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를 할 때 초기부터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다른 글에서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가설을 설정하지 않고 나중에 결과만 갖고 살펴보겠다고 무턱대고 심리검사부터 실시하면 나중에 훨씬 많은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원했던 충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검자는 수검자대로, 검사자는 검사자대로 힘들게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실시한 검사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과정에서 검증이 가능하도록 압축된 핵심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상담을 해오던 내담자를 평가하거나 이전 치료력이 풍부한 내담자를 재평가 하게 되는 경우에는 배경 정보가 많기 때문에 초기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배경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배경 정보로 인한 오염을 우려해 blinded-interpretation을 선호하는 평가자(초심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급 이상의 평가자들만 이 방식으로 하세요)의 경우에는 가설을 설정하지 않고 검사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평가 내내 가설을 설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검사를 실시한 뒤에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이 때 중요한 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순서입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평가자들이 종합심리평가의 경우 구조화된 검사를 먼저 실시하고 비구조화된 투사법 검사를 나중에 실시하는데 이 때 먼저 실시한 구조화된 검사(대표적으로 MMPI-2/A)로 가설을 설정하고 뒤에 실시한 비구조화 검사(대표적인 것으로 로샤) 결과로 이를 검증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MMPI-2에서 D, RC2, DEP 척도를 비롯해 모든 임상, 내용 소척도만 상승했다면 당연히 고려해야 할 가설은 Depressive Disorder 계열의 진단이죠. 아마도 Double Depression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겁니다. 자, 그렇다면 비구조화 검사에서는 어떤 검사 sign들을 기대해야 할까요? depressive mood와 low positive affect가 동시에 나와야 하겠지요. 로샤라면 C', Y 등과 함께 8, 9, 10번 카드를 비롯한 유채색 카드에서 밋밋한 F반응으로 일관하는 양상을 동시에 보였을 때 가설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반대 방향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가설을 설정하고 구조화된 검사로 그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죠.
언뜻 생각하면 그래도 될 것 같지만 반대 방향으로 하면 대안 가설(alternative hypothesis)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굉장히 비효율적이에요.
그러니 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가설을 설정하고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이를 검증하는 방식이 더 낫습니다.
* 포스팅 두 줄 요약
- 심리평가에서 가설을 설정/검증하는 시점은 심리검사 실시 전/후의 두 가지로 나뉨
- 후자의 경우 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가설을 설정하고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검증하는 방법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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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심리평가를 할 때
평가자가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불안한 마음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바람에 오히려 길을 잃는 것입니다.
정보가 많으면 어떻게든 수검자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정보는 case formulation을 방해하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핵심적인 정보를 골라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의뢰 사유를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의뢰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만 가설을 정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되고, 가설을 정확하게 세울 수 있어야만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또 다른 방법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치료력을 조사하던 중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특정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았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죠. 이 때 평가자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건 그 진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느냐는 겁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문진에 의한 것인지, 약식으로 실시된 자기보고형검사 결과에 기초한 것인지,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한 것인지, 실시했다면 심리평가보고서를 구할 수 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실시한 것인지 등등을 확인해봐야 하는 거죠. 진단 근거와 관련된 아무런 정보를 구할 수 없다면 이런 정보는 아예 처음부터 없는 셈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배경 정보의 유효 시한(?)인데
배경 정보는 가설을 세울 때 사용한 뒤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제 방식을 따르자면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없애는 것이죠.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까지 배경 정보를 남겨두면 검사 결과가 제대로 해석되지 않거나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 배경 정보를 동원해 그 간극을 메우고 싶은 강한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야말로 소설 쓰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배경 정보는 사실 굉장히 불완전한 정보입니다. 심리적 고통이 큰 경우 수검자의 주관적 보고는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보호자가 수검자에 대해 잘 아는 signicificant others가 아닌 경우 불완전하거나 편향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정보는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의 오랜 과거 자료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배경 정보는 심리검사 의뢰를 받고 chart 확인 후, 혹은 심리검사를 위한 면접 후 가설을 설정할 때 사용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정확한 case formulation을 위해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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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미 정신분열병으로 진단을 받고 오랜 기간동안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받던 환자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하였더니 normal profile에 준하는 결과가 나와 당황하는 평가자가 많습니다. 심리평가 결과를 따르자니 진단을 내릴 수가 없고 과거 진단과 병력을 따르자니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이 도통 없으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심리평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평가자일수록 과거 진단을 그대로 베끼고 없는 검사 결과를 쥐어짜 심리평가보고서를 씁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볼 때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실제로 정신분열병 환자가 맞고 초발 때 증상을 잘 잡아서 완전히 관해된 상태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 진단의 재평가가 아니라면 이런 환자는 다시 평가를 받으러 기관을 방문할 일이 없습니다.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잘 적응하고 살테니까요. 그러니 뭔가 문제가 있어서 재평가가 필요한 것일테고 증상이 남아 있어서 재평가가 의뢰된거라면 당연히 심리검사에서 이를 반영하는 검사 sign이 나타나야 합니다.
게다가 완전히 관해된 SPR, residual type이라고 해도 양성 증상은 잡혔어도 음성 증상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restricted affect 등이 검사 sign에서 나타납니다. 완전히 정상적인 profile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full battery에 속하는 모든 검사에서 아무런 sign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첫번째 경우는 상당히 드문 일에 속합니다.
둘째. 이전에 잘못 진단해서 말도 안되는 치료를 한 케이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의료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환자의 지능이 낮은 걸 간과했거나 SES가 낮거나, 재산 분배 등의 가족 갈등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secondary gain이 있거나 등등의 외부적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내지는 보호자의 증상 보고만 믿고 기계적으로 진단한 경우입니다.
두번째 경우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전 진단 시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춘 임상심리학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제 경우는 심리평가보고서와 원자료까지 모두 의무기록복사를 신청해서 가져오라고 보호자에게 부탁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단순 문진만 갖고 진단해서 치료한 경우는 오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상 현장에서 의외로 오진하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심리평가보고서가 없는 진단은 무시하는 것이 현명하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blinded test를 하는 것이 선입견에 의한 평가 결과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심리평가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심리평가에도 잡히지 않는 SPR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 관찰할 필요는 있지만 심리평가 결과 상 SPR spectrum에 전혀 속하지 않는 사람을 이전 치료력에만 기초해서 진단하는 건 그야말로 소설을 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럴거면 뭐하러 심리평가를 실시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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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가 환자나 내담자를 대하는 초기에 빼놓지 않고 점검해야 하는 부분은 과거의 '치료력'입니다.
치료력을 점검할 때에는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치료자/상담자를 만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만났는지, 약물 치료를 한 적이 있는지, 어떤 약을 얼마나 오랫동안 먹었는지, 현재도 먹고 있는지, 그 밖에 다른 치료적 개입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물어보게 되는데 단순히 제도화된 접근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개인적인 방법이나 대처 방안 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물어봐야 합니다.
보통 숙련된 임상가도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어떤 약물을 복용해왔는지와 같은 것들은 꼼꼼하게 물어보지만 환자나 내담자가 나름대로 시도했던, 일종의 민간 요법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데 사실은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
치료력을 점검하는 이유는 실패한 치료적 접근법을 답습하거나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환자/내담자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점검하면서 문제를 유발하는 혹은 악화시키는 역기능적인 역동을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속 재발하는 도박 중독자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방문하였다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왔는지를 물어보는 것보다 재발을 하였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그 때 도박자의 반응은 어떠하였는지, 관계가 개선 또는 악화되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도박 문제에 개입하는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내담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것도 중요한 치료적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동기가 결여되어서인지, 정보가 부족해서인지 찾아내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다른 치료 기관의 방문 여부, 기존의 진단, 약물 치료에 대해서만 물어본다면 오히려 이전 치료 기관의 인지도나 유명세에 압도되어 동일한 진단을 내리고 복용하는 약물만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접근을 하게 될 위험성이 커집니다. 당연히 문제가 개선되고 나아질리가 만무하지요.
그러니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내담자가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꼭 물어봐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치료력 점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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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별 문제 없다가(사실은 주 양육자인 부모가 체벌 등으로 충분히 manage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는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에게 대들거나 반항하는 정도가 심해지고 학교에서도 또래와 싸우거나 선생님에게 대드는 문제로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아동이 꽤 많습니다.
대개는 과잉 행동 경향도 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ADHD를 의심하다가 심리평가를 해 보면 주의력 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없고 그렇다고 소아 우울증 같은 정서적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빈약한 로샤 검사에 근거해 내재된 공격성으로 결론(원인도 모른 채)내고 routine하게 놀이치료, 표현예술치료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내재된 공격성을 외부로 건강하게 ventilation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생각했던대로 잘 될까요? 나중에 재검을 받으러 온 아동의 치료력을 점검하다보면 이러한 접근법이 효과가 거의 없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볼 때에는 두 가지 가능성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가장 큰 이유는 결정적 시기(2~3세)에 부모가 적절한 관심과 양육을 제공하지 못해 불안정 애착이 되는 바람에 애정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되고 이로 인한 aggression이 내재된 것일 가능성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발달력에 대한 충분한 자료 수집과 면담을 하지 않기 때문에 놓치는 것인데 제가 볼 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상당 수의 아이들이 애착 문제를 갖고 있더군요. 이런 아동은 불안정 애착 상태를 해소하고 부모 및 주변 환경과 신뢰를 재형성 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공격성만 ventilation시킨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둘째, 첫 번째 경우만큼 많지는 않지만
언어성 영역에서 어휘력이나 표현력의 부족이 두드러지는 아동의 경우에도 행동화 경향성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표현하기 위한 언어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방법으로 직접적인 행동 표현을 선호하고 반복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적절한 표현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만으로도 공격적인 행동이 한결 줄어듭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말로 자신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면 굳이 체벌을 부르는 행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선 인지 기능 검사에서 언어적 표현력과 어휘력의 부족이 두드러지는지 점검해 보고 내재된 공격성이 검사 sign으로 관찰되더라도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애착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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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심리검사 + 행동 관찰 + 면담 + 전문 지식에 의한 해석 등으로 이루어지는 매우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심리검사의 비중이 크다 보니 많은 평가자들이 심리검사의 검사 sign에만 치중해서 case formulation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형적인 검사 profile만 찾으려고 애를 쓰거나 눈에 띄는 일부 검사 sign에만 치중하게 되어 잘못된 formulation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심리검사 전에 의뢰 사유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뢰 사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아서 의뢰 사유를 통해 가설을 설정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아주 핵심적인 점검 사항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일단 정확한 용어는 아닙니다만 심리평가를 피검자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전제하고 문제라고 통칭해서 사용하겠습니다.
1. 문제의 진행 과정 : 수직적 접근
: 피검자의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어 왔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일종의 시간 순서에 따라 확인하는 것이죠. 정신과 병원의 경우 chart를 확인해 일종의 퍼즐 맞추기를 하고 모자라는 조각을 면담을 통해 채울 수 있습니다.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지, 아니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는지, 새로운 문제는 이전의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어 보이는지, 문제를 야기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episode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2. 문제의 일반화 가능성 : 수평적 접근
: 현재를 기준으로 이 문제가 특정 상황에만 국한되는 지(예; 선택적 함구증처럼 학교에서만 말을 하지 않는지, 남편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만 울화가 치미는지 등), 아니면 모든 상황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문제인지(예; ADHD 아동이 집과 학교 모두에서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 등)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일반화 가능성에 대해 알아야 이 문제가 상황 특정적인지, 성격 문제에 기반한 것인지, 특정 인물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인지 등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생깁니다.
3. 문제에 대한 피검자의 주관적 해석
: 문제를 피검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합니다. 이는 특히 진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피검자가 문제를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편안하게 받아들이느냐(ego-syntonic), 아니면 고통스러우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생각하느냐(ego-dystonic)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4. 문제로 인한 일상 기능의 피해 여부
: DSM-IV-TR 기준에 따른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피검자가 일상 생활에서 이 문제로 인해 장해를 경험하는지의 여부입니다. 성추행에 대한 trauma로 인해 엘리베이터를 탈 수가 없거나 왕따를 당한 뒤로 등교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이에 속합니다.
5. 문제에 대한 과거의 대처 방법 : 치료력
: 이 부분은 치료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문제에 잘 대처했다면 치료의 결과 확인을 위해 재평가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리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겠지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고 심리평가를 받는 것이죠. 그러니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다른 치료 기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 뿐 아니라 심리평가에서 가설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에 기술된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그러니 피검자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나름대로 추가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구축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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