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일찍 출발한다고 해서 6시에 일어나 씻고 7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학교의 등교 시간과 겹친다고 해서 출발 시간이 8시 30분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방으로 돌아와 30분 정도를 더 쉬었습니다. 호텔이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 어차피 버스가 호텔 앞까지 들어올 수 없을텐데 왜 출발 시간을 미루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뭐 가이드가 어련히 알아서 했을라고요.
호텔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 큰 길가에 세워져 있는 버스에 올랐는데 호텔 직원들이 캐리어와 짐을 나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캐리어는 바퀴가 있으니 바닥에 놓고 끌어도 되는데 모두 어깨에 지고 내려가시더군요. 그래서 저희 짐을 날라준 분께는 따로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버스는 곧 쿠스코 시내를 빠져나가 뿌노로 향했습니다. 이런 풍광을 보며 4시간 정도를 달렸는데 밀린 트윗을 하다 선잠을 자다 깨다 했죠.
쿠스코에서 8시 30분에 출발했는데 12시 30분 쯤 되어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숙박을 할 수도 있고 기념품 매장도 꽤 큰 휴게소입니다.
가이드인 Cheo에 따르면 여기 햄버거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Vegetarian 메뉴가 따로 있더군요. 저희는 클래식 버거(10솔)하고 퀴노아 버거(15솔)를 치즈만 빼고 주문했습니다. 사실
이 휴게소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알파카 고기로 만든 햄버거인데 호기심이 많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범한 버거를 주문하더군요.
프렌치 프라이(5솔)를 추가했고요. 음료는 콜라로 주문했지만 치차 모라다를 원하는 분들은 5솔이면 드실 수 있습니다.
2015년 세계 최고의 초컬릿으로 선정된 초컬릿 음료도 마실 수 있네요. 초컬릿이 8솔, 우유를 섞은 게 9솔입니다.
페루는 유기농 커피로도 유명한데 이 휴게소에서는 2010년 세계 유기농 커피 수상자인 원두를 사용하나 봅니다. 아이콘이 직관적이라 내용을 잘 몰라도 주문하기 쉽겠네요.
주문할 때 먼저 계산을 하고 도장을 찍은 번호표를 받은 뒤 나중에 음식이 나오면 번호를 불러 번호표와 음식을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빨리 만들 수 있는 햄버거인데도 시간이 의외로 꽤 걸립니다.
주문한 햄버거와 프레치 프라이가 나왔습니다. 치즈를 뺀 버거인데도 명성 그대로 맛있습니다. 보통 서울에서 베지 버거를 먹으면 대개 콩고기 패티가 들어있는데 퀴노아 패티가 더 맛있네요. 퍽퍽하지도 않고 식감이 괜찮았습니다. 사실 더 예술이었던 건 프렌치 프라이였습니다. 페루가 워낙 품질 좋은 감자로 유명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늘의 목적지인 뿌노가 감자의 원산지거든요. 맛이 없을 수가 없죠. 게다가 감자도 유기농으로 기른다고 하더라고요.
식당 안을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네요;;; 사람들이 먹다 흘린 빵 부스러기나 채소 조각을 열심히 사냥하고 다닙니다.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1솔)인데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휴게소치고는 꽤 깨끗한 편이지만 남녀 공용이라서 마음 편히 볼 일을 보기가 쉽지 않고 소변기가 없는 건 괜찮은데 좌변기 덮개가 없어서 사용하기가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점심도 먹었겠다 2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 하니 일단 화장실은 한 번 가 두는 게 좋겠죠.
휴게소를 떠나 2시간 남짓 더 달려 드디어 뿌노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날씨가 흐려지더니 소나기도 한번 쏟아지더군요. 쿠스코에서 뿌노까지 약 320km 정도 되는데 공식 일정 상으로는 이동 시간이 7~8시간이지만 휴게소에서 보낸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조금 일찍 도착한 것 같습니다.
뿌노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감자의 원산지이고 티티카카 호수를 돌아보기 위한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해발 3,830m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페루 여행 중 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여기도 고산병을 조심해야죠.
뿌노에 퀴노아 버거를 파는 러빙헛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이미 오면서 맛을 봤으니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2박을 보낼 Casona Plaza Hotel Puno에 짐을 풀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외관이 좀 구려서 4성급 호텔이 맞나 싶었지만 내부는 고급스럽고 객실도 보시는 것처럼 깔끔합니다. 페루에서는 보기 드문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짐을 나르기 편하고요.
쿠스코에서 배탈로 탈수 증상이 왔을 때 유용했던 수액도 다 마셨습니다.
일단 짐을 풀고 4시 50분에 만나 함께 간단히 뿌노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아서 시내 중심에 있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1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보행자 전용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거든요. 재미있는 건
뿌노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레스토랑+카페+바의 기능을 동시에 한다는 겁니다.
뿌노 시내를 한 바퀴 도는 걸로 오늘 일정은 끝났고 나머지는 자유 일정이라서 '유지'와 함께 'Cheo'가 추천한 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Cafe Bar'는 큰 길가에 위치해서 찾기 쉽지만 입구는 뜰을 거쳐 안 쪽에 있어서 상당히 오붓한 느낌을 줍니다. 'Cafe Bar'는 트립 어드바이저에서도 추천하는 맛집이에요.
날씨가 좀 스산해서 카페 안에는 난로도 켜놓았습니다.
선반에 원두가 있길래 나중에 물어봤더니 판매하는거라고 해서 유기농 홀빈 원두를 두 봉지(각 30솔)만 사 왔습니다.
한 쪽 벽에는 페루인지 확인이 어렵지만 멋진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어차피 저녁도 먹어야 해서 차를 마시는 김에 간단히 먹을 음식도 주문했습니다. 음식 선택의 폭이 기대했던 것보다 넓은 편이고 비건 메뉴 구분도 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Greek Salad(17솔)인데 구성물이 실합니다.
프렌치 프라이를 주문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맛탕 비쥬얼의 감튀(6솔)가 나왔습니다. 물론 모양과 상관없이 페루에서 감자로 만든 음식은 실패할 수가 없죠.
색조가 좀 이상한데 핫 초컬릿(7솔)입니다. 가루를 탄 게 아니라 초컬릿을 녹여 만든 진짜 핫 초코에요.
터키쉬 커피(8.5솔)도 한 잔 주문했습니다. 페루 음식에는 감자가 있다면 음료에는 유기농 커피가 있습니다. 커피가 유명한 곳도 많이 여행해봤지만 페루 커피의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차를 달려 이동했기에 저녁 모임은 짧게 끝내고 이슬비가 내리는 빗길을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마실 물이 없어서 근처 마트까지 다시 나갔다 돌아왔고요.
여행 일지만 간단히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티티카카 호수를 돌아볼 겁니다.
닫기
* Make-up room 비용 : 10솔
* 호텔에서 버스까지 짐을 옮겨주신 분들 수고비 : 10솔
* 휴게소 점심 식사 비용
- 클래식 버거 : 10솔
- 퀴노아 버거 : 15솔
- 유기농 프렌치 프라이 : 5솔
- 콜라 : 3솔
= 33솔
* 휴게소 유료 화장실 사용료 : 1 X 2 = 2솔
* 버스 운전 기사 수고비 : 10솔
* 호텔 포터 수고비 : 10솔
* Cafe Bar 저녁 식사 비용
- 그릭 샐러드 : 17솔
- 프렌치 프라이 : 6솔
- 핫 초컬릿 : 7솔
- 터키쉬 커피 : 8.5솔
= 38.5솔
* Cafe Bar 유기농 홀빈 원두 구입 : 30 X 2 = 60솔
* 호텔 앞 마트
: 생수 2병, 오레오 쿠키 1개 = 7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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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한데다 체온을 빼앗긴 상태에서 급하게 점심을 먹은 게 체했는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오늘은 쿠스코 자유 일정이었기 때문에 원래 계획은 9시쯤 숙소를 나서 워킹 투어를 가는 것이었는데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쉬기로 했습니다.
점심도 거르고 수분만 섭취하면서 오후 내내 쉬었더니 4시쯤이 되자 컨디션이 나아졌기에 살살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애꿎은 반려인만 곁에서 시간을 죽였네요. ㅠ.ㅠ
일단 무리하지 말고 호텔 근처에 있는 코리칸차부터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마추픽추를 다녀와서 들르기로 하고 미뤄두었던 곳이죠.
가이드북에는 산토도밍고 교회로 표시되어 있는 이 곳은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코리칸차입니다.
2015년 가이드북에는
입장료가 10솔이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갔을 때는 15솔이었습니다.
겉에서 볼 때는 그냥 교회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태양신의 신전 유적이 있기 때문에 볼 만 합니다.
신전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각 상징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써 놨네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다 읽어봤겠지만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
코리칸차는 태양신의 신전답게 내부가 황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 이 황금판 하나입니다. 당시 스페인군이 약탈해 본국으로 가져간 황금 때문에 유럽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하니 얼마나 막대한 양의 황금이 이 신전을 채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교회의 안쪽에는 신전으로 짐작되는 육중한 석벽 구조물이 있습니다.
석벽의 안쪽에는 발굴 당시의 모습과 의미 등이 설명되어 있고요.
코리칸차의 안뜰입니다. 파란 하늘과 늦은 오후의 햇살이 잘 어울립니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그림만 아니면 내부도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코리칸차 뒤쪽 뜰로 나왔습니다. 출.퇴근 때는 상습 정체 지역이지만 낮 시간에는 한가로이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유기농 커피로 유명한 카페 꼬끌라가 쿠스코에 있다고 해서 검색하다 근처에 12각돌이 있다고 해서 그것부터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을 마주하고 오른쪽 길로 두 블럭 정도만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12각돌은 쿠스코 대궁전 벽면의 일부에 남아 있는 페루의 문화유산으로 정교한 잉카 석조 기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손가락은 커녕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이 없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 12각돌은 쿠스코의 중심이자 잉카인들이 신성시하는 퓨마 형상의 배에 해당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아 카페 꼬끌라는 과감히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로비에서 우연히 Cheo를 만났는데 제 안색을 보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마시는 수액을 사다줬습니다. 1리터들이 1병에 8솔입니다. 딸기향이 나는 걸로 마셨는데 맛없는 이온음료 같은 느낌이네요. 웩~
오후 5시 30분에 오늘 마지막 일정인 쿠스코 천문대로 향했습니다. 쿠스코에 천문대가 있어서 별 관측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역시나 '마리아'라는 로컬 가이드가 동행했습니다. 쿠스코 천문대는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천문대였는데 쿠스코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해가 지고 밖이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실내에서 잉카 문명과 그들의 우주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뜰로 나가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 목성, 백조 자리 등 별을 관찰했죠. 날씨가 추워지니 담요도 줬습니다. 영어가 매우 빨라서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꽤 좋았습니다. 추웠는데도 Cheo가 사다준 수액을 계속 마셨더니 설사는 대충 잡힌 것 같았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별 관측을 마치고 7시 30분 쯤에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유지'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또 '사랑채'에 가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죠.
내일은 뿌노로 이동하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짐을 싸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코리칸차 입장료 : 15 X 2 = 30솔
* 수액 : 8솔
* 저녁(사랑채) : 8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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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래 마추픽추에 오르는 걸로 예정된 날이라 8시에 집합하기로 해서 넉넉하게 잡아 6시에만 일어나면 되었는데 어제 Indio Feliz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 뒤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드는 바람에 새벽 4시에 일어났고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가 자칫하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그냥 기상했습니다. radiator가 빵빵하게 가동되기에 샤워하면서 여유롭게 모자와 바지를 빨아서 말리기까지 했죠.
짐을 챙기고 7시 15분 쯤에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습니다. 세삼스레 감자 요리가 맛있더군요. 페루에서 먹은 감자가 맛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만요.
식당 뒤편에는 아보카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아보카도가 무슨 시골집 뒷뜰의 대추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때 따지 않아서 바닥에 떨어진 아보카도가 그냥 썩어가고 있어요;;;;
오늘은 마추픽추를 둘러보고 쿠스코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서 더플백을 싸서 호텔에 맡겨 두고 버스로 마추픽추로 이동했습니다.
이게 아구아스 깔리엔테스와 마추픽추를 오가는 버스의 티켓입니다.
올라갈 때 녹색 티켓을 내고 내려올 때 빨간 색 티켓을 내면 됩니다.
각각 무려 24불이나 합니다. 아무리 마추픽추라고 해도 페루의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죠. 어제 따로 살 때와 달리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예매하면 할인이 적용되어 조금 싸지만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이건 마추픽추 입장권입니다. 입장료는 152솔입니다.
아침 일찍 올라갔는데도 인산인해입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로 이용료가 1솔입니다.
어제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오늘은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챙겨와서 미리 뿌렸지만 그래도 워낙 모기가 많아서 중간중간에 선크림을 바르듯이 뿌려줘야 했습니다. 여름철에 마추픽추를 오르는 분들은 모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오늘은 로컬 가이드인 '호세'와 함께 올라와서 마추픽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추픽추는 1983년 쿠스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2007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객을 2,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추픽추 곳곳에서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몰랐는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대체 바퀴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 많고 무거운 돌을 이 험준한 곳까지 가져와서 쌓았는지 의문입니다.
저쪽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망지기의 집'입니다.
마추픽추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당시의 기술로 어떻게 이런 무겁고 거친 돌을 두부처럼 반듯하게 잘라서 이렇게 고르게 쌓아올렸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놀라운 건 또 있는데 그 당시에 만든 물길을 따라 지금도 물이 흐른다는거죠. 바꿔 말하면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밑에서 올려다 볼 때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위에서 내려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찔한 기분이 절로 듭니다.
서부 지역인 하난(Hanan) 지역에 있는 건물인데 건물의 높이와 완성도, 내부 시설물로 비추어 신관이나 기타 신분이 높은 잉카인의 숙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내에서도 유명한 태양의 신전(Templo del Sol)입니다.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초석은 20톤이 넘는다고 하네요. 기초석을 다듬지 않고 그 위에 곡선으로 깎은 돌을 올린 걸 보면 정말 기술이 대단해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 기초석 아래는 파차쿠텍 왕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는데 3개의 계단이 보입니다. 3개의 계단은 저승과 죽음을 상징하는 뱀, 현생을 상징하는 퓨마, 천상을 상징하는 콘도르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태양의 신전에 있는 창은 정면에 보이는 산 봉우리를 통해 떠오르는 태양을 그대로 마주하게 축조했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 두 봉우리 사이의 갈라진 틈으로 태양이 떠오르는데 그 태양빛이 정확히 태양의 신전으로 들어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위치를 보고 농사의 절기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꽤 과학적이죠?
태양의 신전에서는 어제 올랐던 선 게이트(Sun Gate)도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해시계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주신전 지역(Sector de los Templos)으로 중요한 의식 행사를 진행하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돌들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하겠는지 조금씩 무너지고 있네요.
여기는 '3개 창문의 신전(Templo de las Tres Ventanas)'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잉카인들이 영혼을 위해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라고 하네요.
이건 아무래도 해시계 같습니다. 경사도도 그렇고 방향도 그렇고 말이죠.
마추픽추의 메인 광장입니다. 예전에 잉카인들의 장이 서는 곳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메인 광장을 지나 앞쪽으로 돌아오면 알파카를 풀어놓은 곳을 만나게 됩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몰라도 다들 퍼져 있는 모습이어서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귀에 식별표가 있는 걸 보니 관리를 받는 알파카 같습니다.
다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평화롭게 졸고 있습니다.
페루 현지인들은 선명한 색상을 참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빨간색과 파란색을 거침없이 사용합니다.
마추픽추를 한바퀴 돌며 설명을 듣고 난 뒤에 호세가 한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는 자유 시간을 줍니다.
오후 2시 30분까지 기차역에 집합해야 하는 걸 감안하여 계산해 보니 잉카 브릿지까지 다녀올 시간이 얼추 될 것 같습니다. 어제는 선 게이트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는 걸로 마추픽추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은 깎아지른 절벽길이기 때문에 풍광에만 정신팔려 발이라도 헛디디면 큰일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런 절벽을 깎아서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예상했던 것만큼 좁거나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험한 길이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길 바깥쪽에 안전망이나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입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와 갑니다.
왕복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잉카 브릿지 바로 앞은 막혀 있어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절벽 위에 난 길 중간에 통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걸어놨는데 저기는 정말 위험하겠죠? 저기를 걸어가다가 떨어지면 정말 답이 없거든요. 그래서 막아놓은 것 같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에는 초입에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이름, 나이, 국적, 체크인 타임을 꼼꼼히 적어야만 통과할 수 있고 돌아올 때도 자기가 적었던 곳 옆에 체크아웃 타임과 서명을 해야 합니다. 체크 포인트가 하루일과를 마치고 닫힐 때 서명이 안 된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니 구조대가 출동하겠지요. 덜덜덜...
돌아오는 길에 슬슬 빗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DSLR은 가방에 넣고 방풍 점퍼를 꺼내 입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마추픽추 앞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줄이 엄청나게 길기는 한데 차가 자주 오기 때문에 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오후 2시쯤 되었는데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면서 긴장해서 그런지,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지쳐서 그 짧은 이동 시간에 깜박 잠이 들었네요.
Cheo가 이야기한 시간이 2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밀집한 식당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얼른 들어가 small size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피자에는 음료 하나가 서비스로 나온다고 해서 치차 모라다를 선택하고 오렌지 주스만 한 잔 추가했죠. 전부 해서 30솔이니 역시 살인적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물가답네요. ㅠ.ㅠ
허겁지겁 음식을 밀어넣고 부리나케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짐에 깨질 것이 많으니 조심해 달라고 Cheo에게 미리 부탁했는데 포터 두 분이 신경써서 날라주셨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흔쾌히 별도의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오얀따이땀보로 돌아가는 기차가 도착했고 다행히 올 때와 달리 정방향 좌석이었네요. 모두 4인승 테이블 좌석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인승 테이블도 있었고 운좋게 거기 앉아서 편하게 이동.....할 줄 알았는데 누가 바닥에 물을 흘렸는지 좌석 아래에 놓아둔 장비백이 젖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을 다른 가방으로 옮겨 담느라 부산을 떨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도착한 오얀따이땀보역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요. 다행히 챙겨간 우산이 진가를 발휘해서 많이 젖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루밤바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잤습니다.
우루밤바 호텔에서 짐을 싣는 동안에는 거리의 화가에게 마음에 드는 그림도 한 두 점 샀고요. 짐을 싣고 출발한 버스가 쿠스코에 도착한 게 대략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했기 때문에 내일 저녁까지는 자유 일정이었죠.
사실 계속 잠을 잤던 게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피곤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마추픽추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닌데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았겼고 점심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급체를 했기 때문이더군요. 쿠스코에 도착하니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여행 중에 식욕이 떨어지는 적이 거의 없는데 쿠스코에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더군요. 이 때 어느 정도 감을 잡았습니다. 사실 그냥 호텔에서 자고 싶었지만 반려인이 한식을 먹고 싶다기에 사랑채까지 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두 입 먹고 거의 남겼습니다. 사진에는 김치전이 안 나왔는데 김치전도 남아서 싸 갖고 왔죠.
숙소로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마추픽추 요약
- 마추픽추 안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입구에 유료 화장실이 있으나 워낙 사람이 많아서 사용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 마추픽추 안에는 일방통행 보도가 많아 뒤로 돌아갈 수 없어서 자칫 길을 잘못 들면 꽤 먼 길을 돌아서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거든요. 물론 일일권을 갖고 있다면 실수로 마추픽추 출구로 나갔다고 해도 입구로 몇 번이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 강력한 모기 기피제가 필수품입니다. 아주 작은 모기들이 극성인데 물리면 피가 맺힌 뒤 나중에 엄청 가렵습니다. 현지에서 파는 모기 기피 스프레이는 20솔이나 하지만 향만 강할 뿐 모기를 쫓는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강력한 것으로 가져가는 걸 추천합니다.
- 출발할 때 날씨가 맑아도 마추픽추에 오르면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어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산 또는 우비는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 등산용 스틱은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잉카 브릿지와 선 게이트는 마추픽추를 기준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위치 상 한번에 다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 번 오르는 걸 추천합니다.
-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이 훨씬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가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절벽으로 접근하는 길이 좁아서 위험하게 느껴질 뿐이지 선 게이트로 가는 길이 훨씬 멀고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닫기 * 마추픽추 화장실 사용 : 1솔
* 가이드 호세 수고비 : 50솔
*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아르마스 광장 식당 점심 식사
- small size 피자
- 오렌지 주스 1잔
= 30솔
* 포터 수고비 : 10솔
* 우루밤바 숙소 앞 거리화가 그림 구입비 : 100솔
* 쿠스코 사랑채 저녁
- 된장찌개
- 비빔밥
- 김치전
- 콜라 1잔
= 88솔
* 2리터 생수 구입 : 5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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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 7시 30분 출발 예정이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페루 여행 내내 지금까지 계속 잠자리에는 일찍 들었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 수면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쿠스코에서는 자다가도 숨이 가빠서 뒤척이다 자주 깼습니다. 확실히 고산 지역의 영향이 크네요. 가벼운 옷차림으로 누웠는데도 가위눌리는 것처럼 답답하니 편안히 잘 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티벳이나 히말라야 트래킹을 할 때 보통 문제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대 옆 협탁에 그려진 문양도 쿠스코 답게 독특합니다.
객실 열쇠가 끼워져 있는 열쇠 고리의 뽀쓰도 만만치 않아요. 다만 너무 무거워서 갖고 다닐 수가 없는 게 에러라서 외출할 때는 항상 리셉션에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
샤워실 벽의 문양과 색감도 예쁩니다. 씻고 짐을 챙겨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레스토랑은 저녁에는 Bar로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뷔페 구성을 보니 grilled vegetable도 있고 구운 감자도 있는 걸 보면 평균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해외 여행을 나오면 조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게 과일이나 샐러드로 국한되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요.
쿠스코에 있는 호텔 아니랄까봐 분위기도 독특하고 소품도 독특합니다.
호텔에 딸린 작은 정원도 운치있는데 벽에 걸린 벽화가 눈에 띕니다. 나무가 가리지 않았다면 정원의 분위기를 좌우했겠는데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가 마추픽추 담당 가이드 호세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레끼빠 시티투어 가이드였던 리스와 비등한 수준으로 알아듣기 쉬운 영어를 사용하네요. 다행입니다.
호텔이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차량이 호텔 앞까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짐을 들고 대로변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동네 멍뭉이들이 한가롭게 아침볕을 쬐며 졸고 있습니다. 다들 착해보이지만 몸집들이 하나같이 너무 커서 차마 '쓰다듬'은 못했습니다.
오늘은 GAdventures 소속 차량으로 이동한다고 하네요. 가는 길에 Sacsaywaman을 들러 간다는데 사실 어제 오후 개인 일정으로 거기를 다녀올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안 가기를 잘했네요. :)
Sacsaywaman은 철자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어권 국가 여행자들이 농담삼아 'Sexy Woman'이라고 부르는데 퀘추아 말로는 'Satisfied Falcon'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거대한 유적이었는데 스페인 점령군이 쿠스코 시내의 성당과 집들을 짓느라 돌을 다 빼가는 바람에 폐허가 되었고 현재는 원래 유적의 20% 정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여행자들은 쿠스코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 때문에 이곳을 찾는데 광장으로부터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네요. 높은 건물이 거의 없고 지붕이 벽돌색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높은 산, 낮게 걸린 구름과 어울려 그림같은 풍광을 자아냅니다.
쿠스코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중앙에 광장과 대성당 등도 보이네요. 쿠스코에 있는 유일한 공장인 쿠스케나 비어 공장도 어디 있는지 가이드인 호세가 알려줬는데 지금은 잊어 버렸습니다;;;;
Sacsaywaman 정상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대체 왜!!)이 기증한 예수상이 서 있는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구름이 예수님 손에서 뿜어나오는 '기' 같지 않습니까.
Sacsaywaman을 떠나 잠시 차를 달리다가 다시 멈추었는데요. 여기도 풍광이 만만치 않습니다.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포인트인가봅니다.
나중에 마추픽추 때도 보여드리겠지만 페루는 기본 사이즈가 원체 큽니다. 산이 워낙 높고 계곡 또한 깊기 때문에 공간감이 크죠.
아레끼빠의 산토도밍고 성당 외관에서도 느꼈지만 Sacred Valley 지역 산은 토양의 색깔도 검고 짙푸르기 때문에 굉장히 웅장하고 육중한 거인같은 느낌이죠.
마지막으로 파노라마 샷 한 장을 찍고 다음 행선지인 Puma Cha Yoc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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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Plaza de Armas)을 둘러보고 난 뒤에 기념품 구입을 원하는 일행이 있어 기왕 워킹 투어를 나온 김에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같이 직물 샵으로 향했습니다.
공장을 겸하고 있는 shop인데 색감이 굉장히 강렬하네요.
공장 한 쪽에는 낙타와 비쿠냐 등 동물에 따라 모질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가장 고급인 것이 비쿠냐 털이라는데 굉장히 비쌀 뿐 아니라 귀해서 보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저도 못 봤습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 알파카 털로 만든 제품인데 목도리, 장갑 등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알파카, 라마, 비쿠냐 털을 어떻게 염색하는지 공정을 설명해 놨고 염색한 실을 쌓아 놨습니다.
공장 한 켠에는 이렇게 염색된 실로 직물을 짜는 베틀도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베틀을 볼 수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색깔의 실이 물려 있습니다. 사진 아래를 보시면 굉장히 화려한 색깔의 직물이 보이죠?
어떤 염료를 쓰면 어떤 색깔이 나오는지 설명해 놓은 곳입니다. 맨 위에 있는 것이 선인장에 사는 연지벌레인 코치닐로 염색한 실입니다.
저희는 어차피 동물성 제품을 살 생각이 없기에 사진만 몇 장 찍고 shop 밖으로 나와 문 앞에 앉아 일행이 나올 때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렸습니다. 다시 봐도 구름이 정말 예술이네요.
그런데 안에서 Cheo가 오늘 일정은 이게 끝이니 그 다음에는 알아서 개인 일정을 가지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미리 알았으면 먼저 일어났을 것을 괜히 30분 넘게 기다렸네요. ㅠ.ㅠ
처음엔 일단 호텔로 돌아갈까 하다가 어차피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기에 근처에서 비건 레스토랑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론플에 나온 비건 레스토랑을 찾으러 가는 길에 만난 골목길인데 마음에 드는 풍경입니다.
길가에 세워져 있던 피자집 배달 오토바이. 그런데 왠지 피자를 담는 배달통이 굉장히 낯익은데요? @.@
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드니 조용한 골목이 나오고 작은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보입니다.
미니 버스의 랩핑도 색상이 강렬합니다.
목표했던 'CHIA'를 찾았지만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카페에 가까운 곳으로 오늘은 입맛이 당기지 않아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결국 못 갔습니다. ㅠ.ㅠ).
반려인이 갑자기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기에 급선회해서 쿠스코에서 유명한 한국식당인 '사랑채'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네요. 광장 바로 옆이라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사진이 붙어 있어서 외국인도 고르기 쉽습니다. 한국인 여행자가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핫스팟입니다.
밑반찬이 푸짐하면서도 정갈하게 나옵니다. 비건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친절하게도 모든 재료를 비건용으로 바꿔 요리해 주셨습니다. :)
제가 주문한 김치 볶음밥(25솔)입니다. 깔끔합니다.
김치찌개(25솔)입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묵은 김치치개 느낌이어서 살짝 놀랐습니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식욕이 폭발하여 두부 김치(30솔)도 하나 시켰습니다. 페루 쿠스코에서 먹는 두부 김치 맛나네요~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그 새 구름이 꽤 짙게 깔렸네요.
대성당을 옆에서 보니 또 색다른 느낌입니다. 양쪽 탑이 워낙 크다 보니 뒷쪽의 건물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입니다.
대성당 옆에는 2층에 KFC가 있는데 테라스가 독특합니다. 아마도 스페인풍이겠지만 저는 볼 때마다 네팔이 생각나더군요. 네팔 여행 때 비슷한 테라스를 어디에선가 봤겠죠.
대성당의 정문도 오전에 볼 때와는 색감이 달라졌네요. 좀 더 가벼운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반대로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은 색깔이 짙어져서 장중한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일단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로비에는 이렇게 코카잎을 쟁반에 담아 놔서 원하는 사람은 오고가며 코카잎을 씹을 수 있습니다. 고산 증세가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서 저는 그냥 코카차로 마시기로 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저녁 6시 30분 쯤에 다시 나갔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워낙 쿠스코가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해가 졌는데도 어디나 엄청난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도로에는 이미 교통 체증이 시작되었고요.
그런데 정작 쿠스코는 야경이 별로 볼품 없더군요. 보시는 것과 같습니다. 아레끼빠 대성당 야경만도 못해요. 쿠스코는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굳이 나갈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일찍 철수했죠.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다이아막스 10알(21.4솔)를, 동네 마트에서 생수 2병(2X2솔)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서 간단히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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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 업 비용 : 10솔
* 사랑채 점심값
- 김치 볶음밥 : 25솔
- 김치찌개 : 25솔
- 두부 김치 : 30솔
* 다이아막스 10알 : 21.4솔
* 생수 2병 : 2 X 2 = 4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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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국내 항공을 이용해 쿠스코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어젯밤에 싸 놓은 짐을 다시 한번 챙기고 나서 5시 40분 쯤 이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짐을 가지러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깐 호텔 근처 산책을 했는데 아레끼빠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어 고요하기만 합니다.
아레끼빠에서 묵은 Casa Andina Classic 호텔입니다. 3성급 호텔이고 시설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좀 떨어져 있어 밤에 돌아다니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던 게 단점이죠.
호텔 앞에 맨션이 한 채 있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노란색으로 건물색을 칠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페루는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이라도 가리지 않고 칠하더군요.
호텔에서 아침 6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공항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라탐 항공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했는데 특이한 건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재학생 같은 복장을 입고 있더군요. 그냥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망토까지 제대로 걸치고 있었습니다(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걸...).
카운터의 담당 직원이 삼겹살을 좋아해서 자기도 쿠스코에 갈 때마다 한국 식당을 자주 들른다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티켓팅이 진행되었습니다. :)
아레끼빠 공항에서는 1층에서 발권, 2층에서 보안 검색을 한 뒤 게이트로 입장합니다. 아침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대략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서 이메일 확인도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8시 20분 쯤 보딩을 시작했는데 기내는 깨끗했지만 제가 싫어하는 3 X 3 항공기인데다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서 장거리 비행이면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8시 40분 쯤 이륙했고 1시간 정도 비행한 것 같네요. 저가 항공이다보니 기내 음료도 유료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였기에 앞좌석에 앉은 영국 여자애들이 끊임없이 떠들건 말건 귀마개 끼고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쿠스코 공항은 안데스의 관문답게 아레끼빠하고는 스케일 자체가 다릅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의 수부터 다릅니다. 이 사진은 기다리던 버스에 오른 뒤 찍은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Taypikala Hotel Cusco에 짐을 풀었는데 일단 오늘 하루를 여기서 묵고 마추픽추를 찍은 다음에 다시 돌아올 베이스 캠프이죠.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에 로비 한 쪽 구석에 짐을 놓고 가이드인 Cheo의 안내로 쿠스코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웰컴 드링크도 코카차이고 로비 중앙에 산소 탱크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고산 지역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쿠스코는 해발 3,600 미터 지역이라서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까지는 몰랐는데 호텔 근처에 쿠스코의 핫스팟 중 하나인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이 있더군요.
호텔이 있는 블럭을 나와 돌면 곧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벽돌의 색감도 그렇고 맘에 쏙 듭니다.
왼쪽이 산토도밍고 성당이고 이 길 끝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광장이 나옵니다.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Qorikancha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죠. 지금은 닫혀 있기도 하고 나중에 쿠스코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에 정 시간이 안 되면 그 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도 아레끼빠에 있는 그것에 비해 뭔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입니다.
산토도밍고 성당은 이쪽에서 보는 뷰가 더 근사합니다. 중세의 성 같은 육중한 느낌이죠.
성당의 안뜰은 녹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검고 둔중한 느낌의 교회 건물과 울긋불긋한 색의 꽃나무들 색깔 조합이 아주 예쁩니다.
산토도밍고 성당 뒤쪽의 공터는 날씨가 맑은 날이면 광합성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저쪽에 보이는 도로가 쿠스코에서 가장 붐비는 메인 도로입니다.
산도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오른쪽은 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이 밀집해 있습니다.
주로 감자 구이나 옥수수 같은 걸 많이 팔더군요.
산토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로레또(Loreto) 골목이라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보시는 것처럼 높은 석벽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돌들을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쌓아놨습니다. 고대 잉카인들의 기술이 놀랍네요. 나중에 12각 돌을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광장에 면한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스페인에서 본 교회 느낌과 흡사하네요. 스페인의 식민지였으니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광장으로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대성당(La Catedral)입니다. 쿠스코에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이고 1550년에 짓기 시작해 10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도 걸렸네요.
광장도 광장이지만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낮게 드리운 구름이 예술이네요.
로레또 골목을 빠져나오면 오른쪽에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발코니가 아주 예술입니다. 차 맛이 절로 날 것 같네요.
스타벅스 맞은편이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네요.
쿠스코가 페루 관광의 중심지 중 하나이고 아르마스 광장이 쿠스코의 중심이니 오가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광장의 정면에 위치한 대성당의 종은 남미 대륙에서 가장 큰 종이라고 합니다.
관광객 밀집 지역인만큼 정복 경찰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성 경찰관이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페루 어느 광장과 마찬가지로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도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한 쪽에 파차쿠텍 황제의 분수대가 보이네요. 파차쿠텍은 30년 만에 대 잉카제국을 건설한 정복자이죠. 몽골로 따지면 칭기즈칸과 같은 존재입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성당 건물의 붉은색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의 색깔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가이드인 Cheo의 뒤를 따라 광장을 둘러봤고 그 다음에는 직물 공장 견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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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페루로 가는 직항편이 아직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먼 나라인데 어쩔 수 없이 아주 먼 여정을 감내해야 합니다. 페루까지 가는 루트는 여러 개가 있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루트는 크게 캐나다를 경유하는 것과 미국을 경유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뉩니다.
캐나다를 경유하려면 전자여행허가인 'eTA'를, 미국을 경유하려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ESTA'를 미리 온라인으로 신청해야하기 때문에 귀찮기는 매한가지니 둘 중에서 본인의 마음에 드는 루트를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라탐 항공과 대한항공이 코드쉐어를 하는 걸 고려해서 인천에서 LA까지는 대한항공을 타고, LA에서 리마까지는 라탐 항공을 타는 경유편을 이용했습니다. 라탐 항공은 2010년에 칠레의 란 항공사와 브라질의 탐 항공사가 합병하여 탄생한 중남미 최대의 항공사인데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지사도 설립되어 있지 않고 그저 대행사 하나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말 그대로 그냥 대행사이기 때문에 별다른 권한도 없고 아직까지는 이용이 불편하니 참고하세요.
* 국제항공 : 라탐 항공(대한항공 코드쉐어)- 가는 편 LA84126 (20:00 -> 15:40) : 11시간 40분 비행, LA공항 도착(5시간 50분 대기)
LA601 (21:30 -> 8/27 07:50) : 8시간 20분 비행, 리마 공항 도착
- 오는 편 LA2476 (1:58 -> 08:50) : 8시간 52분 비행, LA 공항 도착(3시간 50분 대기)
LA8427 (12:40 -> 9/12 17:50) : 13시간 10분 비행, 인천 공항 도착
- 항공료 2,873,181원(2인)
: 140,500원(세금 및 수수료), 56,000원(라탐 항공 좌석 사전 예약비), 136,558원(VISA credit) 포함=> 라탐 항공 기내식은 대행사인 (주)미방항운 예약부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02-775-1500). 하지만 다른 국적기처럼 종류가 많지 않아서 저는 그냥 비건식과 락토식으로 신청했습니다.
=> 좌석 사전 예약비를 내도 라탐 항공만 좌석 예약이 가능하고 대한항공은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일 발권을 위해 공항에 일찍 가야 합니다;;;;
=> 대번에 아시겠지만 갈 때 20시간 비행(5시간 50분 대기 시간 제외), 올 때 22시간 비행(3시 50분 대기 시간 제외)이기 때문에 비행기만 왕복 42시간을 타야 하는 엄청난 여정(대기 시간까지 고려하면 꼬박 이틀)입니다. 이 정도 비행 시간이면 대기 시간이 고마울 정도에요. 중간에 좀 쉬어줘야 다음 비행을 버틸 수 있거든요. * 경비행기 : 나즈카 라인: 244불(2인)
=> 이건 투어 일정 중 옵션 프로그램의 하나였는데 꼭 하늘에서 나즈카 라인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신청했죠.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가능하면 타는 게 좋지만 대신 사전 준비가 좀 필요합니다. * 대략 일정(8월 26일 출국~9월 12일 입국, 14박 18일 일정)- 8월 26일 출국, 8월 27일 오전 페루 입국. 원래는 시내 투어를 하려고 했으나 체력 방전으로 뻗음;;;
- 8월 28일 리마에서 빠라까스로 차량 이동 후 휴식
- 8월 29일 Ballestas 섬 투어, Pisco 와이너리 투어, 와카치나 샌드 듄 방문 후 나즈카에서 숙박
- 8월 30일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파차망카 전통 식사, Pre-Inca 사원 투어, local pottery studio 투어
- 8월 31일 나즈카에서 아레끼빠까지 all day drive(11시간)
- 9월 1일 아레끼빠 시티 투어, 아레끼빠 쿠킹 클래스(기니 피그 요리)
- 9월 2일 아레끼빠에서 쿠스코로 국내항공 이동 후 시내 투어
- 9월 3일 쿠스코에서 우루밤바로 all day drive(10시간), Pisac 유적, Ollantaytambo 유적 투어
- 9월 4일 우루밤바에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로 기차 이동 후 오후 마추피추 방문(옵션)
- 9월 5일 오전에 마추피추 가이드 투어 후 기차로 우루밤바를 거쳐 차량으로 쿠스코로 복귀
- 9월 6일 쿠스코 자유 일정
- 9월 7일 쿠스코에서 뿌노까지 all day drive(8시간)
- 9월 8일 뿌노에서 티티카카 호수 보트 투어(Uros섬, Taquile섬)
- 9월 9일 뿌노에서 리마로 국내항공 이동 후 휴식
- 9월 10일 리마 자유 일정
- 9월 11일 새벽 비행기로 출국, LA 공항 도착.
- 9월 12일 오후에 LA 공항 출발, 당일 오후 인천 공항으로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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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매년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영문 론리플래닛과 한글 가이드북을 매칭해서 계획을 세우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영문 론플과 한글 가이드북은 각각 뚜렷한 장,단점이 있으니 장점만 추려서 최적의 일정을 세우는거지요.
올해 여행지가 페루이기에 어김없이 영문 론리플래닛을 먼저 읽은 뒤 한글 가이드북을 찾을 때 발견한 책이 이 책입니다. 꽃보다 시리즈 방송에서도 다루었기에 페루 가이드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워낙 먼 남미에 있는 나라라서 그런지 딱 마음에 드는 책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제게는 익숙한 원앤원컨텐츠그룹의 원앤원 스타일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있더군요. '처음 ~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시리즈 중 한 권인데 멕시코에서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던 남기성 여행 작가가 쓴 책입니다.
7박 8일 동안 리마, 나스카, 쿠스코, 마추피추, 티티카카 등 페루의 대표 여행지를 섬렵할 수 있도록 촘촘하게 구성한 책인데 실제 작가가 그 코스대로 여행하며 발로 수집한 꼼꼼한 정보가 발군입니다. 특히 여행지 뿐 아니라 현지 음식점까지 이동 경로를 일일이 사진찍어 소개하고 있어 저 같은 길치에게는 보석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죠.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완전 여행 초보가 아닌, 어느 정도 여행은 다녔지만 페루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인양 여권 만들기, 짐 싸기 같은 (제게는) 군더더기 정보로 분량을 낭비하지 않고 핵심만 딱딱 찔러서 깔끔하게 정리해 놨다는 겁니다.
특히 영문 론플에서도 부실하게 다룬 각 도시 간 버스 종류와 시간표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버스 이동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페루 여행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비용을 절약하면서 7박 8일의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소화할 여행자(추천 숙박 업소가 대부분 호스텔인 것을 보면 아마도 배낭여행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라서 숙소, 음식점 등의 정보가 제가 원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페루는 체력을 최대한 비축해야 하는 힘든 여행지라서 저는 가능하면 도시 간 이동을 비행기로 할 예정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숙소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을 마음을 먹고 있어서 살짝 핀트가 안 맞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만난 깔끔한 한글 가이드북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남기성 작가의 책은 여행지가 맞으면 앞으로도 종종 사서 읽어볼 예정입니다. 느낌이 좋네요.
덧. 이 책은 여행책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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