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분장상, 미술상, 시각효과상까지 무려 1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영화입니다. 이미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우는 글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아카데미도 싹쓸이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죠. 막판에 복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발목을 잡지않았다면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예상외로 '기생충'이 역전 홈런을 날리면서 온통 기생충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저는 이 영화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2006년에 개봉한
'괴물(The Host)'까지만 좋았고 이후에는 계속 실망스러웠거든요. 설국열차도 그랬고 특히 이번 기생충이 가장 별로였습니다. 설국열차부터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불쾌하고 찝찝하더군요. 홍상수 감독의 찝찝함과는 결이 다른 찝집함인데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봉테일'답게 끌어내는 힘이 있지만 그 방식만큼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생충 이후로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안 볼 예정입니다. 사실 옥자도 안 보고 skip했는데 기생충은 호기심에 봤다가 엄청 후회했습니다.
다시 이 영화로 돌아오면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니 기생충에 비해 훨씬 더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지만 반대입니다.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건 맞지만 핀트가 그게 아니고 몰입도가 엄청납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감독이 '아메리칸 뷰티', '레볼루셔너리 로드', '007 스카이폴'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거장 '샘 멘데스'라는 것만 봐도 기대감이 생기는데 배경, 각본, 음향, 배경 음악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결국 아카데미에서도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은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영리하게도 조지 멕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이라는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신예인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배치하고는 영화의 중간중간에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앤드류 스캇, 베네딕트 컴버배치같은 연기력 절정의 중견 배우들을 끼워넣어 느슨해질만 하면 화면을 꽉 조이는 기교를 발휘했습니다.
전쟁 영화인데도 실제 전투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One Continuous Shot'이 특히 백미였습니다. 정말 치밀하게 계획하고 찍은 영화같더군요.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류의 전쟁 영화를 기대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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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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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닥터 엠마 로이드(우마 서먼 분)는 연애 상담 라디오 프로로 뉴욕에서 제법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사람입니다. 책도 많이 팔렸지요. 자신의 연애법에 따라 더 할 나위 없는 약혼자 리차드(콜린 퍼스 분)와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전화 상담에서 약혼자가 엠마가 가르쳐 준대로 자신에게 결별을 선언하자 소방수 패트릭(제프리 딘 모건)은 앙심을 품고 이웃집 해커 소년의 도움을 받아 엠마와 자신이 부부인 것처럼 시청의 결혼 기록을 조작합니다.
당연히 기절초풍한 엠마가 정정 서류를 들고 패트릭을 찾아오는데 이상하게 일이 꼬이면서 술에 취해 패트릭의 집에서 눈을 뜨고 약혼자에게 변명을 하게 된다든가, 케이크 테이스팅을 하는 자리에 어쩔 수 없이 함께 갔다가 약혼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사람의 아내를 만나 오해를 사면서 얽혀든다든가 하면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뭐 결론은 뻔합니다. 자신의 이론에 맞는 완벽한 남자를 골라서 잘 결혼할 뻔 했지만 결국은 엉뚱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감독이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열정이고 불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비약이 좀 심합니다. 요새 여자들이 바보랍니까? 연애 상담가가 하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를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고 헌신짝 버리듯이 걷어차게요.
버림받은 앙갚음을 하기 위해 모략을 꾸몄다가 상대방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기에는 대체 뭘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그건 엠마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듯 아무런 갈등과 별다른 주저없이 너무나 쉽게 사랑에 빠지네요.
오히려 결혼식 당일 날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녀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희생하는 리차드의 선행(?)이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이상하게도 이 장면 은근히 멋집니다).
줄거리는 엉망이고, 개연성도 희박하지만 우마 서먼의 좌충우돌 연기와 제프리 딘 모건의 살인 미소만으로도 시간 보내기에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로맨틱 코미디를 즐기고픈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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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
가히 명불허전입니다. 저는 솔직히 뮤지컬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만 봤는데도 흥겹고 재미있더군요.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빠를 찾아 당돌하게도 세 후보자를 모두 초청하는 일을 벌이는 딸 '소피'로 나오는 아만다 시프리드는 헐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인데 멋진 노래 솜씨로 아바와 제작진을 감탄시켰다고 하죠. 확실히 노래는 잘 부릅니다. 대신 연기는 아직 좀 덜 익은 느낌입니다. 예쁘기는 한데 포스가 없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뭐 우리에게는 메릴 스트립이 있으니까요. ^^
아바가 기적의 배우라고 극찬했다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노래는 정말 끝장입니다. 거의 신들린 수준입니다. 메릴 스트립은 사실 그렇게 예쁜 배우는 아닌데 가끔 연기하는 걸 보면 소름이 돋을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메릴 스트립의 비중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고 갈등 구조도 별로 없습니다. 뮤지컬 영화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흥겨운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초반에 딸 '소피'의 두 친구가 섬에 도착하면서 보여준 오버 연기는 금방 눈에 익숙해지고 아바의 친숙한 멜로디와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들 무렵 나타나는 세 남자(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도 멋집니다.
저는 작년에 봤던 그리스의 파란 바다와 하늘이 생각나서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기분이 울적할 때 전환하기에 이 영화만한 것이 없습니다. 꿀꿀한 인생에게 추천~
덧. 엔딩 크레딧 다음에 깜짝 선물이 있습니다. 요것도 재미있어요. 자리를 빨리 뜨지 마시고 '소피'의 노래를 들으며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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