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지를 정리하느라 자정을 넘겨 12시 30분 쯤 잠이 든 것 같은데 전기 담요로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지면서 잔 덕분인지 7시에 알람도 울리기 전에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천천히 준비를 하고 8시쯤 아침 식사를 하러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침에 다시 보니 높은 산이 병풍처럼 호텔을 둘러싸고 있어서 아늑하더군요. 공기도 좋고요.
확실히 저녁보다는 아침이 조용합니다. 깊은 산속이라서 그럴수도 있지만요. 아침 메뉴는 서양식, 중식, 채식 등 굉장히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plum 주스는 여전히 맛있어서 아침부터 두 잔이나 마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8시 40분 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체크아웃했습니다. 오늘 화롄에서 11시 쯤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타이페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Leader Taroko Village Hotel이 타이루거 협곡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섭외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송영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는데 캐러반급 신형 차량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짐을 다 싣고도 공간이 넉넉하여 편하게 화롄까지 갔습니다
Leader Taroko Village Hotel의 송영 서비스는 1인당 250 타이완 달러인데 호텔에서 화롄시까지 차량으로 대략 50분 정도 걸리는 걸 계산하면 그리 비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이 높아서 그런지 구름이 낮게 드리워서 그런지 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 잘 안 보이네요. 화롄시로 가는 도중에 짙은 구름대를 통과하면 비가 내리기도 하고 거기를 지나면 다시 해가 나기도 하는 오락가락 날씨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대만은 지방에도 건널목마다 맨 앞에 이륜차 정차 구역을 따로 만들어 놨습니다. 이륜차를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정책인데 안전을 위해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더군요.
화롄역에 도착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데려다 준 드라이버에게 감사 표시로 팁도 주고 짐을 챙겨 내렸습니다. 여전히 날씨는 흐립니다. 타이루거 협곡 투어의 출발점이 화롄시인만큼 화롄역은 오고가는 사람으로 굉장히 붐빕니다.
역 구내로 들어가 아무 창구에나 가서 e-ticket과 여권을 주면 보시는 것과 같은 옛날 방식의 티켓을 줍니다. 거의 한자로 쓰여 있지만 알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11시 14분 화롄발 열차로 4호차 25번 좌석에 앉으면 되고 13시 22분에 타이페이에 도착한다네요.
기차는 217 Tze-Ching Limited Express입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인 당 440불이고요.
역 구내는 우리나라 지방의 역사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전광판도 모두 한자로 되어 있지만 역시 알아보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차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기에 화롄의 명물인 떡과 만주를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화롄역을 등지고 건널목을 건넌 뒤,
오른쪽을 보면 요런 풍경이 보이는데 여기서 다시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서서 맞은편을 보면,
파인애플 케이크, 만주, 떡으로 유명한 청지마슈가 보입니다. 간판도 크고 색깔도 눈에 확 띄기 때문(사실 주인장 외모 때문에;;;;)에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원래는 가전 제품 매장이었는지 몰라도 자동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입구 쪽이 훵합니다. 지나치게 넓어서 영업을 하는 것인지 몰라 살짝 당황했죠. 안쪽에 매장이 있습니다.
장인이 쿵푸를 하듯이 만주를 빚는 홍보용 사진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요;;;;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굉장히 다양한 제품군이 있습니다. 재료도 너무 다양해서 고르기가 쉽지 않더군요.
만주는 대략 한 봉지에 100~200불 사이입니다. 한 봉지에 들어간 만주 양이 꽤 많으니 양을 잘 가늠해서 사야 합니다.
여기서
전에 소개한 와인도 315불에 구매했죠.
저희가 먹을 것과 선물할 걸 정신없이 쓸어담다보니 기차 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현황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매표원에게 표를 펀칭하게 하고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에바항공이 Kitty promotion을 하는지 온통 기차 외벽과 내부에 랩핑이 되어 있더군요. 탑승객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합니다.
내부도 키티 캐릭터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기차가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나라 새마을호처럼 좌석의 간격이 넓어서 중형 이상 캐리어가 들어가도 공간이 남더군요. 앞에 테이블이 없어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팔걸이에 접이식 테이블이 내장되어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20분 정도 지나고 나면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티켓을 확인하기 때문에 기차에 탔다고 티켓을 버리면 안 됩니다. 특히 기차에서 내려서 나갈 때도 도장까지 찍으면서 검표하기 때문에 주의하세요. 우리나라 KTX 타는 것처럼 생각하면 낭패를 볼 겁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미화 노동자가 계속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치우기 때문에 객차 내부는 항상 쾌적하고 깨끗합니다.
13시 22분에 정확히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 도착했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여기에서 MRT를 타고 이동하지만 오늘 저희가 타이페이에서 묵을 호텔이 지하철역과 역 중간에 애매하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탔습니다. 역 앞에 택시 승강장이 있고 택시가 많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온천 투어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일단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후속 일정을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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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루거 협곡의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는 화롄에는 숙소가 많지만 타이루어 협곡 내에 묵을 수 있는 곳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사실 상 '꽃보다 청춘'에 나온 텐샹의 고급 호텔을 빼고 나면 오늘 소개하는 Leader Village Taroko Hotel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텐샹의 그 호텔은 호텔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꽃보다 청춘의 인기몰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붐빌 것 같은데다 일단 시끌벅적한 텐샹의 분위기가 영 아니어서 처음부터 숙소를 고를 때 제외했죠.
Leader Village Taroko Hotel은 론플에서도 강추하는 숙소인데다 제가 예약하던 당시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화롄 지역 숙소 1위였습니다. 환율을 따져봐도 1박에 40만 원이 넘는 숙소였기 때문에 아무리 위치 조건이 좋아도 그렇지 무슨 일본의 료칸도 아니고 산속에 있는 리조트가 이렇게 비싼가 싶었는데 실제로 묵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더군요.
타이루거 협곡에서 1박 하실 예정이고 가족 여행이라면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같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날 일정을 마치고 오후 늦게 도착했을 때의 풍경입니다. 여기가 입구인데 얼핏 보면 대형 리조트의 정문처럼 보입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식당과 연결된 넓은 홀이 나오고 한쪽에 리셉션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일단 짐부터 풀고 조금 쉬기로 했습니다.
리셉션이 위치한 중앙 홀을 지나 뒤로 나오면 숙소로 연결됩니다. 담쟁이로 덮힌 건물이 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숙소로 올라가는 길가 여기저기에 토착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토착민들이 멧돼지 사냥을 하던 모습을 나무로 재미있게 표현해 놨네요.
토착민들이 살던 집과 망루도 잘 재현해 놨습니다.
집 안도 살짝 들여다봤는데 그 당시 사용하던 농기구나 물품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더군요.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자락 안에 별채처럼 숙소를 아늑하게 조성해 놨습니다. 슬슬 기대감이 생기네요.
오늘 묵을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한 동에 방이 두 개 밖에 없는데 왼쪽이 저희가 사용할 방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테라스에 왠 의자가 6개나 있나 싶었죠.
테라스도 아담하게 꾸며놨습니다.
숙소에서 호텔 입구 쪽을 바라본 전경입니다. 멋지네요.
방에 들어왔습니다. 엥? 이게 왠 MT촌 분위기? 알고 보니 방 하나에 6명까지 묵을 수 있습니다. 안쪽 침대 2개는 높은 것이고 나머지 4개는 낮은 스타일입니다. 특이한 건 모든 침대에 전기요가 깔려 있습니다. 산골짜기라서 밤에는 춥기 때문에 난방 대신으로 설치한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과하지 않습니다. 전부 나무로 되어 있어 느낌이 좋고요. 일단 지붕이 높아서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에어컨도 충분히 설치되어 있으니 여름에 더울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욕실도 현대식 시설을 잘 갖춰 놨습니다. 헤어 드라이어도 있고 양치컵도 충분하고 화장 거울도 부착되어 있네요.
욕실도 수직 샤워기와 부착식 샤워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짐 풀고 전기요까지 가동한 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바람에 모자랐던 잠을 청했습니다. 온 몸을 노골노골하게 지지면서 6시까지 잘 잤네요.
저녁 6시가 되자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며 내려오라고 객실로 전화가 옵니다. 일일이 다 전화를 걸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1박에 40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가격에는 조식 뿐 아니라 저녁 식사까지 포함된 겁니다. 호텔이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근처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기때문에 그렇게 책정한 것 같지만요. 그러니까 6인 가족이 묵으면서 저녁과 그 다음 날 아침까지 먹는 금액이라는거지요.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력을 회복하고 나서인지 몰라도 이제는 풍광이 눈에 잘 들어오네요. 다시 보니 굉장히 높은 산자락이 호텔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본 피요르드 협곡같은 풍경입니다.
리셉션이 있는 건물로 들어오면 중앙에 뷔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디나 토착민 고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나중에 보니 직원들도 모두 토착민들인 것 같더군요.
식당은 이런 모습입니다. 인테리어에 나무를 많이 사용했죠. 이건 식사를 마치고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의 모습인데 제가 도착했을 땐 넓은 식당이 대만인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당연히 외모로는 구분이 안 되기에 처음에는 중국인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만인이더군요. 어떻게 알았냐면 아주 조용했거든요. :) 백인들도 가끔 보이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었습니다.
음식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채식 천국 대만답게 샐러드의 종류도 많은 편이었고요. 독특한 향이 나는 음료가 여러 종류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식당에도 토착민의 전통적 생활을 묘사한 나무 장식품이 여기저기 놓여 있습니다.
함께 간 반려인이 목기를 다루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예전 같았으면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이런 그릇도 남다르게 보입니다. 이렇게 매끄럽게 다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요.
식당 한 켠에는 다소 거칠게 깎은 조각품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토착민들의 지난했던 삶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벽에는 각종 석재를 정교하게 채워 만든 작품도 눈에 띕니다. 굉장히 독특하네요.
숙소에서 식당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토착민들의 생활상을 찍은 사진들을 담은 대형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일부러 분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들이 참 편안하고 좋아보였습니다.
리셉션 한 켠에 마련된 기념품 상점에서 본 멧돼지 인형입니다. 귀여워서 잠깐 혹했지만 크기가 만만치 않아서 결국 사지는 않았습니다. 이 토착민 부족에게는 멧돼지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동물 같더군요. 멧돼지와 관련된 상품, 조각품 등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 공연이 있다고 안내를 받아 식당을 나와 야외에 마련된 공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바깥이 어느새 캄캄해졌네요. 예쁜 조명으로 만든 트리를 배경으로 근처 교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성가대가 캐롤을 불렀습니다. 분위기는 경건한 캐롤인데 흑인 성가대처럼 몸을 흔들고 율동을 하면서 부르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토착민의 전통 공연을 기대했기에 저희는 예의 상 한 두 곡만 듣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본 나무로 만든 조각품. 투박한 게 오히려 보기 좋았습니다.
요건 그 다음 날 아침에 본 조명이 꺼진 트리입니다. 조명이 없어도 멋지죠?
숙소로 돌아와서는 씻고 여행 일지를 쓴 뒤 고단한 몸을 뜨끈뜨끈한 전기요에 맡긴 채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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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e-up room 비용 : 200불(100 X 2)
* 타이루거 협곡으로 이동 시 편의점에서 산 주전부리 : 총 149불
: 275미리 밀크티 가격이 30불로 타이페이 보다 싸다는 제보가 있었음
* 뤼수이 점심 식사
: 쇠고기 커리, 채식 요리 등 912불(230 X 4)
* Leader Village Taroko Hotel 포터 수고비 : 100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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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쯔커우는 타이루거 협곡의 핫스팟 중에서도 백미로 가히 군계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절경을 자랑합니다.
사카당 보도에서 옌쯔커우 입구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옌쯔커우 안에서는 도보로 트래킹하면서 경치를 구경하죠.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바짝 붙어서 걷기 때문에 낙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헬멧을 쓰는 게 좋습니다. 모양이 좀 빠지고 귀찮지만 목숨과 맞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옌쯔커우 입구의 안내소에서 안전모를 빌리면 됩니다.
물론 태풍이 없는 겨울철에는 보시는 것처럼 안전모를 쓰지 않은 용감한(이라고 쓰고 무모한 이라고 읽는다) 관광객들이 많습니다만 여행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안전이 제일이죠. 답답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어르신까지 설득해서 이 구간 내내 안전모를 철저히 쓰고 다녔습니다.
차량이 지나는 양 옆으로 절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 만들어 내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습니다.
사카당 보도처럼 절벽의 가장자리를 뚫어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옌쯔커우의 뜻은 '제비'인데 절벽의 바위 곳곳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살고 있기에 옌쯔커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반대편 절벽을 잘 보면 제비들이 뚫어놓은 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실제로 제비들이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절벽 틈 곳곳에서 검은 석회질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계곡이 깊다보니 걷다보면 시원한 바람이 올라와 더위를 식혀 줍니다.
겨울이어서 수량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여름에 보면 더욱 장관일 것 같습니다.
걷다 보면 곳곳에 도로를 내느라 절벽을 뚫을 때 생긴 굴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제비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다네요.
곳곳에 낙석 주의를 알리는 표지판에 세워져 있습니다. 실제로 옌쯔커우에서는 매년 낙석 사고가 일어난다고 하고 태풍이나 지진으로 낙석 위험이 커지면 출입을 통제하기도 합니다.
입구에서 15분 정도 들어가면 휴게소가 나오고 이후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되는 거리니까 산보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걸어도 됩니다. 사카당 보도보다도 부담이 덜 합니다.
전체 25~30분의 코스 중 여기까지의 15분이 더 볼거리가 많습니다. 몸이 지칠 일은 없습니다만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죠.
아직 오전인데도 해가 미치지 않는 곳이 많은 걸 보면 협곡이 깊기는 깊은가 봅니다.
길을 걷던 중 가이드가 절벽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모습이 대만 지도처럼 생겨서 현지인들에게 인기라는 곳에서 과연 그런지 광각 렌즈까지 동원해 찍어봤습니다만 한 장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찍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반쪽의 성공.
보시는 것처럼 100미터가 넘는 수직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절벽 끝을 올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이제 슬슬 시장기가 돌기에 일단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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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이루거 협곡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침 6시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부랴부랴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어제 밤에 들어올 때 장을 봐 온 것으로 대충 아침을 때운 뒤 체크아웃을 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캔디와 체크인 할 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선물로 깨알 같이 챙겨주더군요.
이미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국인 가이드와 인사를 한 뒤 7시쯤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해 타이페이에서 화롄으로 가면 보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러시아워에 이동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일찍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해서 조금 무리를 했죠.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말수가 많지 않고 다소 어눌한 게 저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혀에 버터바른 것처럼 쉬지 않고 떠드는 가이드는 좀 피곤하거든요.
가는 여정은 1시간 정도는 고속도로를 타고, 나머지 2~3시간은 예전 대관령길을 능가하는 구절양장길을 가야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자마자 나오는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 잠깐 들렀습니다. 어묵만 모아놓은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이들 먹나 봅니다. 신기해서 한 장 찍었습니다.
그 옆에서는 삶은 달걀도 팝니다. 꼭 우리나라 찜질방에서 파는 맥반석 달걀 같네요. 건식이 아닌 것도 신기합니다.
편의점 풍경이라는 게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대만 편의점 구경도 재미납니다. 돌아보는 중에 어르신이 옥수수를 드시고 싶다기에 하나 샀습니다.
아침에 부랴부랴 나오느라 서둘렀더니 뇌에서 카페인 부족 신호가 오길래 커피도 하나 샀습니다. 텀블러처럼 생긴 용기에 파는 커피와 차가 있네요. 얼그레이 밀크티도 있고 만델링도 보입니다.
꽤 다양한 상품이 있길래 호기심에 몇 개 구입했는데 하나같이 우유가 많이 들어있어서 저는 거의 못 마셨습니다. ㅠ.ㅠ
275ml에 30불 정도 하는데 서울보다는 당연히 싸고 타이페이보다도 싸다는 SNS 제보를 받았습니다.
화롄으로 넘어가는 길의 풍광은 그야말로 최고지만 급커브가 너무 많아서 한참을 달리다보니 속이 다 울렁거리더군요. 어렸을 때 대관령 고개를 넘어가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원래 이 구간은 낙석 다발 지역이라서 교통 통제가 잦다는데 저희는 운 좋게도 한번도 안 쉬고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여기가 타이루거 협곡의 입구입니다. 출발점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죠.
타이루거 협곡은 입구에서 텐샹까지 이르는 약 19km 구간을 일컫는데 동에서 서로 가로지릅니다.
멀리 보이는 산만 봐도 얼마나 험준한지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협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개천을 따라 흘러갑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수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여름에는 수량이 불어나서 장관이겠지만 태풍과 낙석 때문에 제약 사항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겨울에 와야죠. 겨울에 왔다고 해도 낙석이 많이 떨어지는 곳은 출입 통제를 하기 때문에 타이루거 협곡을 모두 돌아보는 행운이 모두에게 오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저희는 운이 좋았는지 통제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차량으로 텐샹까지 이동하면서 타이루거 협곡을 둘러본 후 절반 정도 되돌아 나와 미리 예약해 둔 Leader Taroko Hotel에 체크인 할 예정입니다.
첫 방문지는 '사카당 보도'입니다. 보시는 것이 사카당 보도로 내려가는 입구이고요.
사카당은 토착민의 말로 '어금니'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보시는 터널을 지나오자마자 다리 위 오른 쪽에 입구가 떡 하니 나타납니다.
반대편 난간에 조각된 미니 사자상이 고개를 오른 쪽으로 갸우뚱한 모습이 귀엽네요.
이 다리를 건너 쭈욱 들어가면 두 번째 목적지인 '옌쯔커우'에 이르게 됩니다. 워낙 산이 높고 험하다보니 구름도 쉽게 넘지 못하나 봅니다. 산봉우리에 구름이 하얀 구름이 걸렸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면 절벽을 깎아서 통행로를 만든 게 보입니다.
계곡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트래킹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다리 위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빨갛게 칠해진 다리라서 그런지 푸르른 녹음과 대비를 이루니 눈에 확 띄네요.
사카당 보도는 총 4시간 정도의 코스인데 며칠 동안 타이루거 협곡에 머물면서 끝을 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2~30분 정도만 들어가서 돌아나온다고 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도로폭이 아주 좁아서 통행에 불편하거나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경사도 거의 없기 때문에 슬슬 산책하듯이 삼림욕을 즐기면 됩니다.
다리에서 사카당 보도 초입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높이가 꽤 높지만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어르신을 모시고 가면 부담되실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다녀오는 게 좋습니다.
물이 많지 않아도 워낙 계곡이 깊어 맑고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절로 휴식이 되는 트래킹 코스입니다.
양 옆은 깎아지른 절벽이지만 그래도 숲이 우거져 삭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높죠. 너무 높아서 햇볕이 잘 들지 않습니다.
계곡물이 닿는 면이 만들어낸 기묘한 문양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도로폭도 충분하고 난간도 있어서 하나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타이루거 협곡의 첫 방문지인데다 주말이라서 사람들로 넘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대보다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물 빛깔이 에메랄드를 연상케하네요. 아주 예쁩니다.
중간 중간에 있는 쉼터마다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데 취사금지, 수영금지, 낙석주의 표지야 흔히 보던 것이니 잘 알겠고 벌 등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도 알겠는데 대형동물 출몰을 주의하라니 설마 진짜로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요?;;;;;
몸도 충분히 풀렸고 삼림욕도 마음껏 했기에 적당한 선에서 돌아가 다리 위 차량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이드를 만나 다음 목적지인 '옌쯔커우'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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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만으로 가는 경우 거의 대부분 타이페이로 입국하는데 타이페이에는 국제 공항이 2개 있습니다. 먼저 생긴 '쑹산 공항'과 나중에 생긴 '타오위안 공항'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포 공항과 인천 공항에 해당합니다.
국제 공항이 2개이기 때문에 노선도 2개로 나뉘는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대부분의 대표 국적기는 인천에서 출발해 타오위안 공항으로, 그 밖에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는 김포에서 출발해 쑹산 공항으로 갑니다.
저는 Skyscanner에서 검색해 여행 일정에 가장 적합한 항공편을 찾다가 김포에서 출발해 쑹산 공항으로 가는 이스타 항공으로 예약했지만 인천을 출발해 타오위안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타오위안 공항보다는 쑹산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하시는 게 여러모로 이익입니다. 항공편이 많지 않아 일정을 잘 맞춰야 하기는 하지만 일단 김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저가 항공이 대부분이라서
좀 더 저렴한데다 무엇보다 공항 위치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타오위안 공항은 인천 공항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 시내로 진입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4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걸리지만 쑹산 공항의 경우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심한 경우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제가 마지막 이틀을 묵은 Les Suite Taipei Ching Cheng 호텔에서 쑹산 공항까지는 교통 체증을 감안하더라도 택시로 10분 밖에 안 걸렸거든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2시간 30분 내지는 2시간 50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설이 다소 열악한 저가항공을 이용한다고 해도 견딜 만 합니다. 또한 김포 공항의 국제선 터미널은 인천 공항 수준으로 붐비지는 않아서 여행 초반부터 인파에 치여 기운이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죠. 그래서 김포 국제 공항에서 쑹산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잇점이 훨씬 많습니다.
* 국제항공 : 이스타항공
- 가는 편 ZE0887 (11:00 -> 12:50) : 2시간 50분 비행, 타이페이 쑹산 공항 도착
- 오는 편 ZE0888 (13:50 -> 17:25) : 2시간 35분 비행, 대한민국 김포 공항 도착
- 항공료 929,400원(3인)
=> 이스타항공도 기내식 사전 예약이 가능하나 비건식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제게는 별로 의미가 없더군요. 어차피 기내식은 유료로 신청한 사람만 먹을 수 있죠. 좌석도 비상구 좌석 같은 곳은 5천 원에서 1만 원을 추가해서 배정받을 수 있으나 대만까지는 비행 시간이 2시간 30분에 불과해서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열차 : TRA(twtraffic.tra.gov.tw/twrail에서 예매)
: 217 Tze-Chiang Limited Express (11:14 -> 13:22)
- (440X2)+220(65세 노인 할인) = 1,100불
=> 타이페이에서는 MRT나 택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교통 수단을 이용할 일이 없었지만 전체 5박 6일의 일정 중 하루는 타이루거 협곡 투어를 위해 화롄을 다녀왔습니다. 화롄으로 가는 교통편은 크게 두 가지로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과 차량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갈 때는 차량으로, 올 때는 기차를 이용했죠. 두 가지 교통편 모두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그건 후속 여행기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타이페이<->화롄역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은 Judas_Wing님의 블로그(http://judas74.tistory.com/8)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 대략 일정(12월 24일 출국~12월 29일 입국, 5박 6일 일정)
- 12월 24일 오후 대만 입국, 호텔 체크인 후 쉬다가 저녁 때 국립고궁박물관 가이드 투어
- 12월 25일 오전, 오후 단수이 일대를 둘러보고 저녁에 타이페이 101 방문
- 12월 26일 아침 화롄으로 차량 이동하여 타이루거 협곡 투어 후 호텔 체크인, 휴식
- 12월 27일 오전 기차로 타이페이 이동하여 오후 호텔 체크인 후 융캉제 투어, 저녁 때 사마오구 온천 체험
- 12월 28일 아침 타이페이 근교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투어 후 휴식
- 12월 29일 오후 김포 공항으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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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예전부터 제 여행 위시 리스트의 최상층부에 올라 있던 나라였지만 '꽃보다 할배'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한국인들 러시가 예상되어 뒤로 미루어 두었죠.
하지만 최근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늘고 있다고 하더군요. 특히 최근에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에게 전화를 건 뒤로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대만에서도 중국 관광객들을 빼내면서 그 자리를 한국 관광객이 메꾸고 있다고 할 만큼 늘고 있어서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올해가 가기 전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가 보니 공항에서부터 모든 관광지의 간판이 한글 병기로 바뀌었고 호텔에서는 한국어 가능 직원을 채용하는 수준인데다 관광지에서 간단한 한국말 듣는 건 일이 아닌 수준이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중국어, 일본어를 흔히 들을 수 있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다녀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대만 여행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최대한 빨리 다녀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5박 6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제가 느낀 대만을 최대한 짧게 요약하자면 '일본 같은 중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대만은 예전에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던 경제 강소국입니다. 대기업이라고는 HTC, ASUS, 에바 항공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중소기업 중심의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로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1/3, 인구는 약 절반에 못 미치는 데 중앙에 매우 높은 산맥이 남북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인구가 타이페이를 비롯한 평야 지대에 밀집되어 있어 인구 밀도가 꽤 높은 나라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북쪽에 위치한 타이페이를 중심으로 동부에 위치한 타이루거 협곡만 돌아보고 와서 대만 제 2의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까오슝이나 서쪽의 타이쭝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이전까지 여행기를 올리고 있던 몽골만큼 가까운 곳이라 나중에 다시 한번 다녀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쁘고 정갈한 나라 대만에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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