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인생 season 2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제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3년 동안 다닌 병원은 월급을 받기는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수련 기관이라서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 스스로는 이 직장이 제 생애 첫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다녔습니다(마지막 직장이기를 바랍니다).
2003년 8월 13일에 입사했으니 15년에 조금 못 미치는 기간 동안 일했던 곳인데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5,435일 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이제 접으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다니던 직장은 정부 위탁형 공기업 산하 상담센터였기 때문에 연봉 수준 높고,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신분이었으니 이 어려운 시기에 그 안정적이고 조건 좋은 직장을 아깝게 왜 그만두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저 역시 그 부분에서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결국은 가치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쪽에는 직업 안정성을 두었고 다른 쪽에는 직업 정체성을 두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직업 정체성이 직업 안정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지면이 좁아서 자세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직장의 명분을 위해 제 내담자를 더 이상 희생시킬 수 없고 그래도 애정을 갖고 다니던 첫 직장이 계속 망가지고 있는 걸 더는 지켜볼 수 없어서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상담자를 위한 강의에 나가면 자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상담자가 field에 남을 것인지 관리자로 옮겨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기가 대략 15년 정도이다. 15년 차 이상의 중간 관리자가 상담을 하도록 놔두는 조직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상담자로 남고 싶은 임상가의 최종 목표는 개업 상담가일 수 밖에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를 위한 예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하며 인생 season 2를 살 것인지, 제 거취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대략적인 방향만 말씀드리면 일단 'Walden3 Academy'로 시작합니다. 낮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으니 그동안 미뤄두었던 외부 강의와 supervision을 소화하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실전 강의들을 선보일까 합니다. 내년에는 숙원 사업이었던 심리평가 관련 책을 마무리하거나 심리평가를 접목한 라이프 코칭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TCI 자율성 차원 99.8%의 인간이 그동안 조직에 묶여서 답답했는데 인생 season 2에서는 저 하고 싶은 걸 마음껏하면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자 합니다.
임상, 상담 영역에 계시는 선생님들은 곧 제 소문을 들어 알게 되시겠지만 월덴3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에게 먼저 보고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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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태터앤미디어(TNM) 소속 블로거들이 삼성으로부터 T옴니아를 무상으로 증정받아 자신들의 블로그에 리뷰 포스팅을 한 것 때문에 논란이 되었습니다.
태터앤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블로거들을 영입해서 장사하는 것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별 관심이 없는 거지만요. 그러든 말든 말이죠. 블로그를 집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자기가 직접 집을 지어서 살든, 대형 건설사에서 분양한 아파트에서 살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펜션 마을을 짓고 숙박업을 하든 각자가 알아서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댓가(그것이 금전이든 물건이든 간에)를 받고 리뷰(게다가 그것도 받은 물건에 대해!!)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대체 레스토랑의 접대를 받으면서 그 레스토랑을(또는 그 대접받은 음식을) 평가하는 미슐랭 가이드라는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설사 삼성에서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짚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리뷰를 작성한 블로거들이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하더라도 객관성이 담보되는 것이 전혀 아니거든요.
그렇게 객관성에 대해 자신만만하다면 왜 T옴니아를 무상으로 증정받았다는 사실을 리뷰 포스팅에 명기하지 않습니까? 그 리뷰를 읽는 블로거들이 리뷰의 객관성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 아닙니까?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의 꼼꼼한 리뷰를 참고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최근 추세로 볼 때 해당 기업으로부터 증정받은 물건에 대해 리뷰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비의도적) 사기에 가까운 일입니다.
오프라인이든 블로그스피어든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돈나고 사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나고 돈나는 거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기억하고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덧. 2009년 2월 28일 현재 월덴 3에 올라온 모든 리뷰와 소개글들은 이러한 기준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들이며 월덴지기는 앞으로도 엄정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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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람들에게 들은 칭찬 중에 가장 기분좋은 것은 "너는 정말 변함이 없구나. 한결같아" 라는 말입니다. 당연히 제 외모에 대한 칭찬으로 한 말은 아니죠. ^^
며칠 전 어버이 날을 맞아 온 가족이 외식을 했습니다. 깔끔한 음식맛과 친절한 서비스로 기억되는 음식점이 집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그 곳으로 갔죠. 그런데 오랜만에 방문한 그 음식점은 제 기억과 너무 많이 달라졌더군요. 음식맛은 같았고 장사는 더 잘되는 것 같았지만 종업원들은 불친절하고 손님의 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며, 서빙을 보다가 기름장을 엎는 등 매우 부주의했습니다. 게다가 매우 퉁명스럽더군요. 기분좋게 시작한 가족 모임은 그 음식점 때문에 분위기를 망쳤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곳으로 낙인찍었습니다.
생각을 해 보니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유권자와 국민의 마음을 잊어버린 정치인과, 강사였을 때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잊어버리고 권위의 달콤함에 취해버린 교수들, 그리고 너무나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한 나머지 돈버는 것과 승진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진 친구들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합니다.
돈이 무엇이길래, 과연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무엇이길래,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로 인생을 개척하겠다고 맹세했던 자신을 그렇게 쉽게 져버릴 수 있는지... 그것이 사회생활이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타협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관철하기 위해 싸울 것이고, 필요하다면 경제적, 사회적 손해도 감수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 마음의 목소리를 따르는 길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지 못한 인생은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저만의 색깔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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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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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되도록, 세상을 살아오다가..문득 되돌아보니.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사람은..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물론, 외모를 가꾼다는 말도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