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몽골 여행은 작년 겨울 길리 여행 때보다 항공기 출발이 더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거의 밤을 샌 거나 다름없는 시간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려 아침 7시 1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거든요. 물론 일찍 출발하는 만큼 현지에서 하루를 길게 쓸 수는 있겠지만요.
어쨌거나 미리 짐을 싸 두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씻고 간단히 요기만 한 뒤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공항버스 리무진을 이용했겠지만 너무 이른 시간인데다 시간을 절약해야 해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 새벽인데도 호출한 지 2분 만에 택시가 도착했습니다. 급하게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 카카오 택시가 정말 편리한 것 같습니다. 행선지를 미리 입력하기 때문에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요.
4시 5분 쯤 탔는데 새벽이라 길도 막히지 않아 불과 35분 만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toll 비용 7,100원을 포함해 47,900원이 나왔네요. 공항버스 리무진에 비해 3배나 비싸지만 이렇게 특별한 상황에서는 호사를 좀 부려도 되겠지요.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보니 안개가 많이 꼈던데 비행기가 정상 출발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확실히 새벽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환승하는 여행자들이 공항 의자에 누워 노숙하는 게 곳곳에서 보이는게 좀 다른 풍경이라면 풍경이랄까요?
5시 현재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직원들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대한항공에서 휴대폰 문자로 보내준 모바일 체크인 링크를 눌러서 접속해 봤지만 최종 단계에서
울란바타르 공항이 모바일 체크인이 불가한 공항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걸 보고 포기했습니다. 쩝...
5시 30분이 되자 카운터가 열려 발권 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몽땅 몽골에 가는 사람들인지 대한항공 카운터에만 몰리더군요. 이러다 비행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그 북새통에 몽골에 선교하러 가는 종교단체가 4개 밖에 없는 카운터 중 하나를 갑자기 독점하는 바람에 담당 가이드가 제 앞에서 줄 서 있던 젊은 신혼부부에게 큰 소리로 욕을 먹기도 하고, 당황한 대한항공 직원이 전화로 다른 직원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등 여행 출발 전부터 북새통이었습니다.
저흰 비교적 빨리 발권을 한 편인데도 제 뒤로 줄이 굉장히 길게 늘어섰고 당연히 보안검색대에서도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출국 심사도 지연되고 겨우 면세 구역으로 나온 뒤 시간을 보니 어느새 6시 35분입니다. 보딩 시간이 7시 45분(원래 출발 시간이 7시 15분이니 이미 30분 이상 지연되었다는거지요)이니 그 새벽에 일어나 택시로 공항에 나왔는데도 겨우 한 시간 남짓 남은거네요. 허탈...
그래도 승강장이 출국 심사장과 가까운 8번이라서 다행입니다. 예상했던대로 보딩 시간에 맞춰 저흰 바로 탑승했지만 발권이 늦어지는 바람에 늦게 도착한 사람들을 태우느라 예상 시간보다 20분 늦게 비행기가 출발했습니다. ㅡㅡ;;;;
생전 처음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여행을 하는거라서 미리미리 좌석을 사전 예약했기 때문에 날개 바로 뒤쪽 비상구 근처에 자리를 잡았죠. 그런데 이게 왠 일. 화장실 냄새가 너무 나는겁니다. 승무원을 불러 사정을 설명하고 자리가 남으면 바꿔달라고 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 만석이라고 하네요. ㅠ.ㅠ
채식 기내식을 신청한 비건들이 화장실 냄새가 난다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으니 승무원도 어지간히 긴장탔을 듯 합니다. 승무원이 잔뜩 긴장해서 밑의 직원을 시켜 수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봤자 탈취제를 자주 뿌리는 정도지요 뭐...
출발이 늦어졌기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곧 음료가 나왔고 기내식도 일사천리로 서빙이 되었습니다.
유제품은 포함된 인도 채식을 주문했더니(대한항공의 경우 완전 비건식을 주문하면 거의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의 음식이 나오거든요) 음식은 먹을 만 했는데 '떠먹는 불가리스 요구르트'가 떡하니 나오네요;;;
기내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새벽부터 일어났던 여파가 이제서야 나타나는지 곧바로 잠에 곯아 떨어져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라는 안내가 나오기 전까지 정신없이 취침했습니다. 착륙 10분 전에 겨우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부랴부랴 입국 신고서를 작성했죠. 그래도 기장이 서둘러 비행기를 몰았는지 11시 5분에 울란바타르 국제공항에 착륙했습니다(원래 착륙 예정 시간은 10시 45분).
역시 광활한 평원의 나라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반기네요.
공항 근처라고 해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건물은 고사하고 길도 제대로 없습니다.
울란바타르 국제공항은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여러 비행기가 한꺼번에 내리지 않아서 입국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다만 짐이 좀 늦게 나오고 Baggage Claim 구역이 넓지 않아서 다소 혼잡한 정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늦었는데 짐까지 찾아서 나오는데 30분 정도가 더 걸렸습니다. 첫날 묵을 호텔에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놨기 때문에 두리번거리면서 찾았는데 후줄근한 차림에 종이 피켓을 든 사람들 틈으로 말쑥한 정장에 제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 아이패드를 들고 서 있는 호텔 직원이 보이더군요. 주차장에 대기시켜 놓은 차량도 깔끔한 세단이네요. @.@
몽골의 첫 인상은 하늘이 파랗고 햇볕이 정말 강하다는 거 였습니다. 선글래스를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더군요.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텁텁하지는 않습니다. 흡사 그리스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울란바타르 시내로 진입하는데 서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보여드리겠지만 도심은 별로 차이나지 않습니다. 고층 빌딩도 많고요. 전체 몽골 인구의 2/3가 몰려 사는 곳이니 번화할 수 밖에 없겠지요.
40분 정도 차를 달려 이틀을 묵게 될
'Kempinski Hotel Khan Palace'에 도착했습니다.
중심가에서 벗어나 있기에 도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제가 여행하면서 묵어 본 호텔 중 가성비 최고 등급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예약할 때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계속 1위를 고수하고 있었고 론플에도 소개된 최고의 호텔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던 중이라서 원래 가격보다도 훨씬 싸게 묵을 수 있었죠.
전형적인 비지니스 호텔인데 객실은 꽤 넓습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콘센트가 여기저기 많은 것도 마음에 듭니다. 침대 옆에 콘센트가 없으면 아주 불편하거든요.
평범하고 무난한 인테리어입니다. 전망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창이 넓어 채광이 좋은 편입니다.
더블 베드가 있는 룸으로 예약한 것 같은데 트윈 베드로 배정되었네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옷장에는 가운과 슬리퍼, 헤어 드라이어가 있습니다. 요새 슬리퍼를 제공하지 않는 호텔이 꽤 많은데 마음에 듭니다. 가운도 통상적으로 호텔에서 사용하는 면으로 된 무거운 가운이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금고, 우산 등 기본적인 객실 어메니티는 물론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쇼핑백까지 제공하는 등 꽤나 꼼꼼합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객실에 별도의 공기 청정기가 설치된 건 처음 봤습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공기 오염 최고의 도시(물론 겨울철에 한하지만)답습니다;;;
욕실은 넓지 않지만 역시나 꼼꼼합니다. 샤워 부스와 욕조가 따로 제공되고 왼쪽 세면대를 보시면 각종 욕실용품이 빠짐없이 제공됩니다. 건조기까지 있네요.
이것도 처음 봤을 때 놀란 점 중 하나인데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네요.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호텔도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객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직원이 캐리어를 들고 왔길래 팁을 주면서 연습해 둔 몽골어로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못 알아 듣네요. 발음을 물어본 뒤 다시 해 봤지만 역시나 불가능. 발음이 너무 어렵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 몽골어로 고맙다는 인사는 못 쓸 듯 합니다. ㅠ.ㅠ
체크인 할 때도 느꼈지만 몽골인들의 영어 발음도 특유의 엑센트 때문에 알아듣기가 힘들더군요. 아무래도 이번 여행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점심 식사를 간단히 할까 하는 생각에 체크인 할 때 3시까지 가능하다고 한 brunch 뷔페가 어떤지 내려가 봤는데 가격이 1인 당 20불이나 해서 일단 pass했습니다. 이틀 동안 묵으면서 한번은 먹을 기회가 있을텐데 첫날부터 그러기는 싫었거든요. 한데 Kempinski 호텔의 뷔페는 울란바타르 내에서도 유명합니다. 이걸 먹으러 일부러 호텔까지 오는 여행자들이 많다고 하니까요.
배가 아주 고픈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객실로 돌아와 짐 풀고 잠시 쉬다가 점심도 먹고 시내를 둘러볼 겸 2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본격적인 여행기를 올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단편적인 정보, 짧은 생각,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봤습니다.
* 외모
: 대부분의 노르웨이 여성들, 특히 관광지의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은 하나 같이 엘프급 외모에 생글생글 웃음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가히 유럽 최강이고 지금까지 여행한 어떤 곳과 비교해도 비교 우위에 있습니다. 남자들도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기는 하나 외모 수준만 보면 여성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런 말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예쁘고 친절한 여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더 즐거워지는 느낌이더군요.
* 팁 문화
: 노르웨이에는 팁 문화가 따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가이드 북에서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레스토랑 등에서 팁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고 호텔에서도(최고급 호텔은 모르겠지만) 짐을 객실까지 날라주는 포터가 없어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팁을 줄 기회 자체가 없죠. 그래서 가끔 카페 같은 곳에서는 관광객의 주머니를 열게 유도하는 재미있는 팁 관련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페라리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같은 문구들이죠.
* 물
: 마트에서 구입한 생수가 아니라면 레스토랑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은 대부분 수돗물입니다. 정수기를 한번도 못 봤고 대부분의 유럽처럼 물을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는데(생수는 아예 팔지 않고 탄산수만 주문 가능) 가져다 주는 물은 대부분 수돗물입니다. 워낙 수량이 풍부한 나라이고 수돗물의 quality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냥 마셔도 된다고 현지인도 권하고요. 저도 생수가 없을 때에는 약을 먹을 때 가끔 수돗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무색 무취의 생수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위장이 약한 분들은 배앓이를 할 수 있으니 비싸더라도 생수를 드시는 걸 권장합니다. 실제로 관광객들은 비싸더라도 대부분 생수를 사 마시더군요.
* 동물
: 노르웨이는 개의 나라이며 그것도 큰 개가 대부분입니다. 고양이는 보기 힘들고(있어도 집에만 있을테니) 개의 나라인 만큼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는 길냥이들도 어느 정도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개의 나라에서 살려면 조심할 수 밖에 없겠지요. 산책하는 큰 개를 자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동물에 대한 관용도는 매우 높아서 동물을 괴롭히거나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공원에서 비둘기나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현지인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그걸 제지하거나 뭐라하는 사람 따위는 없습니다. 벤치에서 빵을 먹을 때에도 갈매기, 까마귀, 비둘기, 참새가 사이좋게 코 앞까지 날아와 기다리는 정겨운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터키와 네팔에서도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지만 터키와 네팔 사람들이 동물을 약자로 보호하고 돌보는 느낌이라면 노르웨이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처럼 보는 느낌이라서 신기했습니다.
* 보행자 보호
: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싶으면 건널목 앞의 버튼을 누르면 곧 푸른색으로 바뀝니다. 교통 신호가 철저히 보행자 위주이며 차량은 무조건 보행자에게 양보합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기색만 비춰도 달려오던 차가 멈추고 보행자를 건너게 할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도 빨간불이면 사람이 한 명도 없어도 차량들이 줄이어 정지선을 지키면서 기다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본의 질서 지키기가 그야말로 철저한 질서 지키기인 것 같다면 노르웨이에서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서는 것 같았습니다.
* 치안
: 치안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는 걸 잊고 다닐 정도로 안전합니다. 경찰이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주요 관광지에서도 소매치기나 절도를 염려할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소지품을 잃어버려도 거의 찾을 수 있는 정도의 의식 수준을 갖고 있어서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오슬로 같은 대도시에는 약에 취해 헤롱거리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큰 위협은 안 되지만 시비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 느낌 상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 관습
: 오슬로와 같은 대도시와 노르웨이 남부에서는 신을 벗지 않지만 스발바르처럼 광산 지역의 관습이 남아 있는 곳에서는 실내에 들어갈 때 우리나라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일을 마치고 더러워진 신을 신고 들어가면실내가 오염되기 때문에 생긴 관습 같습니다.
* 흡연
: 길거리에서도 자유롭게 피울 수 있으나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담배의 나라는 아닌 듯합니다. 실내 흡연은 아주 엄격하게 지켜지지만 야외에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앉을 분들은 담배 냄새를 맡을 각오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 술
: 주세가 엄청나게 붙는지 기본적인 술값이 굉장히 비싸고 스발바르 같은 지역에서는 1달에 살 수 있는 술의 양이 정해져 있을 정도입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인접 국가인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다녀올 때도 반드시 면세점에 들러 양손에 술을 바리바리 싸 들고 들어오더군요. 오슬로 공항 한 켠에 대형 주류 판매대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여행 초반에 보고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죠.
* 교통 수단
: 오슬로 같은 대도시에는 버스와 트램, 지하철 교통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으며 지방 소도시들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걸어다녀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도시 간 이동은 버스나 기차로 하는 경우가 많으나 교통편이 많지 않아 차량 렌트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을 줄이는 것도 추천합니다. 꼭 알고 가야 할 점 하나는 택시가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가능하면 택시 이용은 최대한 자제하라는 거. 모든 가이드 북에서 경고하는 부분인데 택시비가 정말 너무너무 비쌉니다. 기본 요금 자체도 비싸지만 출발하는 순간부터 미터기가 미친듯이 올라갑니다;;;;
* 도로 사정
: 대도시의 경우도 차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만큼 도로망이 발달된 편은 아닙니다. 아스팔트보다는 옛날 유럽식의 블록이 깔린 도로가 많고요. 시 외곽으로 나가면 왕복 4차선 도로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왕복 2차선 도로도 많지 않고 1.5차선이 많아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길가에 차를 붙여 속도를 줄이고 지나가야 합니다. 특히 돌아다니는 대형 캠핑카가 많아서 도로에서 속도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직선 도로가 많지 않아서 오죽하면 일반적인 나라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터널 추월이 상시화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터널 정도가 되어야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을 확인하고 추월할 수 있으니까요. ㅡㅡ;;;
* 차량 렌트
: 노르웨이에서는 차량을 렌트해서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를 달리면서 만나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렌트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인접국인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 렌트해서 넘어오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때에도 반드시 오토 차량으로 렌트하셔야 합니다. 스틱 차량과 렌트 차량의 가격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고 오토 차량 자체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오토 차량을 렌트하세요. 노르웨이에는 커브길과 터널이 많고 도로 폭이 좁고 가파른 곳이 많기 때문에 스틱 차량을 빌렸다가는 기어 변속하느라 다리 꽤나 아프실 겁니다(특히 Bergen-Odda 구간). 이번 여행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와 함께 했는데도 나중에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스틱 차량을 빌렸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 분리 수거
: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어서 환경 보호를 엄격하게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분리수거를 하기는 하는데 그다지 엄격하지 않아서 매립 쓰레기와 재활용만 분리하지 우리처럼 캔,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눠서 수거하지 않습니다. 재활용 센터에서 따로 구분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음식 쓰레기는 아예 모으지도 않습니다. 무조건 매립하는 것 같습니다.
* 우산
: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고 애들도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닙니다. 깨끗한 환경이라서 그런지 아님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냥 바람막이 잠바에 있는 모자를 쓰거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면 아예 우비를 입고 다닙니다.
* 인터넷
: 유선 인터넷은 여행 중에 이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무선 인터넷은 속도가 괜찮은 편(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느리죠)이고 공항, 호텔 뿐 아니라 주요 관광지에서는 빠짐없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에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고용량 파일의 다운로드는 막아놓은 경우가 많아서 큰 스트리밍 파일을 재생하는 것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간단한 웹 서핑이나 지도 검색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 화장실
: 화장실은 어디나 깨끗해서 이용할 때 불쾌한 경우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유료 화장실은 거의 없으며 있다고 해도 5크로네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라서 큰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체코처럼 화장실 이용료 징수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수납함에 넣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비데를 사용하는 화장실 문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비데가 장착된 화장실은 한번도 못 봤습니다.
* 호텔 체크인
: 호텔에서 체크인 할 때 여권이나 바우처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프로이케스톨렌의 호스텔이었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난을 당하거나 했을 때 빠른 신원 확인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투숙객 전원의 여권을 가져가서 복사하더군요.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예약한 사람 이름이면 충분하고 공항에서도 여권만 내밀면 됩니다. e-ticket 조차도 필요없더군요.
* 신용카드
: 우리나라처럼 카드 결제가 대중화되어 있어서 현지인들은 커피 한 잔, 승차권 한 장 구입할 때도 카드로 결제합니다. 현금을 사용하는 건 관광객들 뿐인 것 같습니다. 대신 우리나라처럼 카드를 긋고 사인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제기에 꽂고 pin code를 눌러서 결제하는 방식이라 결제하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사람 수 자체가 많지 않으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만;;;; 유니온 페이 카드도 노르웨이에서 결제된다고 알고 갔는데 실제로는 모든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결제가 불가능했습니다. 혹시 제가 신규 발급한 카드를 해외 결제 가능하도록 풀어놓지 않고 나간 것이 아닌가 싶어 귀국 후 확인해봤지만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 유니온 페이 카드는 노르웨이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숙박비
: 노르웨이 생활 물가 수준에 비해 호텔 숙박비는 체감적으로 싼 편입니다. 오히려 에어비앤비 같은 사이트에서 빌리는 아파트가 훨씬 더 비쌉니다. 초고가 호텔은 아예 검색도 안 했지만 트립어드바이저에서 1, 2위를 다투는 호텔을 예약해도 1박에 20만 원이 넘는 곳은 스발바르의 Basecamp Hotel을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보통 15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조식을 포함(간혹 석식도 포함)하는 훌륭한 호텔에 묵으실 수 있습니다.
* 레스토랑 결제
: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문을 먼저 하고 나온 음식을 다 먹고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계산서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경우를 거의 못 보았습니다. 간혹 규모가 큰 레스토랑에서는 주문할 때 선 결제를 하게끔도 합니다만(대표적인 곳이 올레순) 대부분 나갈 때 계산하면 됩니다. 카페는 우리나라처럼 주문할 때 결제해야 하고요.
* 성 평등
: 눈에 띌 정도로 일하는 여성이 많으며 선입견을 갖고 봤을 때 흔히 남성들이 할 법한 일들도 여성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발바르에서는 북극곰 대비 실탄 장전 라이플을 소지한 가이드를 봤고 중장비 운전기사와 트램 운전기사는 흔한 편입니다. 하물며 왕궁의 근위병까지 여성이더군요. 남성들이 하는 일, 여성들이 하는 일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일
: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밝으며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인생은 살만하고 일하는 건 즐겁지요' 하는 자세로 일을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즐거움이 몸에 배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프로이케스톨렌 호스텔 리셉션에 있던 직원들을 제외하면 일에 찌든 지친 표정의 노르웨이인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거기도 응대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아서 업무 강도가 강한 문제로 힘든 것 같았습니다. 원래 노르웨이의 평균 노동 시간은 주당 27시간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죠. ㅠ.ㅠ
* 축산업
: 공장식 축산업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소, 양, 돼지 등은 모두 방목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우리들이 흔히 동화책에서 보는,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마음껏 풀을 뜯는 그런 방식의 방목입니다. 가축들의 표정까지 편안하더군요.
* 의사소통
: 아무리 영어를 못하는 노르웨이인도 영어를 웬만큼 하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잘 합니다. 큰 도시에서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노르웨이 국민이 아니고 대개 이주민(알바니아 등의 동유럽)이거나 집시(덴마크에서 집시 추방 정책을 펴는 통에 노르웨이로 많이 넘어왔다고 합니다)들입니다. 거리 악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허름한 행색의 이들마저도 노르웨이에서는 친절합니다. ㅠ.ㅠ
* 관광지
: 대부분의 관광지는 관리 수준이 매우 우수한 편이고 특히 미술관, 박물관 등의 전시 시설 수준은 최고입니다. 오슬로의 내셔널 갤러리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스발바르 박물관, 오슬로의 바이킹 쉽 박물관, 스타방에르의 석유 박물관을 강추합니다. 그냥 흔한 전시가 아니라 체험형은 기본이고 디스플레이 방식도 굉장히 관람객 친화적입니다. 입장료가 전혀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 호텔 집기
: 물가가 워낙 비싸기도 하고 채식을 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건조식품을 좀 가져갔는데 의외로 호텔에서도 커피 포트를 비치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호텔 로비에서 24시간 자유롭게 차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객실로 마음껏 가져가도 되기 때문에 객실에서 물을 끓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거지요. 여행 중에 베르겐에 있는 호텔(가족이 운영하는)에서만 봤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작은 커피 포트를 하나 사서 들고 다닐까 살짝 고민했었지요. 의외로 헤어 드라이어는 웬만한 호텔에는 다 있습니다(없을 줄로 알고 가져갔더니만. ㅠㅜ)
* 벌금
: 가끔 기본적인 벌금도 소득 수준에 따라 부과하기 때문에 과속 벌금을 1억이 넘게 냈네 어쨌네 하는 소식을 해외 토픽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는데 이게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벌금 수준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스발바르에서 야생화를 꺾으면 벌금이 5,000크로네(한화 714,000원)나 한답니다. 덜덜덜...
* 다산
: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답게 가정마다 세 아이가 기본입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이 엄청 많습니다. 올레순에서 묵은 호텔에는 아이들 놀이방까지 1층에 넓직하게 따로 마련해 놓았을 정도로 아이들을 배려하는 시설이 곳곳에 많습니다. 출산율 문제는 말로 해결하는 게 아니죠.
* 물가
: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서민 물가는 대략 2배, 외식비 등은 3배 정도 차이나는 것 같습니다. 외식비는 너무 비싸서 대졸 초임이 6,000만이 넘는 노르웨이에서도 자주 못 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