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10/06 [서적]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Philosophers in Conversation, 2002)
- 2016/11/06 [서적] 철학을 권하다(Philosophy for Life, 2012) : 삶을 사랑하는 기술
- 2015/03/02 [북 크로싱]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2010)(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 2015/02/28 [서적]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Thinking of Answers, 2010)
- 2014/11/15 [북 크로싱]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2010)(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 2014/11/06 [서적]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2010) (2)
- 2014/02/22 [서적]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2009)
- 2014/02/20 [서적]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2007)
- 2014/01/04 [서적] 폭력이란 무엇인가(Violence : Six Sideways Reflections, 2008)
- 2013/11/28 [서적]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
- 2013/10/04 [서적] 당혹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 : 신을 찾아가는 철학적 사색의 길(1977)
- 2013/03/29 [서적] 피로사회(Mudigkeitsgesellschaft, 2010) (2)
- 2013/01/12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 (10)
- 2012/12/23 [서적] 자발적 가난 :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Less is More, 2010) (2)
- 2012/12/02 [서적] 핀란드 디자인 산책(Design Finland in My Perspective, 2009) (2)
- 2012/10/25 [서적] 꿈꾸는 황소(Etre the Cow, 2010) (2)
- 2012/03/22 [서적]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3)
- 2012/02/04 [서적] 인생이 왜 짧은가 : 인생의 여가를 찾는 오래된 질문(2005) (2)
- 2011/08/24 [북 크로싱]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2005)(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 2011/08/20 [서적]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2005)
- 2011/07/23 [북 크로싱] 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2009)(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6)
- 2011/07/21 [서적] 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2009) (2)
- 2010/12/16 [북 크로싱]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 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2008)(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6)
- 2010/11/27 [서적]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 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2008)
- 2010/07/30 [북 크로싱] 철학 콘서트(2006)(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 2010/07/22 [서적] 철학 콘서트(2006)
- 2010/07/11 [북 크로싱] 일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책(2001)(보관 중) (23)
- 2010/07/09 [서적] 일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책(2001)
- 2010/07/03 [서적] 게으름에 대한 찬양(In Praise of Idleness, 1997) (2)
- 2008/08/10 [북 크로싱] 걷기의 철학(2007)(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6)
- 2008/08/10 [서적] 걷기의 철학(2007)
- 2007/09/20 [서적]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du Bon Usage de la Lenteu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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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돌베개 출판사의 책이라서 별다른 의심없이 주문했다가 발등을 찍힌 책입니다.
하버드 대학에는 학부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철학잡지인 '하버드 철학 리뷰'가 있습니다. 1991년에서 2001년까지 10년 동안 이 잡지의 편집인이었던 학부생들이 당대를 풍미하던 철학자(대부분 하버드 철학과 교수지만)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그걸 강유원, 최봉실 선생이 번역했고요. 참고로 번역은 잘 되었습니다.
이 책에 인터뷰가 실린 철학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움베르토 에코 : 기호학과 실용주의
* 리처드 로티 : 형이상학 이후의 문화를 향하여
* 코넬 웨스트 : 행위에 대한 철학적 신념
* 스탠리 카벨 : 철학의 생에 대한 성찰들
* 알렉산더 네하마스 : 철학적 삶에 대하여
* 존 롤스 : 롤스를 기록하다
* 하비 맨스필드 : 정치철학에 대하여
* 앨런 더쇼비츠 : 법철학에 대하여
* 핸리 앨리슨 : 사적이면서도 전문적인
* 마이클 샌델 :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하여
* 윌러드 콰인 : 논리, 과학, 철학에 대한 전망
* 코라 다이아몬드 : 해는 몇 시에 뜨는가?
* 피터 웅어 : 과학과 철학의 가능성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현대 철학의 흐름과 수록된 철학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움베르토 에코, 알렉산더 네하마스, 존 롤스, 마이클 샌델, 이렇게 네 사람 뿐이네요. 그나마 대표 저작만 겨우 읽었을 뿐이고요.
제 생각에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철학 전공자이거나 최소한 철학에 대한 상당한 소양을 쌓은 사람들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중간보다 앞쪽에 실린 하비 맨스필드의 인터뷰를 읽은 다음에는 영 기분을 잡쳐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하비 맨스필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엘리트 우파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소개되고 있지만 제가 볼 때에는 그냥 인종차별주의자에 안티 페미니스트인 마초 꼰대입니다. 이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하여간 현대 철학에 대한 교양을 쌓기 위해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는 일반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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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소개드린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2015)'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죽음을 맞이하는 새로운 시각을 다루고 있다면 철학자인 줄스 에반스의 이 책은 표지에 있는 것처럼 삶을 사랑하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삶이라는 어찌보면 양 극단에 놓여 있는 두 운명이 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끈처럼 연결되는 걸 보면서 이상한 데자뷔를 느꼈습니다.
일부러 이 순서로 읽은 건 아닌데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다음 책으로 이 책을 고른 걸 보면 사람의 무의식이란 게 참 무서워요.
줄스 에반스는 고대 철학자의 고전을 현대 생활에 접목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저널리스트이자 철학자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리스, 디오게네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뿐 아니라 에픽테투스, 에피쿠로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다소 낯선 철학자들까지 총 출동합니다. 거기에 스토아 학파, 이오니아 학파, 쾌락주의, 회의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 사조들도 소개됩니다.
이 책의 특이점은 철학 관련 책인데도 유독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앨버트 엘리스와 아론 벡, 대니얼 카네만, 마틴 셀리그만 등이 등장하고 그 밖에도 심리학 전공자라면 아주 익숙한 다양한 심리치료와 심리학 이론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이는 아마도 저자가 대학 졸업 후 우울증과 PTSD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성공적으로 치유하면서 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가 예전에 비판적으로 포스팅했던 랜드마크 포럼(관련 포스팅 :
'랜드마크 포럼을 조심하세요')도 소개하고 있더군요. 제목만 보고 당연히 철학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심리학과 접목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철학과 심리학의 접목이 살짝 어색한 부분도 있고 저자의 지나친 심리학적 해석 편향이 거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철학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고 피하고 싶은 분들이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이어서 읽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닫기
* 행복의 철학은 모두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가치와 믿음, 판단과 관련이 있다. 소크라테스가 주장했듯, 혼자서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든, 이런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답을 선택하는 일은 그 자체로 좋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이런 과정을 억압하거나 소위 '전문가들'이 고안한 행복의 조립식 모델 속에 국민의 행복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자율성과 추론능력과 선택을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중요한 조건인데 말이다.
* 에픽테토스는 '회복탄력성'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투성이 삶을 이용했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능력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어떻게 불확실성과 억압을 극복하고 평정심과 강한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에픽테토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라고 대답한다.
*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믿을지 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그 누구도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것을 믿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항하는 방법만 안다면 아무도 우리를 세뇌시킬 수 없다.
*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잘못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우리의 책임이다.
* 세네카는 화로 이어지는 가장 큰 오류는 아마도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일거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가 화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면 그 치유법은, 기대를 낮추고 기대를 좀 더 현실에 맞추도록 노력해서 이 세상에 실망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가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쾌락은 일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편견 탓에, 아니면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서 이해하는 것처럼 방탕한 쾌락이나 관능적인 쾌락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쾌락이란 신체에 고통이 없고 영혼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즐거운 삶이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든 회피하든 그 근거를 찾고, 영혼을 잠식하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서 얻을 수 있다.
* 견유주의자로 살려면 남들이 비웃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에 둔감해져야 한다.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여길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남들이 인정하지 않을까봐 너무 두려워한다. 그 결과 불안해지고 불행해지며 진짜가 아닌 삶 속에 갇힌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숨기지 말고 남들이 비웃거나 조롱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도록 단련함으로써 독립적인 개체로 서야 한다. 견유학파 철학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마틴 셀리그먼과 그의 정치적 후원자들은 '객관적 과학'을 정립하면서도 도덕적 가부장주의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열망을 담아 '도덕적 판단', '윤리적 논쟁', '자유로운 선택'은 쏙 빼버린 채 좋은 삶의 모델을 만들었다. 내가 보기에 그 세 요소는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측면들인데 말이다.
* 나는 진정한 관계, 진정한 우정, 진정한 철학 공동체는 작고 친근한 규모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세계에는 인간관계를 자동화된 설문으로 대체하고 국민의 자율성을 희생하는 대신 '행복 전문가'들에게 너무 많은 권위를 주는 기계적이고 수단화된 행복의 정치학이 등장할 위험이 있다. 내가 소망하는 것은 좋은 삶에 대한 고대의 개념과 현대의 다원적이고 자유민주적인 정치 사이에서 더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다. 행복은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실증적 과학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개념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고, 만일 행복이 그런 거라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지루한 곳일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행복에 대한 철학적 접근법의 다원성을 탐구하고, 국민을 동등하게 대화에 참여시킬 수 있는 합리적 성인으로 대해야 한다. 실제적 추론과 균형을 이루는 실증주의, 인문학과 균형을 이루는 과학, 좋은 삶은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공식적인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강제로 행진해야 하는 한 덩어리의 대중이 아니라 좋은 것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돕는 친구들의 모임, 그것이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다.
* 소크라테스적 전통의 미덕은 자제, 합리성, 자기의식, 중용이다. 소크라테스적 전통에서는 정신에 위계가 있다고 보는데,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이 최상위에 있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욕구와 관련된 부분이 최하위로 여겨진다. 디오니소스적 전통은 소크라테스적 전통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방식을 찬양한다. 소크라테스가 합리성과 중용을 설파할 때, 디오니소스는 중용과 통제를 넘어서라고 부추긴다.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힘을 찬양하고, 춤을 추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술에 취했을 때 느끼는 활기와 즐거운 삶을 찬양한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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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대중 철학자인 앤서니 그레일링이 쓴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Thinking of Answers, 2010)'을 북 크로싱합니다.
철학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종횡무진 다루고 있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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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대중 철학자인 앤서니 그레일링이 쓴 책입니다. 저자가 제목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선택에 따라 살고 이를 통해 좋은 것(그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역시 철학)을 이루도록 자극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철학은 사실 모든 질문에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어떤 질문에는 답이 없고, 어떤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과학적, 미학적, 심리학적 영역에 속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학적 주제와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철학적인 주제가 되면 안 되는 이유란게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 우리가 행복하면 선해질까? 그리고 우리가 선하면 행복해질까?
* 어떤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행동이 완벽해야 그 문제에 대해 윤리적 관심을 표명할 수 있을까?
* 윤리도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 과정에서 나왔을까?
*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일까?
*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불행을 겪거나 피해를 입는 일이 가능할까?
* 칭찬이 상보다 큰 보상일까?
* 무엇이 뉘우치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다위니즘이 종교적 믿음과 양립할 수 있을까?
*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 사실을 아는 것과 방법을 아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 개인을 삶의 어느 시점에서나 과거의 그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 성형수술의 가치를 의심하는 것이 정당할 때는 언제일까?
* 나쁜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용인될까?
* 위선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위선적이지 않을까?
*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 시민의 자유는 왜 중요할까?
* 범죄자와 불량배에 맞서 '나서는 것'이 현명할까? 그러는 것이 도덕적 의무일까?
* 스포츠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왜 그렇게 나쁠까?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을 종횡무진하면서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기저기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은데,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주제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지적 자극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철학적인 접근을 하기 보다는 저자 개인의 종교관, 도덕관, 사회관, 가치관을 강요하는 듯 강한 어조로 밀어부치는 글이 많아서 읽으면서 썩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강요받는 느낌을 주는 글을 아주 싫어라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꼈을 수 있으니 직접 읽으면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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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는 진실을 말해 나를 도울 때와 거짓말을 해 나를 도울 때를 아는 사람이다.
* '도덕적(moral)'이라는 말과 '윤리적(ethical)'이라는 말은 각각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왔는데 '윤리'는 어떤 도덕 체계에 들어 있는 개념과 원리를 철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개인이나 조직이 삶과 행동의 규범으로 채택한 일련의 원칙과 태도, 목적, 기준이다. 이에 비해 '도덕'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의무와 책임, 결과와 의도 같은 본질적 문제를 다루며 옳거나 좋은 행동과 의도에 관한 것이다. 윤리가 도덕보다 범위가 넓다.
* 분명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 역사에서 언제나 열렬한 도덕주의자들은 최선이 아닌 것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선에 방해가 되었다.
* 니체는 부당한 비난보다 과분한 칭찬이 우리를 더 곤란하게 한다고 했다.
* 일단 윤리적 테두리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되도록 빨리 형상화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험담하지 마라.
* 아이자이어 벌린은 소극적 자유를 선호했는데 적극적 자유는 국가가 시민에게 가장 이익이 될 거라고 믿는 행동을- 따라서 모든 시민이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도, 시민들 각자가 실제로 그것을 욕망하든 욕망하지 않든 -처방하고 심지어는 강요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극적 자유는 사람들이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선호하도록 남겨두어야 할 영역을 규정한다. 그것은 존 스튜어트 밀이 깊이 숙고해서 제시한 자유의 고전적 개념이다.
* 개인의 부를 그 사람이 쓰는 것으로 평가해야지 그가 가진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이 짧은 인생에서-인간의 평균수명이 1000개월도 안 된다는 것을 지칠 줄 모르고 지적해야 한다-부는 경험이고 노력이고 즐거움이고 에너지다.
* 부자의 정의가 돈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충분히 가진 것'임을 아는 사람이 너무도 적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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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선생이 2010년에 낸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2010)'을 북 크로싱합니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을 짝짓기 한 뒤에 그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통해 철학적 사상을 풀어내는 독특한 구성의 책입니다.
한 권의 책에 심오한 철학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참 쉽게 씌였기 때문에 철학 맛보기 책으로 그만입니다. 게다가 훌륭한 시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각 장마다 좀 더 깊이있는 독서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추천 서적까지 실어 놓았네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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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가마타 히로키 교토대 교수가 쓴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14권의 과학 고전을 선별하고 뒷 이야기를 통해 각 책의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내면서 매 장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양서까지 추천하는 좋은 책이었죠.
오늘 소개하는 강신주 선생의 이 책이 이와 흡사한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내용이 철학이고 시를 통해 풀어낸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죠.
1. 기쁨의 연대 - 네그리와 박노해
2. 언어의 뼈 -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3. 사유의 의무 - 아렌트와 김남주
4. 삶의 우발성 - 알튀세르와 강은교
5.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시즘 - 바타이유와 박정대
6. 소비사회의 유혹 - 벤야민과 유하
7. 무한으로서의 타자 - 레비나스와 원재훈
8. 망각의 지혜 - 니체와 황동규
9. 미시정치학 - 푸코와 김수영
10. 대화의 재발견 - 가라타니 고진과 도종환
11. 밝음의 존재론 - 하이데거와 김춘수
12. 주름과 리좀의 사유 - 들뢰즈와 최두석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14.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 - 아도르노와 최명란
15. 해탈을 위한 해체론 - 데리다와 오규원
16.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 - 아감벤과 한하운
17. 육화된 마음 - 메를로 퐁티와 정현종
18. 포스트모던의 모던함 - 리오타르와 이상
19.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 - 바디우와 황지우
20. 인정에 목마른 인간 - 호네트와 박찬일
21. 한국 사유의 논리 - 박동환과 김준태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철학 사상가와 시인을 짝지었습니다. 총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이 등장합니다. 그 연결의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저자가 시집도 꽤나 읽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책을 쓰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거든요.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에서처럼 나중에 읽기 위해 찜해 놓을 책들을 여러 권 건졌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철학을 곁눈질만 하는 문외한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다는 겁니다. 강신주 선생도 글을 쉽게 쓰는 재주가 있어서 참 고맙더군요. 모쪼록 남모를 고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건 이제 그만두고(그들을 돕는 일은 저 같은 상담자들에게 맡겨두고), 본업인 철학 분야에서 좋은 책을 많이 써 주기를 바랍니다.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고 훌륭한 시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당쓸고 돈 줍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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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너무 어려워서 읽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 하는 진정한 이유는 시나 철학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을 동요시키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민중 아닌 다중의 논리가,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를 통해 언어에는 뼈가 있다는 사실이, '아렌트와 김남주'를 통해 사유는 곧 의무라는 판단이, '알튀세르와 강은교'를 통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이,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의 비밀이, '벤야민과 유하'를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논리가, '레비나스와 원재훈'을 통해 기다림의 신비가, '니체와 황동규'를 통해 망각의 지혜가, '푸코와 김수영'을 통해 자발적 복종의 무서움이, '고진과 도종환'을 통해 타자로의 비약이 지닌 신비가, '하이데거와 김춘수'를 통해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들뢰즈와 최두석'을 통해 마주침과 주름의 논리가, '사르트르와 최영미'를 통해 애무와 섹스의 비밀이, '아도르노와 최명란'을 통해 교환 불가능성에 대한 통찰이, '데리다와 오규원'을 통해 죽음과 삶의 관계가, '아감벤과 한하운'을 통해 생명 정치의 무서움이, '메를로-퐁티와 정현종'을 통해 사랑과 고독의 진실이, '리오타르와 이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가, '바디우와 황지우'를 통해 사랑의 내적 구조가,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투쟁의 심리학이, '박동환과 김준태'를 통해 한국 사유의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 촛불 집회에 반복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참가자들은 네그리가 말한 것처럼 '공통되기(becoming common)'를 경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과 힘을 주면서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분리시키고 단절시켰던 간극을 극복하고 공통적인 연대의 가능성을 처음 맛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경제 개발은 자본가 계층을 양성하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농지를 정리하고 기계화함으로써 농촌에서 남아도는 인력을 양산해 내야 했던 것이지요.
*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철저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학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 아렌트가 생각하기에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지요.
* 우발성과 마주침의 철학을 주장한 루이 알튀세르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집요하게 마주침의 문제와 그것의 효과에 대해 숙고했던 인물이었지요.
*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간의 성적인 욕망에 일종의 역사성과 사회성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입니다. 바타이유 이후에 에로티즘을 사유할 때 우리는 매번 금기라는 문제에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레비나스는 그다지도 집요하게 타자라는 문제에 집착했지요.
* 과거는 우리에게 기억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고, 미래도 기대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식입니다. 물론 현재도 기억과 기대에 물들어 있는 지각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지요.
* 푸코는 우리의 자유를 길들이고 억압하려는 권력이 청와대나 국회 같은 거시적 층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도처의 개인들이 의식하기 힘든 미시적인 차원에서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ㅁ을 밝혀 냅니다. 이 때문에 흔히 푸코의 정치철학을 미시정치학이라고도 부르지요.
* 대화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부터 고진은 다음과 같은 타자론을 전개합니다. "타자는 언어 게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런 타자와의 관계는 비대칭적인 것이다".
* 고진은 철학, 언어학, 경제학 등도 모두 예외 없이 타자에 대한 비약, 혹은 도약을 통해서만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사랑이란 감정이 이러한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사르트르의 철학 전체는 '존재와 무'라는 제목으로 훌륭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무(nothingness)'는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는 것과,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이 현재의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해체주의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는 데리다입니다. 그는 '차이'가 모든 것의 의미를 구성한다고 통찰했던 철학자였지요.
*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아감벤이라면 문둥이들을 호모 사케르라고 불렀을 겁니다.
*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적대 관계가 공동체 외부의 벌거벗은 생명(조에)과 공동체 내부의 정치적 존재(비오스) 사이에 그어졌다면, 이제 근대 민주주의에서 그것이 한 개체 내부에 '벌거벗은 생명'과 '정치적 존재'를 함께 각인시키는 식으로 이행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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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그리 사상의 진화(2008, 갈무리, 마이클 하트, 박서현/정남영 옮김)
* 다중(2008, 세종서적, 마이클 하트/안토니오 네그리, 서창현 외 옮김)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천재의 의무(2000, 문화과학사, 레이 몽크, 남기창 옮김)
* 기형도 전집(1999, 문학과지성사, 기형도)
* 철학적 탐구(2006, 책세상,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2006, 한길사, 한나 아렌트, 김선욱 옮김)
*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2008, 이매진, 알튀세르, 권은미 옮김)
* 에로티즘의 역사(1998, 민음사,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 시간과 타자(1996, 문예출판사, 레비나스, 강영안 옮김)
* 들뢰즈의 니체(2007, 철학과현실사, 들뢰즈, 박찬국 옮김)
* 들뢰즈 커넥션(2005, 현실문화연구, 존 라이크만, 김재인 옮김)
* 천 개의 고원(2001, 새물결,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 옮김)
* 차이와 반복(2004, 민음사)
* 존재와 무(2009, 동서문화사, 사르트르, 정소성 옮김)
* 해체론 시대의 철학(1996, 문학과지성사, 김상환)
* 목소리와 현상(2004, 인간사랑, 데리다, 김상록 옮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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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서평 블로그로 유명한 인문학자 이현우 선생의 책입니다. KBS <책 읽는 밤> 2009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을 수상한 꽤 유명한 책입니다만 저는 좀 별로였습니다.
이 책은 이현우 선생이 이야기한대로 블룩(Blook)입니다. 블룩은 블로그(Blog)와 책(Book)의 합성어로 블로그에 올려둔 포스트를 골라서 편집하고 교정을 봐서 만든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작년에 제가 낸 책도 블룩이었는데요 뭐. 하지만 호흡이 짧은 블로그의 포스트를 모아 만드는 책이라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거나 없다면 흐름이 매끄러워야 독자들이 읽기 편한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재입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책이 막 꽂혀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재미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테지만 제가 좋아하는 방식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찌질이, 곁다리 등으로 선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진을 위한 동력으로 삼는거야 상관없지만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 역시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제목부터 좀 거슬렸습니다. 나중에 다 읽고난 느낌 역시 블로그 글쓰기는 블로그 글쓰기일 뿐이라는 것. 책으로 묶을 때는 거의 다시 쓰는 정도의 수고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도 반성이 되는 책이었네요.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서재로 나뉘어 있습니다.
1. 걷어차야지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 러시아 문학 읽기
2. 순간에 완성되는 사랑이 있을까요? : 영화에 대한 이야기
3. 아, 겸손한 느릅나무들 : 니체, 데리다, 벤야민 읽기
4. 내 머리는 불타고 있어요 : 지젝 읽기
5. 내 울부짖은들 누가 들어주랴 : 번역에 대한 로쟈의 생각
첫 번째 서재의 글들은 유난히 호흡이 짧습니다. 블로그의 글들을 그동안 계속 읽었던 팬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뭐랄까 핑거 푸드만 잔뜩 집어먹은 느낌이어서 입맛만 다시다 끝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러시아에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필요한가'처럼 뒷머리를 후려 갈기는 좋은 글도 있습니다. 김규항의 칼럼 '희망을 위하여'를 읽고 쓴 논평, '누가 희망을 말하는가'도 좋았구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더군요.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전 여전히 김규항 선생의 사상을 지지합니다.
두 번째 서재의 글들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재미없었다기보다는 선택한 영화들이 재미없었기 때문(솔직히는 못 본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이었죠. 게다가 저는 기본적으로 예술에 평가와 비평의 잣대를 들이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휘휘 넘어갔습니다.
세 번째 서재의 글은 두 번째 서재의 글에 질린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니체와 데리다, 벤야민의 저작에 익숙한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니체만 조금 읽어보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네 번째 서재인 '지젝 읽기'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습니다. 속된 말로 지젝을 너무 빨더군요. 제가 얄롬을 숭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뭐 지젝의 정치적 입장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편입니다만...
다섯 번째 서재인 '번역에 대한 로쟈의 생각'은 대체 왜 포함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번역 시장의 왜곡과 일반인들의 편견 등에 대한 울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왜 이 책에 수록되었는지는 이해 불가입니다. 그냥 말하고 싶어서 넣은 건가요? 그렇다면 저는 차라리 김우열 번역가의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를 추천하겠습니다.
지적 충격을 주는 글꼭지도 많고 생각해 볼 거리도 많이 던져주지만 전반적으로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의 책이라서 읽고나서도 영 정리가 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로쟈의 저공비행 블로그의 글이 좋은 분들에게만 추천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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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란 무엇인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
* 행복한 사람은 삶을 '의식'하지 않는다. 즉 당신이 행복을 '의식'하는 순간, 행복은 당신과 함께 있지 않다. 행복은 의식의 대상으로서 현전하지 않으며 언제나 기대되거나 회고될 뿐이다.
* 자유를 잘 다룬다는 건 원자력 에너지를 다루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 국가란 인간이 동물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
* 전제주의나 독재는 나쁜 것이지만, 그것이 자본의 '합리적인' 독재보다 더 나쁜 것일까? 이 질문은 "과연 후세인이 부시보다 더 나쁜 놈일까?"란 질문과 같은 것이다.
*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는바, '장사꾼들의 자유'와 '농부들의 자유'가 그것이며 이 둘은 구별되어야 한다.
* '중산층 페미니즘', 즉 "계급과 사회 구조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페미니즘은 '허드렛일을 대신해줄 누군가(다른 여성, 빈민, 식민지인)'를 착취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 벨 훅스 [행복한 페미니즘]
* 책임질 수 없는 구호들만을 남발하는 걸로 자신이 정의(근본적인 변화)에 편에 서 있다고 믿는 건 착각이거나 오만이다. 그건 자신들이 물적 토대(힘)를 갖고 있기에 곧 정의롭다고 믿는 것만큼이나 오도된 것이다. 자신의 말(구호)에 책임지고, 그 말에 물적 토대(힘)을 부여함으로써, 말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 때만이 정의는 반격/경멸을 받지 않게 된다.
*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말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가볍게 말하는 것이다. - 카뮈
* 선정적인 건, '대상'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다.
* 철학적 사유의 근간은 그것이 형식논리(아리스토텔레스)이건 변증법적 논리(헤겔)이건 간에 논리에 있으며,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순서(order)이다. 똑같은 언표들이라도 배치 순서가 바뀌면 문학에서는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지만 철학적 논리는 한순간에 비논리 혹은 모순으로 전락한다(예컨대 삼단논법의 논항들을 뒤섞어보라). 의미론적 차원에서 논리적 모순의 등가물은 난센스(무의미)다. 때문에 어떤 철학적 논증/저작에 대해 '난센스'라고 말하는 것은 그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 된다(가령, "그게 말이 되냐?"). 반면에 문학에서의 '난센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기법이자 전략이며, 장르, 더 나아가 사조를 이루기도 한다.
* 언어는 의미의 질병을 낳는 산파다.
*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이다. 힘없는 정의는 반격을 받는다. 왜냐하면 항상 사악한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 없는 힘은 비난을 받는다. 따라서 정의와 힘을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것이 강해지거나 강한 것이 정당해져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당한 것을 강한 것으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강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
* 법(의 힘)은 폭력에 대립적이지만 법(적 권위)의 기원에 놓여 있는 것은 폭력이다. 기원적 폭력. 이것이 데리다가 기술하고 있는 (본질적으로 해체 가능한) '법의 구조'다.
* 레닌주의의 핵심은 자유주의적 '선택의 자유' 대신에 선택 자체를 선택하는 데 있다. 즉 정치적 '활동'이 아닌 '행위'란 현 상황이 제시하는 강요된 선택 대신에 그러한 '정치적 계산'을 돌파하는 어떤 광기다.
* 상품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순환하지만, 인간들의 순환은 점점 통제되는 것이 그 진실이다. 물론 이런 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나친' 세계화가 아니라 '모자란' 세계화다.
* 지젝이 기대하는 것은 미국(초자아)과 제3세계(이드) 사이의 합작이라는 현재의 '억압적 탈승화' 국면에 대항하기 위해서 유럽이라는 자아의 역량을 회복/확장하는 것이다.
* 반세계화 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명한 듯이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태클을 걸어야 합니다. 즉 자유민주주의가 자본주의적인 사적 소유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우리는 진정으로 반자본주의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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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SBS의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핫 아이콘인 강신주 선생이 2007년에 쓴 장자를 집대성한 책입니다(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정작 힐링캠프에서는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모릅니다만;;;).
이 책 역시 문학동네 출판사의 '장송'처럼 그린비 출판사의 책을 보이콧하기 전에 사 둔 책이니 어지간히 오래 묵혀둔 책이네요.
강신주 선생은 2002년에 장자로 박사학위를 땄고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장자에 대해서만 무려 3권의 책을 낸 이른바 '장자통'입니다. 그런데도 2007년에 다시 이 책을 썼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완소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죠.
우리가 흔히 '노장사상'이라면서 노자와 장자를 묶어서 생각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 강신주 선생은 노자와 장자가 전혀 다른 사상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아주 rough하게 말하자면 노자는 국가주의자이고 장자는 아나키스트라는 것이죠.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죠.
'도'에 대해서도 노자는 이미 도가 존재함을 가정하지만 장자는 도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죠. 또한 노자는 초월을, 장자는 포월을 강조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자의 철학에 대해 새롭게 배운 게 많습니다. 낯섦과 차이에 머물기, 타자의 존재, 성심, 망각, 그리고 자유로운 연대...
다만 저는 웨인 다이어가 쓴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 웨인 다이어의 노자 읽기(2007)'를 감명깊게 읽은터라 '장자 최고~ 노자는 꺼지셈~'식의 차별화가 계속 반복되는 게 눈에 좀 거슬리더군요(이해는 합니다만). 그래서 별 평가를 하나 뺐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철학 문외한이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기에 이 책만한 책은 없을 듯 싶습니다. 강신주 선생도 책을 참 이해하기 쉽게 잘 쓰시네요. 장자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웨인 다이어의 책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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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의 정신은 "도는 걸어가야 이루어진다", 즉 "도행지이성"이라는 짧은 구절에 잘 응축되어 있다.
* 흔히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장자는 이런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진리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개인들 간의 연대, 그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운동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이 운동은 그 자체로서 우리 삶의 전체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여행에서 되돌아올 때, 우리는 이미 자신의 삶과 터전을 낯선 무엇으로 성찰해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여행이 지닌 참다운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 철학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낯섦과 차이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 친숙하고 편안한 곳으로의 이동은 겉보기에는 여행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코 여행일 수는 없을 것이다.
* 동일한 규칙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토론이란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화와 토론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대화와 토론이 아무리 진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공동체의 규칙을 집단적으로 재확인하는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장자는 우리에게 타자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이란 어떤 합리적 수단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 레비나스는 "타자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타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사실 그 타자는 우리에게 진정한 타자일 수 없을 것이다.
* 도교는 삶의 철학을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타락시켜 버렸다. 이제 장자가 옹호하고자 했던 삶의 철학은 '불로장생'이란 이념으로, 그리고 신선에 대한 종교적 욕망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 대상들을 초월적인 목적, 즉 내가 본받아야 할 숭고한 목적으로 간주하는 전도된 관념을 죽이라는 것이다. 초월적 가치가 부각되면, 우리의 삶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장자에게서 '꿈'이란 자신이 특정한 시스템에 제한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그 시스템을 모든 것에 적용시키려는 환상을 의미한다. 그에게 꿈은 하나의 성심을 통해 모든 타자와 관계하려는 일종의 '형이상학적 착각'을 상징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 기원상 모든 형이상학은 하나의 특수한 공동체를 절대화하는 유아론적 의지로부터 출현하는 것이다.
* 장자의 사유는 '타자성의 논리'와 '판단중지의 원리'라는 두 가지 원리를 종횡으로 교차시키면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가지 논점은 상호 분리가 불가능한데 타자와 마주쳐야 비로소 판단중지가 발생하고, 판단중지가 일어나야 비로소 타자와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것을 '양행'이란 개념으로 명료화한다. 다시 말해 이 두 가지 원리는 함께 적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대개의 경우 타자성의 경험 단계로부터 판단중지 상태에 이르기보다, 오히려 판단중지의 상태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타자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잊는 판단중지의 수양 자세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 탈중심적인 존재로서 단독자가 되기 위하여 우리는 망각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 삶을 긍정했던 모든 철학은 결국 아나키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 귀는 고작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자신에게 부합되는 것만을 알뿐이지만 기는 비어서 타자와 마주치는 것이다.
* 동양의 형이상학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도를 발견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장자만큼은 도란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간 뒤에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명히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자의 도는 발견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주종 관계란 사람들의 상호의존과 그들을 결합시키는 서로의 욕구가 있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복종시킨다는 것은, 미리 그를 다른 사람이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두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 흥미로운 점은 결핍된 자들 스스로 이런 결핍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는 점에 있다. 마치 자신은 본성상 결핍된 존재인데, 이런 결핍은 오직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채워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결핍을 채워 주는 사람이 바로 결핍을 만든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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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이 현존하는 철학계의 이단아이자 이슈 메이커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이 사람은 라캉, 마르크스, 헤겔을 접목한 철학으로도 유명하고 대중 문화로 철학을 더럽히는 'MTV' 철학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으로도 유명하죠.
영어로만 이미 60권이 넘는 단행본을 출간했고 국내에도 30종이 넘는 저작이 번역 소개되었으며 지금도 매년 2~3권의 책을 쓸 정도의 생산성 넘치는 다작가입니다.
이 책은 폭력에 대한 슬라보예 지젝의 성찰을 정리한 겁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뒤집어 과연 무엇이 폭력인가라고 되묻는 삐딱하면서도 참신한 그만의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이 책을 번역한 이들 중 '로쟈의 저공비행'으로 유명한 이현우 선생이 잘 요약했듯이
폭력에 대한 관심이 눈에 보이는 '주관적 폭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객관적 폭력', 즉 '상징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에 두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폭력이란 말이 즉각적으로 떠올려주는 상투적 '이미지'에서 한 걸음 물러날 때만, 우리는 폭력에 대해 본격적으로 사유,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지젝의 주장이자 제안입니다.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오늘도 수많은 미디어들이 폭격하듯이 쏟아내는 폭력의 이미지들을 우리는 얼마나 여과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한 편으로는 동정하면서, 한 편으로는 분노하면서 말이죠. 그 내면에 자리잡은, 그 행간에 숨은 의미를 분석하고 신중하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소수일까요?
지젝은 폭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쁜 것으로 매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탁월한 이데올로기적 조작이자 사회적 폭력이 가진 근본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종의 신비화 꼼수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한글판 부제가 '폭력에 대한 6가지 삐딱한 성찰'인데 적절한 네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이라는 현상을 슬라보예 지젝다운 시각에서 삐딱하게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상당히 어려울 걸로 각오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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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민주주의가 실상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에만 진정으로 반자본주의적이 될 수 있다.
* 어떤 상황에서는, 즉각 참여하고자 하는 충동에 저항하는 것, 끈기 있고 비판적인 분석을 사용하여 '일단 기다리면서 두고 보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진정으로 '실제적인' 일일 때도 있다.
* 미디어가 쏟아내는 폭력의 이미지들에 파묻혀 있을 때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무엇이 이 폭력을 초래하는지, 우리는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 오늘날 지배적인, 관용적 자유주의자들이 가진 주된 관심사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대량 학살, 테러)에서 이데올로기적 폭력(인종주의, 선동, 성차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폭력에 반대하는 것인 듯하다.
* 포스트모던 좌파의 좌장인 안토니오 네그리 자신이 디지털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의 모든 요소들을 요약하여 담고 있다며 찬양하고 있지 않은가.
* 우리가 내면의 삶에 대한 우리의 경험, 우리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거짓말이다. 진실은 외부에, 우리가 하는 행동 속에 있다.
*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라는 성 바울의 유명한 말처럼 기독교 윤리는 전 인류를 포용한다는 자세를 취하지만, 그럼으로써 동시에 기독교 공동체 안에 포함되려하지 않는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 문제는 문화적 차이(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가 아니라, 정반대로 근본주의자들이 이미 우리와 같아졌다는 사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기준을 내재화했으며 자기 자신을 그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실제로는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한다는 서구적 언어를 바탕으로 티베트 불교를 정당화하는 달라이 라마야말로 이 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역설적이지만, 근본주의자들에게 정말로 부족한 것은 바로 진짜 '인종주의자' 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우월성에 대한 확신이다.
* 이기주의적인 자기애의 진짜 반대말은 이타주의, 즉 공익에 대한 고려가 아니라 부러움과 원한이고, 바로 이 부러움과 원한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나는 나의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게 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만하다고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주의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있다. 사람들은 내가 실패한 것이 나의 열등한 자질 때문이 아니라 우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실패를 훨씬 쉽게 견딜 수 있는 얘기다.
*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그 유명한 '자유로운 순환' 의 물꼬를 텄지만, 여기서 자유롭게 순환하는 것은 '사물들'(상품들)에 국한되며, '사람들'의 순환은 점점 더 많은 통제를 받고 있다.
* 근본주의자들은 신의 의지를 따르고 구원을 받기 위해 선행(자기가 선행이라 여기는)을 한다. 하지만 무신론자들은 그저 그게 옳은 일이기 때문에 선행을 한다.
* 흄이 보기에 하느님을 진정으로 경배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유일한 방법은 하느님의 존재를 무시한 채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은 단지 우리가 억압과 착취에 동의했음을 의미하는 형식적 제스처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 오늘날 진짜 위협적인 것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유사-능동성이다. 곧 '행동하라'는 요구, '참여하라'는 요구, 현재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감추라는 요구다. 사람들은 늘 개입하면서 '뭔가를 한다',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무의미한 논쟁에 참여한다. 진정 어려운 일은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고 철회하는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설사 그것이 '비판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침묵보다는 참여와 대화를 더 좋아한다. 우리를 대화에 끌어들여서 우리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길한 수동성을 깨뜨려버리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유권자들의 기권은 진정한 정치적 행위인 셈이다.
* 실질적 개선을 원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라 '무정치적' 사회적 생산관계에서의 변화다.
* 바디우가 오늘날 궁극적인 적의 이름이 자본주의, 제국, 착취 혹은 이와 유사한 어떤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라고 한 것은 옳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을 모든 변화를 이루는데 궁극적 프레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환상이고, 바로 이 환상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 부르주아 민주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이처럼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핵심은 국가 권력을 장악하여 유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외부에서 바로 그 국가와의 거리를 두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도구로 이용해서 말이다.
* 간단히 말해서 폭력은 탈신비화돼야 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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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대표작으로는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유고작인 '정신의 삶'을 보통 드는데 인간의 조건은 앞뒤의 두 저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저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철학 세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유태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했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하이데거 밑에서 수학했고(잠시 사귀기도 했죠;;;) 야스퍼스의 지도 하에 박사 논문을 썼을 정도로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과 두루두루 교류했던 사람입니다. 여성 철학자로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로자 룩셈부르크에 자주 비견되곤 했죠. 혹자는 시몬 베이유, 에디트 슈타인을 함께 묶어서 4대 유태인 여류 철학자로 꼽기도 합니다.
인간의 조건에서 다루지 않고 남겨 놓았던 사유, 의지, 판단의 정신적 활동을 저술하던 1975년 12월 4일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사망하고 맙니다.
한나 아렌트는 노동, 작업, 행위를 인간의 활동적 삶(vita activa)을 구성하는 세 가지 근본 활동으로 봤는데 그녀는 이 책에서 각각의 요소인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를 일별하여 인간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석이 많은 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주석이 많다는 건 본문에서 설명한 것 만으로 독자를 이해시킬 수 없다는 의미라고 보거든요. 이건 단순히 글을 쉽게 쓰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쨌거나 그만큼 함축적인 글쓰기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역시 제 선입견에 여지없이 들어맞는 책입니다. 주석도 많고 어려워요. ㅠ.ㅠ
상당히 천천히 곰씹어 가면서 읽었는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제 지식의 부족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전체주의의 기원'부터 읽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하는 독서였습니다. 원문을 비교하며 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번역의 질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쉽게 번역된 책을 아는 분이 있으면 제보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저처럼 한나 아렌트 정도의 철학자가 쓴 저작은 읽어줘야 교양인이지 하는 나이브한 태도로 도전해서는 좀처럼 오르기 어려운 거봉이니 충분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덧1. 책의 난도와 별개로 한길사도 디자인에 신경을 조금만 더 썼으면 좋겠습니다. 하드 커버 양장까지는 참겠는데 디자인이 정말 책을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구립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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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1977년 저서입니다.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저작들은 월덴 3를 통해서도 몇 차례(
'자발적 가난 :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내가 믿는 세상 : 슈마허가 제시하는 풍요로운 인간중심 사회',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학') 소개드린 바 있죠.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유명세를 탔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내놓은 지 4년 만에 강연 여행 도중 심장발작으로 운명을 달리했고 이 책은 1959년에 런던대학에서 강의한 '현대생활의 근본문제'라는 주제의 강의노트를 토대로 하여 그가 사망하던 1977년에 완성되어 출판된 책입니다. 일종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슈마허의 책 대부분이 강연 원고나 발표된 글을 새로 고치고 다듬어 사후에 출판된 것들이 대부분인 데 비해 이 책은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책으로 낼 생각으로 전체 구조를 머리에 그리고 집필한 유일한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슈마허의 기존 저작과는 조금 궤를 달리해서 경제학에 해당하는 내용보다 철학, 종교학에 해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현대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도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지도들은 백해무익하기만 할 뿐 진정한 지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포스팅을 하면서 슈마허가 유일하게 전체 얼개를 머릿속에 그리고 집필한 유일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읽은 슈마허의 전작들은 사후에 원고들을 짜깁기해서 낸 책인데도 쉽게 이해가 되는 반면, 오히려 이 책은 상당히 어렵다고 느꼈거든요. 철학과 종교학에 대한 내용이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같은 난도를 기대하시면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존재단계를 따라가다 보면 철학적 사유를 통해 '신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 과정은 이해하지만 온전히 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높게 평가한 책은 아닙니다만 평가는 독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요.
닫기
* 스콜라 철학자들은 말했다. "온전하게 인간다우려면, 단지 인간다움을 넘어서야 한다"
*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에게 어울림이 있는 사실과 현상만이 '존재한다'
* 생각은 깨어남에 이를 수 없다. 생각에서 깨어나 '보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타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우리 자신의 의도에 비추어 자신을 이해하는 반면, 타인들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보이는 그들의 행동에 비추어 그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해와 불의가 일상적으로 저질러지는 틀 속에 갇혀버렸다.
* 지식의 제2영역을 탐구하는데 동정심이 반드시 필요하듯이 제3영역의 탐구에는 이타심이 꼭 필요하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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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2010년에 쓴 것 입니다. 한병철 교수는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인데 아렌트와 아감벤 등 거장 철학자, 사상가들의 논리를 비판하며 독일 철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세기는 면역학적 시대여서 안과 밖, 친구와 적, 나와 남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그어진 시대였고 냉전 또한 이러한 면역학적 도식을 따르는 현상으로 규정합니다. 적이 외부에 있고 분명하게 구분지을 수 있던 세계이죠.
하지만 21세기의 사회는 면역학적 패러다임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는 겁니다. 이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기업가가 됩니다. 규율사회는 부정성의 사회이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를 통해 운영되지만 성과사회는 뭐든지 가능하다는 긍정성에 의해 운영되며 금지, 명령, 법률의 자리를 프로젝트, 동기, 강화물 등이 대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규율사회는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데 반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자신과의 무한 경쟁 싸움에서 결국은 패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에 걸리게 된다는 겁니다.
성과사회에서는 활동 과잉에 이를 정도로 모두들 열심히 살지만 그 활동성은 규율사회와 달리 도리어 아무런 저항없이 모든 자극과 충동에 순종하는 과잉수동성으로 전도되고 맙니다. 즉 스스로 멈출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시대가 가져온 성과사회는 해소되지 않는 피로로 만연된 피로사회이며 이는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얻은 독서가 되었습니다만 분석은 참신한 데 비해 동일한 근거 논리가 반복되는 바람에 금방 식상하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편하게 읽히는 책도 아닙니다. 번역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무한 긍정을 강요하며 성장한 피로사회가 어떠한 모습일 지 궁금한 분들은 한번쯤 읽어봐도 좋습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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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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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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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보면 혼동되는 것 중 하나가 뭘 위해 소비를 하는지 잊기 쉽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욕구가 먼저 있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일텐데 어느새 욕구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광고와 주변 압력의 폭격, 자기 합리화로 인해 그냥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남도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반대로 남들은 못 가졌으니 나만 갖고 싶다는 이유로 닥치는대로 사들이게 됩니다. 가난한 부자가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E.F 슈마허를 비롯해 에크하르트, 장 자크 루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가 한 말들을 '자발적 가난'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엮은 책입니다. 2003년 4월에 출판된 책의 보급판으로 재생 종이에 인쇄해서 그랬겠지만 좀 더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가격도 좀 내렸고요.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빈곤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목차를 한번 보시죠.
1. 자발적 가난을 위하여
2. 가난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3. 가만히 욕망을 들여다보기
4.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5. 생산의 논리는 생명의 논리가 아니다
6. 생명의 논리
7.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자로 살아가라
8.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9. 단순하게 살아라
10. 자발적 가난과 현대 사회
이 책의 권두언을 쓴 안드레 밴던브뤼크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뜨끔합니다.
"이 책은 가난한 부자들, 필요 이상의 부를 소유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소비 지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것이 숨막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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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가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소유를 포기하는 것 보다는 그것을 추구하게끔 하는 가치관의 재정립이 중요하다.
* 조금이라도 과잉의 기미가 보이는 곳에서, 즉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난 후 불필요한 것들이 삶을 어지럽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자발적 가난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 사람들은 보통 빈곤과 가난을 혼동한다. 이러한 실수는 빈곤과 가난이 서로 이웃이라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 나는 세상의 어떤 부자도 인간애의 진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것은 발전에 헌신한다는 소수의 부자들조차 마찬가지다. 오직 위대하고 순수한 인격만이 고귀한 관념과 고귀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돈은 이기주의를 부르고 불가피한 남용을 끌어들인다. 카네기의 지갑으로 무장한 모세나 예수 또는 간디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 알버트 아인슈타인-
(프린스턴 대학의 수표를 책갈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문명의 진정한 의미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욕구를 축소하는 것이지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의 축소만이 오로지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간디 -
* 우리의 소비 습관과 낭비,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방탕한 생활 수준, 그리고 우리의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진행되는 가난에 대한 토론은 위선이다. 도덕적 질문에 대한 기술적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 테오도르 로자크 -
* 처음에는 심술궂은 의지에서 탐욕이 솟아나지만, 채워짐에 따라 탐욕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저항하지 않는 습관은 필수가 된다. - 아우구스티누스 -
* 자연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우리 손닿는 곳에 마련해 두었다는 것은 놀라운 섭리이다. 하지만 자연은 철과 금, 은 등은(모두 피와 학살의 도구이며 그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지닌) 지구 밑바닥에 깊숙이 숨겨 두었다. - 세네카 -
* 모든 낭비 중에서도 가장 큰 낭비는 노동의 낭비이다. - 러스킨 -
* 난파되어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들만 소유하라. - 알가잘리 -
* 노동은 자유 시간의 반대말이다. 그러나 여가의 반대말은 아니다. 여가란 다른 세계에 속한 자유 시간이다. 우리는 그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젖어 있다. 누구든지 자유 시간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여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 시간은 특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특정한 방법을 가리킨다. 여가는 존재의 차원을 가리킨다. - 세바스티안 데 그라지아 -
* 특정한 목표나 돈, 명성이나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조차 일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 스와미 비베카난다 -
*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미묘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요, 학파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움이 시키는 대로 단순한 삶을 살며, 그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 소로 -
* 위대한 사회는 값을 묻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치 또한 물으며, 부를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쓸지도 묻는다. - 린든 잭슨 -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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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은 뒤통수 맞는 경험을 하실 수 있는 책입니다(사실 영문 제목까지 세심하게 읽었다면 그럴 일도 없습니다만).
왜냐하면 이 책은 핀란드의 디자인 현황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새 대안 교육으로 핀란드 교육이 뜨고 있어서 그런지 핀란드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에 바탕을 두고 있을까 궁금해서 고른 책이었는데 제대로 골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핀란드의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 소개와 이미지의 나열이 이어졌다면 저는 오히려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제가 제대로 읽었다면 핀란드 디자인에서 가장 강조되는 건 인간과 자연환경을 고려하되 상업적인 것보다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상업 디자인은 대체로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게끔 하기 위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의 디자인은 그런 것 같지 않더군요.
도시 디자인에서도 돈을 들여 뭔가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건축물이나 주변 환경에 미치는 변화를 최소화하면서도 아름답게 만드는데 주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설계된 놀이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코 디자인도 상당히 발달한 것 같아서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재활용이라고 천대하는 분야인데 말이죠.
디자인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생각하는 제게 핀란드 디자인의 내면을 흐르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눈도 충분히 즐거웠고요.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저와 같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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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찾아오는 공공장소이므로 그 배경이 되는 설치물만큼은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안정된 색을 써야 한다는 것이 핀란드 사람들의 생각이며 공공 디자인을 다루는 원칙이다.
* 상업 인쇄물들은 가능한 한 만들어 내지 않는다. 포스터는 어차피 붙일 장소도 없고 공해 물질로 남는다는생각 때문에 제작 자체를 자제한다.
* 새것보다는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더 많이 고민한다.
* 공공장소에서는 어떤 상업적인 시설물 설치도 허락되지 않으며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최대한 조심한다.
* 도시 계획에서 자연을 도시 안에 그대로 담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며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현장 참여는 자신들만의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신중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 도시 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 놓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
* 디자인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의미는 살아가는 환경 자체가 민주적일 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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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이 최재천 교수에게 적극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탄 책입니다.
이 책은 의사이자 유명 TV 저널리스트인 Sean Kenniff가 썼습니다. 2009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 때 한 대기업에서 해고된 후 소와 살기 위해 시골로 떠났던 일로 인해 삶과 식단이 바뀌었고 그 체험을 첫 번째 소설인 이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국내에는 최재천 교수와 이대 통섭원의 이선아 연구원이 함께 번역해서 소개했고요.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시작됩니다.
"이것은 황소에 관한 이야기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황소의 이름은 에트르(Etre : 프랑스어로 존재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역시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붙였을 수도 있지요.
내용이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면 읽는 분들이 한정될 수 있기 때문에 안 하겠습니다. 아주 쉽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일종의 성인용 우화거든요. 페이지 수도 많지 않고 자간, 행간 모두 넓어서 읽기에 아주 편합니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끔찍한 지옥도가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광경이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니 마음이 좀 힘들더군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황소인 에트르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책의 표지에는 다음의 문구가 씌여 있습니다.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 그보다 잔인한 운명은 없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얼핏 보면 채식을 권장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철학적인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진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은 책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북 크로싱을 원하는 분들은 이 소개 포스팅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원하는 분이 많으면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는 걸 고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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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라고 하면 보통 '신은 죽었다'라는 철학적 선언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기 어려운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인 선입견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니체는 어둡고 딱딱하고, 왠지 가까이 하면 내 인생까지 눅눅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대부분의 인문 고전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저도 니체의 저작은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수유+너머'를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된 고미숙, 고병권 선생의 여러 책들 중 유독 호기심을 끌던 몇 권을 구입할 때 함께 챙겨두었던 것을 무려 2년이나 지나 드디어 읽게 되었는데 고병권 선생의 전작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2007)'를 격찬해놓고 그동안 이 책을 방치했던 것을 보면 니체가 부담스럽기는 했나 봅니다.
이 책은 어찌보면 니체 입문서이기도 하고 다른 면으로 보면 니체 저작에 대한 해제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니체 입문서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만 그건 제가 니체 무지렁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 그건 읽는 분들이 각자 판단하셔야 할 것 같고요.
제가 어느 정도 니체에 대해 문외한이었냐 하면 차라투스트라가 본래 페르시아 예언자로 조로아스터교(차라투스트라의 영어식 표기)의 창시자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을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니체의 권위자라고 불러도 될 만한(저는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낼 수 없으면 진정한 권위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병권 선생은 니체의 권위자라고 할 만 하지요) 고병권 선생이 친절하게 풀어 쓴 이 책은 니체의 진면목을 모두 경험할 수는 없어도 핵심은 확실히 관통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병권 선생만큼 이 책의 내용을 쉽게 소개하기는 어려우니 소 제목 몇개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어떤 내용이 다루어질 지 감질맛만 보여드리겠습니다.
* 신은 죽었다* 너희는 너희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사랑을 가르친다, 벗을 가르친다* 삶을 사랑하라* 신체야말로 큰 이성이다* 노동이 아니라 전쟁을 원한다* 새로운 우상인 국가를 조심하라* 춤추고 웃는 법을 배워라* 세상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들의 탁자다* 위버멘쉬를 가르친다
* 월덴지기가 인상깊게 읽은 구절들"우리는 노예제도에 대해서는 아주 수치스러워 하면서도 사실상 '임금노예'인 자신의 모습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노동을 찬미하는 일에 쉽게 동의한다. 우리가 고대 노예보다 더 가지고 있는 건 바로 '허영심'이다. "무겁고 진지한 사고만이 사태를 깊이 인식하는 것이라 믿는 자들은 무게와 깊이를 혼동하고 있다"
'고추장, 책으로 말하다(2007)'에 이은 연타석 홈런이네요. 꼭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니체 문외한들께 추천합니다.
덧. 그린비 출판사에서 리라이팅 클래식이라는 야심찬 고전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선택적으로 읽어볼 생각입니다. 기대가 되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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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는 기원전 4년 경에 태어나서 기원후 65년에 작고한 로마 시대의 철학가이자 작가입니다.
폭군 칼리굴라와 네로를 모두 경험한 당대 최고의 웅변가와 문필가로 명성을 날렸고 한 때 네로의 스승이기도 했으나 암살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자결을 명 받아 담대히 죽음을 맞이했죠.
그의 철학 에세이와 서한은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저술과 함께 로마화한 그리스 스토아 철학의 중요한 사료로 손꼽힙니다. 그가 활동했던 로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거대 제국을 건설하면서 도시국가라는 자급자족적인 활동 공간을 빼앗기게 된 개인들이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보다 인간을 더 중시하거나 세계를 덜 중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시기였습니다.
전자를 강조한 것이 세네카가 몸을 담았던 스토아 학파였고 후자를 선택한 것이 에피쿠로스 학파였습니다. 질서 정연한 우주를 믿고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자연을 신봉한 스토아 학파가 무정부적인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조를 배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텐데 세네카는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마저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절충주의자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 책은 그리스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번역하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옮겼는데 세네카의 많은 작품 중 '대화들(dialogi)'이라는 이름이 붙은 10편의 철학 에세이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 '섭리에 관하여', '행복한 삶에 관하여'의 4편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대화들이라는 이름처럼 특정인을 앞에 두고 말하듯이 써 내려간 헌정글의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살 것, 중요한 것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 내일에 매달리게 만들어 오늘을 놓치게 하는 기대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마음에 새기고 살아갈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히 세네카의 행복론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먹고 사는 것에만 치우쳐 쏜살같이 지나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한 점 여유도 없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철학 에세이입니다.
이 겨울 잠시 여유를 갖고 로마 최고의 철학자 세네카의 진심어린 조언에 귀 기울여 보시면 어떨까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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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성계의 이방인 게오르그 짐멜을 다룬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2005)'를 북 크로싱합니다.
철학, 사회학, 심리학, 미학을 아우르는 모더니티 이론의 대가입니다만 지금까지 평가 절하되어 온 숨은 천재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난이도가 상당히 높으니 게오르그 짐멜을 좀 아는 분께만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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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를 포함해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리뷰가 하나도 안 달려 있는 책이라는 건 대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입니다. 최신간이거나 독자층이 아주 얇은 '어둠의 책'이거나.
이 책은 단연코 후자입니다. 최신간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내용을 읽어보면 어떻게 2쇄를 찍었는지 의문이 갈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제가 앞에서 '어둠의 책'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게오르그 짐멜이 그야말로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는 독일 지성계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입니다.
1858년 독일에서 부유한 유태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게오르그 짐멜은 전방위 사상가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방대한 저술을 남기고 활발하게 강의 활동을 한 사람인데 철학, 사회학, 심리학, 미학을 아우르는 모더니티 이론을 추구하고 있으나 시대를 잘못 만나 그 당시 모든 분야에서 배척을 당하다시피 했고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진 천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게오르그 짐멜의 대표적인 저술 중에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것(전혀 아냐!!)들을 역자들이 가려 모아 추린 것으로 1부. 현대의 단면들(돈, 대도시, 유행, 장신구), 2부. 미학의 문제(레오나르도 다빈치, 손잡이, 얼굴, 알프스 여행), 3부. 사회적 상호 작용의 유형들(식사, 감각, 감사, 신의, 편지), 4부. 인간의 내면적 삶과 형이상학(모험, 부끄러움, 비밀, 분별, 다리와 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두뇌 부위를 가차없이 자극하는 날카로운 독서였기는 했지만 역자들도 후기에서 근대 독일어를 현대 한국인이 읽기 쉽게 번역하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토로하고 있듯이 짐멜의 사유의 깊이에 번역글의 난이도까지 더하여 각 장이 매우 짧게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힘든 독서였습니다.
KO는 당하지 않고 완주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단어들이 헝클어진 두뇌 속에서 정처없이 날아다니고만 있습니다. 지적 고문을 당하고 싶은 분들만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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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삶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거장들을 통해 살펴보는 책인, 인문학자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2009)'를 북 크로싱합니다.
자본주의적 삶에 대처하기 위해 이상, 짐멜, 보들레르, 벤야민, 투르니에, 부르디외, 유하, 보드리아르같은 이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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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라는 인문학자의 이름은 인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많이 회자되는 이름이기는 한데 정작 당사자의 책은 본 적이 없지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과 같은 책을 벌써 사 두었음에도 독서를 미루다 나중에 구매한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사람들은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때문에 선뜻 다가서지 못합니다. 문학, 철학, 역사학을 아우르면서 고전도 섭렵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도 알게 모르게 받게 되고 말이죠. 이 책에도 어김없이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라는 지극히 무거운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단 부제 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감 백배가 된 좋지 않은 예라고나 할까요? 그냥 '상처받지 않을 권리'로 둔 것이 나았는데 말입니다.
사실 이 책은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자본주의적 삶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인문학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돈, 도시, 유행, 도박, 가난, 허영, 홀릭과 같은 자본주의적 단어들을 이해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해 이상, 짐멜, 보들레르, 벤야민, 투르니에, 부르디외, 유하, 보드리아르와 같은 거장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본주의적인 삶을 낯선 것으로 바라볼 수 없는 한 자본주의 폭력의 시간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일갈합니다.
제게 이 책의 독서는 자본주의적 삶을 낯설게 만들기 위한 일련의 시도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바를 충족했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래도 동서양 대가들의 저작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자의 생각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제게는 좀 버거운 작업이었고 제 인문학 지식의 깊이가 얼마나 얕은 지 확인하게 되어 씁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45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인데도 생각보다 책장은 쉽게 넘어가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넘어가는 책장만큼 생각도 쉽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저부터 쉽지 않은 독서였기 때문에 인문학에 어느 정도 소양을 갖춘 분들에게만 추천드립니다.
덧. 더 읽어볼 책으로 소개한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가라타니 고진), '도시의 정치경제학(데이비드 하비)',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게오르그 짐멜)'를 건진 것도 제게는 또 하나의 수확이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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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이력의 철학자 탁석산 선생이 2008년에 쓴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 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2008)'을 북 크로싱합니다.
일반 철학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철학자는 많지만 한국의 주체성과 민족성을 철학적으로 다루는 철학자는 보기 드뭅니다.
특히 한국의 주체성과 민족성을 패배주의적인 관점에서 다룬 글이 많은 데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가 한국인을 건강하게 지켜준 방법론이라는 시각에서 쓴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관점이 상당히 신선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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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탁석산은 이력이 범상치 않은 사람입니다. 과거 명문이었던 경기고를 나왔으나 독서와 축구에만 몰입하다 꼴찌로 졸업을 했고 재수 뒤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지만 1년 후 자퇴, 군 복무 후 한국외대 영어과에 입학하였고 부전공이었던 철학에 심취하면서 철학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2000년 '한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쓴 글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후 꾸준히 한국의 주체성, 민족성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철학적으로 다룬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도 그런 글쓰기의 연장선상에 서 있습니다.
탁석산은 이 책에서 문화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아니라 유사성만 있을 뿐이고 문화는 사실 상 단절에 의해 발전되어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문화유산을 통해 한국문화의 특징을 찾아내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죠. 문화재가 갖는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관점에서 옛것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게다가 문화는 삶의 방식이지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재로는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문화는 당대의 문맥에서만 의미를 갖고 작동하는 것이니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문화를 이해하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 고유의'라는 억지를 부리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려고 애썼다고 이야기합니다.
탁석산은
한국의 문화를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의 문제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 때문에 한국의 문화가 건강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실용주의는 이러한 세 가지 ~주의를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나왔다고 보고 있고요.
상당히 파격적이면서 다소 과격한데도 상당히 재미있는 화두를 많이 던지는 글쓰기를 하더군요.
저는 이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마도 시사IN에서 추천한 책 목록 속에 들어가서 읽게 되지 않았나 싶은데 탁석산의 다른 책도 한번 읽어 봐야겠습니다. 검색해 보니 꽤 많은 책을 썼더군요.
한국인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접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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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콘서트 시리즈로 유명한 황광우 선생님의 '철학 콘서트(2006)'를 북 크로싱합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석가, 공자, 예수, 퇴계 이황, 토머스 모어,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노자까지 총 10명이나 되는 사상가의 주요 사상과 철학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는, 일반인을 위한 철학 입문서입니다.
이 책이 대박을 치는 바람에 철학 콘서트 두 번째 책도 나왔지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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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만 해도 제가 몸담고 있는 심리학과 아주 가까운 옆 동네 학문이면서도 제대로 된 철학서 한 권 끝까지 읽은 적이 없습니다(자랑이냐!!).
이처럼 철학이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좌파' 냄새가 물씬 나는 황광우 선생이 2006년에 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이 워낙 큰 반향을 일으키는 바람에 3년 후 2009년에 철학 콘서트 2를 다시 내놓게 되죠.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향연), 플라톤(국가), 석가(반야바라밀다심경), 공자(논어), 예수(성서), 퇴계 이황(성학십도), 토머스 모어(유토피아), 애덤 스미스(국부론), 칼 마르크스(자본론), 노자(도덕경)까지 총 10인의 사상가(?)의 주요 사상과 철학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황광우 선생은 이 책을 읽고도 더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먼저 소크라테스와 예수, 모어와 스미스를 읽고 여력이 있으면 석가와 공자, 퇴계와 노자 순으로 읽을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플라톤과 마르크스는 아무래도 어려울 거라고 하네요. 자본론을 붙들고 낑낑맸던 적이 있는 저는 십분 동감합니다.
이 책은 각 사상가의 개인사를 꾸역꾸역 따라가지도, 그렇다고 이들의 복잡한 사상 세계를 좌판 벌여놓듯이 쫘악 펼쳐놓지도 않습니다. 그저 각 장마다 등장하는 사상가의 시대로 시간이동을 한 뒤 왜 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조곤조곤 설명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없는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뭔가 재미있을 만 하면, 그리고 이제 좀 깊이있게 들어갈라치면 장이 끝나버리는 것이 영 감질나더군요. 이런 갈급함은 저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오로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제 잘못이지요.
그래서 불세출의 사상가들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한 철학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만 난이도 조정을 잘 하셔야 할 듯 합니다.
덧. 제가 이후에도 제대로 된 철학서를 찾아서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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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까지 변변한 직업 없이 잉여인간으로 살면서 일, 인생, 인간 관계에 대해 고민해 온 내용을 책으로 펴내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나카지마 요시미츠의 '일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책(2001)'을 북 크로싱합니다.
일본식 번역투가 아주 쪼~금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안에 담긴 내용이 충분히 상쇄 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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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저는 제가 하고 있거나 관여하는 대부분의 일을 현재 좋아하고,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일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책은 대체 뭐 하러 읽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다가 제 팔로워 중 한 분의 추천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저도 제가 하고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에 대해 큰 회의를 품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그 행복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 이 책이 표방하는 바에 끌렸고 다른 하나는 바뀐 제 삶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일말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이 책은 일하기 싫어 죽겠고 그래서 뭔가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는 처세술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철학적으로 살 것을 권장하는 철학서에 더 가깝습니다.
부조리, 불합리, 우연이 가득한 세상을 무조건 피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사는 것은 결국 자신도 용납하기 어렵게 된다는 진리를 명쾌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마음챙김과 수용, 그리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쉼 없이, 그러면서도 목표를 세웠으면서도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느샌가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죠.
죽음의 의미를 다루는 Irvin D. Yalom의 냄새도 살짝 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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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게으름'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이어서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지만 저는 그것보다 주변을 둘러보거나 뒤돌아서 제가 걸어온 길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이 더 좋아요. 그래서 주저없이 선택했습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게으름만 다룬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거든요.
이 책은 버트런드 러셀이 내놓은 대표작 중의 하나입니다.
버트런드 러셀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
195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98세로 사망하기까지 하루에 평균 3천 단어 이상의 글을 써내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 문필가로 유명합니다. 워낙 다방면으로 박식해서 철학, 수학, 과학, 사회학, 교육, 정치, 예술, 종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훌륭한 글을 많이 썼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일반인들과 달리 버트런드 러셀은 무정부주의자, 좌파, 회의적 무신론자였으며 평화운동가로 핵무장 반대운동에 매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는 '게으름'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개의 글꼭지 중 표제어로 '게으름'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지식, 건축, 경제, 냉소주의, 획일성, 교육, 이성, 사회주의, 문명 등 다양한 주제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게으름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좋은 내용이 많아서 충분히 만족합니다.
추천합니다.
덧. idleness와 laziness는 우리 말로는 모두 게으름으로 번역될 수 있지만 사실 어감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버트런드 러셀이 사용하고자 했던 어감을 좀 더 충실히 살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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