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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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을 불문하고 중독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건 공통된 현상입니다. 신체적인 금단 증상을 거의 수반하지 않는 행동 중독,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은 특히 자신의 문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도움을 구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반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도움을 구하러 자발적으로 전문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가 매우 드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가족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을 해도 가족에게 준 경제적 피해와 마음의 상처가 미안해서, 혹시라도 가족들이 자신을 버릴까봐 어쩔 수 없이 가족의 강요를 받아들이는 것 뿐 처음부터 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걸 인정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병식이 없는 도박자를 상담할 때에는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윽박지르거나 직면하거나 웬만한 도박자라면 다 아는 뻔한 내용을 교육하라는 말이 아니라 도박자가 갖고 있는 양가 갈등(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도박 중독자라면 어쩌지?)의 빈틈을 정확하게 찔러서 동요를 일으켜야 합니다. 말이 기선 제압이지 설득하는 기법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첫 회기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것처럼 비밀 골방에서 뿌연 담배 연기에 쩌들어 밤을 꼴딱 넘기는 사람이라든가, 집안 재산을 완전히 날려 온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어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붙잡고 우는 모습이라든가, 회사를 잘리고 감옥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사람 등등.
그들이 가진 도박자의 상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를 그런 이미지로 그려야만 반대로 자신이 도박 중독자가 아님을 자기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학적인 진단 기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도박 문제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동차의 예를 자주 듭니다.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1)
삶의 균형이 깨지는 것(타이어의 공기압 차가 생겨 주행 중 차가 흔들림), 2)
통제력을 잃어 멈추고자 할 때 멈추지 못하는 것(브레이크의 이상 작동)입니다.
제 경험 상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하지 않는 도박 중독자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차가 좀 흔들리거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게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방치하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 두 가지 기준에 해당되면 일단 더 이상 주행하지 말고 차량 정비소에 가서 점검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가 바로 그런 정비소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도박자가 자신은 절대로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결 부드러워져서 자신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곤 합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해
자동차의 비유를 들 때 도박 중독, 정신병, 치료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용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그런 정공법은 도박자의 방어를 뚫지 못합니다. 게다가 오히려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임의 탈락할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초기 상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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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착각 등에 의해 도박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병이지만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시작은 도박 행동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도박 뿐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통제력을 상실하고 충동적으로 반응(의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도박자는 상실되어 가는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가족 흔들기'입니다.
치료가 시작되면 가족들은 상담자에게 배운대로 도박 행동의 결과를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뒤로 물러나고 도박자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게 됩니다. 상당수의 도박자가 이러한 가족의 행동에 대해 격렬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가족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많은 도박자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실수를 하게 되고 그러고 난 다음에는 실수를 고백하고 다시 도박을 하지 않겠다며 가족을 회유하는데 이 때 가족들은 이러한 도박자의 회유에 동요하지 말고 기존에 배운 것처럼 도박자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계속 거리를 둬야 합니다.
도박자의 실수에 절망하고 회유에 반응하게 되면 도박자는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된 이유와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가족을 회유하는 방법(각서 쓰기, 앞으로는 진짜 잘 하겠다는 휴대폰 문자 남발 등)의 효과성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도박자가 도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유지하고 매사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강화를 할 필요가 있지만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거나 빚을 내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가족을 흔들 목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해야 합니다.
몸에 잘 듣는 약일수록 일시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명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가족 흔들기를 하면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일관된 자세로 버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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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노력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행복이 노력이라고만 생각하니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의 방법론에만 치중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나만의 취미는 꼭 가져야 한다, 원만한 대인 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니 인맥 관리를 강화해라 등등. 일종의 파랑새 찾기죠.
하지만 제가 볼 때
행복하기 위한 노력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그 노력을 기울이는 대상인 것 같습니다.
도박 중독이라는 극단적인 몰입과 탐닉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정신 분석에서 가정하듯이 도박자들이 결코 불행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이 보이는 자기 파괴적인 모습은 그저 드러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죠.
도박자도 행복해지기 위해 도박이라는 수단을 선택(잘못된 선택이었지만)했을 뿐이고 어떤 도박자는 도박을 하는 동안 행복감(그런 극치감을 행복감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이지만)을 느꼈다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삶의 균형과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다른 소중한 삶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도박으로 인해 잊어버렸거나 통제감을 상실한 것이지요. 그래서 도박으로 인해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다른 삶의 영역을 회복하면, 통제력(controllability)을 갖게 되면 도박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자기 관리만 열심히 한다고, 사람들만 만나고 다닌다고 행복해질리가 없습니다. 그것도 또 다른 이름의 집착과 탐닉이니까요.
삶의 균형을 되찾고 삶의 각 영역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통제력을 회복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만족감, 그 균형을 나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충만감을 느끼는 상태, 바로 그것이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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