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과스에서 지우펀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불과합니다.
지우펀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유명세 때문에 어딜가도 사람이 많지만 특히 400미터에 이르는 야시장 골목의 혼잡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우회로로 살짝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사실 취두부 냄새 때문에 질렸다는 제보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지우펀 초입에 있는 사당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대만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꼈지만 대만의 사당은 하나같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색채로 치장된 게 인상적입니다.
관광객들은 잘 안 다니는 골목을 통해 지우펀으로 들어섰습니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더욱 통행이 뜸하네요.
비가 내려서 더욱 그렇겠지만 곳곳에 신록이 우거진 길을 걸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우펀의 시장통 골목을 빗겨갔는데도 역시나 벌써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가게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존 건물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가게를 내서 좀 낫네요.
지우펀 시장 골목을 통해 언덕을 오르는 것이 통상적인 접근 방법인데 저희는 우회로를 통해 언덕을 올랐기 때문에 풍광이 좀 다릅니다.
거의 다 올라온 것 같습니다.
이제 내려가면 됩니다.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예류까지 보입니다. 날씨가 흐린데다 비가 오고 있어서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았지만요.
지우펀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할 법한 구도의 바로 그 계단이죠. 좁은 골목길 양쪽을 홍등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어두워서 홍등을 켠 집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어둠이 내려야만 모든 건물에 홍등이 들어오겠지요. 그러면 멋지겠지만 그러려면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할테니까 다음 일정을 위해 그건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바로 그 찻집입니다. 이 안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추억이 되겠지만 그러면 건물이 잘 안 보일테니 바로 건너편 찻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맞은편 찻집의 테라스 자리에 앉으니 더 잘 보이는군요. 아직은 괜찮지만 주변 건물들이 계속 리뉴얼되고 있어서 고풍스러운 맛이 사라지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합니다.
찻주전자가 마음에 쏙 들어서 찍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자스민 차입니다. 양도 많고 실제로 자스민을 듬뿍 넣어서 주는 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계산할 때 현금 결제만 해야 한다고 해서 기분을 잡쳤습니다만...
자스민, 로즈, 유자차와 함께 커피까지 주문했는데 모두 160불로 같은 가격입니다. 비싸네요;;;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 골목을 조금 내려가다가 중간에 빠져서 관광객들이 덜 붐비는 길을 통해 차량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스펀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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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국립고궁박물원 투어를 하느라고 무리를 했는데도 7시 30분에 일어났으니 비교적 일찍 눈을 떴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어르신을 모시고 온 여행이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오늘은 타이페이와 인근 지역을 슬슬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씻고 아침을 먹으러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는데 조식 뷔페가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하네요. 구성도 좋고 음식의 quality도 괜찮고요. 무엇보다 채식 메뉴에는 일일이 구분 팻말(사진에서 녹색으로 보이는 이름표)을 세워 놨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꽤 많은 호텔에 묵었는데 이렇게까지 채식인을 배려하는 호텔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Vegetarian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따로 구분을 해 놨습니다. 덕분에 매번 직원을 불러서 물어볼 필요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죠.
한쪽에는 밥을 먹고 싶은 분들을 위한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김치도 보이네요. 저는 안 먹었습니다만;;;;
지금까지 발견한
댄디 호텔의 유일한 단점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떠드는 애들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소란스럽다는 겁니다. 제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옆 테이블에서 아이 하나가 까불다가 그릇을 하나 깼습니다. 똑같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실테니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것 같네요.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여유를 부리면서 천천히 짐을 챙겨 10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담수이로 가자고 했는데 그 거리를 택시로 가는 여행객이 없는건지 아니면 너무 멀어서 안 가는지 모르겠지만(당췌 영어가 통해야지요. ㅠ.ㅠ), 두 번이나 지하철 역으로 데려다 주는 바람에 결국 송산역에서 내렸습니다. 이리저리 택시로 도느라고 택시비만 400불 가까이 썼네요. 그래도 택시가 깨끗하고 기사님이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계신 분이라서 그리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어요. 결국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타이페이 지하철은 우리나라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발권기에서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은 1회용 승차 코인을 사는데 화면에 한글 메뉴도 있기 때문에 구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가고자 하는 역과 매수를 누르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대신 지폐는 100, 200불 짜리만 사용 가능한데 마침 공교롭게도 1,000불 짜리 지폐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안내데스크로 갔습니다. 여기서도 표를 살 수 있어요. 직원이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플라스틱 코인에 충전을 해서 주는데 입장할 때는 단말기에 접촉해서 들어가고 나올 때는 공중전화처럼 코인 투입구에 넣으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을 받기 위해 다시 기계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더군요.
타이페이 지하철은 열차 내에만 노약자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강장의 벤치도 노약자 벤치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게 특이했습니다.
대기선도 우리나라처럼 출입구 양쪽에 다닥다닥 서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옆으로 바짝 붙여서 그려놨습니다.
종착역이 담수이역인 열차를 타면 곧바로 가지만 아니라면 보시는 것처럼 기암(QIYAN)역에 내려서 기다렸다가 타야 합니다.
총 40분 정도 걸려서 담수이역에 도착했습니다. 1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어차피 사람들이 대부분 그리로 나가기 때문에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됩니다.
역 앞에 있는 BK 20 기차 실물 모형입니다. 담수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초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기념 사진을 찍곤 합니다.
BK 20은 1908년에 마지막으로 영국으로부터 수입되어 담수이 라인에 투입된 기차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해 줄곧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꼬마전구를 온통 치렁치렁 감아놔서 밤에는 예쁠 지 모르겠으나 낮에 보니 좀 흉물스럽네요.
크리스마스가 겹친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들이를 나온 것 같습니다. 시장 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초입이라서 북새통을 이루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차량이 다닐 만큼 도로폭이 넓기도 하고요.
오늘 낮에는 타이페이 인근 지역 중 하나인 담수이를 늘렁늘렁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 건물 사이의 좁은 틈새에도 사당 같은 걸 세워놓은 게 인상적이네요.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가게도 있고,
취두부(냄새가 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를 파는 가게도 있고요;;;;;
어묵 비슷한 걸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구경만 해도 신기하죠. 채식을 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먹을 수 없는 가게 앞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거지요. ㅠ.ㅠ
시장 골목이기는 해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한글 간판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오징어 먹을거리를 파는 좌판인데 '오징어', '대왕 오징어'라는 친숙한 한글이 눈길을 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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