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한데다 체온을 빼앗긴 상태에서 급하게 점심을 먹은 게 체했는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오늘은 쿠스코 자유 일정이었기 때문에 원래 계획은 9시쯤 숙소를 나서 워킹 투어를 가는 것이었는데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쉬기로 했습니다.
점심도 거르고 수분만 섭취하면서 오후 내내 쉬었더니 4시쯤이 되자 컨디션이 나아졌기에 살살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애꿎은 반려인만 곁에서 시간을 죽였네요. ㅠ.ㅠ
일단 무리하지 말고 호텔 근처에 있는 코리칸차부터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마추픽추를 다녀와서 들르기로 하고 미뤄두었던 곳이죠.
가이드북에는 산토도밍고 교회로 표시되어 있는 이 곳은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코리칸차입니다.
2015년 가이드북에는
입장료가 10솔이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갔을 때는 15솔이었습니다.
겉에서 볼 때는 그냥 교회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태양신의 신전 유적이 있기 때문에 볼 만 합니다.
신전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각 상징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써 놨네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다 읽어봤겠지만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
코리칸차는 태양신의 신전답게 내부가 황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 이 황금판 하나입니다. 당시 스페인군이 약탈해 본국으로 가져간 황금 때문에 유럽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하니 얼마나 막대한 양의 황금이 이 신전을 채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교회의 안쪽에는 신전으로 짐작되는 육중한 석벽 구조물이 있습니다.
석벽의 안쪽에는 발굴 당시의 모습과 의미 등이 설명되어 있고요.
코리칸차의 안뜰입니다. 파란 하늘과 늦은 오후의 햇살이 잘 어울립니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그림만 아니면 내부도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코리칸차 뒤쪽 뜰로 나왔습니다. 출.퇴근 때는 상습 정체 지역이지만 낮 시간에는 한가로이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유기농 커피로 유명한 카페 꼬끌라가 쿠스코에 있다고 해서 검색하다 근처에 12각돌이 있다고 해서 그것부터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을 마주하고 오른쪽 길로 두 블럭 정도만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12각돌은 쿠스코 대궁전 벽면의 일부에 남아 있는 페루의 문화유산으로 정교한 잉카 석조 기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손가락은 커녕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이 없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 12각돌은 쿠스코의 중심이자 잉카인들이 신성시하는 퓨마 형상의 배에 해당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아 카페 꼬끌라는 과감히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로비에서 우연히 Cheo를 만났는데 제 안색을 보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마시는 수액을 사다줬습니다. 1리터들이 1병에 8솔입니다. 딸기향이 나는 걸로 마셨는데 맛없는 이온음료 같은 느낌이네요. 웩~
오후 5시 30분에 오늘 마지막 일정인 쿠스코 천문대로 향했습니다. 쿠스코에 천문대가 있어서 별 관측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역시나 '마리아'라는 로컬 가이드가 동행했습니다. 쿠스코 천문대는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천문대였는데 쿠스코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해가 지고 밖이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실내에서 잉카 문명과 그들의 우주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뜰로 나가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 목성, 백조 자리 등 별을 관찰했죠. 날씨가 추워지니 담요도 줬습니다. 영어가 매우 빨라서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꽤 좋았습니다. 추웠는데도 Cheo가 사다준 수액을 계속 마셨더니 설사는 대충 잡힌 것 같았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별 관측을 마치고 7시 30분 쯤에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유지'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또 '사랑채'에 가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죠.
내일은 뿌노로 이동하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짐을 싸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코리칸차 입장료 : 15 X 2 = 30솔
* 수액 : 8솔
* 저녁(사랑채) : 8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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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국내 항공을 이용해 쿠스코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어젯밤에 싸 놓은 짐을 다시 한번 챙기고 나서 5시 40분 쯤 이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짐을 가지러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깐 호텔 근처 산책을 했는데 아레끼빠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어 고요하기만 합니다.
아레끼빠에서 묵은 Casa Andina Classic 호텔입니다. 3성급 호텔이고 시설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좀 떨어져 있어 밤에 돌아다니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던 게 단점이죠.
호텔 앞에 맨션이 한 채 있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노란색으로 건물색을 칠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페루는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이라도 가리지 않고 칠하더군요.
호텔에서 아침 6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공항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라탐 항공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했는데 특이한 건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재학생 같은 복장을 입고 있더군요. 그냥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망토까지 제대로 걸치고 있었습니다(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걸...).
카운터의 담당 직원이 삼겹살을 좋아해서 자기도 쿠스코에 갈 때마다 한국 식당을 자주 들른다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티켓팅이 진행되었습니다. :)
아레끼빠 공항에서는 1층에서 발권, 2층에서 보안 검색을 한 뒤 게이트로 입장합니다. 아침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대략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서 이메일 확인도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8시 20분 쯤 보딩을 시작했는데 기내는 깨끗했지만 제가 싫어하는 3 X 3 항공기인데다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서 장거리 비행이면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8시 40분 쯤 이륙했고 1시간 정도 비행한 것 같네요. 저가 항공이다보니 기내 음료도 유료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였기에 앞좌석에 앉은 영국 여자애들이 끊임없이 떠들건 말건 귀마개 끼고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쿠스코 공항은 안데스의 관문답게 아레끼빠하고는 스케일 자체가 다릅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의 수부터 다릅니다. 이 사진은 기다리던 버스에 오른 뒤 찍은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Taypikala Hotel Cusco에 짐을 풀었는데 일단 오늘 하루를 여기서 묵고 마추픽추를 찍은 다음에 다시 돌아올 베이스 캠프이죠.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에 로비 한 쪽 구석에 짐을 놓고 가이드인 Cheo의 안내로 쿠스코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웰컴 드링크도 코카차이고 로비 중앙에 산소 탱크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고산 지역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쿠스코는 해발 3,600 미터 지역이라서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까지는 몰랐는데 호텔 근처에 쿠스코의 핫스팟 중 하나인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이 있더군요.
호텔이 있는 블럭을 나와 돌면 곧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벽돌의 색감도 그렇고 맘에 쏙 듭니다.
왼쪽이 산토도밍고 성당이고 이 길 끝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광장이 나옵니다.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Qorikancha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죠. 지금은 닫혀 있기도 하고 나중에 쿠스코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에 정 시간이 안 되면 그 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도 아레끼빠에 있는 그것에 비해 뭔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입니다.
산토도밍고 성당은 이쪽에서 보는 뷰가 더 근사합니다. 중세의 성 같은 육중한 느낌이죠.
성당의 안뜰은 녹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검고 둔중한 느낌의 교회 건물과 울긋불긋한 색의 꽃나무들 색깔 조합이 아주 예쁩니다.
산토도밍고 성당 뒤쪽의 공터는 날씨가 맑은 날이면 광합성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저쪽에 보이는 도로가 쿠스코에서 가장 붐비는 메인 도로입니다.
산도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오른쪽은 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이 밀집해 있습니다.
주로 감자 구이나 옥수수 같은 걸 많이 팔더군요.
산토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로레또(Loreto) 골목이라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보시는 것처럼 높은 석벽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돌들을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쌓아놨습니다. 고대 잉카인들의 기술이 놀랍네요. 나중에 12각 돌을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광장에 면한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스페인에서 본 교회 느낌과 흡사하네요. 스페인의 식민지였으니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광장으로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대성당(La Catedral)입니다. 쿠스코에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이고 1550년에 짓기 시작해 10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도 걸렸네요.
광장도 광장이지만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낮게 드리운 구름이 예술이네요.
로레또 골목을 빠져나오면 오른쪽에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발코니가 아주 예술입니다. 차 맛이 절로 날 것 같네요.
스타벅스 맞은편이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네요.
쿠스코가 페루 관광의 중심지 중 하나이고 아르마스 광장이 쿠스코의 중심이니 오가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광장의 정면에 위치한 대성당의 종은 남미 대륙에서 가장 큰 종이라고 합니다.
관광객 밀집 지역인만큼 정복 경찰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성 경찰관이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페루 어느 광장과 마찬가지로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도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한 쪽에 파차쿠텍 황제의 분수대가 보이네요. 파차쿠텍은 30년 만에 대 잉카제국을 건설한 정복자이죠. 몽골로 따지면 칭기즈칸과 같은 존재입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성당 건물의 붉은색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의 색깔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가이드인 Cheo의 뒤를 따라 광장을 둘러봤고 그 다음에는 직물 공장 견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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