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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히도 저는 상담 회기 제한이 없는 곳에서 상담을 시작한데다 분야가 도박중독이었기 때문에 초단기 상담부터 200회기 이상의 장기 상담까지 여러 경험을 했지만 최근 상담의 추세는 단기 상담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담자라면 단기 상담에 관련된 치료적 접근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밖에 없죠.
내담자의 호소 문제가 대인 관계 갈등일 때 굉장히 많은 경우 핵심 문제가 부모-자녀 관계인 걸 보면 대상관계이론에 바탕을 둔 접근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단기 상담에 접목시킨 게 바로 이 책의 주제인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입니다.
밴더빌트 대학교의 Hans Strupp이 개발한 이 기법은 내담자의 핵심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치료 과정의 초점으로 삼는데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의 전제와 목표, 사례개념화, 상담자의 자세와 역전이 등 핵심적인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Hanna Levenson이 치료자들을 위해 적용한 훈련 과정을 따라가며 진행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수련을 받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전문 서적들이 이론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부모-자녀 관계 문제, 특히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수가 이미 상당수를 차지하고 지금도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걸 감안하면 단기 상담에서 대상관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는 상담자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치료 기법 중 하나가 될거라 예상합니다. 그러니 일단 이 책만큼은 꼭 읽으세요. 특히 '순환적 부적응패턴(cyclical maladaptive pattern)'을 추출하는 절차는 반드시 알아두셔야 합니다.
Hanna Levenson의 이 책은 2008년에 학지사에서 나온 version(17,000원)과 2016년에 박영스토리에서 나온 version(15,000원)이 있는데 저라면 오래된 번역 시점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연코 학지사에서 나온 version을 구매할 겁니다. 왜냐하면 믿고 볼 수 있는 정남운 선생님의 번역본이기 때문입니다. 정남운 선생님의 정평한 번역 솜씨는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이 책도 강력 추천합니다)에서도 이미 빛을 발한 적이 있죠.
닫기 *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TLDP)는 밴더빌트 대학의 Hans Strupp이 현대 정신분석, 특히 대상관계이론에 바탕을 두고 개발한 접근이다.
* 정신분석 기법 중 단기치료자를 위해 현저하게 바뀐 점은 치료자가 환자의 퇴행과 의존을 피하고 환자의 강점을 강조하며 치료과정을 보다 더 현실에 바탕을 두려고 한다는 것과 ‘완전한 개인사’를 구성하기 위해 생애 초기의 기원적 자료를 수집하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에서 치료자는 치료자와 환자 사이의 지금-여기에서의 관계에 더 집중하며, 정보가 불완전해도 기꺼이 그것에 기초하여 개입한다.
* TLDP는 환자가 다른 사람 및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활용한다.
* TLDP는 만성적인 대인 문제나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른바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융통성 있는 단기치료 접근이다.
* TLDP는 만성적이고 역기능적인 상호작용 스타일을 가진 환자를 위한 접근이면서, 시간 사용에 민감한 접근이다.
* TLDP는 대인관계적 단기 심리치료다. TLDP의 목표는 환자들이 부적응적 대인관계 패턴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며, 이는 치료적 관계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체험과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치료가 의도하는 바는 환자가 자신 및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 TLDP 모델의 7가지 기본가정
1. 환자들은 혼란스러운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인관계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2. 역기능적 양식은 과거에 학습된 것이다.
3. 역기능적 양식은 현재 유지되고 있다.
4. 환자는 치료자를 대상으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재현한다.
5. 치료자는 참여관찰자다.
6. 치료자는 환자가 재연하는 문제에 휘말려 들어간다.
7. 주된 대인관계 문제 패턴이 존재한다.
* TLDP에서는 심리적 증상과 문제가 대인관계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때 제시하는 주 호소 문제는 불안, 우울 등 DSM의 기초가 되는 증상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느낌의 원천을 찾아보면 대인관계적 근원이 분명해진다. <- 이 부분 진짜 공감합니다.
* TLDP의 두 가지 주요 목표
1. 환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2. 환자에게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 TLDP의 두 가지 목표가 마치 별개인 것처럼 제시하였지만, 실제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이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두 가지 목표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특정한 한 시점에 한 목표는 전경이 되고 다른 목표는 배경이 된다.
* TLDP 관점에서 보면, 병리적 증상과 역기능적 행동은 위협적인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 치료 초점의 제한은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와 장기 심리치료를 구별하는 주된 개념이다. 단기치료에서는 치료자가 목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중심 주제 또는 핵심 문제가 필요하다.
* TLDP에서 치료 작업의 초점은 환자의 생활에서 역기능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유지시키는 반복되는 대인관계 패턴으로 바로 이런 관계가 일상생활의 문제와 증상을 가져온다. 달리 표현하면, TLDP의 초점은 환자의 부적응적인 상호작용 스타일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역동적 대인관계 초점, 즉 순환적 부적응 패턴(cyclical maladaptive pattern: CMP)을 추출하는 절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 CMP는 4개의 범주를 사용하여 개인의 대인관계 정보를 체계화한다.
1. 자기의 행동(Acts of the Self) : 환자의 생각, 감정, 소망, 행동 등
2. 타인의 반응에 대한 예측(Expectation of Others’ Reactions)
: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관한 모든 추측과 예상
3. 자기를 대하는 타인의 행동(Acts of Others Toward the Self)
: 환자가 관찰하고 해석한 다른 사람의 실제 행동
4. 자기를 대하는 자기의 행동-내사(Acts of the Self Toward the Self-Introject)
: 자기 자신에 대한 행동과 태도. 환자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취급하는가
* 환자에 대한 역전이 반응이 대인관계 이야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아마 (역전이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에 맞게) 치료자가 자신의 독특한 개인사의 영향하에서 환자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 치료의 평가 단계는 맨 처음 환자와 접촉할 때부터 시작되며, 이는 전화 통화로 시작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어떻게(공손하게, 조심스럽게, 또는 극적으로) 말하는가 하는 점에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 TLDP 사례개념화 및 개입의 단계
1. 환자가 자신의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한다.
2. 증상이나 문제와 관련된 대인관계 맥락을 탐색한다.
3. 정보의 수집, 분류, 조사를 위해 CMP 범주를 사용한다.
4. 환자의 말을 경청하며 환자가 (과거와 현재의 관계에 대해) 말한 내용과 치료 회기 중에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환자의 고유한 주제를 찾는다.
5. 환자에 대한 반응(역전이적 밀고 당김)을 인식한다.
6. 치료관계에 나타나는 역기능적 상호작용의 재연에 주의를 기울인다.
7. 치료자와의 관계의 발전에 대해 환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탐색한다.
8. 환자의 주요한 역기능적 상호작용 패턴을 기술하는 CMP 이야기를 만든다.
9. CMP로부터 치료 목표의 윤곽을 그린다.
10. 환자의 CMP에 맞게, 치료자와 더 적응적인 관계를 맺는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목표 1).
11. 환자가 다른 사람들이나 치료자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역기능적 패턴을 알아내고 이해하도록 돕는다(목표 2).
12. 환자가 자신의 상호작용 방식이 한때는 적응적이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13. 전체 치료 기간에 걸쳐서 CMP를 수정하고 보완한다.
* 나는 수련생들에게 초기 회기(들)에서 환자의 반응을 정보 범주(예컨대, 발달사, 학력, 병력 등)로 구조화하는 전통적인 정신과적 면담이나 임상적 접수면접 방식에 의존하지 말고,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허용하라고 조언한다. 환자의 상호작용 방식에 제약을 덜 가하면, 치료자는 환자 이야기의 내용 뿐만 아니라, 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예컨대, 세세한 부분을 강조하는가, 모든 책임을 외부 사건이나 사람들에게 떠넘기는가, 치료자가 지도해 주고 안심시켜 주기를 바라는가 등)을 통해서도 환자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수련생들은 역기능적 패턴의 내용과 과정 모두를 직접 접하게 된다.
* CMP의 4개 범주 중 ‘자기에 대한 행동과 태도’, 즉 내사는 가장 어려운 범주이다. 환자들은 치료가 잘 진행되어 긍정적인 치료 동맹이 확립될 때까지 그들이 어떻게, 또는 왜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는지에 대해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범주로 나누는 것은 주로 치료자가 많은 양의 자료를 체계화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이고, 범주들은 결국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행동, 생각, 태도, 동기를 이해하고,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대인관계적 역동을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 과정 지향적인 TLDP의 목표는, 환자-치료자 사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라도 인정하고 장려하도록 치료자의 자각과 민감성을 촉진한다.
* TLDP의 선별 준거
1. 정서적 불편
2. 기본적 신뢰
3. 자신의 갈등을 대인관계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는 태도
4. 자신의 감정을 검토해 보려는 태도
5. 치료자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관계 맺는 능력
* TLDP의 배제 준거
1. 환자가 치료자와의 언어적인 교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2. 환자의 문제가 약물 치료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3. 환자가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적극적, 해석적, 상호작용적 치료 과정을 견뎌 낼 수 없다(예; 환자가 충동조절 문제, 알코올 및 약물 남용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반복적인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
* 나는 해석의 시점에 대한 길잡이로서 다음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단기치료에서 치료자는 정보가 불충분해도 (해석을 포함한)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한다.
2. 해석은 치료자가 객관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아니라, 환자가 말하고 행한 것에 기초해서 그럴듯한 가능성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3. 시기적절한 해석(즉, 치료 과정을 진전시키는 해석)은 환자가 해석에 동의하느냐의 여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4. 치료자는 치료 관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5. 전이 해석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치료자는 가능한 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시간의 제약을 받는 치료자는 치료 과정에서 부정적 전이가 표출되는 징조가 있을 때 이를 즉시 다루어야 한다. 단기치료에서는 치료 동맹 훼손의 여파와 이에 수반되는 기능상 퇴행을 다룰 시간이 별로 없다.
* TLDP와 특별한 관련이 있는 것은 자기관여적 언급, 즉 역전이 개방이다. 치료자는 환자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환자의 CMP에 기술된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일치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만일 비슷하다면, 치료자의 반응은 개인적인 역전이가 아니라 상호작용적인 역전이일 가능성이 높다.
* 전이 해석 후에 환자가 정서적 반응을 보이면 치료 성과가 긍정적이지만, 방어적 반응을 보인다면 치료 성과가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 단기치료에서 치료자들은 환자들이 잘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하려고 애씁니다. 우리는 환자의 강점을 강화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 촉진적인 치료 자세를 가진 치료자란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대인관계 도식을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다.
* 치료자의 목표는 환자의 상호작용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 과정을 촉진하는 일에 이러한 얽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데 있다.
* 어떤 종류의 치료에서든지 치료자는 자신의 개입의 목적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생각해야 하지만, 단기치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단기치료에서는 치료자가 특정 개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평가해야 하고, 각각의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환자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환자가 있는 곳에 함께 머물라, 환자를 진지하게 대하라
* TLDP에서 종결 시기를 알기 위한 5가지 준거
1. 환자가 중요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변화를 보이는가? 환자가 이전보다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한다고 보고하는가?
2. 환자는 치료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과 치료자에 대해 새로운 경험(혹은 일련의 새로운 경험들)을 하였는가?
3.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 수준이 (부모-자녀 관계에서 성인-성인의 관계로) 변화하였는가?
4. 환자에 대한 치료자의 역전이 반응이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었는가?
5. 환자가 자신의 역동과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해 왔던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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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운,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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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제 책을 읽었다면서 단도박 모임을 다니는 어떤 여자분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도박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본인이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예전에 도박 중독자였나 봅니다.
이 분 말씀은 제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을 수긍하지만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것과 도박 중독이 치유되어도 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은 틀렸다면서 제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십니다.
혹시나 여쭈어 보니 역시나 제 책을 다 읽지 않으셨더군요. 제대로 읽으셨다면 제가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아셨을텐데요(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 더구나 제 책의 홍보 문구 중 하나가 앞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도박 중독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이니 겉표지도 제대로 안 보신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하여간 도박 중독은 완전히 치유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과연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제게 연락하신 분의 주장으로는 본인이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고 보니 갈망이 사라지고 생각조차 전혀 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으니 갈망이 사라지는 완전한 치유 상태를 경험하지 못해 그런 틀린 이야기를 썼다는거지요.
과연 그럴까요?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면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요? 그렇다면 더 이상 도박을 겁낼 필요가 없어지는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어도 갈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평생 주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1년에 포스팅한 글이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격한 운동을 하다가 인대를 다치면 몸이 완전히 나은 뒤에도 인대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이 예전처럼 100% 발휘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취약점이 생긴 것이죠. 취약점이 생긴 부위는 또 다시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박에 한번이라도 중독되었던 사람은 완전히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에 한번도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과 달리 중독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갈망을 느끼지 못하는 건 왜 그럴까요? 그건 갈망이 의식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 수준으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죠. 정말 무의식 수준에서는 갈망이 숨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치료자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본인이 하던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조심스럽게 접해 보는 겁니다. 경마를 하던 분들은 경마공원에 가 보거나, 고스톱을 하던 분들은 화투패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려 보는 것이죠. 그러면 있는지도 몰랐던 갈망이 어느새 불끈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철저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고 열심히 치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일수록 갈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명심하세요. 도박에 대한 갈망은 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갈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오판과 자만심이 재발의 재앙을 불러온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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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임상/상담심리 Job DB를 오픈합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제가 예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숙원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2014년을 넘기지 않고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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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여 형태(비율, 고정급 등)
* 근무 형태(주 5일 상근, 주 2회 파트 타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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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징 : 이 부분이 본 임상/상담심리 알바 DB의 핵심이자 알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나라합니다;;;
모든 정보는 해당 임상가들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월덴3의 임상/상담심리 Job DB는 ~카더라 통신을 지양합니다.
혹시라도 DB에 수록된 기관의 정보가 새롭게 변경되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초 포스팅에서는 part-time job인 알바 정보만 포함했으나 full-time job 정보까지 포괄하도록 폭을 넓히겠습니다. 근무하고 계신 직장 또는 이직 후 이전 직장에 대한 full-time job 정보 제보도 환영합니다.
2014년 8월 4일 현재 9개의 기관이 포함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관이 추가될 때마다 즉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은 8월 한 달 동안 유지하고 이후 공지글 영역으로 옮기겠습니다.
덧2. 나도 DB 공유에 기여하고 싶다는 임상가들께서는 연락주세요. 당연히 제보 환영합니다. 본 DB의 양식대로 채워서 제게(walden3@gmail.com)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신뢰성 확보를 위해 최근 2년 이내의 정보로만 부탁드립니다.
: 2014년 8월 19일 현재(20140819 Version)
* 오O영 아카데미에서 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가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랐답니다 :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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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에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4 사행산업 건전화 국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모든 session에 다 참석한 건 아니고 1, 2 session은 전자 카드 관련 정책 포럼이라서 저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서비스 모형과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 다루었던 session 3에만 들어갔고 이후 진행된 종합 토론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자면,
첫째, 사감위가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판별 도구인 KGBS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분석 결과를 보니 KGBS만 도박 중독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동안 KGBS를 개발만 해 놓고 욕 먹으면서도 여전히 CPGI 결과만 줄창 보여주는 이유는 KGBS로 측정한 유병률이 CPGI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도 KGBS는 K-NODS나 K-MAGS-DSM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니까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해도 유병률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지금까지 9%라고까지 과장하면서 했던 협박이 우습게 되니 KGBS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묻어버리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이 짜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도구로 GAMTOM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장의 치료자들로부터 이미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항이 너무 많아요. 서양에서는 material을 많이 줘야 내담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숙제 주는 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 내담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 저항에 맞서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포함될 확률도 상당히 증가할 겁니다.
셋째, 한국형 GAMTOMS를 만든다고 해도 Timeline Feedback(TLFB) 만큼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관의 담당자도 그렇고 국내 교수들도 그렇고 이게 참신하고 기대되는 정보 수집 도구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무리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도박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걸 빠짐없이 작성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세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넷째, GAMTOMS와 같은 치료 효과 평가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AMTOMS에 대한 자료에서도 조기 종결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정작 현지 관계자도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더군요. 조기 종결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전까지는 치료 효과 평가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섯째, 토론에서 집단 상담이 개인 상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데 글쎄요. 100회기 이상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homogeneous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연령대, 비슷한 social status, 비슷한 도박 유형까지 맞추고 거기에 개인 상담 20회기 정도 진행해서 변화 단계까지 얼추 비슷하게 matching했는데도 5명 이상의 집단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반개방형 집단 상담에서도 두 분이나 재발했고요. 도박 중독 상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 상담자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나온 방안이 집단 상담의 활성화 아닌가 싶은데 생각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여섯째, 발표 자료 중에 내방 상담자의 대부분이 변화 단계 중 준비 단계에 속한다는 말이 있던데 도박자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전 숙고 단계(Pre-Contemplation Stage)에 속할 겁니다. 준비 단계에 도달한 도박자가 그렇게 많다면 현장의 상담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일곱째, GAMTOMS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종결을 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도박자와 가족들이 치료 기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이 결혼 정보 회사의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종결 후 6개월(이건 그나마 낫지만), 1년, 2년 정도 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혹은 피하는) 사례의 수가 급등할텐데 어떻게 접촉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는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평가 도구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덟째, 종합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현장의 상담자들이 G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자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개인 상담도 받고 GA도 열심히 다니고 종교 생활도 열심히 하면 도박 중독 치유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제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는 자전거 바퀴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정감은 있을 지 몰라도 마찰력 때문에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서로 치유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상담과 GA입니다. 제 경험 상 GA와 개인 상담 모두 잘 맞는 도박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그릇이 정말 크거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 아주 기본적인 치유 목표에서 있어서도 개인 상담과 GA는 꽤 다릅니다. GA는 완전한 치유란 없다고 가정하고 죽을 때까지 GA 모임을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건 불완전 회복 상태에서 치유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완전한 탈도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 미치는 GA의 영향입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 강요, 알코올과 같은 교차 중독의 간과 등이 과연 가족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개인 상담자가 GA를 무조건 권장하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치유 기법의 장, 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도박자와 가족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가 묻지마 관광은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왜 휴일인데도 굳이 참석해서 들으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포럼이었습니다. 휴무 대체로 2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입맛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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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은 전직 스포츠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였던 John Karter가 심리치료전문가가 되기 위한 6년의 수련 기간 동안 자신이 경험한 내용과 동료들로부터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영국의 'The Psychotherapy Review(현재는 절판됨)'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겁니다.
저자가 현재 'The National Association for Gambling Care'에서 도박 중독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이력이 제 눈길을 끌어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치료자가 되기 위한 훈련이니만큼 수련을 준비하는 supervisee들이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있을 것 같다는 제 기대도 한 몫 했지요.
그러나 이 책은 어느 쪽으로도 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우선 내용. 목차를 먼저 보시죠.
1장. 불가능에의 도전
2장. 더 나아지기 위한 변화
3장.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술
4장. 책을 의존하는 데서 오는 위험들
5장. 수퍼비전 증후군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
6장. 주의 : 천천히 나아가기
7장. 밀착상담
8장. 자유의 쓴맛
차례를 읽으면서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임상/상담 수련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뻔한 내용 뿐입니다. 그다지 공감이 되지도 않거니와 문제는 저자가 글을 쓰는 스타일인데요. 스포츠 기자라서 그런건지, 칼럼니스트라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체가 시니컬한데다 겉멋과 말장난이 가득해서 경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체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심리치료자가 되었지? 영국은 이런 사람도 전문가가 될 수 있을만큼 수련 과정이 어설픈가?'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저자가 정신역동적인 치료자로 훈련받았기는 했지만 인본주의, 실존주의 등을 통합하는 접근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서 나름 꽤 기대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다음으로 번역. '프로이트와 인간의 영혼(2001)' 이후로 이렇게 형편없는 번역서는 정말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형편없는 번역서란 읽으면서 차라리 원서를 읽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데 이 책이 바로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오상우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다고 해서 저를 더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오상우 선생님의 번역서를 읽어본 기억이 없는 저로서는 이런 quality의 번역서를 내셨다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차라리 초벌 번역가가 직역을 했는데 오상우 선생님이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서둘러 출판하셨다는 말을 믿겠습니다.
어쨌거나 내용도 건질 것이 없는데다 번역도 엉망이어서 임상/상담 수련을 받는 분들은 물론이고 어느 누구에게도 권할 수가 없는 책입니다.
2014년 벽두부터 제 심리학 공부 의욕을 팍 꺾은 기념비적인 책입니다. ㅠㅜ
덧.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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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소개한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라는 좋은 책을 쓴 Judith Lewis Herman의 책입니다. 1981년에 나온 책이니 '트라우마'보다 16년이나 앞선 책인데 반대 순서로 읽었네요.
사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이 이름을 알린 책은 트라우마가 아니라 바로 이 책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그녀가 임상 장면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근친 성 학대 경험을 가진 여성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이 문제에 관한 책을 써보자고 결심한 것이 1975년이었고 이후 6년에 걸쳐 40명의 근친 성 학대 피해 여성에 대한 실제 임상 연구와 정신건강센터, 아동보호기관, 법 집행기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친 성 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의 복잡한 구조를 낱낱이 파헤친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1981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후 그동안 사회가 외면하고 감춰왔던 근친 성학대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미국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죠.
이 소개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근친 성 학대가 매우 드문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은밀한 성격과 사회가 이를 다루는 태도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거의 흔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근친 성 학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제가 여기에 소개하는 것이죠).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설문 조사 자료, 임상 자료, 인류학 문헌, 대중 잡지 그리고 포르노그래피 등에 근거한 현상을 현상학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피해자 및 그들의 치료자와 나눈 면담에 근거한 임상 연구 내용을 담았습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근친 성 학대가 드러난 뒤의 위기 개입, 가족 치료, 사법 처리 등의 내용을 실었고 치유와 예방의 가능성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근친 성폭력에 대해서는 이 책 한권만 읽으면 될 정도로 내용이 충실합니다. 물론 이 책부터 시작해서 좀 더 깊이있는 독서를 해야겠지만요.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아래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소개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의 저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를 아주 강한 어조로 심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저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근친 성폭력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프터스는 학자의 입장에서 거짓 기억 증후군을 증명했던 것 뿐이죠. 다만 근친 성 학대 가해자와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연구 결과를 법정과 언론에서 악용했기 때문에 로프터스가 욕을 먹는 겁니다. 저는 근친 성폭력과 거짓 기억 증후군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상가들은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를 읽은 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를 읽는 순서를 권장합니다.
아동 성폭력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특히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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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진화 : 자기 정당화의 심리학(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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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닫기
* 아동의 성적인 '권리'에 대한 뚜쟁이의 관심은 아동이 공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공장주의 관심과 똑같은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거의 대부분의 증거는, 아동에게 성인, 특히 믿었던 가족, 친척과의 성적인 접촉이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심각한 정신적 외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 어머니의 부재라는 주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근친 성 학대 이야기의 배경에서 항상 발견된다.
* 사실 아버지의 의존 욕구는 어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자녀의 욕구를 능가해 버린다. 왜냐하면 만일 어머니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아버지를 보살피지 못하면 그녀를 대신할 누군가 다른 여성을 찾는 일이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흔하게는 맏딸이 선택된다. 이런 가정에서 누군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아버지가 떠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어머니가 부재 상태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무능한 경우, 딸들이 성적으로 희생될 위험이 아주 높다.
* 건강한 어머니와의 강한 친화 관계만이 최소한으로나마 성 학대로부터 딸을 보호할 수 있다.
* 생물학적 학설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짝짓기에 대한 장벽이 어머니와 아들의 짝짓기에 대한 것보다 왜 더 약한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심리학적 이론 역시 금기를 준수하는 일에서 드러나는 성별상의 차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 어머니들은 자기 억제 능력이 훨씬 큰 반면, 아버지들은 성적인 착취 행동을 나타내는 경향이 더 큰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화의 심오한 차이를 낳은 노동의 성적 분화 때문이다.
* 강간, 아동 성추행, 그리고 근친 성 학대를 포함하여,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행동 경향은 가부장적 가족 내에서 이루어진 남성 사회화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 어느 문화권에서든, 남성 우월주의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노동의 성적 분화는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지며, 아버지와 딸 사이의 근친상간 금기는 더 빈번하게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 심리학적 관점에서 근친 성 학대를 보면 아버지와 아동이 혈연 관계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관계가 의존 상태에 놓인 아동에 대해 아버지 입장에 있는 힘을 가진 성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아동에게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가르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도록 한 바로 그 순간부터, 아버지와 아동의 유대는 이미 타락한 것이다.
* 근친 성 학대를 하는 아버지들의 가장 중요하고도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힘을 사용하여 가족들을 지배하려는 경향이다. 그런데도 많은 연구나 관찰자들에 의해 이러한 아버지들이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심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로 묘사되는데 이는 이들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상대적인 힘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
* 아버지의 불만은 단조로우리만큼 너무 단순하다. 가정에서 응당 받아야 할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게 아버지들의 불만이다. 아내가 돌덩이처럼 무뚝뚝하고 냉정하며 성관계를 거부하고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어머니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딸들에게는 충분히 그럴듯하게 보인다.
* 일반적인 성폭력과 달리 근친 성 학대에서는 가해자가 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힘을 사용할 필요 자체가 없다.
* 근친 성 학대 아버지들을 관찰한 일부 연구자들은 이들의 행동이 바로 충족되지 못한 의존적인 소망과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한다.
* 많은 임상의들은 근친 사이에서 성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서 불특정한 증상들이 관찰된다고 말하는데 피해 아동 상당수는 어렸을 때 강박적이고 의식적인 성 행동을 하여 식견이 있는 관찰자로 하여금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하기도 한다.
* 어떤 사례에서도 근친 성 학대가 아버지에 의해 끝나는 일은 없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불평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감정이었다. 많은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다르거'나,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해 보였지만 스스로는 결코 '평범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결코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냉담하고 믿을 수 없는 남성이나 가장 심하게는 노골적으로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남성에게 빠져드는 것 같다.
* 결혼한 피해 여성의 가장 평범한 호소는 남편이 자신을 가치 있게 평가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 대부분은 남성들을 과대평가하거나 이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의 타인과의 성적인 친밀함을 추구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은 대부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분노를 느꼈다. 이들은 어머니를 향한 쓰라린 고통을 극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여성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 노골적인 근친 성 학대의 가장 효과적인 방패막은 아버지의 충동 조절이 아니라 어머니가 행사하는 사회적인 통제 정도이다.
*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하며 모든 관련 전문가들이 이에 동의한다. 근친 성 학대 아버지의 힘을 제한하고 조절할 필요성. 어머니의 힘을 강화하고 촉진시킬 필요성. 모녀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
* 근친 성 학대 비밀의 폭로에 직면한 많은 어머니들이 필사적으로 딸의 호소를 부인하려 드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그녀가 딸의 말을 믿는다면 얻을 것은 하나도 없고 반대로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딸은 가족 내에서 엄청난 위험에 빠지게 된다.
* 성 학대를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외부인이 아버지와 공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딸이나 어머니, 또는 가족 전체와 맺는 관계는 근친 성 학대 범죄가 알려지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아버지를 보호하고 법률을 위반한다.
* 경험적으로 창안된 모든 체계들이 지닌 공통적 특징은 신속하고도 즉각적인 위기 개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 비밀을 누설하고 나면, 딸은 상당한 재확인을 필요로 한다. 먼저 그녀의 말을 믿는다는 것, 둘째로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셋째로 앞으로 성 학대로부터나, 비밀을 깼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자행할지도 모르는 앙갚음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라는 내용을 그녀가 확실하게 전달받을 필요가 있다.
* 여러 가지 이유에서 딸보다는 아버지가 집을 떠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딸을 집에서 분리하는 일은 딸에게 맞서 부모가 서로 결탁하는 경향을 강화시키는 반면, 아버지의 분리는 딸에게 어머니와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어머니에게는 스스로 기능할 기회를 제공한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의 치료에서 이들이 가장 잘 배워야 하는 것은 자신을 주장하는 방법이다. 곧 다른 사람의 욕구나 감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자신의 욕구를 말해서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은 구타, 학대, 통제, 지배, 순종, 굴복, 무력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한 것이다.
* 성 범죄자들을 치료하는데 비밀 유지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치료자가 환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하도록 추천하기 전에, 반드시 그 일이 가족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평가하고 이해해야 한다.
* Murray Bowen과 Salvador Minuchin 같은 이론가가 개발한 전통적인 가족 치료는 근친 성폭행 범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 학파의 치료적 개입은 남성의 지배성을 회복하려는 형태를 취하기 쉬운데 남성의 지배성은 근친 성폭행이 이루어지는 가정에서 전혀 회복할 필요가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 성 범죄자를 위한 가장 성공적인 치료 프로그램은 치료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라는 채찍이 부가된 중독 치료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 근친 성 폭력 범죄자의 집단 치료에서 집단 내 잘 통제된 신체 접촉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에게 성적인 관계 밖에서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 성 학대 가해자 치료 집단은 치료자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일 때, 곧 지도자의 권위가 명확하고, 선물의 규칙을 강화하며, 자비로운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가해자의 상태가 개선되는지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사람은 가해자 자신이 아니라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어야 한다.
* 어떤 경우든 아버지들은 다음 세 조건이 합치하지 않는 한 가족들로부터 다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첫째, 아버지는 법원의 감독을 받아야 한며, 둘쨰,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셋째, 근친 성 학대 관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수용하고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딸에게 용서를 청하는 차원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 세 조건은 적어도 딸에게 최소한의 심리적 편안과 안전감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 부모의 재결합을 결코 치료의 최종 지점이나 성공의 규준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가족 관계 회복을 나타내는 가장 의미 있는 지표는 어머니-딸 관계의 건강성이다.
* 이론상으로 아동 성 학대에 대한 처벌은 매우 엄격하지만 실제로 처벌은 거의 그렇게 집행되지 않는다.
* 구타나 강간과 같은 반복적인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혹시 성 학대 경험이 없었는지 질문해야 한다. 알코올이나 마약 의존 증세를 지닌 여성이나 사춘기에 남다른 방황이나 가출 경험을 지닌 여성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병석에 계셨거나 집에 계시지 않았던 여성,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처럼 가족들을 보살펴야 했던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그런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들이 아동기 성 학대 경험과 너무 빈번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의 환자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치료자의 직무 태만이다.
* 여성 치료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환자가 공유하지 못하는 데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다. 이런 실수는 피해자와 자신의 극단적인 동일시로부터 나온다. 이는 거의 대부분 피해자로부터 매우 방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은 자주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해 더 큰 분노를 느끼며, 때로는 그녀의 인생에서 아버지를 보살핌과 애정의 유일한 원천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치료자가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하면, 환자는 치료자가 그녀로부터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관계를 빼앗으려 애를 쓴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치료자가 악의나 질투심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곧바로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라이벌이라는 그녀의 신념을 확인시킨다.
*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주요한 요인은 환자로 하여금 맨 처음 도움을 찾도록 만든 것과 똑같은 문제, 곧 수치심과 전혀 희망이 없다는 감정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가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 환자가 치료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그 일에 관하여 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그 문제는 일반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여겨질 수 없다.
* 근친 성 학대가 일어난 가정에서 치유는 어머니-딸 사이의 유대 회복으로부터 시작하듯이, 근친 성 학대의 예방은 궁극적으로 딸이 절대로 근친 성 학대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지점으로까지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덧. 이 책은 나중에 저도 참고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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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 기법 중 하나로 'imagination'을 활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대로 도박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상상을 해 보도록 했는데 너무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거나 상상 자체를 못하는 문제(죽어버려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함;;;;)가 있어서 최근에는 도박을 그만두고 살게 된다면 10년 후 어떤 삶을 살게 될 지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상을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냥 상상해 보라고만 하면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의 자기 모습을 쉽게 상상하는 도박자의 수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걸 알게 됩니다.
치료를 받으러 온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 빠져 사는 자신의 삶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영원히 도박을 하지 않고 사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그만두기보다는 조절하면서 즐기고 싶어하고 치료의 종반부에 이르기까지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을 주저하고 끊임없이 타협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imagination을 통해 강한 치료적 효과를 노린다면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단순히 시각적인 유도만 하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까지 총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았던 도박자라도 장면을 연상하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 이완하도록 연습을 하고 그런 연습에 익숙해지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상담자 스스로 imagination을 통해 상상 연습을 많이 해 볼수록 좀 더 수월하게 도박 중독자의 상상을 도와줄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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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와 가족이 도박 중독의 치유 과정에서 궁금해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왜 도박 중독에 걸렸느냐'는 도박 중독에 걸린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도박 중독이 치료될 수 있느냐'는 치유 가능성이죠.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하나의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도박자가 왜 중독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치료자들은 도박 중독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재발을 유도하는 위험 요인들을 찾아내는데 더 주력하는 편이죠.
도박 중독이 치료될 수 있느냐는 답하기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치유 과정에 얼마나 순응하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자 하는지, 재발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얼마나 꼼꼼하게 다루고 예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되었고, 도박 중독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경험많은 치료자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은 들어오는 길도, 나가는 길도 제각각이지만 머무르는 동안에는 똑같은 길을 간다는 겁니다.
본전(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혹시라도 크게 한번 딸 수 있다면 가족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도, 혼자서 도박을 자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나중에 치유가 어느 정도 완결되면 조금씩 통제하면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똑같습니다.
그러니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은 여느 도박 중독자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동안에도 다른 길을 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에 머무를 때 다른 길을 가야 진정한 치유의 길로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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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저런 치료 워크샵에 대해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치료 관련 워크샵을 고르는 기준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강사가 매스컴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사람일 것(숨은 고수일 것)
: 많은 분들이 방송에 자주 나오고 유명하고 인기인이 진행하면 좋은 워크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반대입니다.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 비추고 인터뷰나 하고 다니는 그 시간이야말로 내담자/환자를 만나 치료적 경험을 쌓아야 하는 시간이죠. 방송에 얼굴 자주 나오는 사람치고 고수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2. 국내 치료 경험이 500사례 또는 5년 이상일 것
: 외국에서 아무리 검증된 프로그램이고, 유명한 고수에 의해 창시되었고, 오래 되었든 말든 상관없이 국내에 적용한 사례가 최소 500명 또는 5년 이상 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굳이 비싼 돈 내고 직접 배울 필요 없습니다. 그 치료법의 창시자가 쓴 책만 봐도 됩니다. 어차피 워크샵을 들어도 책에 있는 내용 이상의 것이 없습니다. 물론 실제로 적용하는 노하우가 소개되겠지만 적용 사례가 그 나라 것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임상/상담 현장에 그대로 써 먹지도 못합니다.
3. 자격증(certificate)을 주는 프로그램이 아닐 것
: 자격증을 주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몇 십 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주는 경우와 아주 비싼 수강료를 내면 주는 경우이죠. 후자는 외국에서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이 창시자에게서 수련을 받거나 학위를 받은 전문가가 국내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난 뒤 도입(대개는 처음에 외국의 고수를 초빙하여)하는 경우인데 앞의 기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국내 전문가가 치료 경험이 상당히 쌓이기 전까지는 별로 쓸데없습니다. 어차피 자신의 supervisor에게 배운 내용을 그냥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 뿐이니까요. 전자는 더 별 볼일 없습니다. 그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초반에 물량 공세를 펴는 것 뿐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강사들이 수두룩 합니다.
이 정도 기준을 말씀드리면 이 바닥을 좀 아는 분들의 경우 '그럼 대체 뭘 들으라는 말이냐. 이 기준을 통과하는 치료 워크샵이 없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국내에서 들을만한 워크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 자신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런저런 자격증이나 워크샵 인증을 받으려고 비싼 돈과 없는 시간 내서 좇아다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나는 치료 워크샵을 들으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 자리에서 꼭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금까지 소개해 주신 치료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사례에 적용한 경험을 말씀해 주시고 외국 사례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치료자는 워크샵을 진행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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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 Ellis의 A-B-C 모형을 간단히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 -> B -> C
각 구성 요소는 각각
A(Antecedents or Activating events) : 선행 사건 또는 촉발 사건
B(Beliefs) : 신념
C(Consequences) : 결과
입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해 우울증에 걸린 부인을 치료한다고 해보죠. 문제는 남편이 술에 진탕 취해 들어와서 시비거리를 찾아내면 그걸 빌미로 마구잡이로 자신을 때릴 때 이 부인이 남편이 아닌 자신을 비난한다는 겁니다. '내가 뭔가 잘못했으니 남편이 때리겠지, 내가 내조를 조금만 잘 했어도 남편이 그러지는 않았을텐데 맨날 술 마시고 때리는 걸 보면 나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나 보다' 하면서 자기를 비하함으로써 점점 더 무기력과 우울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죠.
위의 예를 아주 단순하게 A-B-C 모형에 대입하면
A :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부인을 때림
B : 자신이 남편에게 맞아도 싸다고 믿음
C : 매사에 우울하고 무기력해짐
처럼 분석할 수 있습니다.
Ellis의 A-B-C 모형을 활용하는 치료자는 대개 B에 해당하는 내담자의 부정적 신념이나 자동적 사고 등을 교정하는 것에 치료의 중점을 두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A, B, C 모두에 치료적 초점을 맞추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각 요소의 비중과 접근 방법의 난도 차이가 있을 뿐이죠. 변화 시 효과성은 A가 제일 크고 그 다음이 B, C의 순서지만 어려움의 정도도 A, B, C 순이기 때문에 쉽지 않기는 합니다.
남편이 알코올 중독이고 하루가 멀다않고 술에 취해 들어와 폭력을 휘두르는데 인지 오류만 교정해서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실제로 이런 상황에서는 인지 오류마저도 교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재발하기 쉽죠.
선행 사건(A)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구타, 이 두 가지가 개선이 필요한 선행 사건이죠. 이 두 가지 요소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모두 개선해야 합니다. 남편의 폭력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법의 도움을 받는다든가(경찰, 변호사, 여성의 전화 등의 지원 필요), 시댁 또는 친정 친지의 도움을 받아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를 위한 직면 계획을 세운다든가 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는 신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시적인 별거를 할 수도 있고 유사시 아이들을 데리고 쉼터로 대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담자와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신념(B)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해석을 변화시키거나 좀 더 효과적인 자기 대화법을 배우거나 사고의 오류를 탐색해서 수정하거나 비합리적인 신념을 찾아서 교정하는
전통적인 인지 치료 기법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C)를 바꾸는 것은 현장에서 흔히 accomodation이라고 부릅니다.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해도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구하거나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 기술을 배우는 것, 독립을 위한 경제적 자립 연습을 하는 것,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지지적인 사람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상담도 포함). 이완이나 명상 등의 방법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 등이 포함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땜질'이나 증상 완화적인 처방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A와 B의 변화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Albert Ellis의 A-B-C 모형을 활용할 때 B만이 아닌 A, B, C 모두에 대해 동시에 치료적 접근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꼭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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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예전에는 임상이나 상담 심리학 분야의 책이 10년은 지나야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기 때문에 이미 한물 간(?) 뒤늦은 소개가 되기 일쑤였습니다만 최근에는 그 기간이 상당히 단축되고 있지요. 이 책도 2007년에 나왔는데 그 해에 바로 번역되었습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기 어려운 대가 중 한 명인 Salvador Minuchin이 두 명의 동료(그 중 한 명은 동양계)와 함께 쓴 이 책은 가족과 부부를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4단계 모델을 각기 다른 10개의 문제 가정에 적용한 사례를 정리한 책입니다.
4단계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호소문제를 드러내기2단계 : 문제를 지속시키는 상호작용을 부각하기3단계 : 구조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과거를 탐색하기4단계 : 대안적인 관계방식을 모색하기
이 모델을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정, 갈등 상태에 있는 부부와 아이가 삼각 관계를 이루는 가정, 거짓말장이 십대를 키우는 재혼가정, 엄마가 우울증이 심한 가정, 자녀가 심한 신체화 장애를 가진 가정 등의 상담에 적용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분량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각 사례를 너무 간략하게만 다루고 있습니다. Minuchin 박사가 워낙 바쁜 치료자라서 그렇겠지만 대부분 2번의 자문 회기 내용만을 담고 있어 4단계 모델에 입각한 개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치료적인 효과를 나타내는지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사례의 수를 줄이고 조금 더 상세하게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그래도 사례를 다루는 틈틈히 치료자의 개입에 대한 설명이 짧게나마 되어 있어 특정 사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을 챙겨주는 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따로 정리를 해 두었지요.
구조주의 가족치료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임상가라면 차라리 Minuchin의 다른 책을 보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덧. 네 분의 선생님이 공역을 하셨는데 모여서 용어와 개념 통일을 위해 글과 어휘를 다듬으셨다고는 하지만 읽다보면 각 장마다 미묘하게 번역의 질 차이가 있습니다. 제 기대가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차이가 독자에게 느껴질 정도라면 공역이 제대로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또 아쉽고요.
닫기
* 치료에 필수적인 부분은 수동을 능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상태를 인간의 행동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빠져 있는 딜레마의 상호작용적 본성에 주목하게 한다. * 사람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일과 그 결과를 지적하는 것은 그들이 자기 자신들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며, 변화를 시도하는 일을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상담자가 말하는 것은 사람들을 되돌아가게 할 뿐이다. * 부부 간에 어느 쪽이 identified patient인지 모르는 경우에는 가장 어린아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상담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밝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 나는 관계를 탐색하기 위해서 명확한 은유인 나이를 사용한다. 어린이들과 작업을 하는 데서 공간과 나이는 다름을 드러내고, 위계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 정말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들에 대한 진실한 관심, 즉 그들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에서 문제아 딱지가 붙지 않은 부분에 대한 관심에 반응한다.* 한 가족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을 돕는다는 생각은 가족 치료의 핵심이다. 구성원들이 함께 기능한다는 것은 그들을 하나의 체계이게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니?"라는 말은 상호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그 사람을 향해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 상담의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것은 단일한 한 번의 개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낡은 사고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새로 배운 것은 치료 회기가 끝나면 사라지거나 종종 회기 중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되풀이하여 반복한다. * '희생자'에게 치료자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나의 가장 흔한 레퍼토리이다. * 가족과 작업하는 임상가들에게 있어, 상보성은 두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첫째, 대부분 사람들의 행동은 상호작용의 반쪽일 뿐이다. 내담자들이 종종 자신의 문제가 다른 사람들이 일으키는 것이라고 여길지라도, 가족치료자들은 그러한 호소문제의 다른 반쪽인 상보성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숙련된 임상가가 알고 있는 또 다른 것은 어느 정도의 상보성은 커플이 기능을 분담하고 서로를 지지하게 하지만 엄격한 상보성은 개인들에게서 온전한 잠재성을 빼앗고 경직된 관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 치료자는 내담자와 권력 다툼이 일어날 때 그것이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라고 지각해야 한다. 그것은 그가 그 가족과 너무 면밀하게 작업하고 있으며 가족의 패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증상은 일종의 독특한 의사소통 방법인 것이다. 치료자의 역할은 신체화 증상을 심리적인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이를 약화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증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서적인 상호 교류를 이해하고 이를 다루어나가도록 돕는데 있다. * 신체화 증상을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연구 보고들에 의하면, 신체화 증상을 가진 아동의 경우에 부모가 갈등 상황에 처해 있을 때가 많다. * 신체화 증상의 치료에서는 개인화를 촉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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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와 가족들이 '재발'을 두려워하지만 현장에서는 '재발(Relapse)'과 '실수(Lapse or Slip)'를 구분합니다.
이건 전에 포스팅한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수'가 '재발'이 아니라고는 해도 도박자와 가족 모두에게 가슴 철렁한 경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실수를 재발로 착각한 가족들이 더 이상 도박자를 참아줄 수 없다며 포기하기도 하고 도박자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자포자기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한번 실수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은 재발로 이어지게 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을 재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박에 다시 손을 대기에 앞서 이미 재발은 시작된 것이고 그 결과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실수는 이미 재발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실수를 한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도박자가 치료자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결심함으로 인해 재발의 길을 걷고 맙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일단 도박에 손을 댄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 즉시 가족과 치료자에게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합니다.
물론 용기가 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믿어준 가족과 치료자를 또 다시 실망시켰다는 자책감에 너무나 마음이 괴롭고 착잡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합니다. 한 점 숨김없이요. 진실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open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자기 합리화 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잃은 돈의 액수가 많지 않으니 요것만 잘 메꾸면 아무도 모를거야', '술김에 실수한 건데 굳이 가족들에게 이야기해서 충격받게 하고 싶지 않아', '요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실수한거야. 다시는 안 할 수 있어' 등등의 말로 말이죠.
그러나 이런 자기 합리화는 내 마음이 아닌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거짓말입니다. 또 다시 도박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려는 악마의 속삭임이죠.
철벽같이 튼튼한 줄 알았던 마음의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렸습니다. 이 구멍은 즉시 보수하지 않으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실수를 하게 되면 open했을 때의 결과를 고민하지 말고 즉시 가족과 치료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실수가 재발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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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도박 중독이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병이고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뇨병처럼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은 손목을 잘라도 못 끊는다는 일반적인 속설이나 어디서 주워들은 주변 사람들의 실패 경험만 믿고 도박 중독은 가망이 없는 병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비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라는 글에서 강조해서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더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이 바닥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런 약해빠진 정신 상태로는 도박 중독과 싸울 수 없으니까요.
어느 정도 도박 충동과 싸우는데 익숙해지고 일상 생활도 복구가 된 도박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지?'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착각해서 상담을 중단했다가 재발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생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상담을 종결해야 하는데 대체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라면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인 '거짓말'과 '무책임'이 도박자에게서 사라져서 매사에 진실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도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도박자에게도 그걸 알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도박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도박자의 기억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대신
도박 생각을 유발하는 도박 관련 자극이 없으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는 가능합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몇 달 만에 추후 상담을 받으러 온 도박자는 그 동안 전혀 도박 생각이 나지 않다가 상담 예약한 날짜가 되니 도박 생각이 나더라고 보고하곤 합니다.
둘째.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당시에는 도박 생각이 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갈망에 시달리고 그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박을 하곤 했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생각이 나더라도 충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갈망이 생겨도 아주 손쉽게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도박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죠.
셋째. 치유 이전 혹은 치유 과정 중에 있는 도박자라면 가족의 의심이나 잔소리, 간섭에 의해서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의심받으면서 사느니 차라리 도박을 하면서 내 맘껏 살아보자 하는 고민을 잠시라도 하겠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연합니다.
세 가지 기준 모두 마음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가족의 의심이나 간섭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기준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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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기법에는 일종의 유행이 있습니다. 요새는 EMDR, ACT, MBSR(or MBCT)에 이어 긍정심리학을 활용한 치료적 접근이 하나 둘씩 국내에 소개되고 있죠. 중독 분야에서 효과적인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동기 강화 상담(MET or MI)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고요.
실제로 학회 게시판을 보면 관련 워크샵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작 그 치료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장애와 심리적 문제에 적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샵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를 소개하는 치료자/상담자마저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녹여내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저 그 치료기법에 대한 원론적인 소개와 시연 뿐이라서 큰 돈과 어려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워크샵을 듣고 나서도 뭘 어떻게 활용하라는 것인지 난감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워크샵을 시행하는 임상가가 단기 코스로 외국에 가서 따온 자격증 하나만 믿고 국내 임상 경험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격증의 한국 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세몰이를 하거나 관련 서적을 몇 권 번역하면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치료기법을 국내에서 선점하기 위해 일단 워크샵부터 개설해서 그렇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임상 분야에서 5년 이상 적용하지 않은 걸 어설프게 들고 나오는 걸 전혀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상담 및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수련을 받은 적이 없는 임상가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에 나왔을 때 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고액을 들여 수강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경력을 쓸 때 줄줄이 쓰고 마는 겁니다(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워크샵 수강 기록과 자격증을 나열하는거 창피하지 않아요?)
치료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치료 기법을 적용할 장애와 문제 영역이 무엇이냐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동기강화상담은 병식이 없는 중독 문제를 가진 내담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동기강화상담만 배워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치료 기법 수 백가지 알아서 뭐 합니까? 각각의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 항상 모든 치료 기법은 적용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워야 하고 그걸 모르는 치료자로부터는 배워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만병통치약처럼 이거 하나면 다 끝난다는 식으로 맹신하게 됩니다. 세상에 모든 장애를 치료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란 없습니다.
굳이 기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문제 영역에 일반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법부터 익히세요. 예를 들어 심리평가보고서에 임상심리학자들이 맨날 사회 기술 훈련을 하라, 부모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 기술 훈련이나 부모 교육의 최고 전문가가 없습니다. 대충 흉내만 내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기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에서는 그냥 놀이치료나 시키고 맙니다. 놀이치료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치료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치료자를 구하기 쉽고 만만하니까 놀이치료에만 매달릴 뿐 다른 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 교육만 해도 ADHD를 위한 부모교육, 강압적 훈육 방식을 고집하는 부모 교육, 헬리콥터 부모를 위한 부모 교육 등 세분화하면 얼마나 다양한 variation이 가능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개입조차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social skill training 하나만 제대로 파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 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본적인 치료 기법 하나 제대로 하는 고수가 없고 내노라하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으니까요. 그러니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통해 가감해서 노하우를 축적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든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요약합니다.
* 세부적인 치료 기법을 익히는 것보다 적용할 장애나 문제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맞춰 해당되는 치료 기법을 익혀야 함.*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정확하게 fit한 세부적인 치료 기법이 없는 경우 적용 영역이 넓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나 치료 기법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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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하기 이전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던 도박중독 치료기관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이 문제를 염려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상당 수 기관에서 각자 알아서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배출된 전문가만을 채용하려고 애썼고 그래서 그런지 도박중독 회복자가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요(제가 아는 한 전국적으로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단도박 모임이야 치료자가 아닌 협심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수평 모임이기 때문에 오랜 단도박 기간을 유지하는 협심자가 치료자 행세를 하는 극소수의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고요.
그런데 사감위가 출범한 이후 도박중독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지 수십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을 주기 시작했고 이 자격을 가진 도박중독 회복자가 실제로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무런 현장 적응 훈련도 없이 곧바로요.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강사의 대부분이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알코올 중독 전문가 양성 과정을 벤치마킹해서 급조한 나머지 도박 중독 현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강의만 받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자를 치료하게 된 것이죠.
혹자는 말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지 않겠느냐고.
맞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치료자는 도박에 중독된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도박중독 치료라는 것이 그런 공감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중독의 다양한 기전과 원인 분석,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심리치료적 기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부부 갈등이나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한 couple therapy, group therapy 경험도 있어야 하고 특히 우울, 불안, 성격 장애 등 정신병리적 지식과 함께 이러한 공존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심리평가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임상심리학자들은 중독 분야, 특히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을 심리치료 분야의 막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힘든 분야라는 뜻입니다. 그냥 도박 중독에 대한 얄팍한 지식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분야라는 말이죠.
그런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암 회복자가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박중독 회복자는 치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갖춘 이후에 하라는 겁니다. 내가 걸려봤으니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다른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우울증에 걸려봤다는 것만으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종합병원에서 3년 동안 치열한 수련을 마치고 전문가가 되어 도박중독 분야에 입문하였을 때 적어도 3년 동안은 막중한 책임감에 상담을 할 때마다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사명감과 각오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전문 지식과 제대로 된 치료 기술, 사명감을 모두 갖춰야 하는 분야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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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잘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입니다.
이건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경우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합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에게 상습적인 구타를 당하는 것 이외의 다른 스트레스가 없는 부인의 경우 반응성 우울증의 원인으로 남편의 구타에 주목하고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 원인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원인 찾기에만 집중하면 상담자의 관심 영역이나 상담자가 유능한 영역의 문제만 선택적으로 찾아서 거기에 안주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부터 자꾸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요'라고 내담자가 호소한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치료적 접근법을 따르는 상담자냐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영역이 달라질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최근에 발생한 스트레스 상황을 분석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어렸을 때 경험했던 트라우마를, 누군가는 애착 관계를 비롯한 대상 관계를, 누군가는 정신 병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을 설정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그 원인에만 집착하게 되면 상담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지고 깊이있는 상담이 어려워집니다.
무엇보다 원인 찾기는 행동의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인데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발에 족쇄를 채우는 것을 상담자가 고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미래에서 현재로 밀어닥치는 문제에 대처할 여분의 에너지가 없어서 문제가 심화되거나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상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무조건적인 원인 찾기에 매진하기보다는 문제 해결 중심적인 접근을 주로 하면서 상담의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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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나 상담에서 임상가들은 내담자가 갖고 있는 스키마를 찾아내고 분석하려고 애씁니다. 인지행동치료자라면 더더군다나 그런 작업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임상가도 사람이고 당연히 스키마를 갖고 있습니다. 역시나 당연히 임상가의 스키마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 관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상담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치료자 schema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스키마(Schema) 목록
* 기준 요구
: "내 모든 내담자를 치료해내야만 한다. 나는 항상 높은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내 내담자는 치료적 작업을 뛰어나게 해내야만 한다. 우리는 결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 특별한, 우월한 사람(자기애적 스키마)
: "나에게는 성공할 만한 특권이 있다. 내담자들은 내가 그들을 위해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내가 상담을 할 때 지루해져서는 안 된다"
* 거절 민감
: "갈등은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내담자를 괴롭히는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
* 버림받음
: "만일 내 상담을 힘들어한다면 내담자는 나를 떠나버릴 것이다. 내담자가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면 당황스럽다. 모든 내담자들이 나를 떠날 것이다"
* 자율성
: "나는 내담자에게 조종당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내 동작, 느낌, 내가 말하는 것이 제한을 받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하거나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끔 나는 상담에서 나 자신을 잃을까 봐 염려된다"
* 통제
: "나는 내 주변이나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통제해야만 한다"
* 비판
: "어떤 사람은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다.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만 한다"
* 피해의식
: "내담자들은 내게서 뭔가 쉽게 얻으려고 한다. 나는 이용당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그들을 항상 믿을 수는 없다"
* 승인 욕구
: "나는 내담자가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만약 내담자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그것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타인을 좋아해야 할 필요성
: "내가 내담자를 좋아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내담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한다"
* 억제
: "나는 내담자에게 내 생각과 느낌을 알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지 않다. 나는 상담 시간 동안 감정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무력감
: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실수할까 두렵다. 내가 정말로 능력이 있는지 고민이다. 가끔 나는 포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목표 억제
: "내담자는 내가 목표를 성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다"
* 지나친 자기희생
: "나는 내담자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나는 그에게 더 나은 느낌이 들게 해 주어야만 한다. 대개 내담자의 욕구는 내 욕구보다 우선한다. 나는 가끔 그의 요구를 어떤 것이라도 들어줘야 한다고 믿는다"
* 감정 억압
: "나는 내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내담자와 함께 있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나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출처 : 'Overcoming Resistance in Cognitive Therapy' by Robert L. Leahy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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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transference)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여기에서의 전이 분석이 특히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여기(here & now)'는 정서적으로 즉시적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심리치료의 정신역동적 접근은 '통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실제로 통찰에만 초점을 맞추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주지적이며, 체험과 동떨어지게 될 위험이 있죠. 그런데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를 다루는 것은 정서적으로 즉시적이며 치료적 상호작용의 힘과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둘째로
'지금-여기'는 현재와 과거의 관계를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지금-여기' 작업의 근본적인 가정은 바람직한 치료적 환경이 일단 조성되고 나면 내담자의 문제와 갈등이 내포된 대처 전략들이 치료 관계에 재연되어 탐색, 이해, 교정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내담자는 자신의 대인관계 문제(과거 경험을 통해 형성된)가 치료 과정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지만 차츰 치료 관계가 자신을 애초에 치료받으러 오게 만든 관계 상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지금-여기 작업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내담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갈등적인 방식을 표현도록 북돋는 것입니다. 치료자는 전이를 확인하고 인정하는데 대한 내담자의 저항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회기 내에서 전이가 확장되도록 고무하게 됩니다.
치료 밖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미리 논의를 하면 치료자는 지금-여기에서 그 감정이 발생하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으로써 치료 밖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두 사람의 관계를 더 정확히 이해하는데 활용할 수 있죠. 그러나 치료 밖의 관계에 너무 오래 초점을 맞추거나 전이 이외의 것에 대해서만 해석하는 일은 정서적인 즉시성이 없기 때문에 주지화를 조장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출처 : '지금-여기에서의 전이 분석'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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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치유가 그렇게 힘든 걸로 알려져 있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느닷없이(?) 통찰이 일어나 갑자기 좋아지는 도박자를 반복해서 경험하다보니 단일회기치료로도 그런 통찰에 이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도박 중독의 특성 상 1회기만 상담을 하고 중도 탈락하는 도박자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데 그런 내담자에게도 단일회기치료를 통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TIP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우선 단일회기치료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온전히 동감하지 못하겠는데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를 줄이기 위해 치료자가 아닌 다른 연구자가 추적 조사했다고는 하지만 전화가 일단 연결된 상태에서 자신의 치료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치료에 대한 자기 정당화 기제가 작동 못하게 하려면 최소한 치료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추적 조사를 해야할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요구 특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너무나 자신있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건 좀 오버라고 봅니다.
저자가 미국 심리학자이거나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심리학자가 쓴 책은 비용 대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anaged care system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상 현장의 분위기 하에 쓰여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이 책이 1990년에 발간된 책이고(무려 20년이 지나 국내에 소개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사용된 치료 사례가 1980년대 후반의 사례라는 점도 읽을 때 감안해야 합니다. 1980년 대 임상 현장을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현행 임상 장면의 속성 상 50분에서 최대 1시간 30분 안에 회기를 끝내야 하는데 3시간, 4시간 동안 진행하는 단일회기치료를 과연 단일 회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단일회기치료라는 구조적인 접근에만 목을 매지 않고 1회기에 그칠 수 있는 모든 치료적 접근에서 임상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을 꼼꼼히 짚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1회기로 종결되는 경우 임상가는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내담자의 반치료적 특성을 비난하기 쉽지만 그 무엇도 상담자와 내담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단일회기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꼼꼼히 모색해 보겠다는 저자가 노력한 결과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출판사에서 붙힌 것으로 보인 '첫 번째 치료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라는 부제가 단일회기치료라는 주 제목보다 오히려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단일 회기가 아닌, pre-session이나 follow-up이 오히려 단일회기치료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pre-session입니다. 이 책에서는 pre-session이라고 명명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이것도 거의 하나의 회기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제가 볼 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준비성(readiness)이 중요한 것 같고 전에
'모든 문제의 해답은 내담자에게 있다. 하지만...'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문제와 해결책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으며 전문가를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내담자에게 특별히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기 내에서 여러가지 기법을 쓸 수 있다고는 했지만 coaching이나 direct guidance가 효과적인 내담자에게 특히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고요.
내담자의 중도 탈락 비율이 높은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와 조기 종결하는 것이 내 문제가 아닐까 맨날 자책하는 임상가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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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내공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현장 전문가 중 한 분인 이보연 선생님의 책입니다.
원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치료자라도 대중 매체에 노출되게 되면 방송에 고정 출연하거나 고정 칼럼을 쓰게 되는 식으로 현장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허명을 유지하려고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아는 양 설레발을 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보연 선생님은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임상 현장과 접점을 잘 유지하는 극소수의 전문가 중 한 분입니다.
저는 국내 심리학자들이 쓴 책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현장 경험도 없으면서 외국 서적 몇 권을 짜깁기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이 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콜라같은 책들이죠.
그런 점에서 저자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이런 책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요새 아주 중요한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룬 적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하는 '애착'에 대한 책이니 더 말 할 필요가 없지요.
일단 이 책을 읽어야 할 주 대상은 자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모들입니다. 애착을 다룬 책들은 단순히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애착 유형을 구분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에서는 이를 유발하는 부모의 유형,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고급 육아 정보가 넘친다고 해도 세 살 이전에 결정되는 애착 경험의 중요성까지 염두에 두고 챙기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죠.
요새 주의력 문제를 호소하는 아동이 많은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ADHD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는 많은 경우가 애착 문제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이보연 선생님이 제 생각과 같은 이야기("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한테서 쉽게 발견되는 주의력 문제나 충동조절 문제는 바로 이 무문별한 탐색행동의 결과다")를 하고 계시네요. ^^
아동/청소년의 모든 문제가 불안정 애착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 없습니다. 특히 부모 자신에게 애착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는 필독 도서이고 아동/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덧. 이보연 선생님은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로 설명하셨지만 제가 전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설명해도 됩니다.
닫기
* 세 살 이전의 자녀를 둔 부모의 보살핌에는 치명적인 분리 경험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안전감을 얻지 못한 아이가 가장 타격을 받는 부분이 바로 세상을 탐색하는 행동이다. *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말과 행동이 자녀의 '내적 작동 모델'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 긍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형성하려면 두 가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지지와 보호를 청했을 때 부모가 잘 반응해주었는가, 그리고 아이가 부모에게 충분한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고 느꼈는가?'* 안정 애착을 위한 부모의 조건 : 민감성, 의미있는 대화* 문제가 되는 의사소통 방식을 부모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부모와 아이가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 집착형의 애착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육아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사랑도 듬뿍 주고 싶지만 부모 자신의 유아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아이가 요구하고 도움을 청할 때는 어른다운 관대함과 배려심으로 돌봐주지 못하고 귀찮아하거나 당황해하며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배척형' 엄마의 자녀는 '회피적' 애착을, '집착형' 엄마의 자녀는 '저항적' 애착을 형성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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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아직까지 원인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병이기 때문에 왜 재발하느냐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도박 중독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심하면서도 꼼꼼하게 도박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점검해야 하죠.
그런데 어느 도박자에게나 제일 조심해야 하는 재발 요인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치료자와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또는 안) 한 소규모의 도박빚입니다.
전문적인 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 이전에 가족들이 도박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나서도 거의 모든 도박자가 자신의 모든 도박빚을 가족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치료자들은 도박자가 털어놓은 빚 이외에 분명히 다른 도박빚이 있을거라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도박자는 왜 가족이 빚을 다 갚아주겠다고 하는데도 많지도 않은 빚을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는 것일까요?
도박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 정도의 빚만이라도 스스로 갚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도박자도 적지 않으니까요. 다만 적은 액수의 빚이라도 원래 결심했던대로 스스로 벌어서, 용돈을 아껴서, 계획을 세워서 갚으면 괜찮은데 문제는 도박자들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죠. 도박에 중독되면 참을성이 없어지고 충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도 않는 빚을 갚겠다고 쪼들린 생활을 하느니 한번만 도박을 더 해서 한번에 갚고 손을 털어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지긋지긋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더 문제는 본인들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 도박을 완전히 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을 계속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빚을 갚아야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도박자가 대부분인데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되면 더 이상 도박을 할 핑계가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일말의 여지를 자신도 모르게 남겨두는 겁니다.
그래서 초반에 채무 변제 계획을 세울 때 가능하면 모든 빚이 포함되도록 도박자를 충분히 설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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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할 때 내담자가 유머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유머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정, 수용하면서도 문제에 압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중요한 marker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담자가 상담 중에 유머와 위트를 사용한다면 진전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내담자에게뿐 아니라 상담자에게도 유머는 아주 중요합니다.
우선 치료적인 기법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내담자의 고통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깊이있는 다룸은 가능할 수 있으나 내담자가 이것에 지나치게 침잠하게 됨으로써 대처를 위한 동기 수준을 갖추게 되거나 실제 행동을 취하는데 있어 방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킨 스쿠버가 아무리 즐겁고 재미있어도 잠수병을 방지하기 위해 간혹 물 위로 올라와야하듯이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에도 유머를 통해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또한 상담자 자신에게도 유머는 중요한데 반복적으로 내담자의 고통에 노출되는 상담자는 정서적으로 소진(burn out)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런 소진을 막기 위해 유머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상담자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중요한 유머가 상담 장면에서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안배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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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치료는 불량배에게 대항하기 위해 태권도장을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태권도장을 다닐 때에 기대하는 것은 유단자가 되어 불량배에게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어깨펴고 맞서는 것이지요. 불량배를 근사하게 제압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태권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태권도장에 가게 되면 기본 자세를 익히기 위해 정권 지르기만 죽도록 시킵니다. 유단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지요.
그래서 지리한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유단자가 될 수 없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태권도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런데 불량배를 언제까지나 피해다닐 수 있을까요?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어디에서든 불량배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빨리 유단자가 될 수 없다고 태권도장 다니는 것을 임의로 중단하면 언젠가는 그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도박중독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가 지루하고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도 꾹 참고 열심히 다니지 않으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전문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든, 단도박 모임을 다니든 꾸준히 고수가 될 때까지 다녀야 합니다.
그 꾸준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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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독 통합법 개정에 대한 설명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최대한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마약, 알코올 등의 약물 중독과 인터넷,도박 등 행동 중독을 하나의 법 체계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 중독 통합법의 골자입니다. 소관 부서가 보건복지부가 될 지, 다른부처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그렇습니다.
통합법의 근거는 소관 부처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중독 문제에 대응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이 법에 절대 반대입니다.
우선 저는 이 법 제정의 기저에 깔려 있는 부처 이기주의와 그에 영합하는 일부 교수들의 밥그릇 싸움이 역겹습니다. 중독이라는 그다지 균일화되지도 않은 문제를 대응한답시고 치료 현장을 하나의 틀로 관리, 감독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웃기고요. 지금처럼 소관부서가 다른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하나로 묶어두면 그게 제대로 관리가 되겠습니까? 그저 관리 조직의 크기만 키우겠다는 부서 이기주의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효율적인 대응이 되려면 각 중독 별로 특성화시키되 유기적인 치료 네트워크가 구성될 수 있도록 연계망을 강화해야 합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난리가 벌어질 지 불 보듯 뻔합니다.
사감위처럼 중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얼치기 공무원들이 거대 조직을 만든 뒤 역시 현장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교수들을 규합해 자문단을 만들고 각종 연구 용역을 실시할겁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치료자의 노하우는 사장됩니다. 그리고 나서 중앙 조직내에 control center를 만든 뒤 각 중독 분야의 센터들은 정신보건센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물론 양적으로 보기에 일시적으로 실적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향 평준화됨으로써 각 센터의 치료자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하향평준화되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세력은 모든 중독의 뿌리가 같다고 보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저는 인터넷 중독과 도박 중독의 접근법도 상당히 상이하다고 보는 쪽입니다. 동일한 중독 상담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1회성의 위기 개입 상담을 할때에나 통하는 이야기이지 현장에서는 그 정도의 공통 상담 기법갖고 치료를 한다는 건 5살 꼬마에게 소총 쥐어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중독자를 상담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각 중독 분야의 현장 치료자들끼리의 연계망도 없는 지리멸렬한 중독 분야에서 top-down 방식으로 관리 조직부터 만들고 통제하려고 하면 우리나라 중독 분야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일하게 좀 냅두세요.
냅두는게 중독 분야의 발전을 도와주는겁니다. 사감위 하나만으로도 뺴앗기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은데 괜히 허섭한 조직 자꾸 만들려고 하지 말고요. 기존의 조직을 없애면 더 좋겠지만 그건 기대도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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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이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가능한 한 진단을 내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물론 저도 예전에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진단을 내리곤 했습니다. 종합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지 않기가 더 힘이 듭니다.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일종의 집단압력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심리평가보다는 심리치료와 상담이 중시되는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또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어 진단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내리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진단을 내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과 의사와 임상심리학자가 진단을 내리는데 주로 활용하는 DSM 체계의 문제 때문입니다. DSM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부정확한 소수의 정보에 의해서도 과잉 진단(false positive)이 내려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병원 장면에서는 효율적인 도구일 수 있지만 심리치료를 주로 하는 제가 보기에 DSM-IV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고 DSM-V도 그다지 개선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둘째, 임상심리학자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면 진단보다 더 중요한 심리적 문제를 놓치거나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의사가 특정 진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진단과 일치하지 않는 검사 sign을 의사가 원하는 진단에 맞추어 누락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물론 의사의 잠정 진단을 완전히 무시하고 백지 상태에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저는 아예 처음부터 의뢰 사유에 집중해서 진단을 요구하는 상황(정신장애 진단, 병사용 진단서 발급, 법정에서 사용할 참고 자료 등)이 아니라면 진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심리평가를 실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현실적인 문제인데 의료법 상 치료 권한을 의사가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한 기분이 들어 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초등학생이 있을 때 진단 상 depressive disorder라고 진단을 내리게 되면 그게 반응성 우울인지 따질 필요도 없이 정신과 의사는 쉽게 항우울제를 처방할 겁니다. 실제로 이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상담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래서 차라리 심리적 고통감과 문제를 명확하게 기술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의사가 보고서의 내용과 달리 약물을 처방하려고 해도 아무래도 부담을 느낄테니까요.
그래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심리평가보고서에 진단명을 쓰지 않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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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Nancy McWilliams의 '정신분석적 진단 : 성격 구조의 이해(Psychoanalytic Diagnosis, 1994)'입니다.
사실 이 책은 소장 권장 도서라서 전공자들에게도 구입을 추천하는 책입니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일단 읽어보고 구입하겠다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새 책으로 북크로싱합니다.
Nancy McWilliams는 누차 말씀을 드렸지만 제가 Irvin Yalom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치료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분이 쓴 책은 하나같이 강추하고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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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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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적 진단: 성격구조의 이해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NANCY MCWILLIAMS (학지사, 2008년) 상세보기 정신분석의 태동은 프로이트로부터. 이건 뭐 어떤 전공의 학생이라도 알고 있을 상식중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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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제가 현장에서 심리치료 및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소장)을 권하는 치료전문가용 서적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지금 소개를 드리는 '정신분석적 진단'과 이전에 소개한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2007)', '
정신분석적 사례이해(1999)'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을 쓴 Nancy McWilliam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료자 중 한 사람이면서 제 role model 중 한 명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어떤 교재도 치료의 효율성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리치료가 주는 그런 종류의 마음 깊숙이 느껴지는 믿음을 제공해 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태도 때문에 Nancy McWilliams를 좋아합니다. ^^
Nancy McWilliams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이기 때문에 그녀의 책 3권이 모두 '정신분석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었지만 사실 상 그녀의 책은 오랜 임상경험이 녹아 있는 개념 충만한 책이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 정체성이 정신분석과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목 때문에 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 중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온 책인데도 국내에는 가장 늦게 소개가 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정한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책을 쓴 순서대로 '진단' -> '사례 이해' -> '치료'의 순으로 읽었다면 맥락에 기초한 공부를 할 때 더 큰 도움을 받았을 것 같거든요.
앞서 번역된 다른 두 권의 책과 달리 '정남운', '이기련'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1993)'에서 보여주신 깔끔한 번역 실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셔서 원래 Nancy McWilliams가 책을 쉽게 쓰는 편이기도 하지만 더욱 이해하기 좋게 나왔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1부에서는 진단이 왜 필요한지(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라면 다소 뜻밖인 주장)에 대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이 부분도 재미있습니다)하고 있고 성격 구조에 대해 발달 수준과 그 임상적 함의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일차적(원시적) 방어 기제와 이차적(상위) 방위 기제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 것인데 풍부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어 방어 기제를 이해하는데 있어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책입니다.
2부에서는 반사회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분열성 성격, 편집성 성격, 우울성 성격과 조증 성격, 피학성 성격, 강박성 성격, 연극성 성격, 해리성 성격 등 주요 성격을 '추동', '기질', '방어 기제', '대상관계', '자기', '전이와 역전이', '치료적 함의', '감별진단'의 구분에 따라 현장 치료자들이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현장에서 성격 문제를 가진 내담자를 많이 만나지만 성격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서적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 책 한 권이면 기본적인 감을 잡는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을 소개할 때마다 제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 치료자라고 해도 꼭 필독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만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장 가치 천만 점의 책이며 임상가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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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심리치료 기법은 일반적으로 치료 초기에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강조하며 rapport 형성을 중요시하고 적극적 경청과 수용, 공감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독 상담에서는 치료 동기를 고양하기 위한 동기 강화 상담을 중요시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 치료 초기에 직접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제 주장은 기존의 심리 치료적 접근법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다보면 공감적인 경청과 수용보다 direct guidance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명쾌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고 상담자를 신뢰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다음에야 치료적 관계가 시작되지 개입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기 종결되는 사례가 많아집니다.
물론 상담자가 상담 초기에 직접적인 조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도박자와 그 가족이 상담자에게 매달리는 의존성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아무 내담자에게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하지만 대개의 경우 도박 중독 상담에서는 초기에 명확한 guideline을 제시하는 것이 병식이 부족한 도박자와 치료적 관계와 한계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는 치료적 관계가 공고해진 다음에 직접적인 조언을 조심스레 사용하라는 기존 심리치료 기법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담자의 상담자에 대한 dependency 문제보다 조기 종결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는 상담자는 직접적인 조언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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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강권에 의해 치료를 받는 도박 중독자 중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착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서나 도박으로 잃어버린 돈이 아까워 도박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로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감정 조절만 잘 하면 자신이 가진 기술(?)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유형의 도박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인지 치료적 기법이 있습니다만 오늘 이야기는 그것에 대한 것은 아니고요.
잘 치료받고 있으니 이제는 딴 생각하지 않고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허망한 착각에서 벗어났겠지 하고 가족들이 안심하고 있는데 도박자가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본이 부족해서 못 따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하면 억장이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인간은 도저히 치료가 안 되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도박자의 치료를 포기하거나 헤어지겠다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정신을 못 차렸구나 하고 절망에 빠지기 전에 가족이 충격을 받을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진실만이 희망이라는 치료자의 말을 믿고 자발적 무장해제를 하려는 도박자의 솔직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불같이 화를 낼 것이 뻔한데도 도박자가 솔직하게 도박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이유가 과연 뭘까요?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갈텐데 말이죠.
그건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더 이상 자신의 참된 모습을 숨겨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고 자신을 더 이상 기만하지 않겠다는 도박자의 의지 표현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 도박자의 긍정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발상의 전환이 가족들에게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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