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 계획은 아침 일찍 일어나 Tubing Operator에게로 가서 tubing tour 예약부터 하는 것이었는데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게 되니 언제 그랬냐 싶게 Tubing을 할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어제 하루종일 노를 저은 것이 아무래도 몸에 무리를 줬나 봅니다.
그래서 오전에 더워지기 전에 탐푸캄(Tham Phu Kham)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뼈아픈 결정이었습니다. 그냥 Tubing 할 것을... ㅠ.ㅠ
아침을 먹고 Reception에 가서 자전거 빌리는 값을 물어보니 클래식한 기본형 자전거는 6불, 마운틴 바이크는 7불이나 달라고 하네요. 아무리 새거라도 그렇지 너무 비싸서 포기.
어제 들어오다가 자전거 렌탈샵을 본 기억이 나서 일단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쨍한 것을 보니 오늘은 굉장히 더울 것 같습니다. 사진 오른 쪽 길가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곳이 바로 렌탈샵입니다. 리조트에서 2~3분 정도 거리 밖에 안 되요.
방비엥에서는 어른들은 오토바이,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더군요.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두 소녀의 웃음이 참 해맑지요. 대체 뭘 보고 저리 웃나 봤더니...
길가에 면한 초등학교의 체육 시간인지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있네요. 그런데 잠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던데... 설마 땡땡이?
렌탈샵에 들어가보니 가게 안에 바구니를 아이 요람처럼 매달아 놨네요. 해먹처럼 슬슬 밀면서 아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상태가 괜찮은 마운틴 바이크를 두 대 빌렸습니다(30,000 X 2 = 60,000낍). 당연하겠지만 리조트에서 빌리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거라 조금 어색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더군요.
저희가 묵었던 리조트 바로 옆에 Toll Bridge가 있습니다. 방비엥에서 서쪽으로 남송강을 건너는 다리인데 건너려면 통행료를 내야 하죠(아마도 외국인만 내는 듯).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요금 정산소에서 티켓을 사야 합니다. 왕복 통행료로 보행자는 4,000낍, 자전거는 6,000낍, 오토바이는 10,000낍입니다. 저희는 자전거 두 대로 왕복할거라서 12,000낍을 냈습니다. 현금으로 내야 하고 날짜가 찍힌 표로 교환해줍니다.
Toll Bridge를 건너는 도중에 오른쪽으로 리조트가 보입니다. 음식맛은 별로이고 값은 무지하게 비싸지만 전망만큼은 정말 훌륭한 식당 테라스가 보이네요;;;
별로 튼튼해 보이지도 않는 쇠줄을 연결하고 바닥에는 널판지를 얼기설기 올려 놓은 형태라서 상당히 약해 보이는 다리입니다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이 다리는 그나마 괜찮은 축에 속하는데 상류에는 이보다 약한 다리들이 많아서 우기에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탐푸캄으로 가는 길 중에서 잘못 들면 엉뚱한 곳으로 빠지게 되는 대표적인 삼거리입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 왼쪽으로 가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름;;; 특히 중간중간에 비슷한 이름의 동굴들이 많아서 옆으로 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정표 확인, 현지인에게 또 확인!! 지금 기억으로는 맨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왼쪽으로 꺾었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으니 항상 확인하세요.
저희는 아무 생각없이 지도 상의 거리만 보고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 보니 Tham Phu Kham으로 가는 길은 온통 비포장도로(포장도로 전혀 없음)인데다 생각보다 훨씬 멉니다. 일반 자전거로는 어림없고 마운틴 바이크로도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멍들 정도로 험한 길(실제로 멍들었음)이죠. 나중에 보시겠지만 길만 험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탐푸캄 또한 굉장히 험한 산꼭대기에 있는 동굴이라서 힘이 두 배로 듭니다.
그러니
방비엥에서 탐푸캄을 갈 때에는 차량을 섭외하거나 최소한 스쿠터처럼 동력이 있는 탈 것을 이용해서 가세요.
오른쪽으로 꺾었습니다. 흙이 정말 붉은 색이죠?
방비엥의 산은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그런지 나무가 우거져 있어도 굉장히 뾰족하게 깎아지른 듯한 산세가 독특합니다.
길이 험해서 그렇지 가는 길 중간중간에 정겨운 풍경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새끼들을 데리고 풀숲을 뒤지고 있는 어미닭도 볼 수가 있고요.
앞마당에서 강아지와 아기 고양이가 사이좋게 볕바라기를 하는 걸 지나가기도 합니다.
탐푸캄을 1km 남짓 남겨놓고 만날 수 있는 SAELAO Project 레스토랑입니다. 헬멧을 쓰고 서 있는 청년이 타고 가던 스쿠터가 험한 길에 고장나 결국 식당에 맡기고 작은 스쿠터에 세 명이 낑겨 타고 방비엥으로 돌아가는 눈물나는 장면입니다. 그만큼 길이 거칠어요. ㅠ.ㅠ
SAELAO Project는 라오스 농촌에 지속가능한 방식의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방비엥에서 시작해서 라오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네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일종의 자원봉사자 마을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다녀갔다고 하네요. 자원봉사자들은 여기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주어진 일을 무보수로 합니다. 레스토랑도 그 중 하나죠.
관심있는 분들은 www.saelaoproject.com을 방문해서 살펴보세요.
레스토랑은 입구에서 가깝고 연못 위에 지어놓았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가축을 돌보거나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기도 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기도 하는데 일이 없을 때에는 사진에 보이는 해먹에서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자유롭게 지냅니다. 레스토랑의 수익금은 모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화장실에 모인 배설물들까지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데 재활용된다고 하네요.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려니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친환경으로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라임하고 파인애플 쉐이크를 한 잔씩 주문했습니다. 모두 여기에서 직접 가꾼 친환경 과일이고 주문을 하면 곧바로 갈아서 가져다 줍니다. 각각 10,000낍. 과일을 통째로 갈아넣어서 그런지 과육이 많고 맛있습니다.
배도 살짝 출출하기에 모듬 과일(15,000낍)도 주문했습니다. 망고, 바나나, 파파야 등을 투박하게 썰어다 줍니다. 정감있네요.
물이 필요하면 친환경 정수된 물을 텀블러나 병에 리필만 할 수도 있습니다(2,000낍). 저희도 가져간 병을 주고 리필했습니다. 땡볕에 자전거를 타자니 물이 모자랄 수 밖에 없더군요.
응? 왠 샴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지나다니더니..
금방 자리를 잡더니 낮잠을 빠져듭니다. 팔자 좋은 녀석이네요.
이름모를 나비 한 마리도 근처에서 날개를 쉬어 갑니다.
더위도 식힐 겸 충분히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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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땡볕에 걸었던 것이 꽤나 피곤했는지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7시까지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카약을 타고 움직여야 하는데 운이 없게도 아침부터 빗줄기가 굵은 것이 영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ㅠ.ㅠ
그래도 9시에 어김없이 픽업을 하러 온다고 해서 서둘러 씻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여느 호텔이 다 그렇듯이 이곳도 부페식이네요. 메뉴에 고기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 다행히 요리사가 나와 있어서 물어보고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먹었습니다. 감자 볶음, 오리엔탈 소스를 뿌린 샐러드, 구운 토마토, 찐 채소 등이라서 요기하기에는 괜찮더군요. 커피는 어디나 맛있습니다. 라오스 커피의 명성이 헛되지 않네요.
식사 후 짐을 챙겨 리셉션에 내려왔습니다. 욕조에 물이 새는 것 같길래 green discovery의 픽업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에 호텔 직원에게 이야기해서 살펴봐 달라고 했습니다.
리셉션의 벽에 걸려 있던 장식품인데 처음에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아닐 수도 있겠네요;;;
9시가 되자 픽업 차량(썽태우)이 칼같이 나타났습니다. 싱가포르 부부가 먼저 타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남편이 IT쪽에 근무하는 분 같더군요. 남편이 먼저 말을 붙이는 걸 보니 호기심 많고 사교적인 성격 같았습니다. 반대로 부인은 조용한 성격인 듯 보였고요. 남편되시는 분이 한국에 관심이 많더군요. 한국 사람들과도 자주 일을 같이 한다고.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나온데다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제가 삼성을 아주 싫어한다고 하니 농담으로 알더군요. 진짜 싫어하는데;;;
이동하는 중간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영국 흑인 여성을 한 명 더 태웠습니다. 함께 투어를 하면서 보니 상당히 신중하고 사려깊은 스타일이더군요. 싱가포르인 남편과 영어로 신나게 대화하는데 역시나 영어가 짧은 저로서는 듣는 것만도 벅차기에 그냥 조용히 경청했습니다. ㅠ.ㅠ 이렇게 해서 오늘 투어를 함께 할 구성원은 가이드 빼고 모두 5명. 투어는 인원이 적을수록 오붓하고 좋죠.
남송강에 카약을 띄우는 drop-off point가 여러 군데여서 그런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비오는 아침에 잠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남편되시는 분은 입을 쉴 틈이 없습니다. ㅡㅡ;;;;
드디어 출발지에 도착했네요. 건기인데도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많이 불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부터는 방수 범퍼를 장착한 아이폰4로 찍은 겁니다. 물놀이를 할 건데 DSLR을 가져가는 모험을 할 수가 없어서 말이죠. 이번 여행 때는 방수 범퍼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타고 갈 카약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가이드가 함께 가는데 한 명은 1인용 카약을 타고 저희를 에스코트 할 예정입니다.
카약킹에 대한 기본 강습을 하고는 곧바로 2인 1조로 카약에 탑승했습니다. 저쪽 기슭 쪽에 있는 카약에 탄 것이 싱가포르인 부부이고 저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 가이드인데 혼자 온 영국인과 함께 탔습니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구명조끼는 입었지만 물이 그다지 깊지 않고 유속도 빠르지 않아서 카약킹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아주 좋더군요.
처음에는 물이 차게 느껴지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물은 짙푸른 빛인데 아주 맑습니다.
짙푸른 색이라서 처음에는 겁이 좀 나지만 유속이 빠르지 않아서 그런지 노 젓는 일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느긋해지더군요.
가져간 짐을 보시는 것과 같은 방수팩에 넣어 각자 갖고 갔는데 메고 간 가방을 통째로 넣지 못한다는 말에 당황해서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스마트폰 정도만 옮긴 뒤 가방은 차량에 그냥 뒀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더군요. 방수팩이 꽤 크기 때문에 웬만한 건 다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지갑에 가져온 돈이 얼마 안 된다고 안 옮겼다가 나중에 엄청 후회했습니다.
방비엥 시내에서 방수팩만 따로 살 수도 있는데 이 방수팩에 소지품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여행객들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충 엉성하게 여미면 안 되고 공기를 빼고 단단히 말아야만 방수가 제대로 된답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지적 당했습니다. ㅠ.ㅠ
론플에서 추천하는 여행사라는 것만으로도 꽤 신뢰가 갔는데 Green Discovery, 정말 괜찮더군요. 일하는 솜씨가 프로입니다. 가이드도 아주 노련하고 프로그램도 아주 좋았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온통 물안개가 뽀얗습니다. 내려가는 여기저기에 점핑대가 보이는데 수량도 많이 줄었지만 약이나 술에 취해서 점핑하다가 죽는 일이 자꾸 생겨 저희가 갔을 때에는 점핑이 금지된 상태라고 해서 점핑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남송강변에 밀집된 바에서 마약을 팔다가 단속에 걸리는 바람에 일제히 영업 정지를 당했다고 하네요. 쩝...
노를 저으면서 내려가다가 힘들만 하면 내려서 지상에서 할 수 있는 activity를 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해도 카약킹을 하는 시간 자체가 길어서 그런지 나중에는 힘들더군요.
카약킹 -> 동굴 트래킹 -> 점심 식사 -> 카약킹 -> 농장 견학 -> 카약킹 -> 동굴 트래킹 -> 카약킹으로 끝나는 코스였습니다.
카약에서 내려 첫번째 동굴 트래킹을 하러 올라갑니다. 보기와 달리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춥다고 느낄 정도의 날씨는 아닙니다.
방비엥은 중국 구이린, 베트남 하롱베이와 더불어 세계 3대 카르스트 지형에 속하는 곳이라서 동굴이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동굴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죠. 보시다시피 입구가 굉장히 좁은데다 비까지 내려 상당히 미끄럽더군요. 내일 블루 라군에 갈 때도 말씀을 드리겠지만 라오스의 동굴 트래킹을 할 때는 바닥을 잘 잡아주는 신발을 신고 가야 합니다. 싱가포르 남자는 용감하게 쫄쫄이만 신고 왔다가 두 번째 동굴 트래킹에서 해 먹었습니다;;;;;
간단히 동굴에 대한 소개를 하고 밴드 처리를 한 헤드 랜턴을 하나씩 줍니다. 저는 네팔 여행 때 요긴하게 쓴 LED 랜턴을 가져갔습니다만 양손을 모두 써야 할 정도로 트래킹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냥 헤드 랜턴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동굴의 일부는 머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만큼 좁은 곳도 있어서 폐소 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은 트래킹하기 어렵겠더군요. 역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해요.
보시는 것은 동굴의 반대편 입구인데 굉장히 넓죠. 이 동굴은 산을 관통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쌀을 나르는 통로로 사용된답니다. 차량으로 산을 돌아서 나르는 것보다 사람이 일일이 지고 나르는 것이 더 싸고 효율적이라고 하네요. 헐~
보시는 것처럼 사람이 쌀 한 가마니씩 직접 지고 나릅니다. 트래킹을 하다가 이분들을 만나면 지나갈 때까지 옆으로 비켜서 기다려줍니다. 싱가포르 남편님은 이 와중에도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으십니다.
내부에 개울이 흐를 정도로 넓습니다.
반대편 입구도 역시나 좁습니다. 넓힐 생각도 안 합니다. 그냥 그대로 이용하더군요.
동굴벽은 카르스트 지형의 독특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박쥐가 쏟아져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보시는 것처럼 동굴을 관통해서 나른 쌀을 쌓아놨다가 일정량이 되면 트럭에 실어서 시내로 운반합니다. 여러 가족이 함께 일을 하는 것 같더군요. 마침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가 저희가 지나가니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저희를 쳐다봐서 상당히 민망했습니다. ㅡㅡ;;;;
일단 카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물과 짐을 챙겨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멀리 가지는 않고 바로 옆에 정자 비슷한 곳에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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