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심리학 분야에서 많이 연구된 주제 중 하나로 sociotropy-autonom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두 개념을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이렇습니다.
* sociotropy : 대인 관계가 중요한 성격 특질
* autonomy : 독립성이 중요한 성격 특질
그 유명한 Aaron T. Beck이 이 congnitive-personality contructs를 측정하기 위해 Sociotropy-Autonomy Scale(SAS)을 만들기도 했지요. 물론 우울 장애에 대한 risk factor로써 살펴보기 위한 도구였습니다만...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자기 효능감이 높고, 목적 의식이 강하며,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경향도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권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향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평가에도 연연하지 않는 이들을 독단적이거나 싸가지 없는 사람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남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 때문에 이기적이라는 오해를 왕왕 받기도 합니다만 자율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며 그 과정을 자신이 통제하고자 하고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까지 지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를 획득하게 될 확률이 큰 것이죠.
이기적인 사람 중에 자율성이 강한 사람이 섞여 있을 수는 있지만 자율성이 강한 사람이 모두 이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기질-성격 검사인 TCI를 빌어 설명하자면, 이기적인 사람이냐의 여부는 자율성 차원보다 연대감 차원이 더 많이 좌우합니다.
자율성 차원이 high 수준일 때 연대감 차원이 high라면, 자기 초월 차원의 정도와 상관없이 HHH(창의적인), HHM(성숙한), HHL(조직화된) 성격 경향을 보입니다. 모두 이기심과는 거리가 있는 성격 유형이죠. 하지만
연대감 차원이 low라면 HLH(광적인), HLM(괴롭히는), HLL(독재적인) 성격 경향을 나타냅니다. 세 성격 유형 모두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만 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TCI에서 이기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성격 차원은 자율성이 아니라 연대감입니다.
사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통제받는 걸 싫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기가 명령받는 걸 워낙 싫어하니 자신의 명령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할지도 잘 이해하거든요. 그래서 아랫사람이 알아서 일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거기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까지 낮은 사람이라면 나만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마음까지 강하겠지요(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자율성이 강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이기적이라는 사회의 편견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TCI의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이 극도로 높은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글마저도 신경 안 쓰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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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사회학자인) 앨리스 밀러가 쓴 고전입니다. 앨리스 밀러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의 뿌리가 어린 시절 매를 맞는 것에 있다고 볼 정도로 체벌에 극단적으로 반대(체벌에 대해서는 저도 극단적인 반대론자에 가까운데 관련된 글은
'체벌은 전혀 효과 없다' 참조하세요)하는 임상가로 약 30년 전에 일대 열풍을 일으켰던 '성인 아이' 운동의 출발점이 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평생 동안 약 13권의 저서를 발표했는데 주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학대 경험과 20년 간의 임상 경험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 대표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예전에 구매해 두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번역된 제목만 봤을 때에는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 아동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천재처럼 감추고 거짓 자아를 발달시킨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연출한 드라마의 역할 연기 속에서 강박과 중독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을 경멸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상담하면서 애착 외상을 입고 힘들게 살아가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봤기에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자기 파괴적인 중독 행동으로 자신을 처벌하는 사람도 많고, 그 밖의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이러한 애착 외상으로부터 유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시대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모든 정신 병리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읽을수록 묘하게 거부감이 들더군요.
게다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그 때의 욕구 불만을 대리 만족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상은 계속 대물림된다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가 과연 건강한 애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저자 자신이 이러한 외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듯 다분히 감정적인 글쓰기를 노출해서 자주 위태위태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처는 억압되고 가해자인 부모는 이상화된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듯이 말하고 있거든요. 이거야말로 저자가 그렇게나 열심히 경고하고 있는 과대성 아닌가요?
결정적으로 가장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은 다음입니다.
"마음을 잘 공감해 주고 받아주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면, 아래와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1. 자라서 심리 상담을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2.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지 능력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이용당했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까지 발달하는 것
후략~ (52p)
그러니까 조금 과장하자면 심리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모두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주고 받아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통제, 조종 당한 사람이라는거죠. 저는 이런 극단적인 일반화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용 중에는 강박, 중독, 우울, 경멸, 과대성 정도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논조는 거의 모든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바로 애착 외상인 것처럼 몰고 있습니다. 애착 외상과 관련없는 심리적 문제가 없는 듯이 쓰고 있거든요. 이것도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무의식 속에 숨어 있어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학대 기억을 깨우라는 말도, 아이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라는 식의 이상화도, 자식의 감정을 온전히 잘 공감하고 받아주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는 식의 논조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압된 학대 경험을 깨운답시고 어설프게 시도한 경험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미국의 사례가 방증하고 있죠(관련 서적 소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그래서 솔직히 애착 외상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는 읽지 마시라고 말리고 픈 책입니다. 너무 단정적인 책입니다. 훈련받은 임상가들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애착 외상의 이해와 치유를 위해서는 차라리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와 Wallin의
'애착과 심리치료(2007)'를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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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무슨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상담에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부부 갈등도 그렇고 부모-자녀 관계 갈등도 그렇고 대인 관계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누가 누구를 통제하느냐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관계가 대등하고 평등하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불가능하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평등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평등할 수 없다는 운명론이나 그래서 통제하고 통제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사람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칠 때 사용하는 말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부모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청소년이 있다고 해 보죠.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해 보지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아 상담을 받으러 억지로 데려 옵니다. 근데 어떤 말을 그렇게 안 듣는지 탐색해 보면 무엇을 하지 말라는 말을 어기는 내용이 많습니다. "게임 좀 그만해라", "불량스러운 애들하고는 사귀지 마라", "어른 말씀하시는데 말대꾸 하지 마라", "숙제 미루지 마라" 등등.
물론 그 뒤에는 "공부해라', "일찍 자라"처럼 무엇을 하라는 말도 따라붙지만 이미 앞에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말이 뱉어졌기 때문에 그 다음에 따라오는 좋은 의도는 모두 희석되어 흐지부지되기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구 자체만 긍정적이지 숨겨진 의도는 자녀를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아이들은 이를 긍정적인 조언이나 충고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지 말라는 말은 그 무엇의 내용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대안 제시가 없기 때문에 사람을 그저 움쭉달싹 못하게 만들기만 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습니다.
행동 변화를 가져오려면 '~하라'는 긍정적인 방향의 말이 앞에 나와야 하고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의 말이 계속 앞설 때에만 그 무엇이 진정으로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찾게 됩니다.
사실 '무엇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어른들의 속마음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기를 바랄 뿐 그 이상의 대안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말로 포장이 되었든 '~하지 말라'는 투의 말은 결론이 하나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 하지 말라고 하지 말고 하라고 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무엇을 하라고 해야 할 지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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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처벌'은 '감옥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미셸 푸코의 대표 저작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미셸 푸코는 이 책에 대해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책'이라고 부름으로써 이 책을 내놓기 이전 저작과 이후 저작을 구분하는 하나의 전기적 작품으로 명명하고 있죠.
이 책에서 푸코는 국가 권력의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감옥의 문제를 다루면서 권력의 정체를 폭로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푸코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읽으면서 큰 감명을 받았고 이후로 쓴 이 책에서 이전에 썼던 고고학적인 방법론과 달리 계보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계보학이란 전통적인 역사 서술 방법과 달리 역사에 있어 고정된 법칙이나 불변의 진리 같은 것이 있다는 논리를 부정하고 그러한 가치관과 의미 속에 감추어진 권력과 억압, 굴종의 관계를 파헤치는 접근법을 택합니다. 그래서 개별적인 사건들의 뿌리는 추적하되 결정론을 거부합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이 책 '감시와 처벌'에 적용하면 감옥이라는 권력의 처벌 수단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아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감옥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과 신체에 대한 통제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아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죠.
이는 목차만 봐도 명징하게 드러납니다.
제 1부. 신체형
제 1장. 수형자의 신체
제 2장. 신체형의 호화로움
제 2부. 처벌
제 1장. 일반화한 처벌
제 2장. 유순해진 형벌
제 3부. 규율
제 1장. 순종적인 신체
- 분할의 기술
- 활동의 통제
- 발생의 구조
- 힘의 조립
제 2장. 효과적인 훈육방법
- 위계질서적 감시
- 규범화한 제재
- 시험
제 3장. 일망 감시방법
제 4부. 감옥
제 1장. 완전하고 준엄한 제도
제 2장. 위법행위와 비행
제 3장. 감옥체계
그래서 푸코는 근대적 정신과 새로운 사법권력과의 상관적인 역사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처벌을 관장하는 권력이 근거를 두고 있고, 정당성과 법칙을 받아들이고, 영향을 넓혀가면서 그 엄청난 기현상을 은폐하고 있는, 과학적이고 사법적인 복합실체의 계보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판옵티콘이라는 장치에 흥미를 가지는 바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형벌과 구속, 규율과 훈육방법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독서를 하게 되었네요. 꽤 지적 자극이 강한 책입니다. 물론 다양한 신체형과 고문 방법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의미에서도 강한 자극을 받게 됩니다만..... ㅡㅡ;;;;
취향을 좀 타는 책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추천은 못 드리지만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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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의 인지, 책임 주체의 인지, 법률의 인지, 이 세 가지 인지는 재판 행위의 참다운 확립을 가능하게 만든 세 가지 조건이었다.
* 형벌로서의 신체형은 신체에 대한 마구잡이식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분화한 고통을 창출해내는 일이며, 형벌의 희생자들을 낙인찍고 처벌하는 권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조직된 의식이지, 자기가 세운 원칙을 잊고 무절제하게 표현되는 사법 권력의 분노는 아닌 것이다. 신체형의 '극단성'에는 권력의 경제학이라는 모든 논리가 담겨 있다.
* 재판관 측에서도 고문을 부과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 된다(그런데 이것은 용의자가 죽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위험만이 아니다). 그는 자기가 수집한 몇 가지 증거의 요소들을 위해서 내기에 거는 싸움에 뛰어드는 셈인데, 그 이유는 피고인인 '강한 인내심으로 저항하고' 자백하지 않는 경우에 재판관은 부득이 직책을 사퇴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아무리 고문에 저항하더라도 용의자는 그것으로 결백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고문에 이긴 이상, 그에게 적어도 사형이 선고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용의자가 고문에 저항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재판관은 더 이상 그에게 사형을 선고할 권리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형사 사항에서의 논증은 진실인가 허위인가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따르지 않고, 연속적인 점증법의 원칙을 따랐다. 예를 들면, 논증에서 어떤 단계에 이른다는 것은 바로 유죄성의 단계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것은 처벌의 한 단계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 처형 의식의 목적은 균형을 회복하려는 것보다 감히 법을 위반하려고 했던 신하와 자기의 힘을 강조하는 전능한 군주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최대한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 신체형은 사법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 19세기의 형벌은 진실을 추구하는 '평온한' 조사와 처벌에 있어 완전히 없앨 수 없는 폭력과의 사이에 가능한 한 최대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제재를 가해야 할 범죄와 공권력에 의해서 내려지는 징벌과의 차이성을 강조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 신체형에 대한 이러한 항의는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도처에서 발견된다. 사형수에 대한 통치자의, 신체를 둘러싼 대결의 상황을 제거해야 하고, 군주에 의한 보복과 민중의 억눌렸던 분노 사이에서, 사형수와 사형집행인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격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 법제의 형벌 완화보다 선행하여 범죄의 내용이 완화된 것이다.
* 우리는 신체형에 대한 비판이 형벌의 개혁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신체형이야말로 군주의 무제한적 권력과, 항상 발생하기 마련인 민중의 위법행위가 뚜렷이 결합되어 있는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 형벌제도라는 것이 모든 위법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법행위를 그 차이에 따라 나누어 관리하기 위한 장치로서 만들어진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강제권, 신체, 독방, 비밀을 중심으로 한 처벌 권력의 모형이 어떻게 하여 표상, 무대, 기호, 공개, 집단을 중심으로 한 모형으로 교체되었는가?
* 규율을 통제하는 신체로부터 네 가지 형태의 개체성,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네 가지 성격이 구비된 개체성을 만들어 낸다. 즉, 그것은 (공간배분의 작용에 의해서) 독방 중심적이고, (활동의 규범화에 의해서) 유기적이며, (시간의 축적에 의해서는) 생성적이며, (여러 가지 힘을 조립하는 점으로는) 결합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 감옥은 무엇보다 먼저 교정이라는 기술적 기능이 나중에 추가된 자유의 박탈이 아니라, 처음부터 교정이라는 보조적인 역할을 떠맡은 '법률상의 구류' 또는 자유의 박탈로 인하여 법률체계 안에서 수행될 수 있는 개인들의 변화를 노린 기획이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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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소개한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라는 좋은 책을 쓴 Judith Lewis Herman의 책입니다. 1981년에 나온 책이니 '트라우마'보다 16년이나 앞선 책인데 반대 순서로 읽었네요.
사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이 이름을 알린 책은 트라우마가 아니라 바로 이 책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그녀가 임상 장면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근친 성 학대 경험을 가진 여성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이 문제에 관한 책을 써보자고 결심한 것이 1975년이었고 이후 6년에 걸쳐 40명의 근친 성 학대 피해 여성에 대한 실제 임상 연구와 정신건강센터, 아동보호기관, 법 집행기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친 성 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의 복잡한 구조를 낱낱이 파헤친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1981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후 그동안 사회가 외면하고 감춰왔던 근친 성학대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미국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죠.
이 소개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근친 성 학대가 매우 드문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은밀한 성격과 사회가 이를 다루는 태도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거의 흔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근친 성 학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제가 여기에 소개하는 것이죠).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설문 조사 자료, 임상 자료, 인류학 문헌, 대중 잡지 그리고 포르노그래피 등에 근거한 현상을 현상학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피해자 및 그들의 치료자와 나눈 면담에 근거한 임상 연구 내용을 담았습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근친 성 학대가 드러난 뒤의 위기 개입, 가족 치료, 사법 처리 등의 내용을 실었고 치유와 예방의 가능성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근친 성폭력에 대해서는 이 책 한권만 읽으면 될 정도로 내용이 충실합니다. 물론 이 책부터 시작해서 좀 더 깊이있는 독서를 해야겠지만요.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아래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소개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의 저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를 아주 강한 어조로 심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저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근친 성폭력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프터스는 학자의 입장에서 거짓 기억 증후군을 증명했던 것 뿐이죠. 다만 근친 성 학대 가해자와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연구 결과를 법정과 언론에서 악용했기 때문에 로프터스가 욕을 먹는 겁니다. 저는 근친 성폭력과 거짓 기억 증후군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상가들은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를 읽은 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를 읽는 순서를 권장합니다.
아동 성폭력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특히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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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진화 : 자기 정당화의 심리학(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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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닫기
* 아동의 성적인 '권리'에 대한 뚜쟁이의 관심은 아동이 공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공장주의 관심과 똑같은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거의 대부분의 증거는, 아동에게 성인, 특히 믿었던 가족, 친척과의 성적인 접촉이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심각한 정신적 외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 어머니의 부재라는 주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근친 성 학대 이야기의 배경에서 항상 발견된다.
* 사실 아버지의 의존 욕구는 어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자녀의 욕구를 능가해 버린다. 왜냐하면 만일 어머니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아버지를 보살피지 못하면 그녀를 대신할 누군가 다른 여성을 찾는 일이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흔하게는 맏딸이 선택된다. 이런 가정에서 누군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아버지가 떠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어머니가 부재 상태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무능한 경우, 딸들이 성적으로 희생될 위험이 아주 높다.
* 건강한 어머니와의 강한 친화 관계만이 최소한으로나마 성 학대로부터 딸을 보호할 수 있다.
* 생물학적 학설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짝짓기에 대한 장벽이 어머니와 아들의 짝짓기에 대한 것보다 왜 더 약한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심리학적 이론 역시 금기를 준수하는 일에서 드러나는 성별상의 차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 어머니들은 자기 억제 능력이 훨씬 큰 반면, 아버지들은 성적인 착취 행동을 나타내는 경향이 더 큰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화의 심오한 차이를 낳은 노동의 성적 분화 때문이다.
* 강간, 아동 성추행, 그리고 근친 성 학대를 포함하여,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행동 경향은 가부장적 가족 내에서 이루어진 남성 사회화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 어느 문화권에서든, 남성 우월주의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노동의 성적 분화는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지며, 아버지와 딸 사이의 근친상간 금기는 더 빈번하게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 심리학적 관점에서 근친 성 학대를 보면 아버지와 아동이 혈연 관계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관계가 의존 상태에 놓인 아동에 대해 아버지 입장에 있는 힘을 가진 성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아동에게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가르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도록 한 바로 그 순간부터, 아버지와 아동의 유대는 이미 타락한 것이다.
* 근친 성 학대를 하는 아버지들의 가장 중요하고도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힘을 사용하여 가족들을 지배하려는 경향이다. 그런데도 많은 연구나 관찰자들에 의해 이러한 아버지들이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심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로 묘사되는데 이는 이들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상대적인 힘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
* 아버지의 불만은 단조로우리만큼 너무 단순하다. 가정에서 응당 받아야 할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게 아버지들의 불만이다. 아내가 돌덩이처럼 무뚝뚝하고 냉정하며 성관계를 거부하고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어머니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딸들에게는 충분히 그럴듯하게 보인다.
* 일반적인 성폭력과 달리 근친 성 학대에서는 가해자가 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힘을 사용할 필요 자체가 없다.
* 근친 성 학대 아버지들을 관찰한 일부 연구자들은 이들의 행동이 바로 충족되지 못한 의존적인 소망과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한다.
* 많은 임상의들은 근친 사이에서 성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서 불특정한 증상들이 관찰된다고 말하는데 피해 아동 상당수는 어렸을 때 강박적이고 의식적인 성 행동을 하여 식견이 있는 관찰자로 하여금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하기도 한다.
* 어떤 사례에서도 근친 성 학대가 아버지에 의해 끝나는 일은 없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불평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감정이었다. 많은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다르거'나,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해 보였지만 스스로는 결코 '평범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결코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냉담하고 믿을 수 없는 남성이나 가장 심하게는 노골적으로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남성에게 빠져드는 것 같다.
* 결혼한 피해 여성의 가장 평범한 호소는 남편이 자신을 가치 있게 평가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 대부분은 남성들을 과대평가하거나 이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의 타인과의 성적인 친밀함을 추구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은 대부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분노를 느꼈다. 이들은 어머니를 향한 쓰라린 고통을 극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여성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 노골적인 근친 성 학대의 가장 효과적인 방패막은 아버지의 충동 조절이 아니라 어머니가 행사하는 사회적인 통제 정도이다.
*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하며 모든 관련 전문가들이 이에 동의한다. 근친 성 학대 아버지의 힘을 제한하고 조절할 필요성. 어머니의 힘을 강화하고 촉진시킬 필요성. 모녀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
* 근친 성 학대 비밀의 폭로에 직면한 많은 어머니들이 필사적으로 딸의 호소를 부인하려 드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그녀가 딸의 말을 믿는다면 얻을 것은 하나도 없고 반대로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딸은 가족 내에서 엄청난 위험에 빠지게 된다.
* 성 학대를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외부인이 아버지와 공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딸이나 어머니, 또는 가족 전체와 맺는 관계는 근친 성 학대 범죄가 알려지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아버지를 보호하고 법률을 위반한다.
* 경험적으로 창안된 모든 체계들이 지닌 공통적 특징은 신속하고도 즉각적인 위기 개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 비밀을 누설하고 나면, 딸은 상당한 재확인을 필요로 한다. 먼저 그녀의 말을 믿는다는 것, 둘째로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셋째로 앞으로 성 학대로부터나, 비밀을 깼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자행할지도 모르는 앙갚음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라는 내용을 그녀가 확실하게 전달받을 필요가 있다.
* 여러 가지 이유에서 딸보다는 아버지가 집을 떠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딸을 집에서 분리하는 일은 딸에게 맞서 부모가 서로 결탁하는 경향을 강화시키는 반면, 아버지의 분리는 딸에게 어머니와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어머니에게는 스스로 기능할 기회를 제공한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의 치료에서 이들이 가장 잘 배워야 하는 것은 자신을 주장하는 방법이다. 곧 다른 사람의 욕구나 감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자신의 욕구를 말해서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은 구타, 학대, 통제, 지배, 순종, 굴복, 무력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한 것이다.
* 성 범죄자들을 치료하는데 비밀 유지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치료자가 환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하도록 추천하기 전에, 반드시 그 일이 가족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평가하고 이해해야 한다.
* Murray Bowen과 Salvador Minuchin 같은 이론가가 개발한 전통적인 가족 치료는 근친 성폭행 범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 학파의 치료적 개입은 남성의 지배성을 회복하려는 형태를 취하기 쉬운데 남성의 지배성은 근친 성폭행이 이루어지는 가정에서 전혀 회복할 필요가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 성 범죄자를 위한 가장 성공적인 치료 프로그램은 치료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라는 채찍이 부가된 중독 치료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 근친 성 폭력 범죄자의 집단 치료에서 집단 내 잘 통제된 신체 접촉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에게 성적인 관계 밖에서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 성 학대 가해자 치료 집단은 치료자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일 때, 곧 지도자의 권위가 명확하고, 선물의 규칙을 강화하며, 자비로운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가해자의 상태가 개선되는지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사람은 가해자 자신이 아니라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어야 한다.
* 어떤 경우든 아버지들은 다음 세 조건이 합치하지 않는 한 가족들로부터 다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첫째, 아버지는 법원의 감독을 받아야 한며, 둘쨰,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셋째, 근친 성 학대 관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수용하고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딸에게 용서를 청하는 차원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 세 조건은 적어도 딸에게 최소한의 심리적 편안과 안전감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 부모의 재결합을 결코 치료의 최종 지점이나 성공의 규준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가족 관계 회복을 나타내는 가장 의미 있는 지표는 어머니-딸 관계의 건강성이다.
* 이론상으로 아동 성 학대에 대한 처벌은 매우 엄격하지만 실제로 처벌은 거의 그렇게 집행되지 않는다.
* 구타나 강간과 같은 반복적인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혹시 성 학대 경험이 없었는지 질문해야 한다. 알코올이나 마약 의존 증세를 지닌 여성이나 사춘기에 남다른 방황이나 가출 경험을 지닌 여성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병석에 계셨거나 집에 계시지 않았던 여성,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처럼 가족들을 보살펴야 했던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그런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들이 아동기 성 학대 경험과 너무 빈번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의 환자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치료자의 직무 태만이다.
* 여성 치료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환자가 공유하지 못하는 데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다. 이런 실수는 피해자와 자신의 극단적인 동일시로부터 나온다. 이는 거의 대부분 피해자로부터 매우 방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은 자주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해 더 큰 분노를 느끼며, 때로는 그녀의 인생에서 아버지를 보살핌과 애정의 유일한 원천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치료자가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하면, 환자는 치료자가 그녀로부터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관계를 빼앗으려 애를 쓴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치료자가 악의나 질투심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곧바로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라이벌이라는 그녀의 신념을 확인시킨다.
*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주요한 요인은 환자로 하여금 맨 처음 도움을 찾도록 만든 것과 똑같은 문제, 곧 수치심과 전혀 희망이 없다는 감정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가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 환자가 치료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그 일에 관하여 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그 문제는 일반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여겨질 수 없다.
* 근친 성 학대가 일어난 가정에서 치유는 어머니-딸 사이의 유대 회복으로부터 시작하듯이, 근친 성 학대의 예방은 궁극적으로 딸이 절대로 근친 성 학대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지점으로까지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덧. 이 책은 나중에 저도 참고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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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11년에 한 포스팅 중에
'걱정을 멈추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아예 초반에 싹을 잘라버리는 방법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 그 일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통제할 수 없는 것인지를 가능한 한 빨리 구분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관련된 감정이 줄줄이 올라오기 전에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일로 주의를 재빠르게 전환해 보라고 제안드렸지요.
그런데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심리적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인데 사실 그것 또한 통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지어 경계를 만들게 되면 초반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 다루게 되니 좀 더 수월하고 일상생활도 단순해져서 마음이 편해지지만 나중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질 위험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구분짓기 이전보다 더 힘들게 됩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나누는 이유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 다루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사실 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것이죠.
강의 상류에서 나뭇잎을 떨어뜨리면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줘서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추기도 하고 방향도 조금 변경할 수 있지만 떠내려간다는 결과에는 차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면 집착을 버리게 되고 '지금 여기'에 현존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모아 손에 움켜쥐려고 애쓰지 말고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것마저도 결국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흘러가게 된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사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삶의 유한성을 통찰한다면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죠.
덧. 세상에 통제할 수 있는 건 없으니 앞으로는 그냥 되는대로 살자는 주장으로 오해하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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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치료가 다루는 '사고'에는 세 가지 접근 수준이 있는데 각각 '부정적 자동 사고', '내재된 가정과 규칙', '핵심 신념'입니다.
'부정적 자동 사고'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표면 수준이고 그 다음이 '내재된 가정과 규칙', 가장 깊은 수준이 '핵심 신념'입니다. 도식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정적 자동 사고 -> 내재된 가정과 규칙 -> 핵심 신념
1. 부정적 자동 사고
: 우울이나 불안 같은 감정적 고통을 겪을 때 특정 상황과 관련하여 자신도 모르게(자동적으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부정적 자동 사고라고 합니다.
* 부정적 자동 사고가 세계관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내담자의 경우 의식적으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 때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세계관과 다르게 행동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부정적 자동 사고를 알아채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내담자가 항상 자신을 다른 사람의 뒤에 놓으며 그게 자신의 방식이라고 하면 상담자는 "변화를 위해 당신 스스로를 가장 앞에 두는 상상을 해 보세요. 그런 상상을 하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한다면 이기적으로 비춰질거에요. 다른 사람들의 이익보다 제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의미니까요"라는 내담자의 응답을 통해 부정적 자동 사고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 '만약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을 질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경우, 상담자는 애매모호함을 없애기 위하여 이러한 질문들을 명확한 진술문으로 바꾸어 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나를 도와주지 못하면 어쩌지? 상담이 시간 낭비라면 어쩌지?' -> '이 선생님도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상담자들처럼 나를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상담은 시간 낭비가 될 것이고 나는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다'처럼 평서문으로 바꿔보는 것이죠.
* '뜨거운 생각'
: '뜨거운 생각'은 감정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생각으로 감정적인 발산을 이끌어 냅니다. 부정적 자동 사고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상담 중에는 항상 주의깊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 자동적 사고를 찾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흔히 어떤 생각이 마음 속에 스쳐 지나갔냐는 식의 질문을 하게 되는데 내담자는 흔히 반문하는 의문문으로 대답하곤 합니다(예; '왜 이런 일이 항상 나에게 일어나지?'). 반문하는 의문문은 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감정으로 가득 찬 뜨거운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내담자들 스스로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함으로써 내재된 뜨거운 생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2. 내재된 가정과 규칙
: 행동의 방향과 기준을 정하여 따라야 할 법칙을 만든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가정과 규칙이 여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부정적 자동 사고와 핵심 신념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Beck은 이를 '중간 신념'이라고 불렀습니다.
* 내재된 가정과 규칙 찾아내기
- 내재된 가정 : '만약 ~한다면, ~일 것이다(if ~ then)'라는 가정 결과의 구성물 형태 문장이 자주 나타남
- 규칙 :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문장이 자주 나타남. 대개는 숨어 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이란 말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음.
* 내재된 가정과 규칙이 사용되는 이유
: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핵심 신념(예; 나는 무능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
* 내재된 가정과 규칙이 초점을 맞추는 세 가지 주된 주제
- 수용 : 예) '사랑받을 수 없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 능력 : 예) '나의 존재는 성취 여부에 달려 있어'
- 통제 : 예) '나는 도움을 청할 수 없어. 내가 다 해야 해'
* 긍정적인 기분 변화 탐색하기
: 내담자가 한 가지 일로 유난히 기분이 좋을 때, 거기에 대해 질문함으로서 내재된 규칙에 쉽게 이를 수 있습니다. 역기능적인 내재된 가정과 규칙이 잘 작동하는 듯 싶을 때 내담자는 강한 심리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흔히 기분이 고조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과제를 제 시간에 처리해서 상사에게 '잘했다'는 말을 들은 내담자가 매우 기쁘다고 이야기하면서 '하루 종일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고 한다면 내담자의 고조된 기분 뒤에 숨은 원인들을 찾아내기 위해 좀 더 파고들 수 있습니다. 칭찬을 받는다는 것이 내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3. 핵심 신념(심리 도식 또는 스키마)
: 생각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과잉 일반화되어 있고 무조건적입니다. 주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관련된 사건이 생길 때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핵심 신념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핵심 신념을 확인해주는 정보는 받아들이나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거부하는 식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처리하게 됩니다.
* 핵심 신념의 대상
- 자신 :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 다른 사람 : '다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
- 세상 : '모든 상황은 나에게 적대적이야'
* 성격 장애 환자의 경우 오래 지속된 융통성 없는 핵심 신념을 알아내고 수정하는 작업을 치료 초반부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믿음이 광범위한 상황에서 활성화되므로 거의 영구적인 관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Davidson(2000)이 말한 것처럼 성격 장애에서는 자동 사고가 곧 핵심 신념입니다.
* 내재된 가정/규칙과 핵심 신념 한꺼번에 찾아내기
: 어떤 생각이 내담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것이 흔히 중간 신념(가정/규칙)을 이끌어 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내담자에 관하여'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것은 대개 핵심 신념을 드러나게 합니다.
* 인지 치료의 치료 전략 단계
: 초기에는 주로 부정적 자동 사고에 개입하지만 점차 내재된 가정이나 규칙, 그리고 핵심 신념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출처 :
'인지치료에 대해 알고 싶은 100가지(Cognitive Therapy : 100 Key Points and Techniques, 2004)'의 내용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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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는 내담자가 상담 초기에 불평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를 논의하는데 주저하는지, 상담자의 자질을 지나치게 궁금하게 여기는지, 확실히 치유된다는 것을 자꾸만 확인하려고 하는지,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해 회의적인지, 자조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왜냐하면 상담자에 대한 전이가 내담자가 갖고 있는 스키마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전이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내담자의 스키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무능력(회피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어려운 주제와 감정을 회피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상담자가 자신을 거부할 것이라는 기미를 찾습니다. 과제를 올바로 하지 않으면 상담자가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행동을 직면하는 과제를 하기 싫어합니다.
* 무력감(의존)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끊임없이 확인하려 합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이들은 '느낌'에 대해서 자주 불평합니다. 회기 사이에 상담자에게 자주 전화를 하며 계획에 없던 회기를 연장하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과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과제가 소용이 없다고 믿으며 상담자가 휴가를 가면 당황해합니다.
* 통제에 취약(수동 공격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회기에 지각하거나 자주 결석합니다. 인지 '수정'을 상담자의 통제로 간주합니다. 그러면서도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를 꺼립니다. 이들의 목표, 느낌, 생각은 전반적으로 모호한데 특히 상담에 대한 입장이 그렇습니다. 과제를 하거나 상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깜빡하기도 합니다.
* 책임감(강박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이 '지저분'하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비이성적이고 비구조적이라고 비난합니다. 상담 중에는 즉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하고 과제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시험으로 간주합니다.
* 우월성(자기애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회기에 자주 지각하거나 결석합니다. 상담 비용 지불을 자주 깜빡합니다. 상담자와 상담을 얕보곤 합니다. 자신에 대한 특별한 대접을 기대하며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모욕적이라고 느낍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이 소용없다고 믿습니다.
* 매력(연극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울다가 웃고 화내는 등 급격히 변하는 감정 표현에 몰두합니다. 외모, 느낌 혹은 자신의 주 문제로 상담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 합니다. 이성적인 접근을 거부하고 타당성만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출처 : '인지치료에서 저항의 극복'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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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나 상담에서 임상가들은 내담자가 갖고 있는 스키마를 찾아내고 분석하려고 애씁니다. 인지행동치료자라면 더더군다나 그런 작업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임상가도 사람이고 당연히 스키마를 갖고 있습니다. 역시나 당연히 임상가의 스키마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 관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상담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치료자 schema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스키마(Schema) 목록
* 기준 요구
: "내 모든 내담자를 치료해내야만 한다. 나는 항상 높은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내 내담자는 치료적 작업을 뛰어나게 해내야만 한다. 우리는 결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 특별한, 우월한 사람(자기애적 스키마)
: "나에게는 성공할 만한 특권이 있다. 내담자들은 내가 그들을 위해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내가 상담을 할 때 지루해져서는 안 된다"
* 거절 민감
: "갈등은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내담자를 괴롭히는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
* 버림받음
: "만일 내 상담을 힘들어한다면 내담자는 나를 떠나버릴 것이다. 내담자가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면 당황스럽다. 모든 내담자들이 나를 떠날 것이다"
* 자율성
: "나는 내담자에게 조종당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내 동작, 느낌, 내가 말하는 것이 제한을 받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하거나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끔 나는 상담에서 나 자신을 잃을까 봐 염려된다"
* 통제
: "나는 내 주변이나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통제해야만 한다"
* 비판
: "어떤 사람은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다.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만 한다"
* 피해의식
: "내담자들은 내게서 뭔가 쉽게 얻으려고 한다. 나는 이용당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그들을 항상 믿을 수는 없다"
* 승인 욕구
: "나는 내담자가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만약 내담자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그것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타인을 좋아해야 할 필요성
: "내가 내담자를 좋아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내담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한다"
* 억제
: "나는 내담자에게 내 생각과 느낌을 알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지 않다. 나는 상담 시간 동안 감정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무력감
: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실수할까 두렵다. 내가 정말로 능력이 있는지 고민이다. 가끔 나는 포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목표 억제
: "내담자는 내가 목표를 성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다"
* 지나친 자기희생
: "나는 내담자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나는 그에게 더 나은 느낌이 들게 해 주어야만 한다. 대개 내담자의 욕구는 내 욕구보다 우선한다. 나는 가끔 그의 요구를 어떤 것이라도 들어줘야 한다고 믿는다"
* 감정 억압
: "나는 내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내담자와 함께 있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나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출처 : 'Overcoming Resistance in Cognitive Therapy' by Robert L. Leahy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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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고 정말로 일어날 일은 미리 걱정한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니 미리 걱정하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걱정이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걱정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죠. 그런데도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걱정에 사로잡혀 아무 일도 못하고 맙니다.
어차피 걱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기는 것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만 마음 먹는 것으로 걱정이 엄습하지 않는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아무리 마음 먹고 다짐해도 계속 걱정이 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경험,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관련 감정들이 이미 생각과 튼튼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될 리가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걱정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걱정과 관련된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꼬리에 꼬리를 물기 전에 잘라 버려야 합니다. 그것도 초반에 잘라 버려야 하죠.
초반에 걱정의 싹을 잘라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 그 일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가능한 한 빨리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소한 일로 다투셔서 서로 말씀을 안 하신다는 걸 동생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상당히 불편하고 껄끄러운 상황이죠. 이럴 때 보통 자식되는 도리로 두 분 사이를 중재하려고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가 양쪽 부모님의 원성을 사거나 일이 잘못되면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태가 더 악화됩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부모님이 다투었다는 말을 전해 듣자마자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때, 두 분의 말다툼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재빨리 판단하는 겁니다. 본인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면 이 다툼은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죠. 내 통제 권한을 벗어난 일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으면 관련된 감정이 줄줄이 딸려 올라와 얽히기 전에 빨리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합니다. 이 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로 돌리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주로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당연히 제가 쉽게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러면 심리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한 에너지를 다른 스트레스에 대항하는데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중언부언 이야기했지만 핵심은 딱 두 가지입니다.
1. 걱정이 들기 시작하면 걱정을 유발하는 사건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재빠르게 판단한다.2.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이면 관련 감정이 올라오기 전에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일로 주의를 빠르게 전환한다.
물론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하지만 주의를 돌리는 것에 성공하고 그 결과로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되면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집니다.
이건 근육 운동과 비슷하거든요. 한번 근육이 붙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쉬운 것과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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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도박 중독자는 스스로 도박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가족이 대부분 그렇고 주로 며느리에게 그런 역할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대개 무위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열심히 감시한다면 일시적으로는 도박자가 도박을 할 수 없도록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간 문제일 뿐 결국은 실패하게 됩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 통제하는 것이 전혀 쓸데없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있는 합법적인 사행산업 뿐 아니라 이미 인터넷, 전화 등으로 언제든 도박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에 도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못하게끔 하려면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감시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도박자를 감시, 통제하는 것이 쓸데없는 또 다른 이유는 도박자가 자신이 감시, 통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뭐가 문제인지를 심사숙고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발각되지 않을까만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와 댓가를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탈옥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그러니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못하게끔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보다 도박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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