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마다 문화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할 수 있는 심한 벌의 유형이 달랐습니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신체적 체벌과 버리겠다는 협박이 가장 무서운 벌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던 궁핍한 시기에 버리겠다는 협박은 그냥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였으니까요.
그 당시에 태어나 그러한 육체적 체벌과 협박을 당하며 자란 지금의 부모님들은 자신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벌을 자신의 자녀에게 답습해 사용해 보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는 거의 먹히지 않는 방법입니다. 사람도 동물이니만큼 신체적 체벌과 버리겠다는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과거만큼 효과적이지 않죠.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심한 벌은 스마트폰 압수나 사용 금지입니다. 실제로 굉장히 효과적이어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는 부모님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압수나 사용 금지는 통제의 수단으로든 벌의 방법으로든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더 이상 유희의 수단이 아닌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입을 틀어막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아무런 자극이 없는 어둠 속에 던지는 것과 같아요. 스마트폰 압수나 사용 금지 전략을 사용하는 순간 원래의 교육적 의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의사소통 수단을 빼앗겼다는 분노만 남게 됩니다.
카톡 메시지를 제 때 확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따돌림의 사유가 되는 아이들 문화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처럼 예민하고 격렬하게 반응하는거구요. 부모가 이런 문화를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세상에 뿌리내렸고 다시 돌리기 어려울 겁니다.
반대로 아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도 스마트폰입니다. 아이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최신의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 주면 스마트폰에만 빠져서 공부를 등한시하고 게임이나 SNS에 중독되지 않느냐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교두보는 마련할 수 있겠지요. 구형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하게 하면 게임과 SNS 중독에서 벗어나 부모가 원하는대로 공부에만 열중하게 되나요?
SNS와 게임 중독은 최신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자녀 관계 갈등과 소통 부재의 결과입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저 자녀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기만 하는 건 다른 대안을 고민해보고 싶지 않은 부모의 게으름과 무지의 소산이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어른들과 다른 용도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인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인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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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밀러의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2004)'을 북 크로싱합니다.
앨리스 밀러의 대표작은 사실 1974년에 나온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인데 이 책과 궤를 같이 합니다.
즉 모든 폭력의 뿌리가 부모의 학대와 체벌에 있다는 주장이죠. 따라서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를 이미 읽은 분들은 굳이 이 책까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안 읽으신 분들은 차라리 이 책을 읽으시는 게 낫습니다. 모든 병리적 문제의 뿌리가 부모의 학대 때문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고 표현도 많이 순화되었거든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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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예전에 고전인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1979)'를 읽은 뒤 앨리스 밀러에게 꽤나 실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가 1979년에 출판된 책이라서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을테니 그 이후에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거나 최소한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2004년에 출판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 이후로 별로 바뀌지 않았더군요. ㅠ.ㅠ
앨리스 밀러는 모든 폭력의 뿌리가 부모의 학대와 체벌에 있다고 주장하는 강경론의 대표 주자인데요. 이 책에서도 논조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린 시절의 체벌과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그 고통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면 몸이 대신 아프게 되고 이를 피하려면 자신의 자녀에게 똑같은 고통을 줘야한다.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는 이유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성경의 '네 번째 계명'을 따르기 때문이며 용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부모를 공경하고 용서하면 언젠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버려야만 치유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이 책에서 앨리스 밀러는 모든 병리적 문제의 뿌리가 부모의 학대 때문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더 이상 펼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 소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애착 외상은 다양한 병리적 증상을 야기하니까요. 그리고 무조건 부모를 공경하라는 정언 명령이 이러한 병리적 증상을 유지하는 강한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니체,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프리드리히 쉴러, 아르튀르 랭보, 미시마 유키오 등 시대를 넘나드는 문장가, 예술가, 사상가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이 모두 부모의 학대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우를 범합니다. 물론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모든 위인들이 모두 그랬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또한 앨리스 밀러는 굉장히 단호한 어조로 용서는 절대로 치유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단언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전한 치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용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대신 저는 순서가 중요하다고 보는 편인데 우선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부적절한 죄책감을 내려놓고, 자신을 학대하는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자신부터 용서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학대의 가해자인 부모를 용서해야 하는데 이는 과거를 잊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가해자인 부모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용서의 기술(2006)'에 나오는 것처럼 과거에 받은 분노와 상처에 새로운 틀을 씌우는 작업이죠.
앨리스 밀러는 아마도 가해자인 부모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를 잊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용서로 간주하는 모양입니다만 실제로 용서는 미래로 향하기 위해 과거를 내려놓는 작업에 가깝죠. 그래서 절대로 용서가 치유를 가져올 수 없다는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보다는 읽기에 한결 낫지만 그래도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2002)'보다는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앨리스 밀러의 책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앨리스 밀러의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중에서 '사랑의 매는 없다'만 아직 못 읽었는데 안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
닫기
* 용서가 치료를 낳은 적은 결코 없다.
* '네 번째 계명'은 말한다. "오래 살고 싶거든, 자격이 없더라도 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너는 분명히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 속에서 파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내면화된 부모와 헤어져야 한다. 그래야 삶을 긍정하고 자신을 존중할 수 있다.
* 필요한 것은 부모가 어린 시절에 베풀어주지 않았던 것을 언젠가는 베풀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 나는 과거에 학대받던 아이에게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나서 곁에서 도와주겠다고 베안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견해에 동의하는 편이다.
* 내면화된 부모에 대한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길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정의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과 죄책감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또한 꼭 거쳐야 할 과정들도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부모에게 바랐던 것, 요컨대 솔직하게 감정을 주고받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오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 용서하면 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용서는 미움을 은폐하는 데만, 그리하여 (무의식 속에서) 그것을 심화하는 데만 도움을 줄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가 더 너그러워진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사실은 정반대이다.
* 충동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진실, 그 진실 전체를 남김없이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부모가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되도록 정확하게 알게 되면, 우리가 부모의 잘못을 되풀이할 위험은 사라진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 부모에 대한 총체적인 비난은 중요하지 않다. 고통을 받으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관점을 찾아내고, 애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런 애착을 파괴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애착은 감사, 연민, 부정, 동경, 미화 그리고 수많은 기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기대는 늘 충족되지 못한 상태에 있으며, 또 충족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는 길은 자기가 받은 잔인한 대우를 용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인식하고 매 맞던 아이에 대한 동정심을 키우는 데 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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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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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사회학자인) 앨리스 밀러가 쓴 고전입니다. 앨리스 밀러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의 뿌리가 어린 시절 매를 맞는 것에 있다고 볼 정도로 체벌에 극단적으로 반대(체벌에 대해서는 저도 극단적인 반대론자에 가까운데 관련된 글은
'체벌은 전혀 효과 없다' 참조하세요)하는 임상가로 약 30년 전에 일대 열풍을 일으켰던 '성인 아이' 운동의 출발점이 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평생 동안 약 13권의 저서를 발표했는데 주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학대 경험과 20년 간의 임상 경험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 대표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예전에 구매해 두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번역된 제목만 봤을 때에는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 아동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천재처럼 감추고 거짓 자아를 발달시킨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연출한 드라마의 역할 연기 속에서 강박과 중독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을 경멸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상담하면서 애착 외상을 입고 힘들게 살아가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봤기에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자기 파괴적인 중독 행동으로 자신을 처벌하는 사람도 많고, 그 밖의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이러한 애착 외상으로부터 유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시대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모든 정신 병리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읽을수록 묘하게 거부감이 들더군요.
게다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그 때의 욕구 불만을 대리 만족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상은 계속 대물림된다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가 과연 건강한 애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저자 자신이 이러한 외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듯 다분히 감정적인 글쓰기를 노출해서 자주 위태위태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처는 억압되고 가해자인 부모는 이상화된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듯이 말하고 있거든요. 이거야말로 저자가 그렇게나 열심히 경고하고 있는 과대성 아닌가요?
결정적으로 가장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은 다음입니다.
"마음을 잘 공감해 주고 받아주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면, 아래와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1. 자라서 심리 상담을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2.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지 능력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이용당했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까지 발달하는 것
후략~ (52p)
그러니까 조금 과장하자면 심리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모두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주고 받아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통제, 조종 당한 사람이라는거죠. 저는 이런 극단적인 일반화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용 중에는 강박, 중독, 우울, 경멸, 과대성 정도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논조는 거의 모든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바로 애착 외상인 것처럼 몰고 있습니다. 애착 외상과 관련없는 심리적 문제가 없는 듯이 쓰고 있거든요. 이것도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무의식 속에 숨어 있어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학대 기억을 깨우라는 말도, 아이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라는 식의 이상화도, 자식의 감정을 온전히 잘 공감하고 받아주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는 식의 논조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압된 학대 경험을 깨운답시고 어설프게 시도한 경험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미국의 사례가 방증하고 있죠(관련 서적 소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그래서 솔직히 애착 외상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는 읽지 마시라고 말리고 픈 책입니다. 너무 단정적인 책입니다. 훈련받은 임상가들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애착 외상의 이해와 치유를 위해서는 차라리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와 Wallin의
'애착과 심리치료(2007)'를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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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고 병들어 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순리를 인정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죠.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도 사람들은 남의 일인 것처럼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을 '노인네'라고 부르며 경멸하거나, 경멸까지는 않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인 양 눈에 안 띄기를 바랍니다. 모든 노인들이 '어버이연합'이 아니듯 모든 노인들이 현명한 것도 아닙니다만 두 번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노인 세대의 경험과 삶의 지혜에는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30년 이상 노인학 연구를 해 온 Karl Pillemer 교수가 이끄는 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팀이 5년에 걸쳐 진행한 끈질긴 추적의 소산입니다.
1,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책에서는 이들을 인생의 현자라고 부릅니다)에게서 삶의 지혜를 모아서 30가지로 분류했습니다.
8만 년의 삶, 5만 년의 일, 3만 년의 결혼 생활이 주는 교훈은 대체 무엇일까요?
닫기
* 결혼
1.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라
2. 설렘보다는 우정을 믿어라
3. 결혼은 반반씩 내놓는 것이 아니다
4. 대화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다
5. 배우자와만이 아니라 결혼과도 '결혼'한 것이다
* 직업
6. 내적인 보상을 주는 직업을 찾아라
7. 포기하지 마라
8. 나쁜 직업도 최대한 활용하라
9. 인간관계가 전부다
10. 자율성을 추구하라
* 자녀 양육
11.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12.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 드러내지는 마라
13. 몸의 멍은 지워지지만 가슴의 멍은 평생 남는다
14.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계의 균열만은 피하라
15. 자녀와의 관계는 '평생의 관점'에서 보라
* 노화
16. 나이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17. 100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몸을 아껴라
18. 아직 오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19. 관계의 끈을 놓지 마라
20. 노후의 거처를 계획해두라
* 후회없는 삶
21. 정직하라
22. 기회가 묻거든 "네!"라고 대답하라
23. 더 많이 여행하라
24. 배우자를 고를 때는 신중 또 신중하라
25.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지금 말하라
* 행복하게 살기
26. 시간은 삶의 본질이다. 삶이 아주 짧은 것처럼 살아라
27.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28. 걱정은 시간을 독살한다. 걱정은 그만하라
29.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라
30. 믿음을 가져라
-> 붉은 색은 제가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 30개 중 무려 21개!!
'살아오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입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삶의 조언은 어떤 것입니까?"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이 이끌어낸 삶의 지혜를 한번 들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제가 지금까지 상담을 하면서, 월덴 3를 운영하면서 옳다고 느끼고, 체험했던 내용 중 상당수가 이 책 안에 있습니다.
토네이도 출판사(예전에
풍림화산님이 서평단으로 추천해 주셔서 몇 권의 책을 증정 받았던)에서 이번에 장외 홈런을 하나 날린 것 같네요.
강력 추천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닫기
1. 결혼
* '끌림'보다는 '공유'가 중요하다. 관심사가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핵심적인 가치관은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와 가치관을 공유하려면 먼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 함께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택하라.
* 관계가 진지하게 발전하면 반드시 서로에게 물어보고 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슴 떨리던 열정이 사그라지고 무뎌지게 되었을 때도 우리를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답이 아이들이어서는 안 된다. 우정이 답이어야 한다. 우정이 없다면 결혼하지 마라
*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항상 100퍼센트를 주는 것이다. 50퍼센트를 주었으니 50퍼센트를 받아야 한다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 인생의 현자들은 결혼생활이 행복한지 아닌지 알려면 이렇게 질문해보라고 제안한다. "배우자와 대화가 통하는가? 배우자와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가? 혹은 나눌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있는가?" 실제로 인생의 현자들이 결혼을 후회한 가장 흔한 경우는 배우자가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아예 대화를 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라고 한다.
2. 일
* 인생의 현자들은 물질적 보상 때문에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언젠가 삶을 되돌아보며 '내가 뭘 하고 살았지?'하고 회한어린 자문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설사 별 볼일 없는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자신이 맡은 일을 훌륭하게 잘 해내야 한다.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이라고 해서 계속 무관심한 태도로 일을 하면 점점 그런 생각만 강해질 뿐이다. 해결 방법은 주인의식과 그 일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태도이다.
*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율성과 융통성이다.
3. 자녀 양육
* 평생 아이와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특별한 비법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희생도 감수하라고 말한다.
*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 나이 든 사람들이 부모와 관련해 지니고 있는 가장 폭력적인 경험은 덜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기억이다.
* 완벽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도 버려라. 가능한 쉽게 키워라.
4. 노화
* 죽음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생의 현자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한 가지 조언은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라는 것이다. 실제로 죽음에 대해 물었을 떄 그들이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가족들에게 짐만 남기고 떠나는 상황이었다.
5. 후회없는 삶
* 내가 살면서 고수한 한 가지 원칙은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한 "네"라고 대답한 것이다.
* 산 사람에게 꽃을 보내라. 죽은 사람에겐 보내도 보지 못한다.
6. 행복
* 장례식은 참석 못하더라도 친구는 지금 당장 만나라
* 인생의 현자들은 행복을 선택하기로 의도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덧. 저는 이 책을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은 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push하는 분이 많으면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할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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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전혀 효과 없다'는 글을 보고 트위터를 통해 학교와 가정에서 체벌을 하지 않게 되면서 미국의 교육이 몰락하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제 의견을 물어보신 '트친'님이 계셔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미국의 공교육과 가정의 훈육이 무너지고 있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합니다만 저는 그 원인이 체벌 금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벌 금지로 인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썩어들어가던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쪽입니다. 앞서 올린 포스트에서도 설명했듯이 체벌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문제를 억압하기만 하니까요. 만약 체벌이 정말 효과가 있다면 체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화권에서는 아무런 아동 청소년 문제가 없어야 할텐데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쉬운 체벌을 사용함으로써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 자력 구제를 정당화하는 총기 자유화의 나라, 알코올을 비롯한 약물 사용을 비상구로 생각하는 문화적 분위기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제서야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그동안 체벌로 인해 감추어진 문제가 얼마나 많았을까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억제 수단인 체벌을 빼앗긴데서 오는 무력감을 반영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안을 마련하고 그 효과성을 검증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체벌을 금지당했으니 그 당혹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더라도 체벌은 해결 방법이 아니고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때 다른 대안들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간혹 어렸을 때 그런 사랑의 매를 맞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나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어른들이 계신데 심리학에서는 그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인지 부조화', '자기 정당화', '선택적 기억' 등의 개념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자신이 그렇게 폭력에 길들여졌던 과거를 정신적 외상 없이 추억하려면 그런 기억의 윤색이 꼭 필요한거지요.
사랑의 매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나간 분들의 자기 고백과 후회가 봇물처럼 터져나오지 않는 한 저는 '사랑의 매'와 같은 개념은 거의 완벽한 허구가 아닐까 의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고등 동물인 사람이 동물처럼 육체적인 고통을 당해야만 규칙과 규범을 사회화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다른 대안은 없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계속 대안을 찾을 밖에요.
덧.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심리학 카테고리가 아닌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에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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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상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체벌이 아무런 교육적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모로 입증이 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손쉽고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여지없이 무분별하게 체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은 점차 체벌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가정은 아직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아무런 고민 없이 아이를 체벌하다가 심한 상처를 입힌 어머니를 상담하다가 체벌 무용론에 대해 정리를 해 두고 싶었습니다.
첫째, 체벌은 교육적인 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체벌자의 감정을 외부로 폭발시키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아이에게 '내가 잘못했구나'보다는 '엄마가 화 나셨구나'라는 압도적인 신호를 먼저 전달합니다. 그러니 아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화가 난 부모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방법부터 찾게 됩니다. 그래서 변명과 거짓말, 반성없는 사과만 늘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체벌을 통해 감정을 폭발시킨다고 그 감정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한번 감정 폭발을 하게 되면 역치 수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유사한 상황에서 더 쉽게 감정 폭발을 하게 됩니다. 스위치가 매끄럽게 눌리는 것이죠.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가 견고하게 형성됩니다.
둘째, 체벌을 가하고 난 뒤 왜 체벌을 했는지에 대해 아이에게 조곤조곤 설명을 한다고 해도 아이도 이미 감정이 상했기 때문에 부모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더 합니다.
문제를 교정하기 위해 체벌을 가하는 순간 아이에게 나중에 힘과 권력이 생기면 나도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겠다는 잘못된 신념을 심어주게 됩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배우자를 구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도 이것과 상관이 있습니다.
셋째, 대부분의 체벌은 부정적인 행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대안 제시가 별로 없습니다. 긍정적인 대안 제시가 있다고 해도 이미 아이도 감정이 상해 있기 때문에 이 말 역시 들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는 체벌을 피하기 위해 부모의 눈을 속일 생각만 하지 바람직한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즉 혼날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걸리면 죽을테니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주의로 가게 됩니다. 이건 체벌을 가하는 부모가 의도하는 바가 전혀 아니지요.
체벌은 부정적인 행동을 일시적으로 억압(소거하는 것이 아닙니다)하는 것 이외의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니 효과없는 훈육 방법인 체벌은 당장 중지하고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겠습니다.
덧. 교육 사이트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에서 '톡톡톡' 게시판으로 이 글을 무단(저는 전혀 연락받은 적 없습니다)으로 퍼가신 것 같은데 자진해서 삭제하시기 바랍니다.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은 유료 사이트이므로 CCL 규약에 의거 월덴 3에 있는 모든 내용을 일체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관련 내용은 메인 페이지의 안내글(http://walden3.kr/46)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이런 개념없는 짓을 하실 줄 몰랐습니다. 충격 받았습니다. 반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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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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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느낀 것이,
와닿는 충고를 하려면 부드럽게 말해야 하지만 (주사도 아픈거보다 안아픈게 맞는 사람 입장에서 좋은 거 같다)
(샌드위치 기법이라는게 있다. 지적을 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