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 참사로 안산 단원고에 자원봉사를 나간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들이 상담 기록을 학교에 남겨두는 것에 불응하고 일제히 외부로 갖고 나간 문제로 갑론을박 말이 많습니다.
한국 심리학회 산하 재난심리 위원회를 통해 파견 나간 심리요원들은 처음부터 어떠한 자료일지라도 일체 파견된 학교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라는 교육을 받고 나갔기 때문에 다행히 염려할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신과 선생님들은 지원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 단원고로 들어간데다 개업의이거나 개인 자격으로 봉사하신 분도 많아서 일이 복잡해진 것 같습니다.
원칙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는 상담, 진료 기록, 심리검사 자료를 단원고에 보관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단원고 내에 이 모든 자료를 보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시설이나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 단원고의 경우 이 자료를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치유와 회복을 연결해서 담당할 상시 전문가를 채용했습니다. 그러니 자원봉사를 나간 임상가들은 이들과 협력하여 단원고의 생존자와 유가족 및 관련자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물러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이 논쟁에서는 내담자가 아예 배제되어 있다는 겁니다. 어떤 기관이든 상담, 심리검사, 진료 기록 등은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의무기록이고 반드시 내담자의 동의 하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단원고의 내담자 중에는 자신을 상담하던 정신과 선생님을 따라 외부에서 진료를 계속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처음부터 고려되었다면 학교 내에 설립될 치유 센터로 연계될 내담자와 자원봉사를 나온 임상가를 따라 외부로 연계될 내담자를 구분해서 다르게 접근하는 방안이 마련되었겠죠.
결론적으로 그러지 못했고 그 결과로 철저히 보호되어야 할 내담자의 의무기록이 외부로 유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학교가 미덥지 못하고 관리 체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해도 외부로 유출되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자원봉사자는 말 그대로 자원봉사자입니다. 자원봉사자는 그게 언제가 되었든 결국은 떠나야 하고 그 때 남게 될 내담자와 환자의 안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합니다. 이번에 자원봉사를 나간 정신과 선생님들은 치료의 중추를 자신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치료의 중추는 어디까지나 내담자/환자입니다. 끝까지 내담자/환자를 책임지려는 자세는 존중하고 존경스럽게 생각하지만 방법이 틀렸습니다.
핵심만 짧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불필요하게 말이 길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상담 기록 뿐 아니라 심리평가와 관련된 자료 등 모든 의무기록은 원칙 상 내담자/환자가 있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내가 개업한 센터나 클리닉에 찾아온 내담자/환자의 기록이라면 그곳에, 이번 세월호 참사 지원처럼 자원봉사를 나간거라면 해당 학교에 보관하는게 원칙입니다. 내담자/환자의 기록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을 것 같으면 대책을 마련해야지 보관 장소를 옮겨서 외부로 유출될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됩니다.
덧. 국회의원 등 비관련자가 열람을 요청하면 내담자/환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당연히 거부해야 마땅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거부 주체가 학교이지 자원봉사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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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돈다' 카피를 패러디한 제목입니다만... 그 정도로 비장한 건 아니고요.
2009년에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참으로 뻔뻔스러운 사감위'라는 포스팅에서 '기관차 효과'와 '풍선 효과'를 대비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감위는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규제해야 불법 사행산업을 잡을 수 있다는 기관차 효과를 믿고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때려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완결판이 전자카드제라고 할 수 있고요. 아직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만...
저 위의 포스팅 이후로 4년 반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합법 사행산업을 규제하려고 많이 노력했으니 기관차 효과대로라면 불법 사행산업도 덩달아 많이 줄어 들었어야겠지요?
어림없는 소리죠. 합법 사행산업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불법 사행산업은 성장 일로에 있어서 이미 감당을 못할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사감위에서 한번도 불법 도박 시장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시장 규모가 100조는 넘었을 겁니다. 합법 사행산업에 비해 5배 이상으로 커진거지요. 뒤늦게 사감위에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 발의를 한다는 둥 뒷북을 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이미 늦었습니다.
기관차 효과는 불확실한 것에 베팅하는 인간의 도박 본능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전제부터 틀렸습니다.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할 때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면 힘들어서 포기하고 레저 수준에서만 즐기겠지 하는 아메바 수준의 생각에 기초하고 있거든요. 내가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불법 도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건 생각도 안 한거지요.
실제로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일선 센터에서는 경마, 카지노 등 전통적인 도박을 주 도박으로 하는 중독자의 수가 현저히 줄고 불법 스포츠 토토나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중독자가 압도적으로 늘었습니다. 제가 체감하는 비율은 대략 20:80 정도나 됩니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감위에서 운영하는 치료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치료자 중 한 사람이니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규제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단 그 적정선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죠. 도박에 대해 뭣도 모르는 비전문가들 모아놓고 탁상공론으로 결정하지 말고요.
며칠 전에 있었던 공청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의 면면을 보면 1차 종합계획안보다 질적으로 더 후퇴해서 도박과 도박 중독 분야의 전문가가 한 명도 없더군요. 대체 뭣들 하자는 건지... 누가 제대로 지적을 했던데 그냥 이해 관계의 개싸움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불법도박을 부숴 풍선 효과에 의해 합법 사행산업의 틀 안에서만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걸리면 신세 망친다는 신호가 분명히 전달되도록 엄중한 법 집행과 부당이익의 환수를 일관되게 지속해야 합니다.
불법도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합법 사행산업만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도박 문제 해결 못합니다. 왜냐하면 풍선 효과가 옳으니까요.
설마 도박 문제가 해결되면 사감위의 존립 이유가 없어지니까 조직 생존을 위해 그냥 내버려두고 공존공생하려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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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YES24에는 다른 책의 북 이미지가 잘못 올려져 있어 가져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YES24 관계자 분이 있다면 수정 부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8년 2월에 저는
'최근 도박중독분야의 추세'라는 글에서 도박 중독의 주 연령층이 점차 내려갈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그런 경향이 현장의 임상가들에게 감지될 정도였으니 지금은 얼마나 추세가 강해졌을 지 알아보는 게 두렵기조차 합니다.
이 책은 지금은 없어진 KRA 유캔센터의 임상가 7명이 공동 번역한 책으로 현재 청소년 도박 문제를 다루는 우리나라 유일의 책입니다. 원저가 2004년에 출판된 책이고 북미권역의 실정만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가 10년 정도 정책 방향이 뒤쳐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를 따라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가 번역하자고 제안한 책이고요.
역자가 7명이나 되는데도 chapter간 번역의 질이 별로 차이나지 않도록 출판사에서 조율을 잘 해서 비교적 매끄럽게 읽히는 편입니다.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핵심 주제로 해서 유병률, 관련 변인 및 위험 요인, 기술 발전으로 인한 위험성, 청소년 도박 문제의 측정, 치료와 치료 모델, 예방과 사회적 정책에 이르기까지 도박 중독에 필요한 대부분 영역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도 중독일반이론으로 유명한 Jacobs를 비롯해 Randy Stinchfield, Mark Griffiths, Jeffrey Derevensky, Rina Gupta, Carlo DiClemente, Alex Blaszczynski 등 도박 중독 분야의 기라성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 학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추천사도 Schaffer 교수가 썼고요. 물론 주 저자는 현재 청소년 도박 중독 분야의 최전선에 있다고 평가받는 Jeffrey Derevensky와 Rina Gupta입니다만....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본인들의 연구 결과가 대부분의 references입니다. 매 장마다 지나치게 많이 우려먹어요(게다가 인용한 연구들이 대부분 2000년 이전 것이라는게 더 문제입니다). 문제는 결과들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거. 예를 들어 청소년 도박 중독 유병률이 북미를 기준으로 성인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논쟁과 반박이 많습니다. 게다가 Jacobs가 우울이 도박 중독의 원인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기술해놓고는 청소년의 모형에서는 우울이 도박 중독의 결과일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게다가 정책 분야에서는 참 답답한 내용이 많은데 청소년 문제성 도박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청소년 문제성 도박 예방 노력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거나 효과 검증이 된 경우가 없다는 식으로 다소 무책임하게 실태를 기술한 내용이 많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청소년 도박 중독의 문제가 성인의 그것을 압도할 대형 문제라고 예상하고 있고 지금까지는 성인 도박 중독의 치료와 사행산업의 규제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1차 예방, 특히 학교와 학원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박 중독 예방과 교육에 좀 더 공격적으로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내용이 마음에 썩 흡족하지는 않더라도 청소년 도박 중독을 다루는 관계자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보셔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닫기
* 조사 결과 어린이들은 놀랄 만큼 어린 나이에 처음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하였는데, 중앙 연령이 11세에서 13세 사이였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대다수 어린이가 12세가 되면 이미 돈내기 도박을 한다. 청소년이 도박을 시작하는 연령이 담배, 독한 술, 마리화나를 시작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을 앞지른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 청소년의 도박 시작 연령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다.
* 미래의 도박 중독 선별검사는 어떤 종류로든 자기인식 피드백이라는 특징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 도박은 보다 광범위한 일탈 및 위험추구 행동범주의 일부일 수 있고, 도박을 자주 하는 소녀는 알코올을 사용하고 반사회적 행동까지 나타냄을 시사한다.
* 청소년 문제성 도박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청소년 문제성 도박 예방 노력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 도박중독은 우울하고 지루해 하고 각성이 덜 되면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Jacobs(1989)의 주장은 중요하다. 이 모델에 따르면 우울은 도박장애가 발병하기 이전부터 존재한다. 도박은 심지어 우울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 또는 그런 증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
* 청소년에게는 우울, 불행감, 자살경향이 지나친 도박의 위험요인이라기보다는 그 결과일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 측좌핵에 방출된 도파민은 또한 보상, 강화, 새롭고 혐오적인, 즉 스트레스 자극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경험과 관련이 있다.
* 삶에서의 도파민 활동 증가는 위험행위에 참가하는 성향을 높일 수 있음이 주장됐다.
* 세로토닌 수치의 감소는 알코올 중독, 방화, 병적 도박 같은 다양한 성인의 위험감행 행위와 관련된다.
*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파록세틴 치료가 자살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식품의약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파록세틴으로 문제성 도박 청소년을 치료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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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나 상담 supervision을 받고자 할 때 정작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supervisee들이 많습니다.
한 회기의 verbatim을 몽땅 풀어 가야 하는지, 지금까지 상담한 내용을 회기 별로 묶어서 요약해야 하는지, 염두에 두고 있는 심리치료 기법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는지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쉬운데 supervision을 받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guideline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래의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을 하다 보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 A : 내담자의 현재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라
B : 이 회기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 회기에서 역동(내담자에 대한 당신의 반응과 당신과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라
* A : 배경 정보를 포함하여 회기 중 알게 된 다른 중요한 정보를 설명하라
B : 회기 중 논의된 주요 문제들을 요약하라
* 현재 문제(들)와 관련된 문화적 또는 발달 정보를 설명하라
* A : 내담자의 문제(들)에 대해 당신이 처음 했던 개념적인 해석은 무엇인가
B : 현재의 문제(들)에 대해 당신이 한 개념적 해석의 변화(또는 확장)를 설명하라
* DSM 체계를 고려할 때 당신의 진단적 인상을 나열하라
* A : 이 내담자에 대한 최초 치료(상담) 계획을 가능한 한 상세히 설명하라
B : 이 내담자에 대한 당신의 치료(상담) 계획의 변화(또는 확장)를 설명하라
* 당신의 치료(상담) 계획을 바탕으로, 다음 회기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 이 회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당신의 목적이 달성되었는가
* 이 사례의 어떤 양상이 당신에게 윤리적 염려를 불러일으키는가
* 회기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을 무엇이든 공유하라
* 당신의 supervisor에게 어떤 구체적인 질문이 있는가
A : 최초의 상담 회기
B : 현재 상담 회기
출처 : 'Fundamentals of Clinical Supervision, 3rd(by Janine M. Bernard & Rodney K. Goodyear, 2004)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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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족들이 열심히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치유의 열쇠는 결국 도박자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자가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인식이 없는 도박자를 가족들이 어떻게 설득하는가입니다.
도박자는 도박 중독이 병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해도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건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도박자를 설득할 때 중독, 정신병, 병원, 치료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 거부감만 일어나게 되죠. 이보다는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예를 들어 도박 중독보다는 도박 문제, 치료보다는 상담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도박자를 설득하는 이유가 도박자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지 도박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자가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걸 극구 꺼리는 경우에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 위해 일단 평가만이라도 받아보자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라도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 정도는 경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선택은 도박자의 몫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하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거부하든 간에 모든 결정은 도박자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이든 간에 치유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입니다. 또한 도박자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을 탓하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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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그 중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3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소아/청소년 우울증*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학교 부적응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ADHD
* 주 호소 문제의 변별
* ADHD 신화 : 허위 긍정의 오류
* 주의할 점 : 주의력 문제의 구분
* 진단
* 평가
* 평가도구
* 치료
2. 소아/청소년 우울증
* 증상
* 우울증의 구분
* 우울 사고 vs. 우울 정서
* 연령에 따른 차이
* 자살 위험성 평가
* 분노 폭발 : 열등감 내재 확인
3.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 PTSD의 진단 준거
* 왜 Delay되는가
* 변별 진단
* 여아의 자해
* 왜 말하지 못하는가
* 근친 성폭력
* 치유에 중요한 요인들
* 심리평가
* 치유의 3단계
* 치유 단계 별 주의할 점
* 상담의 point
* 성폭력에 대한 통념
4. 학교 부적응 문제
* 1단계 : MR, BIF, BA 배제
* 2단계 : Adjustment Disorder 배제
* 3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집(PCRP 고려)
* 4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왕따 고려)
이전에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자료인
‘상담에서 만나는 정신병리문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 자료는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자주 만나는 네 가지 정신병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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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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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장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실제로 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도박 중독에 대해 쓴 '국내 최초의 공동 저술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책은 이흥표 선생님의
'도박의 심리'입니다만 그 책은 혼자 쓰신 것이니 단도박 모임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치료의 역사가 십 수년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나마 그동안 소개된 책들이 거의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미 2007년에 선을 보였으나 KRA 유캔센터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던 것을 심리학 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를 통해 최신 정보를 보강하여 개정판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저자로는 유캔센터의 전, 현직 임상심리학자 5명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가 수고하였습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개인, 사회, 도박에서는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박을 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바다 이야기' 사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도박 광풍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가 도박과 도박 중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1부의 특징으로는 매스컴에서 맨날 떠들어대는 것처럼 한국이 과연 도박 공화국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도박 중독 유병율 9.5%의 허상을 낱낱히 깨부수고 있죠. 이 부분은 지금까지 출판된 어떤 도박 관련 저작물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2부. 습관성 도박의 이해에서는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생물심리사회 모형에 따라 도박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3부. 치료와 재활에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사후관리 및 재발 예방의 4개 영역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박 중독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관점까지 빠짐없이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정독해도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도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 실태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공동 저작의 문제점 중 하나인, 부분 내용의 유기적인 연결과 통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부 5장 습관성 도박의 생물학적 이해에는 신경전달물질과 뇌관련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것은 3부 7장 약물치료의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아무래도 여러 저자가 공동 작업을 하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도박자와 가족이 아닌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특히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을 할 예정인 예비 임상가들에게 도박 중독 치료의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도박 중독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도박의 심리'를 많이 권했는데 이제는 이 책에 자리를 넘겨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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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나름의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든가, 잃어버린 돈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든가, 한번만 크게 따서 자신이 가족들에게 입힌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어서라든가 등등.
그런데 도박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모으려고 한다든가, 우리나라 바카라 최대 승률 기록을 세우려고 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없죠. 왜냐하면 도박이라는 게임 자체가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승부의 결과에 돈을 걸게 되면서 목표가 흐려진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도박 중독자는 목표 중심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과정 지향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니고 순간 순간의 목표 달성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그 순간 순간을 연결해 보면 과정 지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임상가들은 목표 지향적인 부분보다 과정 지향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2주 동안 CBT를 활용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겠다는 식의 목표 중심적이고 구조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치유 과정에서 그동안 한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장해제를 시키고 도박 및 도박과 관련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좀 더 나아가 사는 의미, 자신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 이런 의미와 가치관에 도박이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도박에 빠졌던 과정과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는 목표 지향적인 것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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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 기법 중 하나로 'imagination'을 활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대로 도박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상상을 해 보도록 했는데 너무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거나 상상 자체를 못하는 문제(죽어버려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함;;;;)가 있어서 최근에는 도박을 그만두고 살게 된다면 10년 후 어떤 삶을 살게 될 지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상을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냥 상상해 보라고만 하면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의 자기 모습을 쉽게 상상하는 도박자의 수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걸 알게 됩니다.
치료를 받으러 온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 빠져 사는 자신의 삶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영원히 도박을 하지 않고 사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그만두기보다는 조절하면서 즐기고 싶어하고 치료의 종반부에 이르기까지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을 주저하고 끊임없이 타협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imagination을 통해 강한 치료적 효과를 노린다면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단순히 시각적인 유도만 하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까지 총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았던 도박자라도 장면을 연상하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 이완하도록 연습을 하고 그런 연습에 익숙해지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상담자 스스로 imagination을 통해 상상 연습을 많이 해 볼수록 좀 더 수월하게 도박 중독자의 상상을 도와줄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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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초기에 도박 중독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는 '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심하다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면 '맨날 도박만 하지는 않았다'(과도한 시간 투입), '집을 날린 것은 아니다(과도한 재정 투입)',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지는 않았다(관계 파탄)' 등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치료 현장에서는 도박 중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실질적인 기준으로 '과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도박을 과하게 하면 중독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생긴다는거지요.
그렇다면
'과하다'의 기준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첫 번째 기준은 '삶의 균형이 깨지는 수준'입니다. 도박 때문에 일을 하는데 방해를 받는다든지, 가족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정도라도 균형이 깨져서 도박의 영향을 받게 되면 충분히 과한 겁니다. 물론 이 때 도박자는 균형이 깨진 것이 아니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feedback이 어떤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족들의 잔소리가 늘고 주변 동료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 친한 친구들의 질책이 증가한다면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과한 수준으로 도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두 번째 기준은 활동의 전환(transition)'이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흔히 게임에 빠진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게임에 너무 심하게 몰두하면 게임뇌가 되어 공부뇌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도박 중독도 이와 같습니다. 초반에는 도박을 하다가도 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하는 모드로 변경이 되지만 도박에 중독되면 도박뇌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정작 일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도박뇌에서 해당뇌로 전환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억지로 바꾸려고 무리하면 감정 조절을 잘 못해서 짜증이 심하게 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게 다 전환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도박을 과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분들은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 '활동을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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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을 불문하고 중독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건 공통된 현상입니다. 신체적인 금단 증상을 거의 수반하지 않는 행동 중독,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은 특히 자신의 문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도움을 구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반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도움을 구하러 자발적으로 전문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가 매우 드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가족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을 해도 가족에게 준 경제적 피해와 마음의 상처가 미안해서, 혹시라도 가족들이 자신을 버릴까봐 어쩔 수 없이 가족의 강요를 받아들이는 것 뿐 처음부터 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걸 인정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병식이 없는 도박자를 상담할 때에는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윽박지르거나 직면하거나 웬만한 도박자라면 다 아는 뻔한 내용을 교육하라는 말이 아니라 도박자가 갖고 있는 양가 갈등(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도박 중독자라면 어쩌지?)의 빈틈을 정확하게 찔러서 동요를 일으켜야 합니다. 말이 기선 제압이지 설득하는 기법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첫 회기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것처럼 비밀 골방에서 뿌연 담배 연기에 쩌들어 밤을 꼴딱 넘기는 사람이라든가, 집안 재산을 완전히 날려 온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어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붙잡고 우는 모습이라든가, 회사를 잘리고 감옥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사람 등등.
그들이 가진 도박자의 상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를 그런 이미지로 그려야만 반대로 자신이 도박 중독자가 아님을 자기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학적인 진단 기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도박 문제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동차의 예를 자주 듭니다.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1)
삶의 균형이 깨지는 것(타이어의 공기압 차가 생겨 주행 중 차가 흔들림), 2)
통제력을 잃어 멈추고자 할 때 멈추지 못하는 것(브레이크의 이상 작동)입니다.
제 경험 상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하지 않는 도박 중독자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차가 좀 흔들리거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게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방치하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 두 가지 기준에 해당되면 일단 더 이상 주행하지 말고 차량 정비소에 가서 점검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가 바로 그런 정비소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도박자가 자신은 절대로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결 부드러워져서 자신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곤 합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해
자동차의 비유를 들 때 도박 중독, 정신병, 치료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용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그런 정공법은 도박자의 방어를 뚫지 못합니다. 게다가 오히려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임의 탈락할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초기 상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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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다보면 이제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도박자를 간혹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목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다녔는데 더 이상 목이 아프지 않으니 이제는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면 도박 중독이 치료된 걸까요?
사실은 도박 생각이 계속 나는데도 상담을 받기 싫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도박자는 제외하고 정말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만 생각해보죠.
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도박 빚을 갚느라고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도박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수도 있고, 도박 충동이 잠시 가라앉아서 일시적으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는 앞으로도 도박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 초기에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훨씬 더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바다의 수심이 더욱 얕아지는 것과 비슷한데요. 그걸 앞으로 쓰나미가 오지 않을거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아서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몰려올 도박 충동을 어떻게 이겨낼지 자신을 연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암에 걸렸을 때 다행히 수술로 종양을 잘 제거했다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암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도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검사하면서 평소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할 겁니다. 즉 암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인 손실과 도박 빚까지 생기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 관계 갈등까지 경험했다면 당연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도박 문제에 대해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밤낮으로 도박 문제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자초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죠.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제는 더 이상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도박자에게 낙관적인 미래는 없습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이 때야말로 심기일전하여 도박 중독과 싸울 기술을 익힐 시간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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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도박 중독이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병이고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뇨병처럼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은 손목을 잘라도 못 끊는다는 일반적인 속설이나 어디서 주워들은 주변 사람들의 실패 경험만 믿고 도박 중독은 가망이 없는 병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비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라는 글에서 강조해서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더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이 바닥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런 약해빠진 정신 상태로는 도박 중독과 싸울 수 없으니까요.
어느 정도 도박 충동과 싸우는데 익숙해지고 일상 생활도 복구가 된 도박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지?'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착각해서 상담을 중단했다가 재발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생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상담을 종결해야 하는데 대체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라면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인 '거짓말'과 '무책임'이 도박자에게서 사라져서 매사에 진실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도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도박자에게도 그걸 알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도박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도박자의 기억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대신
도박 생각을 유발하는 도박 관련 자극이 없으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는 가능합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몇 달 만에 추후 상담을 받으러 온 도박자는 그 동안 전혀 도박 생각이 나지 않다가 상담 예약한 날짜가 되니 도박 생각이 나더라고 보고하곤 합니다.
둘째.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당시에는 도박 생각이 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갈망에 시달리고 그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박을 하곤 했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생각이 나더라도 충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갈망이 생겨도 아주 손쉽게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도박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죠.
셋째. 치유 이전 혹은 치유 과정 중에 있는 도박자라면 가족의 의심이나 잔소리, 간섭에 의해서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의심받으면서 사느니 차라리 도박을 하면서 내 맘껏 살아보자 하는 고민을 잠시라도 하겠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연합니다.
세 가지 기준 모두 마음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가족의 의심이나 간섭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기준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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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처음에는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 도박자를 믿지 못하는 고통때문에 힘들어지는 것과 비교해 도박자는 잃어버린 돈에 대한 아쉬움과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곤 합니다.
숨겨둔 빚을 모두 공개하고, 상담을 시작하고,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일이나 여가 생활을 챙기고, 소홀했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면서 금단 증상이 심하지 않은 도박자는 의외로 빨리 안정된 모습을 찾기도 하지요.
그래서 가끔은 가족들이 너무 빨리 편안해진 도박자를 원망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얼굴빛이 좋아지는 것까지 타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빨리 좋아지는 도박자가 주로 가족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데 자신의 치유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지요.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 왜 맨날 볼멘 소리나 하고 도박을 한다고 의심이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겠습니다. 도박을 자제하고 계신 것을 제외하고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재정 관리 능력을 배양하고 현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가계부나 현금 출납부를 쓰고 계신가요? 가족의 의심병을 고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때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 예정이고 언제 귀가할 것인지 가족이 물어보기 전에 꼬박꼬박 이야기하고 계신가요? 나태해진 자신을 추스르고 도박에 빠졌던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취미, 운동, 학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동안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집에 오면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고 계신가요?
도박자는 문득 문득 치밀어 오르는 도박 충동의 유혹과 맞서 싸우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항변할 지 모르지만 도박을 하지 않는 건 가족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정작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의심병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요.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단도박이 아닌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행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위에서 나열한 자구 노력이 없다면 가족이 무엇을 보고 도박자가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나도 힘들다는 하소연은 상담자에게 하세요.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상담자가 하는 일입니다. 가족은 믿고 있던 당신에게 뒤통수를, 그것도 연거푸 얻어맞고 영혼에까지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변화의 징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주세요.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노력도 그 싸움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니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쌓여서 치유의 기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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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라는 글에서 도박을 그만두어야 할 내면의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도박을 그만두고자 하는 도박자가 단계에 따라 다른 이유를 찾는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단계를 안다면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탈도박 단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탈도박을 하는 단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단계: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모든 도박 중독자가 1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었을 때 다양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돈이 필요하거나 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일시적이나마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참는 것이죠. 이 단계에 있는 도박자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서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도박 자금 마련, 갑작스럽게 여유 시간이 생김, 도박 장소에 근접하게 됨, 감시하는 가족의 부재 등)에 따라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성이 큽니다.
이 단계는 사실 도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도박자가 충동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2단계: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치료를 시작하는 도박 중독자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속하게 되는 단계가 바로 도박을 두려워하는 단계입니다. 도박의 부정적인 결과를 몇 차례 반복해서 경험하였기 때문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면 결과가 어떠할 지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너무도 두렵기 때문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는 이전에 '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설명드린 2단계와 일치하는데 특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도박을 못하는 것이죠. 물론 이 단계를 안정화시키면 평생 도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만 도박 충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단도박을 하고 계시나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고 생각). 또한
목표가 사라지면 봉인이 풀린 것처럼 더 없이 강해진 도박 충동에 다시 시달리게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의 평안을 위해 도박을 참고 있는 도박자가 다른 이유로 이혼하게 되면 탈도박의 목표를 상실하게 된 것이므로 도박에 다시 손을 대고 싶은 욕구에 저항할 힘을 잃게 되는 것이죠.
* 3단계: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이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이유가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말씀드린 3단계인 내면에 있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기 때문에 도박을 다시 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지 않은 일반인처럼 도박에 대한 흥미 자체를 느끼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도박 중독자에게 그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에 대한 혐오감을 갖는 것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입니다.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대상에게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도박을 혐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박과 관련된 자극(장소, 사람, 시간 등)을 피하게 되어 도박과 무관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현재 자신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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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가 환자나 내담자를 대하는 초기에 빼놓지 않고 점검해야 하는 부분은 과거의 '치료력'입니다.
치료력을 점검할 때에는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치료자/상담자를 만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만났는지, 약물 치료를 한 적이 있는지, 어떤 약을 얼마나 오랫동안 먹었는지, 현재도 먹고 있는지, 그 밖에 다른 치료적 개입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물어보게 되는데 단순히 제도화된 접근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개인적인 방법이나 대처 방안 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물어봐야 합니다.
보통 숙련된 임상가도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어떤 약물을 복용해왔는지와 같은 것들은 꼼꼼하게 물어보지만 환자나 내담자가 나름대로 시도했던, 일종의 민간 요법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데 사실은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
치료력을 점검하는 이유는 실패한 치료적 접근법을 답습하거나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환자/내담자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점검하면서 문제를 유발하는 혹은 악화시키는 역기능적인 역동을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속 재발하는 도박 중독자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방문하였다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왔는지를 물어보는 것보다 재발을 하였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그 때 도박자의 반응은 어떠하였는지, 관계가 개선 또는 악화되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도박 문제에 개입하는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내담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것도 중요한 치료적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동기가 결여되어서인지,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찾아내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다른 치료 기관의 방문 여부, 기존의 진단, 약물 치료에 대해서만 물어본다면 오히려 이전 치료 기관의 인지도나 유명세에 압도되어 동일한 진단을 내리고 복용하는 약물만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접근을 하게 될 위험성이 커집니다. 당연히 문제가 개선되고 나아질리가 만무하지요.
그러니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내담자가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꼭 물어봐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치료력 점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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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의 가족을 상담하다 보면 도박 중독자의 뻔뻔함에 분노하고 치를 떠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도박 때문에 생긴 재정적인 손실로 희망이 짓밟히고 당장 경제적인 압박을 온 가족이 받고 있는데 정작 원인 제공자인 도박 중독자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잘 먹고, 잘 자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지요. 게다가 별로 뉘우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실상 그동안 도박 문제를 몰래 감추느라 마음 고생을 했는데 막상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마음의 부담을 일시적으로나마 덜 수 있어 안색이 좋아지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오해하듯이 도박 중독자가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가족들이 합심하여 도박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도박자가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지다가 결국에는 소위 '바닥'을 치고 나서야 방법을 바꿔 치료를 받으러 나오게 됩니다.
이 때 가족들은 그동안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지 못하게끔 막아준 방패와 공범 역할을 본인들이 해 왔음을 깨닫게 되고 그때서야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박자 및 도박 문제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
가족들의 보호와 책임 면제의 우산 밑에서 안전했던 도박자는 드디어 직접 화살을 맞게 됩니다. 그것이 생각보다 괴롭고 힘들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되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결국 도박자는 가족을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죠.
그러니 조바심내지 말고 치료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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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박 중독자를 상담할 때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마음가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밀지 말고 끌어 당기는 기분으로 상담을 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상담에 비해 도박 중독 상담은 알게 모르게 지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무 변제 문제, 가족과의 갈등 문제, 단도박을 위한 환경 조성 문제, 불법 도박을 포함한 법적 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상담 초기에는 특히 공감과 경청만 갖고 상담할 수가 없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도박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빨리 치우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접적인 조언을 많이 하게 되고 때로는 지시도 불사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치료에 대한 동기와 의지가 없기로 유명한 도박 중독자들을 자신도 모르게 자꾸 밀어 붙입니다. 동기 강화 상담을 한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는 상담자는 이 점을 항시 염두에 두고 내담자를 살살 끌어 당긴다는 느낌으로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자가 치료에 얼마나 개입하는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고 그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고 정서적인 거리를 적절히 유도하면서 동시에 필요할 때 언제든 이야기만 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게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담 장면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꼬드겨야 합니다.
저는 도박자를 살살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친구 되기'를 즐겨 사용합니다. 도박자가 상담자를 어려운 사람으로, 나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공식적인 사람으로 규정하는 이상 치료적인 효과는 상당히 더디 나타납니다. 오히려 친구처럼, 때로는 형이나 든든한 동생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대하는 것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지, 왜 자신의 문제를 빨리 인정하지 않는지, 생활 습관의 변화는 왜 이렇게 느리게 나타나는지 초조한 나머지 도박자를 밀어 붙여봤자 거부감만 키우고 결국은 도박자를 떠나게 만듭니다.
오히려 가족들의 행복과 미소, 품을 그리워하게 만들도록 도박자를 살살 끌어당겨야 마음 자세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도박 중독자는 때려잡아야 할 악의 근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가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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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병에 대한 인식이 없으니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도박 중독 치료에서는 도박 중독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을 변화의 전환점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에게 문제 의식이 생겼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고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상담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도박 중독자는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인지적인 수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도박 중독자에게는 행동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저는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가족이 먼저 이제 그만 상담을 받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상담을 만류한다면 도박자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그런 마음 흔들기에 동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확실히 도박에 대한 자제력이 생겼다고 여길 때까지는 상담이든, 단도박 모임 참석이든, 약물 치료이든 간에 함부로 그만두지 않죠.
만약 가족의 그런 말에 금방 동요되어 그때까지 잘 유지하고 있던 치유 활동을 중단하는 도박 중독자는 자신에 도박 문제를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도박자의 말보다 행동을 믿으라는 현장의 금언은 문제 의식이 있느냐를 평가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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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치료를 권유할 때 많은 도박자가 혼자서 도박을 끊을 수 있다면서 치료를 거부하곤 합니다. 지금까지는 끊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는 끊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서요.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끊으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으니 당연히 아무런 노력도 안 기울였을테고 이제 정신을 차리고 끊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끊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혼자서 도박을 끊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 가족들이 도박자의 말을 믿고 싶은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혼자 도박을 끊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정말 도박을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가족의 강요에 의해 치료 받는 것이 싫기 때문이고 도박을 끊을 생각 자체가 없는 도박자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혼자서 도박을 끊겠다고 말하는 도박자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좋아, 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니 나도 기쁘다. 자 이제 그럼 어떤 방법으로 도박을 끊을 건지 이야기해 봐"
도박은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서 도박을 끊기 어려운 이유는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시간을 들여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이유도 도박을 제대로 끊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시원찮다면 도박자는 아직 도박을 끊을 생각이 없거나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힘들게 고생하지 말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자고 설득을 해야 합니다.
제 경험 상 도박을 혼자 끊겠다면서 아무런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도박자가 실제로 도박을 끊은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혼자서 도박을 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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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두려워하는 것은 여자 도박자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90%이상의 도박자가 남자 도박자이니 편의 상 남자 도박자를 대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요새는 그래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치료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가 많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남자 도박자들이 이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배우자가 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가족에게 등 떠밀려 치료 기관의 문을 두드립니다.
자신이 중독자라는 인식이 별로 없는 도박자가 상담을 받으러 전문 기관을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 기관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남자 도박자에게 이혼이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의식주를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보고 싶은 가족들을 원할 때 볼 수가 없고 가족 없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요.
간혹 도박자의 배우자들 중에서 도박자가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는 호소를 하는 분들이 있지만 이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채권자의 추심 압력에서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소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거나 혹은 너무 도박에 빠져 있어 가족과 헤어지는 이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배우자를 압박하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라면 채권 추심 압력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고 후자라면 가족 교육이나 배우자 상담을 통해 도박자의 조종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습니다.
도박자의 배우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해 말씀드리지만 경제 능력이 없는 배우자가 이혼을 두려워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남자 도박자는 이혼을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불편함 없이 마음껏 도박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뻔뻔한 도박 중독자이든, 도박으로 한 몫 거머쥐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야겠다고 착각하고 있는 도박자이든 간에 모두 똑같습니다.
그러니 이혼에 고민하기에 앞서 도박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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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신경외과 의사가 만성간염, 건선, 아토피로 고통받으면서 현대 의학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자연의학, 대체의학에 눈을 뜬 뒤 쓴 자기 고백서인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2007)'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부 고발자(까지는 아니지만)의 역할을 용감히 수행하는 이런 분들이 많을 때 우리 사회는 정반합의 모색을 통해 조금씩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이 힘'에 속하는 대표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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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병원에서 일을 할 때 느낀 것은 하나였습니다.
'병원이 병을 만든다. 건강하려면 병원부터 멀리해야겠구나'
굳이 의료 과실이니 이차 감염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될 수 있으면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병원에 가더라도 주사는 맞지 않으려고 하고, 약을 처방 받아도 항생제는 빼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약물도 꼼꼼하게 챙겨서 처방받습니다. 제가 2007년 11월에 소개한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2007)'과
'약이 사람을 죽인다(2003)'에도 이런 습관의 중요성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서양 철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 현대의학은 이원론적 사고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발병 원인이 분명한 병원성 급성질환에는 강점이 있으나 발병의 근본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복합적인 비병원성 만성병에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래서 치료가 아닌 증상 완화에 치중할 수 밖에 없고 장기간의 약물 복용으로 인해 몸 전체의 균형을 깨고 면역력을 저하시켜 더 심각한 병을 만드는 것이죠.
이 책은 스스로 만성간염과 건선, 아토피로 고통받으면서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하던 신경외과 의사가 자연의학을 접하고 갖게 된 새로운 시각을 보고하는 일종의 고백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 부분에서 현대의학의 문제를 상당히 적나라하게 '까'고 있어 참 용기있는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문제를 내부 고발하는 것이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거든요(요새 제가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저자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데 효험을 봤던 자연의학인 니시의학을 소개하고 있지만 계속 만병통치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어 믿음이 갑니다. 사실 주된 내용은 자연의학의 기본 원리, 인체의 자연 면역력을 따르고 신뢰하라는 것이니까요.
현대의학을 대체할 뭔가 대단한 방법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강의 기본 원리와 핵심을 짚어주는 책을 원했던 사람에게는 힘이 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닫기
* 어떤 약도 장기간 먹는 것은 위험하다. 오래 먹어야 하는 약이라고 더 오랜 기간 임상시험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장기 복용 의약품은 대개 임상시험 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 FDA가 새로운 약에 경고문을 붙이거나, 아니면 시판 금지를 결정하는데는 평균 7년이 걸린다고 한다. 즉 신약이 나오고 7년 이내에 이용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말이다. * 약물 부작용은 미국의 세 번째 주요 사망 원인이다.* 무서운 의료 현실을 가늠하게 하는 자료가 바로 의료 파업 기간 중에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보고이다. -> 정말 후덜덜합니다. * 제약 회사나 관련 단체는 끊임없이 진단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야 약을 팔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 SSRI 계열의 항우울제는 우울증을 앓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자살로 내몰거나 폭력성을 유발할 수 있다. * 검사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의학적 조치에서 안전한 것은 없다. 특히 오늘날 의학계는 검사 방법만 빠르게 발전하고 치료 면에서는 발전이 거의 없다 보니,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그만큼 심리적으로 고통스런 시간만 늘리는 경우가 많다. * 노쇠한 몸은 좋은 약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노인들은 생리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약을 같은 양으로 먹어도 분해 및 배출 속도가 청장년보다 느려 부작용의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크다. * 현대의학이 주도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의료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완치요법이 아니라, 증상만 다소 완화시키는 증상완화법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의학의 교육과 제도의 기초가 된 미국의 '플렉스너 보고서'는 의료 전문직의 의료에 대한 독점이 표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기초해 현대 의학이 완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의료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며, 모든 치료는 의료 전문인이 담당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을 이어온 것이다. * 니시의학에서는 몸에 나타나는 이상 증세를 병으로 보지 않고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하기 위한 치유 과정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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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심리검사 + 행동 관찰 + 면담 + 전문 지식에 의한 해석 등으로 이루어지는 매우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심리검사의 비중이 크다 보니 많은 평가자들이 심리검사의 검사 sign에만 치중해서 case formulation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형적인 검사 profile만 찾으려고 애를 쓰거나 눈에 띄는 일부 검사 sign에만 치중하게 되어 잘못된 formulation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심리검사 전에 의뢰 사유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뢰 사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 의뢰 사유를 통해 가설을 설정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아주 핵심적인 점검 사항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일단 정확한 용어는 아닙니다만 심리평가를 피검자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전제하고 문제라고 통칭해서 사용하겠습니다.
1. 문제의 진행 과정 : 수직적 접근
: 피검자의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어 왔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일종의 시간 순서에 따라 확인하는 것이죠. 정신과 병원의 경우 chart를 확인해 일종의 퍼즐 맞추기를 하고 모자라는 조각을 면담을 통해 채울 수 있습니다.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지, 아니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는지, 새로운 문제는 이전의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어 보이는지, 문제를 야기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episode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2. 문제의 일반화 가능성 : 수평적 접근
: 현재를 기준으로 이 문제가 특정 상황에만 국한되는 지(예; 선택적 함구증처럼 학교에서만 말을 하지 않는지, 남편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만 울화가 치미는지 등), 아니면 모든 상황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문제인지(예; ADHD 아동이 집과 학교 모두에서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 등)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일반화 가능성에 대해 알아야 이 문제가 상황 특정적인지, 성격 문제에 기반한 것인지, 특정 인물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인지 등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생깁니다.
3. 문제에 대한 피검자의 주관적 해석
: 문제를 피검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합니다. 이는 특히 진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피검자가 문제를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편안하게 받아들이느냐(ego-syntonic), 아니면 고통스러우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생각하느냐(ego-dystonic)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4. 문제로 인한 일상 기능의 피해 여부
: DSM-IV-TR 기준에 따른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피검자가 일상 생활에서 이 문제로 인해 장해를 경험하는지의 여부입니다. 성추행에 대한 trauma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탈 수가 없거나 왕따를 당한 뒤로 등교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이에 속합니다.
5. 문제에 대한 과거의 대처 방법 : 치료력
: 이 부분은 치료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문제에 잘 대처했다면 치료의 결과 확인을 위해 재평가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리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겠지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고 심리평가를 받는 것이죠. 그러니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다른 치료 기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 뿐 아니라 심리평가에서 가설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에 기술된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그러니 피검자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나름대로 추가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구축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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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되어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면 가족들은 '조급증'과 '의심병'으로 고통 받습니다.
'조급증'은 만족 지연을 하지 못하고 빠른 결과만 성급하게 바라는 도박자의 증상이 가족들에게도 나타나 평소에도 매사에 참을성이 없어지고 치료를 받을 때에도 빠른 효과가 나타나기만을 조급하게 바라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의심병'은 도박자가 그 동안 도박을 하면서 했던 거짓말 때문에 가족의 신뢰가 사라지면서 가족들이 매사에 의심이 많아지고 도박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는 것을 말합니다.
도박자가 다행히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치료 초기에 중점이 되는 것은 도박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족의 의심병은 상대적으로 치료 선상에서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도박자는 자신이 열심히 치료받고 노력을 하는데 왜 가족들은 여전히 자신을 믿지 않고 계속 의심하고 감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토로합니다.
이럴 때 가족들은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이 누구 때문인데 하며 도박자를 탓하거나 몰아세우기 쉬운데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란을 조장하지 않고 도박 중독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나도 당신에게 이러고 싶지 않지만 내가 의심병에 걸려서 나도 나 자신을 어떻게 통제할 수가 없어. 그러니 미안하지만 내가 이 의심병을 고치는 동안 당신이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열심히 노력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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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상담할 때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이유로 도박 중독자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잘리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자포자기해서 더욱 도박에 몰두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기 때문이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회 생활을 하는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와 신용불량자가 되어 금융권에서 채무를 빌릴 수 없으면 사채와 같은 악성 채무를 빌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일이 많고 이는 결과적으로 도박 중독자를 수렁으로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직장에서 잘리면 당연히 생활비를 마련할 수 없으니 가정 경제가 어렵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는 배우자나 다른 가족이 도박자와 별개의 생활자금원을 찾는 것으로 해결해야지 도박자에게 매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박자에게 의존하게 되어 도박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도박자가 도박을 계속 하는 한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결국은 소용이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연봉 7천만 원을 받는 고스득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일년에 1억 원을 도박으로 탕진한다면 직장에 다니는 것이 가족에게는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 없으며 오히려 재산 탕진의 빌미가 됩니다.
게다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재취업이 불가능한 나이가 되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쫓겨 나는 것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회사를 나오는 것이 재기의 측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가족이 받게 되면 도박자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태업, 결근 등의 변명과 거짓말을 가족이 대신 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공범 역할을 하게 되고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행동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격이 됩니다.
따라서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것과 직장에서 잘리는 것의 상대적 중요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냉철하게 비교해 봐야 합니다.
요새는 신용불량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라는 공식 용어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금융채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신용이 필요한 금융 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뜻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이 되면 사회 생활을 전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일종의 금치산자와 동급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 신용으로 돈을 빌려 도박 자금을 마련하는 도박자의 경우는 일부러 신용불량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할 방도가 막히면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GA(단도박 모임)에는 경제적 능력을 회복했는데도 신용불량에서 회복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미루는 협심자가 있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재발을 염려해 신용불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죠.
신용불량이 되면 금융 채무를 빌릴 수 없으니 악성 사채를 빌리지 않을까 두려울 수 있지만 악성 사채를 쓸 정도로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면 신용불량이 되든 되지 않든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도박 자금이 필요하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니까요. 오히려 신용불량이 되면 악성 사채업자들도 신용 조회를 하기 때문에 빌려주는 돈의 액수가 현저하게 줄어 들어 오히려 더 수월하게 갚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몇 번에 걸쳐 말씀을 드렸지만 도박 중독 치료의 핵심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가족이 돕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장을 나오는 것이든, 신용불량이 되는 것이든 그것이 도박 중독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섣부른 두려움으로 가족이 나서 대신 해결한다면 향후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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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아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도박 때문에 재정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이 고통을 받게 되는 병입니다. 그러니 이 사슬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물론 도박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 말입니다.
도박 중독자를 치료 하다보면 도박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도박을 끊겠다는 도박자가 이 참에 살을 빼기 위해 운동도 매일 하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매일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족은 이렇게 비난합니다.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간단한 약속도 못 지키면서 그 어려운 도박을 끊겠다는 약속을 믿으라고?"
도박자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도박과 운동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것을 도박을 끊는 것과 연관을 시키냐 이 말이죠.
그런데 가족의 이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도박 중독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병입니다. 병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이죠. 그래서 치료를 받을 때에도 가족들은 도박자의 말이 아닌 행동을 믿으라고 교육 받습니다. 그런데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지 하는 지 가족들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인지, 치료 효과가 있는지 알 수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행동을 보고 도박도 끊을 수 있는 지 여부를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은 확인할 수 없지만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은 눈으로 보이니까요.
또 한 가지 도박 중독은 마이너스 병이므로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다시 0점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이 도박 중독자에게는 대단한 자랑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가족에게는 당연한 걸 이제서야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점수를 딸 만한 것이 아니죠. 그러니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들이 대견해 할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플러스 점수를 딸 수 있는 행동들을 해야 그동안 깎아 먹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개발을 위한 운동, 공부 뿐 아니라 가족과 삶을 공유하기 위한 집안 일 돕기, 함께 시간을 보내기 등등 가시적인 행동도 부가해야 신뢰를 구축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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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는 대개 원가정보다는 현가정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됩니다. 즉 도박자가 가정을 꾸려 독립한 성인인 경우 부모님보다는 배우자를 도박자의 일차적인 보호자로 생각하고 치료하는 것이죠. 바로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도박 중독임을 알게된 부모가 며느리에게 보일 수 있는 행동 패턴은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너만 믿는다' 유형
: 도박자에게는 이야기하지 못하면서 며느리에게 수시로 연락해 너만 믿는다고 부담을 주는 패턴입니다. 대개 아들이 도박을 하지 않는지 확인하라고, 잘 해주라고 부담을 주는데 그나마 아래의 유형보다는 며느리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편입니다.
* 원인 : 부모의 내부 귀인
: 자신(특히 어머니)이 아들을 잘못 키워 도박자가 되었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으며 아들의 도박 문제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기 때문(도박자에게 끌려 다님)에 며느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대개 도박자를 감시, 통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간수 역할 거두기'를 중요한 치료적 기술로 고려하는 치료자와 충돌하곤 합니다.
* 대처 방법
: 이런 유형의 부모는 우선적으로 가족 교육을 통해 도박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및 대처 기술을 교육한 후 현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물리적 정서적 거리를 두게끔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2. '너 때문이다' 유형
: "너랑 결혼하기 이전에 내 아들은 도박을 하지 않았는데 너랑 결혼을 하고 나서 도박을 했다면 너는 대체 우리 아들 내조를 어떻게 한거냐? 네가 오죽했으면 내 아들이 도박을 했겠니"와 같은 식의 비난을 하는 유형입니다.
* 원인 : 부모의 외부 귀인
: 대부분의 시부모(특히 시어머니)가 이 유형에 속하며 앞서 설명한 '너만 믿는다' 유형보다 스트레스와 부담의 강도가 훨씬 더 큽니다. 특히 결혼하기 이전에는 도박을 하지 않았거나 했는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이 유형의 행동 패턴을 보이는 부모가 많은데 희생양을 찾아 외부 귀인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인 방어가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 대처 방법
: 도박 중독이 병이며 단순한 양육 잘못이나 배우자의 내조 잘못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만약 부모가 관련 교육 및 가족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꽤 많은 경우 거부합니다)에는 도박 중독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안정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원가정과 일시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때 며느리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도박자가 나서서 거리 두기를 선언하게 되면 책임감 배양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치료자를 악역으로 내세우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은 '선택'과 '책임'의 문제가 아주 중요한 병이므로 도박자와 현가정이 스스로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원가족은 힘들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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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국가 공인 자격 소지자이거나 한국 심리학회 산하 수련 과정 또는 전문가 자격 보유자가 아닌 경우 supervision을 해 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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