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결정 저울로 번역되는 Decisional Balance는 도박 중독 뿐 아니라 변화 유발에 필요한 추진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이 활용되는 기법입니다.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한 축에는 장점과 단점을, 다른 축에는 변화하고자 하는 특정 행동이나 습관의 변화와 불변을 기입하여 교차 분면에 적힌 내용을 조사함으로써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 방법을 도박 중독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타이밍입니다. 얼핏 보기에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에 상담 초기에 섣불리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탐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적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박을 계속할 때의 장점' 영역과 '도박을 그만 두었을 때의 단점' 영역을 기입할 때 도박자가 충분히 탐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온 결과만 보고 '도박을 그만둘 때의 장점', '도박을 계속할 때의 단점'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해도 도박자가 전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행동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건
이 방법을 적용하고 난 뒤에 단순히 탐색해 찾은 내용의 양으로만 비교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는 도박 중독자일수록 단 한 번의 베팅 성공으로도 decisional balance에서 발견한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도박을 해서 돈을 따는 경우에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뒤를 따르는 공허감과 허무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루는
의미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 같지만 기법은 어디까지나 기법일 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련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상담자는 호흡을 길게 하면서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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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문제로 상담을 하면서 제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상담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도박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치료적인 개입을 쏟아붓더라도 효과가 미미하지만 도박자가 준비가 되면 그 타이밍에 맞춰 어떤 치료적인 접근을 하더라도 예상치 않은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이 말은 도박자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들이는 노력에 비해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그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때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밍은 도박 중독자 뿐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도 중요한데
저는 도박자의 가족도 무조건 개인 상담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하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보다도 가족이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많은 가족들이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다양한 치유 모임에 먼저 참여하지만 위로받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상처받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고 보고하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임에는 여전히 문제가 진행 중인 분들만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도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분이라면 그런 치유 모임에 나올 이유가 없겠지요), 부정적인 감정과 토로가 넘치지만 이를 조절하거나 가족의 대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경험많은 상담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힘이 약한 가족들이 상처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유사한 치유/회복 모임에서 만연된 부적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듣고 필요하다면 자신보다 경험이 없는 초심자에게 조언이라도 해 줄 수 있으려면 마음의 힘을 충분히 길러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무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그런 타이밍이 되면 가족 모임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더 많은 도움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는 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상담자와 개인 상담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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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주 만나야 하는 위기개입상담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담은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일주일 간격일까요? 5일이면 어떻고 10일이면 또 안 되나요?
이론적인 배경이 있는지는 찾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장에서 일하면서 강해지는 생각은 일주일이라는 상담의 시간 간격이 참 오묘하다는 것입니다.
요새 들어 상담은 그야말로 타이밍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상담자들이 내담자에게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왜 하필 지금 왔느냐 입니다. 이 시점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가 상담을 진행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할 때에도 타이밍이 아주 중요합니다. 상담을 해야 할 타이밍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상담을 일주일 간격으로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의 삶이 일주일을 주기로 해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목요일에 상담을 받는 사람은 다음 목요일이 되면 부지불식간에 상담을 받게끔 마음의 준비가 됩니다. 그 때가 일주일에서 바로 상담을 받아야 할 타이밍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할 겁니다. 상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일 상담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죠. 아예 상담에 푹 젖어 있으면 준비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얼핏 생각하면 그럴 듯 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 문제를 떠나 저는 자주 상담을 받는 것이 일주일 간격으로 상담을 받는 것에 비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상담은 무술 고수가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본 동작을 책으로 익히고(상담 준비) 사부님과 대련(상담)을 한 뒤 자연스럽게 몸에 밸 때까지 혼자서 수련(일주일의 체화 과정)을 하는 것이죠.
근육 운동을 할 때에도 하드 트레이닝 뒤에는 근육이 형성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탄탄한 근육이 만들어지듯이 숙성 기간이 필요하거든요. 고무줄을 계속 잡아당기고 있으면 느슨해져 헐렁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숙성 과정 없이 미친듯이 속성으로 익힌다고 무술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죠. 머리로는 알고 있을 지 모르지만 몸이 그에 맞춰 반응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차근차근 상담을 통해 익힌 마음의 지혜를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연습하고 문제점을 찾아서 다음 상담 때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마음의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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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보 상담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주제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개인적인 견해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저도 그랬지만 상담 초보는 상담 회기를 오래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담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상담자의 능력을 재는 척도인 양 상담 기간에 무지하게 집착합니다. 10회기 이상은 끌고 가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내담자의 지각 왜곡인지 확인하지도 않으며,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의존, 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 의존(codependence)을 라포(rapport) 형성으로 착각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를 제대로 설정하지도 못하고 무조건 길게 끌고 가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특히 유료 상담인 경우는 그런 압력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반면에 상담 고수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명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면의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상담의 목표로 삼기 때문에 이미 상담을 얼마나 길게 끌고 가느냐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단 3회의 상담만으로도 내담자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상담 고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다양한 내담자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100회기를 넘긴 내담자가 있는가 하면 3회기를 넘기지 못하고 drop out되는 내담자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100회기를 넘겼다고 제 상담 실력을 자랑할 정도의 어리석음에서는 충분히 자유로워졌고 3회기를 넘기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단계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상담은 상담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의 마음가짐, 상담의 타이밍, 상담자와 내담자의 환경적인 요소, 그리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코드가 맞느냐의 여부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을 상담자가 통제할 수는 없으니 그저 맡은 상담에 최선을 다하고 내담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다음 내담자에게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이상의 방법이 있을까요?
상담자가 모든 내담자를 도울 수는 없습니다. 내게로 오는 모든 내담자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신이 '구원자의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부터 점검을 해 봐야 합니다.
상담자들은 상담 기간에 너무 구애받지 않도록 하세요. 중요한 것은 상담 기간이 아니라 내담자의 심적, 영적 성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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