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ceived control을 보통 통제감으로 번역하는데 오늘 제가 이야기하는 통제감은 controllability입니다. 정확하게는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통제력이니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하고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통제력이 없는 사람이 통제감만 갖고 있는 건 정신승리의 영역이니 통제감을 느낀다는 건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통제감(controllability)이 우리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실 저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통제감을 높여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대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통제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타인의 자본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통제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니까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 입각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 정기 건강검진에서 요추 디스크에 팽윤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 방치하면 결국은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다는 경고였지요. 어차피 앉아서 오래 일해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니 체압을 분산하기 위한 방석을 구매해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관련 포스팅
'허리가 좋지 않은 분들을 위한 필수품 : Bullsone Balance Seat(Portable)'). 물론 이것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통제감을 획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의 무언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밸런스 시트가 없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고 굽어지는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은 통제감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운동으로 코어 근육을 만들었고 시간은 좀 걸렸지만 결국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장거리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 때 허리에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걸을 때도 어깨가 말려 있어서 의도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지 허리가 저절로 굽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제 허리에 대한 통제감을 획득한거지요. 게다가 이 사소한 통제감 획득으로 인해 제 몸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느낌입니다.
코어 근육을 만들어서 통제감을 획득한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모든 것이 마찬가지입니다. 내 인생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만큼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통제감이 낮은 환경을 최대한 피해야 하고 만약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서 통제감을 최대한 높여 나가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현실 장악력을 높인다고 부릅니다. 중고등학생이 방과 후 자율 학습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할 때 학교에서 정한 그 시간에 억지로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하지 말고 그 시간을 주도적으로 분배해서 어떻게 활용할 지 계획을 세우고(꼭 공부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 계획대로 이용하는 게 통제감을 높이는 겁니다.
저는 1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휴가를 단 하루도 쓰지 못하고 남긴 적이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직장인의 권리지만 의외로 휴가를 다 찾아먹는(?) 직장인은 드뭅니다. 오히려 휴가를 완전히 소진하는 건 이기적인 놈들이라는 욕이나 먹기 십상이죠. 하지만 저는 이것도 통제감을 획득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직장 생활하면서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제 나름의 통제감 원칙을 잘 지켜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통제력이 아닌 통제감만 얻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 머물러 있을 때만 문제가 되는 것이고 통제감을 늘려 나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통제감만 얻는 것도 지속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통제력을 높이겠다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결국 통제력도 얻게 되거든요.
그러니 사소한 것부터 통제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통제감의 강력한 효과를 느끼게 되실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591
★★★★☆
이미지 출처 :
YES24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닫기
*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태그 -
EEG,
grounding,
impersonal trauma,
Jon G. Allen,
PTSD,
Trauma,
고통,
관계,
긍정적 정서,
기억,
두려움,
무력감,
방임,
부정적 정서,
사회적 방임,
생물학,
수치심,
신체적 방임,
심리사회적 방임,
심리학,
애착,
애착 외상,
외로움,
외상,
외상 경험,
외상 집단 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적 기억,
우반구,
우울,
인지적 방임,
자기,
자기 가치감,
자기파괴적 행동,
전두엽,
정서,
정서 조절,
정서적 방임,
정신과적 장애,
정신의학,
좌반구,
질환,
철학,
침습적 기억,
통제감,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치유,
플래시백,
학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해리성 장애,
현실감각 기법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50
자살 위험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가 상담 중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해봤습니다.
*
상담 첫 회기부터 상담자가 전적으로 내담자 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 자살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세상에 자기 편은 아무도 없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당신이 그의 편이 되어 주거나 아예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 내담자가 존중받고 진심으로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하려면 어떤 것도 내담자와 당신 사이를 가로막지 않도록 상담실 공간을 배치하라.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것은 내담자에게는 "너무 가까이 오지 마시오"라는 의미이다. 자살하려는 사람과는 가능한 '가까이' 할 필요가 있다.
* 자살하려는 내담자를 상담하는 도중에 내담자의 감정 몰입과 집중을 방해하고 상담의 흐름을 끊어놓을 수 있는 어떠한 방해(전화벨, 상담실 안으로 누가 들어오는 것 등)도 막아야 한다.
* "원하는 곳에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배려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어디에 앉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도 통제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
* 신뢰라는 주제에 대해 개방적으로 이야기하라. "과거에 당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이 있었나요?"라고 물어보라.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는지 물어보라.
*
자살하려는 사람의 일생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측면도 알아내지 못한 채 첫 상담 회기를 끝마쳐서는 안 된다. 최소한 과거의 성공, 성취 또는 삶을 긍정하는 행동이나 꿈, 욕구 같은 것이라도 알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자살하려는 사람은 처음 몇 번의 상담 회기 대부분을, 또는 거의 전부를 자신이 얼마나 괴롭고 혐오스러운 존재인가에 대해 설명하는데 사용하며, 그리하여 그가 자살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치료 동맹을 형성하는데 있어 당신이 연합할 부분은 자살하려는 내담자의 건강하고 삶을 긍정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죽고 싶어하는 부분이나 죽으려는 부분과 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 관계 형성 시 당신이 만들어 놓은 인간적 연결로 말미암아 자살 위험성이 직접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