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의 제자 게리 마커스가 지은 책 클루지를 북 크로싱 합니다.
2008년 11월에 시장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진화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기존 진화 심리학의 접근과 사뭇 다른 시각을 보여줍니다(물론 이 책에서 소개되는 '진화의 관성' 개념이 얼마나 타당한 것이냐는 또 다른 차원입니다만).
리뷰는 여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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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클루지(Kluge)는 공학자들이 결코 완벽하지 않은 엉성한 해결책을 가리킬 때 쓰는 통속적인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체계화하여 정교하게 구성한 해결 방안이 아니라 그 당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느냐의 여부만 생각하고 급조해 낸, '하석상대'식의 임시변통을 말합니다.
그 유명한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제자인 개리 마커스(Gary Marcus)가 쓴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기억, 지각, 언어, 신념, 의사결정, 쾌락, 정신장애 등의 심리적 특성들이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는 진화심리학의 설명을 뒤집어 클루지라고 주장합니다. 즉 지금까지 진화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대충 쓸만한 해결책이 발견되면 그것이 선택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게 보이는 행동들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이러한 행동은 인간의 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 뇌가 진화했을 당시의 환경과 현대인이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진화의 관성(evolutionay inertia)에 의해 발생하는데 진화의 관성이란 특정 시점에서 진화의 가능성이 그 이전까지 진화해온 종의 상태에 제약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감정을 다루는 보다 원시적인 동물뇌가 먼저 진화하였고 심사숙고하는 의사결정을 다루는 대뇌피질이 나중에 진화하였기 때문에 관성에 의해 빠른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죠.
진화의 관성은 다윈 진화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 선택과 반대되는 주장을 폅니다. 즉 자연 선택이 유기체의 어떤 특성이 진화한 까닭은 그 특성이 해당 유기체에 적응적인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반해 진화의 관성은 반대로 어떤 특성이 별다른 적응적 이익을 유기체에게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진화의 관성 때문에 클루지가 되었다고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의 핵심으로 보이는 이것이 바로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클루지는 아직 진화심리학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야말로 심리학도가 사회심리학, 집단역학, 인지심리학, 학습심리학, 임상심리학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인간의 모든 심리적 특성과 인지적인 오류들을 제시한 후에 이처럼 비합리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클루지이기 때문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아직 진화심리학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진화의 관성이라는 개념을 넣어서 무리하게 설명하려고 시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 대상은 심리학과 진화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며 심리학 전공자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진화심리학을 웬만큼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혼란만 생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예들이 사실은 그리 신선하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읽으면서 지루하기까지 했거든요.
그래도 클루지를 피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한 13가지 방안은 '클루지'를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함께 고려하라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3. 상관관계가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밑줄 쫙~)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10. 자신에게 거리를 두라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스스로에게 자꾸 암시를 걸어라)
덧. 이 책의 장점이면서 단점은 각 장의 말미에 주석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것인데 장점은 역자가 원 저자가 놓친 부분까지 꼼꼼하게 번역하여 역자주를 달아놓아 본문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도움을 준다는 점이고 단점은 그 양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앞, 뒤를 오가며 읽는 것이 상당히 귀찮고 짜증이 난다는 겁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본문 내용이 줄어들더라도 그냥 주석을 각 페이지의 아래에 달았으면 좋겠더군요.
덧2. 스승인 스티븐 핑커나 중다지능으로 유명한 하워드 가드너 뿐 아니라 무려 노암 촘스키의 추천평까지 있던데 촘스키가 이걸 다 읽어보고 추천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덧3.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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