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심리학을 공부하고 내담자를 상담하면서 배운 것들과 그것을 제 삶에 접목해 변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 의미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느낀 내용을 여러 차례 포스팅 해 왔습니다.
순서는 포스팅한 순서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합니다. 바로 '타인이 부여하는' 익숙함을 경계하고 피하라는 겁니다.
익숙한 건 편안합니다.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고 실패할 확률도 적으며 주변을 봐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선택을 하니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익숙함을(다른 말로는 매너리즘을) 피하고 낯선 것을 일부러 시도해야 합니다.
이건 제가 늘 말씀드리는 '기질대로 살아야 행복하다'는 모토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이라면 안전을 위해 모험을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기질에 부합하는 것 같으니까요.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은 사람이라면 사람을 피하는 삶을 사는 게,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는 삶을 사는 게 행복한 삶이 아닐런지요.
그럼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은 모든 도전 과제를 피하고 자신의 능력에 못 미치는 일만 하면서 무능하게 살아야 하고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은 사람은 모든 대인 관계를 피하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사람은 무조건 남들이 피하는 위험하고 자극적인 것에 도전하면서 살아야 행복한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타인이 부여하는' 익숙함입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TCI 기질 유형은 LLL입니다. 분열성(Schizoid) 기질이죠. 분열성 기질은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모두 낮기 때문에 모험과 불확실한 것과 대인 관계를 싫어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제게 '타인이 부여하는' 익숙함은 그야말로 모범생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열심히 공부했고, 다행히 부모님이 물려주신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서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싫어도 인간의 심리를 공부하는 건 재미있어서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되었고 대학원을 나와 수련을 받으면서도 소수의 인간만 (피상적으로) 상대하면 되었기에 제게 맞는 삶이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3년에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탔고, 그 비행기를 타고 생애 최초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으며, 그 여행이 제 첫 해외 여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반려자가 된 당시 여친의 강권에 의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시작된 뉴질랜드 여행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이후 자극추구기질이 낮아도 제가 좋아하는 영역에서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여행은 코로나로 세상이 멈춘 2020년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17년 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 8월 4일 현재 포스트의 갯수는 5,000개를 넘어 5,042개에 이릅니다. 이 열정이 언제 사그러들지 저도 모릅니다. 진행형이니까요.
또한 위험회피기질이 낮아서 매사가 귀찮아도 때로는 모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40년의 잡식 생활을 청산하고 비건이 되었으며 15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독립을 했습니다.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 만큼이나 낮은 사람도 안전을 중요시하는데도(목적은 다르지만 극과 극은 통하니까요)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수 있더군요.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아서 사람을 싫어하지만 거리만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면 접촉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사람들이 강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지금 저는 오히려 미니 강의와 supervision을 비대면으로 확대하여 코로나 이전보다 더 바쁘게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타인이 부여하는' 익숙함에는 부정적인 것을 영속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라', '튀지 마라', '남들 하는 만큼만 해라', '남에게 밉보이지 마라' 등등등. 이런 생각들은 내 것이 아닙니다. 타인이 부여한 제도, 관습, 전통, 학습의 결과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따르면 역설적으로 자신의 기질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살지 못하게 됩니다.
익숙함을 피하고 낯선 것을 일부러 시도해야 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요. 김밥 천국에 갈 때마다 원조 김밥을 먹었다면 샐러드 김밥이나 누드 김밥을 먹어보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매일 '아아'를 마셨다면 아이스 라떼나 아이스 모카를 마셔보는 것도 좋겠지요. 물론 새로운 시도는 별로일 확률이 더 큽니다. 원조 김밥을 먹고 아아를 마셨다면 최소한 안전한 선택이니 기본은 할테니까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런 익숙한 선택은 그만큼의 행복만 보장합니다. 우리는 그런 뻔한 행복만 누리려고 이 세상에 온 게 아닙니다.
여행을 가서도 한국 식당만 찾아다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게 잘못된 건 전혀 아니지만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안타깝게 놓치는 겁니다. 새로움에는 당연히 잦은 실패가 따르지만 딱 한번의 대박 경험이 그동안의 모든 실패를 한번에 날려버릴 충격적인 행복감을 제공합니다.
제게는 2003년 뉴질랜드 여행이 그랬고, 2011년 비건이 된 것이 그랬고, 2018년 직장을 나와 독립을 하게 된 것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제 50년의 익숙한 도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전원 주택 짓기를 시작합니다. 제 인생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타인이 부여하는' 익숙함을 따르지 않고 세상이 제게 주는 기회와 즐거움을 잡겠습니다. 그게 행복의 길이라는 걸 아니까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타인이 부여하는' 익숙함을 버리고 자신만의 행복과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