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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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이 최재천 교수에게 적극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탄 책입니다.
이 책은 의사이자 유명 TV 저널리스트인 Sean Kenniff가 썼습니다. 2009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 때 한 대기업에서 해고된 후 소와 살기 위해 시골로 떠났던 일로 인해 삶과 식단이 바뀌었고 그 체험을 첫 번째 소설인 이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국내에는 최재천 교수와 이대 통섭원의 이선아 연구원이 함께 번역해서 소개했고요.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시작됩니다.
"이것은 황소에 관한 이야기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황소의 이름은 에트르(Etre : 프랑스어로 존재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역시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붙였을 수도 있지요.
내용이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면 읽는 분들이 한정될 수 있기 때문에 안 하겠습니다. 아주 쉽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일종의 성인용 우화거든요. 페이지 수도 많지 않고 자간, 행간 모두 넓어서 읽기에 아주 편합니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끔찍한 지옥도가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광경이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니 마음이 좀 힘들더군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황소인 에트르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책의 표지에는 다음의 문구가 씌여 있습니다.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 그보다 잔인한 운명은 없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얼핏 보면 채식을 권장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철학적인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진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은 책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북 크로싱을 원하는 분들은 이 소개 포스팅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원하는 분이 많으면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는 걸 고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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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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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를 동시에 다룬 책 중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일단 강력 추천부터 하고 소개 시작합니다.
이 책은 2008년 4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에 온라인으로 연재된 이메일 내용과 오프라인 대담을 엮은 서간집입니다.
세 명의 공동 저자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재식. 호남 신학 대학교 신학과 조직 신학 교수, 신학자, 진화론적 유신론자* 김윤성. 한신 대학교 종교 문화학과 교수, 종교학자, 불가지론자* 장대익. 동덕 여자 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과학 철학자, 절대적 무신론자
사실 이 세 분은 추천사를 쓴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최재천 교수는 장대익 교수의 은사, 정진홍 교수가 신재식, 김윤성 교수의 은사라고 하니 그야말로 신학, 종교학, 과학 철학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이 종교 전쟁이지만 오히려 내용은 종교 전쟁을 끝낼 대화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까지는 세 저자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정리한 것이고 5부는 태국에서 실제로 만난 세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것입니다.
1부에서는 장대익 교수가 '과학의 시대에 종교의 유통 기한이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종교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고 2부에서는 종교를 해부하려는 과학의 시도에 대해 신재식 교수가 반격합니다. 3부에서는 장대익 교수가 미국에서 과학적 무신론의 두 거두인 에드워드 윌슨과 대니얼 데닛과 함께 한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종교가 과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습니다. 4부에서는 '왜 한국 교회가 창조 과학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세 저자가 각각 한국의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 운동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놓습니다. 5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태국 치앙마이에서 세 저자가 직접 만나 나눈 대담을 정리하고 종교의 미래에 대해 각자의 예측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고요.
후기로 김윤성 교수가 프레시안에 연재되던 당시 받았던 질문에 답하는 글과 신재식 교수가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다양한 책들을 추천한 것도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 생각없이 구매한 책인데 로또 맞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내용이 훌륭한 책입니다만 세 저자의 균형비 만큼은 시비를 걸고 싶습니다.
사실 신재식 교수는 진화론적 유신론자라서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진화론을 수용하는 분이고 김윤성 교수도 종교학자이기는 하지만 가치 판단을 적용하지 않는 학문적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분이니 종교보다는 과학 쪽에 무게가 많이 실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종교가 과도하게 공격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절대적 무신론자인 장대익 교수보다 유신론자인 과학 철학자를 대척점에 세웠다면 좀 더 흥미로운 토론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추천사에서 최재천 교수가 비움, 귀 기울임, 받아들임을 이 책의 장점으로 언급했지만 저는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장대익 교수는 지나치게 도킨스의 밈 이론에 경도된 나머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교는 없어져야 하고 없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수정하거나 다른 두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신학자인데도 진화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재식 교수나 중도의 입장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김윤성 교수에 비해 상당히 concrete하고 rigid하게 보이더군요. 특히 5부에서 그랬는데 약간은 떼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전체 내용을 읽어보면 장대익 교수가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하고 다른 두 교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부분이 (제 기억으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종교(그 중에서도 개신교)와 과학의 애증 관계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책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어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과학과 종교 모두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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