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좋은 상담자보다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포스팅과 일맥상통하는 말씀을 또 한번 드리려고 합니다. 위 포스팅에서 저는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상담자는 결과적으로 내담자를 도울 수 없게 되니 그에 따르기 마련인 불안과 고통을 감수하기 위해 애쓰라고 조언 드린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상담을 내담자와 함께 추는 춤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내담자와 호흡을 맞춰가며 합을 이루어 조화로운 춤사위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상담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애쓰는 상담자와 샴 쌍둥이 같은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둘 다 상담의 고통을 피하려는 겁니다.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상담자는 그러한 고통에 공감해 내담자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가끔은 손을 잡아 주거나 해서 용기를 주고 내담자가 그러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 눈물을 멈추고 표정이 편안해지는 그런 영화 같은 장면이 상담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같은 상담을 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진짜 상담은 춤이 아니라 권투 경기에 가까운 겁니다. 일단 링에 올랐다면 원치 않더라도 마주 선 내담자에게 스트레이트 강펀치를 날려서 얼굴을 뭉개놔야 하고 때로는 내담자가 날린 카운터 펀치에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버텨내 경기를 끝까지 꾸역꾸역 끌고 가야 하는, 그런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는 치열한 전쟁터죠. 아무리 뛰어난 supervisor가 코치처럼 링 밖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결국 경기를 하는 건 상담자입니다.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담자에게 상처주는 걸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내담자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거나, 혹은 누군가 자기 대신 링 위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상담자는 상담을 하면 안 됩니다. 춤은 다른 곳에 가서 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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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_k님의 '칭찬주쩨요' 포스팅을 읽고 어찌나 공감되던지 트랙백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가장 원하던 것도 부모님께(특히 어머니) 제대로 칭찬 한번 받아보는 것이었거든요.
저는 yu_k님처럼 영특한(?) 아이가 전혀 아니라서 사실 칭찬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개근상을 꼭 받는 것. 그리고 어쩌다 미술대회, 한글 바로쓰기 대회 등에 나가게 되면 하다못해 참가상이라도 받아오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의 성에는 전혀 차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머니께 "잘했다"라는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고, 아버지께도 "잘했다. 그런데 조금 더 분발해야지?"라는 정도의 반쪽짜리 칭찬만 들어봤습니다. 그것이라도 감지덕지했으면 좋으련만 어린 마음에 그것도 상처였던가 봅니다.
지금도 저는 다른 사람이 제 칭찬을 하면 그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면에 다른 의도가 없는지 일단 의심해보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판하는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부모님이 미흡하게 생각하는 대학이라서 그런지 거의 전 학년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녔지만 그다지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없습니다. 아직도 저는 제가 심리학이 좋아서 미친듯이(정말 그 때는 심리학에 미쳐 있었더랬죠. 그 때같은 열정이 지금도 있다면... 아흐~) 공부를 한 건지, 부모님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대학원으로 진학하면서 부모님이 제가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았노라고 안도하신 것 같지만 이미 칭찬을 듣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 수준도 많이 높아지셨지요.
칭찬의 부재는 사람을 채찍질하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주변에 칭찬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있다면(있는 것 같다면) 아끼지 말고 팍팍 퍼주시기 바랍니다. 돈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째 결론이 좀 이상합니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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