈 세공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돌아오니 그 사이 구시가 광장이 한결 더 환해졌네요. 왼쪽의 탑이 구 시청사 건물, 중앙에 성 미쿨라쉬 교회, 오른쪽에 얀 후스 동상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호텔에 들러서 돌아다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천문 시계탑을 보기위해 9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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