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투표율에다가 투표자의 절반에 가까운 20대가 한나라당을 지지했다고 해서 지금 블로그스피어가 난리입니다.
사실 뭐 제가 20대일 때에도 정치에 별 관심은 없었거든요. 투표는 제게 주어진 소중한 주권이기 때문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행사했지만 그 때에도 지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정치 혐오주의자라서 심리학 공부나 열심히 했지 사회 돌아가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습니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가 연못 물이 오염되는 것에 신경쓰지 않은 꼴이라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그 당시 저도 그랬기 때문에 20대 투표율이 바닥을 기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지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대체 뭘 보고 한나라당에 투표한 겁니까? 등록금 내려달라고 시위는 하면서 그걸 견제할 수단인 사학법을 누더기로 만든 한나라당을 지지하다뇨. 10년을 말아먹은 민주당이 꼴보기 싫어서 한나라당에 투표했다는 어이없는 댓글도 보이던데 이 정도 되면 지적 수준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20대는 명색이 저항과 변화의 세대 아닙니까? 기성 세대의 오염되고 편향된 사고에서 자유로운 자유 세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씹던 밥에 돌 들었다고 똥물을 원샷하다뇨. 제 정신입니까?
우석훈 박사가 '88만 원 세대'에서 짱돌을 들라고 했던데 이제 짱돌은 고이 내려놓고 삽을 드시기 바랍니다. 향후 5년 동안 20대가 일해야 할 곳은 대운하 공사 현장 밖에 없습니다. 그 이후에는...
저도 모릅니다. 뭐 편의점 알바를 하시든, 대운하 공사의 현장 경험을 살려 전문 일용직으로 나서든...
다들 본인의 행동에 책임질 나이는 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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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총선 투표일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서울에서도 낙후된 지역에 속하는 곳입니다. 강남이든 강북이든 어느 쪽으로도 30분 안에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인데다, 20분 거리에 대학교가 4개나 있는 고등 교육의 중심지이고 서울 권역 최저 체감 물가에, 공기도 맑아 (제게는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지만 땅값이 가장 안 오르는 지역 중 하나인데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평소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곳입니다.
지난 총선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열풍에 힘입어 민주당 의원이 탄생했고 이번에는 한나라당 의원 탄생이 점쳐지는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종부세 대상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이곳의 지역구민 대부분은 그야말로 액면가나 속사정이 모두 골수 서민입니다. 그런데도 4번째 도전하는 한나라당 출신이 안타까워 이번에는 찍어줘야겠다는 민심이 스물스물 안개처럼 퍼진 곳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으며, 그 비스무리한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한 적 조차 없는데도 뻔뻔하게 서민을 위한다며 침도 안 바르고 또 다시 더러운 거짓말을 하는 한나라당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요새 혈압이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는군요)
그래도 저는 한나라당 싹쓸이 저지를 위한 견제론을 들고 나온 민주당에 제 한 표를 던지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제 양심이 시키는대로, 제 가치관이 시키는대로 진보신당에 표를 던질 겁니다. 진보신당이 공천한 후보자가 '듣보잡'이라고 할지라도 서슴없이 제 한표를 던질겁니다. 그래서 그 후보자가 조금이라도 더 힘을 얻고 심기일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듣보잡' 후보에게 표를 던질겁니다.
왜냐하면 제 양심과 제 가치관은 저를 '서민'으로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저는 서민을 위한 정당인 진보신당에 표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진보신당을 지지한 결과로 표가 분산되고 견제가 실패해서 대운하 공사가 시작되고 의보 민영화가 도래한다면 그것 또한 제가 감당해야 할 고난이겠지요.
솔직히 말하면 어차피 당할 고난이라면 차라리 뼈와 살이 산산히 부서지는 고통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고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가 잊더라도 온몸에 각인되어 다시는 잊지 못할 교훈이 되도록.... 그리고 그 교훈을 잊게 되면 어떠한 결과가 도래하는지를 국민 모두가 몸서리치게 깨닫는 계기가 되도록... 어설프게 고생하니까 금새 잊고 또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겁니다.
어쩌겠습니까.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게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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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있나? -_-a).
'소극적인' 신자유주의자 노무현을 피하려다 '적극적인' 신자유주의자 이명박을 산중군주로 추대한 것을 빗대기에 안성맞춤인 속담이죠.
한미 FTA를 졸속으로 추진한 거랑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한 것은 저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 사회에서 권위주의의 물을 쫘악 뺀 것이나, 부동산 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한 것(최소한 원칙론의 측면에서라도) 등은 점수를 좀 주고 싶었는데 이제 특별히 점수를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채점되게 생겼습니다.
완전 헛방인 대운하 공약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사고 설립,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산은 민영화(한전 민영화의 초석이죠. 덜덜덜), 여성부, 환경부 통합 폐지,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등 2MB의 후덜덜한 공약이 그야말로 줄줄이 대기중입니다.
그런데 상위 1%는 고사하고 10%에도 낄래야 낄 수 없는 순진한 민초들이 공약집 한번 안 읽어보고 그저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정책(사실 자기들에게 실질적으로 해당되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을 심판한답시고 2MB를 찍었다는 것이 아직도 아스트랄합니다.
거기에 시장 중심 경제의 뜻을 동네 '시장'이 중심이 되는 경제로 알아듣고 투표한 시장 좌판 아주머니의 슬픈 인터뷰는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표들이 대집결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담을 수 있는 정당 정치는 실질적으로 붕괴되었고 올 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점유하는 경우 2MB 정부는 정권 말기까지 아무런 견제도 없이 폭주기관차처럼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고작 '경제를 살리겠다'는 2MB 프로파겐다에 생략된 수식어구 '누구의'에 해당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에 국한된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그 '누구의'에 해당하는 위치에 들어갈 수 있는 낱말이 '재벌의', '가진자의', '기득권층의'가 아닌 '빈곤층의', '국민의'가 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나는 내 발등찍는 바보같은 짓은 안 했으니까 생각 없이 손가락 놀린 멍청이들은 앞으로 피눈물 흘리면서 후회하셈. 쌤통이다'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제 마음이 강퍅하지는 않네요. 휴우~
역시 아는 것이 힘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배워야 합니다. 이미 많이 늦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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