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일찍 출발한다고 해서 6시에 일어나 씻고 7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학교의 등교 시간과 겹친다고 해서 출발 시간이 8시 30분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방으로 돌아와 30분 정도를 더 쉬었습니다. 호텔이 골목 깊숙한 곳에 있어 어차피 버스가 호텔 앞까지 들어올 수 없을텐데 왜 출발 시간을 미루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뭐 가이드가 어련히 알아서 했을라고요.
호텔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 큰 길가에 세워져 있는 버스에 올랐는데 호텔 직원들이 캐리어와 짐을 나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캐리어는 바퀴가 있으니 바닥에 놓고 끌어도 되는데 모두 어깨에 지고 내려가시더군요. 그래서 저희 짐을 날라준 분께는 따로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버스는 곧 쿠스코 시내를 빠져나가 뿌노로 향했습니다. 이런 풍광을 보며 4시간 정도를 달렸는데 밀린 트윗을 하다 선잠을 자다 깨다 했죠.
쿠스코에서 8시 30분에 출발했는데 12시 30분 쯤 되어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숙박을 할 수도 있고 기념품 매장도 꽤 큰 휴게소입니다.
가이드인 Cheo에 따르면 여기 햄버거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Vegetarian 메뉴가 따로 있더군요. 저희는 클래식 버거(10솔)하고 퀴노아 버거(15솔)를 치즈만 빼고 주문했습니다. 사실
이 휴게소에서 가장 유명한 건 알파카 고기로 만든 햄버거인데 호기심이 많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범한 버거를 주문하더군요.
프렌치 프라이(5솔)를 추가했고요. 음료는 콜라로 주문했지만 치차 모라다를 원하는 분들은 5솔이면 드실 수 있습니다.
2015년 세계 최고의 초컬릿으로 선정된 초컬릿 음료도 마실 수 있네요. 초컬릿이 8솔, 우유를 섞은 게 9솔입니다.
페루는 유기농 커피로도 유명한데 이 휴게소에서는 2010년 세계 유기농 커피 수상자인 원두를 사용하나 봅니다. 아이콘이 직관적이라 내용을 잘 몰라도 주문하기 쉽겠네요.
주문할 때 먼저 계산을 하고 도장을 찍은 번호표를 받은 뒤 나중에 음식이 나오면 번호를 불러 번호표와 음식을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빨리 만들 수 있는 햄버거인데도 시간이 의외로 꽤 걸립니다.
주문한 햄버거와 프레치 프라이가 나왔습니다. 치즈를 뺀 버거인데도 명성 그대로 맛있습니다. 보통 서울에서 베지 버거를 먹으면 대개 콩고기 패티가 들어있는데 퀴노아 패티가 더 맛있네요. 퍽퍽하지도 않고 식감이 괜찮았습니다. 사실 더 예술이었던 건 프렌치 프라이였습니다. 페루가 워낙 품질 좋은 감자로 유명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늘의 목적지인 뿌노가 감자의 원산지거든요. 맛이 없을 수가 없죠. 게다가 감자도 유기농으로 기른다고 하더라고요.
식당 안을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네요;;; 사람들이 먹다 흘린 빵 부스러기나 채소 조각을 열심히 사냥하고 다닙니다.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1솔)인데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휴게소치고는 꽤 깨끗한 편이지만 남녀 공용이라서 마음 편히 볼 일을 보기가 쉽지 않고 소변기가 없는 건 괜찮은데 좌변기 덮개가 없어서 사용하기가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점심도 먹었겠다 2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 하니 일단 화장실은 한 번 가 두는 게 좋겠죠.
휴게소를 떠나 2시간 남짓 더 달려 드디어 뿌노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날씨가 흐려지더니 소나기도 한번 쏟아지더군요. 쿠스코에서 뿌노까지 약 320km 정도 되는데 공식 일정 상으로는 이동 시간이 7~8시간이지만 휴게소에서 보낸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조금 일찍 도착한 것 같습니다.
뿌노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감자의 원산지이고 티티카카 호수를 돌아보기 위한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해발 3,830m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페루 여행 중 고도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여기도 고산병을 조심해야죠.
뿌노에 퀴노아 버거를 파는 러빙헛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이미 오면서 맛을 봤으니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2박을 보낼 Casona Plaza Hotel Puno에 짐을 풀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외관이 좀 구려서 4성급 호텔이 맞나 싶었지만 내부는 고급스럽고 객실도 보시는 것처럼 깔끔합니다. 페루에서는 보기 드문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짐을 나르기 편하고요.
쿠스코에서 배탈로 탈수 증상이 왔을 때 유용했던 수액도 다 마셨습니다.
일단 짐을 풀고 4시 50분에 만나 함께 간단히 뿌노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아서 시내 중심에 있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1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보행자 전용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거든요. 재미있는 건
뿌노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레스토랑+카페+바의 기능을 동시에 한다는 겁니다.
뿌노 시내를 한 바퀴 도는 걸로 오늘 일정은 끝났고 나머지는 자유 일정이라서 '유지'와 함께 'Cheo'가 추천한 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Cafe Bar'는 큰 길가에 위치해서 찾기 쉽지만 입구는 뜰을 거쳐 안 쪽에 있어서 상당히 오붓한 느낌을 줍니다. 'Cafe Bar'는 트립 어드바이저에서도 추천하는 맛집이에요.
날씨가 좀 스산해서 카페 안에는 난로도 켜놓았습니다.
선반에 원두가 있길래 나중에 물어봤더니 판매하는거라고 해서 유기농 홀빈 원두를 두 봉지(각 30솔)만 사 왔습니다.
한 쪽 벽에는 페루인지 확인이 어렵지만 멋진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어차피 저녁도 먹어야 해서 차를 마시는 김에 간단히 먹을 음식도 주문했습니다. 음식 선택의 폭이 기대했던 것보다 넓은 편이고 비건 메뉴 구분도 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Greek Salad(17솔)인데 구성물이 실합니다.
프렌치 프라이를 주문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맛탕 비쥬얼의 감튀(6솔)가 나왔습니다. 물론 모양과 상관없이 페루에서 감자로 만든 음식은 실패할 수가 없죠.
색조가 좀 이상한데 핫 초컬릿(7솔)입니다. 가루를 탄 게 아니라 초컬릿을 녹여 만든 진짜 핫 초코에요.
터키쉬 커피(8.5솔)도 한 잔 주문했습니다. 페루 음식에는 감자가 있다면 음료에는 유기농 커피가 있습니다. 커피가 유명한 곳도 많이 여행해봤지만 페루 커피의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차를 달려 이동했기에 저녁 모임은 짧게 끝내고 이슬비가 내리는 빗길을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마실 물이 없어서 근처 마트까지 다시 나갔다 돌아왔고요.
여행 일지만 간단히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티티카카 호수를 돌아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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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e-up room 비용 : 10솔
* 호텔에서 버스까지 짐을 옮겨주신 분들 수고비 : 10솔
* 휴게소 점심 식사 비용
- 클래식 버거 : 10솔
- 퀴노아 버거 : 15솔
- 유기농 프렌치 프라이 : 5솔
- 콜라 : 3솔
= 33솔
* 휴게소 유료 화장실 사용료 : 1 X 2 = 2솔
* 버스 운전 기사 수고비 : 10솔
* 호텔 포터 수고비 : 10솔
* Cafe Bar 저녁 식사 비용
- 그릭 샐러드 : 17솔
- 프렌치 프라이 : 6솔
- 핫 초컬릿 : 7솔
- 터키쉬 커피 : 8.5솔
= 38.5솔
* Cafe Bar 유기농 홀빈 원두 구입 : 30 X 2 = 60솔
* 호텔 앞 마트
: 생수 2병, 오레오 쿠키 1개 = 7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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