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의 표준렌즈를 떼고 망원렌즈로 바꿔 마운트한뒤 사파리 모자와 버프로 중무장했습니다.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케냐의 국립공원들은 먼지가 많아서 마스크나 버프가 필수 아이템이죠.
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무거운 망원렌즈도 아프리카까지 꾸역꾸역 들고 갔는데 그냥 사파리만 즐긴다 해도 쌍안경 하나쯤은 꼭 가져가세요. 오페라용으로 나오는 가볍고 작은 쌍안경이라도 챙겨 가시면 잘 가져왔다 하실 겁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맨 눈으로 야생동물 관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니콘 D300에다가 이번 여행에 특별히 챙겨 간 시그마 150-500mm 망원렌즈를 장착한 모습입니다. 좁은 차 안에서 거치하고 촬영하기 편하게 미니 삼각대를 붙였고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흔들려서 초점이 안 맞았네요. 생애 첫 사파리라서 큰 맘 먹고 거금을 들여 구입한 녀석인데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도 구입하기를 잘 했다고 자평합니다. 이 렌즈가 없었으면 정말 심심한 아프리카 여행이 될 뻔 했거든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마스크나 버프는 필수 아이템이고 DSLR로 야생동물 사진을 찍으시려면 150-50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꼭 필요하고, 관찰만 하신다고 해도 쌍안경(가벼운 오페라용 쌍안경이면 충분)은 필 지참하세요.
든든한 가이드 켄의 뒷모습입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건 무전기인데 사파리 차량마다 장착되어 있어 어디에 동물이 있는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아예 무전을 켜놓고 다니기도 합니다. 보기 힘든 동물이라도 나타나면 다들 어떻게들 알고 나타나는지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무전기 덕분입니다.
케냐의 국립공원 사파리는 기본적으로 차에서 내리는게 금지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보시는 것처럼 큰 길을 따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은 길에서 벗어나 덤불이나 숲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서 훨씬 더 자유롭죠. 하지만 암보셀리 국립공원도 숲이 많지 않고 길로 구분되는 구역이 아주 넓지는 않은 편이라서 쌍안경만 있으면 동물을 관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시는 것처럼 코끼리떼가 길을 건너기라도 할라치면 길가에 차를 멈추고 관찰하는 것이죠. 동물들을 최대한 놀라지 않게 하려고 시동을 끄는 건 기본입니다.
케냐의 사파리는 새벽에 나가서 동트는 걸 보고 돌아와 아침을 먹는 새벽 사파리, 아침 식사를 하고 나가는 오전 사파리(보통은 lodge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지만 피크닉 런치를 가져가 사파리를 하는 도중에 먹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 4시 경에 나가서 해가 지기 직전까지 보는 오후 사파리로 나뉩니다.
코끼리는 TV에서도 보고, 동물원에서도 보고 해서 익숙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철조망이나 차단벽도 없이 바로 곁을 지나가는 코끼리를 보는 건 느낌이 전혀 다르더군요. 존재감 자체가 달라요.
원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코끼리를 보기에 최적인 공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 중 암보셀리에 있는 코끼리의 상아가 가장 크다고 하죠.
이 포스팅의 뒤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대장 코끼리같습니다. 겉모습만 봐도 역전의 용사란 걸 한 눈에 알 수 있겠네요.
이 코끼리를 보니 예전에 동물의 왕국에서 아시아 코끼리는 펼친 귀가 작고 아프리카 코끼리는 크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코끼리 모자 등장입니다. 어미 코끼리는 눈매부터 순해 보이네요.
역시 아기 코끼리는 상아가 없어서 그런지 귀여워요~
엄마에게 젖 달라고 칭얼거리는 아기 코끼리~
젖 달라고 본격적으로 밀고 있는 아기 코끼리, 귀찮을 따름인 엄마;;;;
코끼리 가족 등장이요~
길을 건너다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갑자기 몸을 돌려 무리의 맨 뒤를 지키며 따라가던 대장 코끼리(위에 나왔던)에게 반항합니다.
대장 코끼리가 점잖게 타이르는 것 같은데....
코로 매만지면서 설득을 하지만....
수컷 코끼리가 끝까지 엉기면서
개기는반항하는 바람에 때아닌 힘겨루기가 벌어집니다.
그래봤자 대장의 힘과 관록을 당할 수 있을리가 없지요. 수컷 코끼리가 수긍하고 대열로 돌아가는군요.
수컷 코끼리와 대장 코끼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뒤로 쳐졌던 다른 코끼리 모자가 무리에 합류하려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앞서 보았던 아기 코끼리보다 더 작은 녀석이네요.
아프리카에서 Big 5라고 하는 동물로 코끼리, 사자, 버펄로, 표범, 코뿔소를 꼽는데 암보셀리에서 코끼리를 보는 걸로 시작했네요.
다음은 누우떼입니다.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만큼 많지는 않지만 누우의 수 자체가 수 백만 마리에 달하다 보니 아무래도 제일 자주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죠.
문제는 이 녀석들이 초식동물이다보니 이동하지 않으면 항상 풀을 뜯고 있기 때문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는 거;;;
얼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엄청 찍어대서 이거 한 장 건졌습니다. 다른 국립공원에서 찍은 사진들에 몇 장 더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첫 인상은 좀 무서웠는데 자꾸 보니 친근하더군요.
케냐의 국조라고 하는데 생김새가 범상치 않습니다. 제 안들리는 영어 실력으로 들었을 때도 이름에 crown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머리의 볏을 왕관으로 부르는 것 같더군요.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색깔의 오묘한 조화가 정말 멋지죠. 특히 얼굴 부위가 다양한 색이라서 흡사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암컷 타조입니다. 저기 멀리에 수컷 타조와 다른 암컷 타조들이 보이네요. 아프리카에 가면 타조 정도는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다 초원에 한 마리씩 서 있는 게 다에요. 이렇게 한 앵글에 여러 마리가 잡히는 것도 드문 경우입니다.
숲 근처로 이동하다 갑자기 임팔라떼와 만났습니다. 암컷 임팔라들이네요.
순한 눈매도 예쁘지만 털이 정말 보드라울 것 같더군요.
워낙 겁이 많은 동물이기는 해도 충분한 거리만 두면 그래도 사진을 찍을 정도의 시간은 줍니다. ^^ 다른 녀석들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도록 엉덩이를 돌리고 풀을 뜯는 동안 한 녀석이 망을 보듯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네요.
멈추었던 차의 시동을 걸었더니 역시나 화들짝 놀라 내뺍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겠지요.
덤불숲을 돌아가니 이번에는 수컷 임팔라입니다. 암컷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더군요. 왜지?
멋지게 솟은 뿔이 늠름합니다. 뛰는 모습도 팔랑거리지 않고 박력있더군요.
두 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갑자기 모래 폭풍이 몰려옵니다. 가이드인 켄도 이런 모래 폭풍은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왠만하면 버텨보려고 했습니다만 금방 멎을 것 같지 않아서 결국 썬루프를 닫고 2시간 만에 철수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동물을 보여 주려고 애쓴 켄이 고맙더군요.
짙게 드리운 구름 장막 사이로 서편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가 마지막 햇살을 뿌립니다.
6시 30분 쯤 철수하여 Lodge로 돌아오니 모래 폭풍은 멎었지만 대신 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더군요. 이런 날씨에는 아무래도 다시 나가기 어렵죠. 지붕 위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새. 생긴 것도 참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들어왔다고 내일 새벽에 한번 더 나가잡니다. 꼭 그럴 필요 없는데 서비스 정신 하나 정말 투철하군요. 꼭 나가자고 해서 알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뭐 가이드와 손님의 입장이 바뀐 듯;;;;
구름이 두껍게 깔려서 킬리만자로 산도 안 보이네요.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만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는데 건기에는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여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하네요(저희는 결국 못 봤습니다. ㅠ.ㅠ).
이 정도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심하게 불면 모기는 없겠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make up을 이미 다 해놨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make up을 하네요.
다행히 전기는 원활히 공급되는 듯 합니다. 휴대폰, 휴대용 충전기, 전자모기향까지 꽂아놓고 누워서 1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7시 30분 쯤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나갔죠. 여전히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워서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부페 테이블도 식당 안으로 옮겨져 사람들이 모두 안에서 식사하네요. 음식은 정말 좋습니다. 샐러드 종류도 많아서 비건들도 문제없이 식사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케냐 로컬 맥주인 TUSKER 맥주를 두 병 주문했습니다(한 병에 300실링). 새로운 걸 시도할 땐 시험삼아 하나만 주문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했습니다. 양이 좀 많네요. 쌉싸름한 맛과 향이 일품이지만 대신 목넘김은 좀 안 좋습니다. 양이 많으니 먹기가 부담스러워요.
저녁을 먹고 인터넷 좀 쓰려고 로비로 갔으나 동시 이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느려서 사진 업로드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트윗 좀 하려고 했으나 너무 느려서 포기. 속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9시 20분 쯤 숙소로 돌아와 씻고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고 시차 적응도 해야 하니까요.
닫기
* 우등 공항버스리무진 탑승료 : 15,000 X 2 = 30,000원
* 저녁 식사(인천 공항 내 서브웨이)
- 베지 버거 : 7,000원
- 아이스 아메리카노 : 4,400원
* 사파리 용 간식 구입
- 네이쳐 밸리 곡물바 : 1,500 X 4EA = 6,000원
- 마켓 오 곡물바 : 4,800 X 2 Box = 9,600원
*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 입장료 : 20 X 2 = 40불
* Ol Tukai Lodge 포터 팁 : 1불
* 점심 식사 때 주문한 음료
- Passion Fruits Juice : 200 X 2 = 400실링
- 팁 : 100실링
* 저녁 식사 때 주문한 음료
- TUSKER 맥주 : 300 X 2 = 600실링
★★★★☆
이미지 출처 :
YES24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의 뒤를 잇는 동물 트라우마 전문가인 G. A. 브래드쇼가 쓴 책입니다.
코끼리의 트라우마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생태학과 심리학, 신경과학, 동물행동학을 넘나들면서 인간과 너무나 닮은 코끼리가 처한 끔찍한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역으로 인간의 폭력성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밀렵 과정에서 어미와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아남은 아기 코끼리는 모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DSM의 PTSD 진단 기준과 정확히 들어맞는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코끼리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증상을 문의하면 만장일치로 PTSD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죠.
코끼리는 인간 외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코끼리는 확실한 자아 의식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식인 행위감(Sense of agency)도 있으며 게다가 이러한 행위감이 일관성 있게 구체화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일련의 경험 및 역사와 연속성에 대한 감각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코끼리가 인간과 얼마나 닮은 점이 많은지를 알게 되어 놀랐습니다. 사실 코끼리라는 단어만 가리고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입니다.
이 책은 동물원, 서커스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문화에 대해서도 불편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우리는 단순히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동물에게 아무런 심각성 없이 얼마나 많은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지요. 알든 모르든 우리는 모두 종 차별주의자들입니다.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을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특정 지역에서 다시 살게 하려는 지극히 이타적인 그 조치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손을 떠나 무리로 다시 돌아간 동물들은 동종의 나이 많은 동물들에게서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생존에 꼭 필요한 문화적인 기술을 배우지 못해 거부당하거나 생존 자체가 위협당하기도 하니까요.
코끼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살기 위해서 이제 변해야 할 때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요.
모든 분들께 월덴지기가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