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에서 독립한 뒤로는 문답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제가 각별히(?) 생각하는
Hanti님의 문답이라서 모처럼 성실하게 답변해 봅니다. 문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워낙 이런 걸 좋아하는데 자꾸 받아 버릇하면 개인적인 정보가 너무 노출되어 익명 블로그의 신비성이 깨질까봐~ ^^
1. 술을 처음 마셔 본 게 언제인가요?
맨 처음 술을 입에 대 본 것이 언제냐고 묻는 것 같은데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척 어른들이 집에 모였을 당시 어른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방에서 상에 올려 있던, 집에서 담근 과실주를 맛나다고 홀짝 홀짝 마시다가 취해서 구석에서 쓰러져 잤던 게 처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끝까지 안걸렸다는... ^^;;;
그 때 술에 입문했던 것은 아니고 그 이후로도 입에도 안 대다가 군을 전역한 후(군대에서도 술 한 방울도 안 마셨습니다.^^;;;) 3학년으로 복학을 했는데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이가 남자가 사회 생활을 하려면 적당히 술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꼬셔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술을 마시게 된 이유가 영 거시기하다는). ^^
2. 처음 술을 마셨을 때의 감상은?
마실 때에는 술인 줄 몰랐습니다. 그냥 과일 쥬스인 줄 알고 마셨죠. 마시다보니 몸이 더워져서 감기 걸린 줄 알고 겁이 덜컥 났던 기억이 나네요.
3. 현재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Hanti님과 반대로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주량은 상당히 센 편입니다(집이 말술 집안이에요. 동생만 하더라도 대학다닐때 항상 과 넘버 쓰리에 들었다니까요). 필름이 한번도 끊긴 적이 없고 함께 마시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기복이 심하기는 하지만 제 주량을 저도 잘 모를 정도입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마신 기억은 작년에 친구와 둘이서 Bar에 보관해 둔 Absolute Vodka Original 반 병과 다시 한 병을 시켜서 둘이서 1.5리터를 먹었던 것입니다. 그 날 친구는 택시에 실려서 갔고 며칠 동안 술병으로 고생을 했다는데 저는 멀쩡했죠. 특히 어려운 사람들과 마시면 술이 더 안 취합니다. 병원에서 수련 받을 때 주로 술 꼬장 부리는 사람 대작해서 보내버리는 술 상무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 보다 술이 센 사람 딱 한 사람 봤습니다.
4. 자주 마시는 술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저는 취향이 어린애들 취향이라서 그런지 맛이 없는(엄밀히 말하면 달지 않은)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주, 위스키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맥주도 그냥 목만 축이느라고 한 병 정도 마시는 게 다입니다. 국산으로는 카프리, 수입 맥주로는 호가든, 기린 정도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평소에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Absolute Vodka이기는 한데 집에서 마시기는 너무 heavy해서 밖에서 마실 때에는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선택하는 편입니다. 고기라면 백세주나 산사춘, 회라면 설중매나 청하를 마십니다. 정리하자면 술을 꼭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안주에 맞춰 입에 달달한 술을 선택하는 편이죠.
5.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술버릇은?
술에 잘 취하지 않아서 특별한 술버릇은 없지만 정말 많이 취하면 늦은 시간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합니다.
6. 주위 사람들은 당신의 술버릇을 뭐라고 하던가요?
제 술버릇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버틸 수 있는, 술에 센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어서리 대개는 제 술버릇을 잘 모릅니다. 함께 사는 사람 정도가 집에 있다가 제 전화를 몇 번 받아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는 정도죠.
7. 가장 인상에 남았던 술자리에 대해 말해 주세요.
대학원 다닐 때 박사 과정에 있던 친한 선배 소원 중 하나가 제가 술에 취한 걸 보는 것이었는데 졸업 환송회 하는 날 아주 날을 잡고 나왔더군요. 그 날 제일생명 사거리 치킨 골목에서 6명이서 호프 2만(이건 제가 냈고), 압구정동으로 이동해서 그 선배가 잘 아는 웨스턴 바에 보관해 놓은 잭 다니엘을 잭 코크로 만들어서 한 병, 딤플인가를 한 병 더 마셨고, 그래도 제가 안 취해서 그 웨스턴 바의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바 문을 일찍 닫고 종업원들까지 함께 근처 가라오케로 가서 윈저 몇 병(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납니다. 계속 주문했으니까요)인가를 시켰고 저 혼자서 계속 사람들과 대작하면서 마셨습니다. 아마 그렇게 계속 상대했으면 정말 죽었을텐데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서 쓰러진 척 하고 있었습니다. 후배 한 명만 알아차렸다는... -_-;;; 결국 밤 새고 아침에 나와서 해뜨는 걸 봤습니다. 다리가 완전히 풀려서 걷지도 못하고 한참을 앉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정신은 멀쩡하더군요. 역시 육체보다 정신이 더 강한겁니다. ^^b
8. 어떤 때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별로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차 한잔 앞에 놓고 몇 시간을 수다떠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요. 가끔 난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뭐 그래도 딱히 고르라면 인라인을 타고 나거나 스윙 댄스를 추고 나서 뒷풀이에 갔을 때 시원한 맥주를(딱 한 잔만) 마시고 싶을 때는 있습니다. 그 밖에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9. 어떤 술자리를 좋아하나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도 즐기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한 잔 하는 것은 좋아합니다만 술을 마시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지는 않습니다. 8번에서도 말씀드렸듯이요. 오히려 술이 없으면 어색해 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주기 위해서 술을 마셔주는 편입니다.
10.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나요?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함께 사는 사람과 외식을 해도 술을 마셔본 것이 열 손가락을 넘지 않을 정도니까요. 예외가 있다면 해외 여행을 가서인데 그 나라의 전통주나 맥주를 마시는 버릇이 있어서 국내에 있을 때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11. 애주가가 될 의향이 있나요?
애주가가 되기는 좀 어렵겠네요.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면세점에서 Absolute Vodka의 새로운 라벨이 나왔는지 살펴본다고 애주가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
12. 술을 같이 자주 마시는, 또 마시고 싶은 5명에게 바톤을 돌려 주세요.
원하시는 분 아무나 받아가세요. 개인적으로는 지인 중에서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지혜양이나 도윤옹이 받아가면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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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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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설문 작성의 이유 http://walden3.kr/1513 ① 오랫만에 들린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월덴님의 블로그에서 성심성의껏 답변하신 내용을 보고 감동. ②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상시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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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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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덴지기님께 받아왔습니다. 아 이런거 나우누리 시절 유행했던 백문백답 이후로 처음인듯. 단무지옹의 문답 말미에 언급된걸 영광으로 생각하고 (크) 성실하게 써봐야지~ 흐흐; 1. 술을 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