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더 이상 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2018년 6월에 사표를 던져 5,435일 동안 상담자로 살았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인생 season 2를 시작한 이후로 상담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
'인생 Season 2를 시작합니다')
그건 제가 상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어리석게도 상담에 뛰어든 지 15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담을 계속한다 해도 뛰어난 상담자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아서 입니다.
저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갖고 있지만 수련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상담과 심리치료에 대한 교육과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15년의 제 상담 경력은 그야말로 길거리 싸움과 다를 바 없는, 멘땅에 헤딩하는 무모한 시도와 공부와 고민으로 쌓아올린 겁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건축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눈 짐작으로 지은 집이 특이함으로 입소문을 타서 유명해진 것이나 요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대충 넣어서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우연히 기가 막힌 맛이 나서 맛집이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상담 및 심리치료 수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제가 도박 중독과 관련하여 책까지 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문외한이 수공구로 자신의 한 몸을 누일 오두막을 지을 수는 있지만 고층 아파트는 건설할 수 없는 것이죠. 건축 공학에 대한 기본이 없으니까요. 그 기가 막힌 맛집이 프렌차이즈 매장을 내는 순간 그 맛의 균일함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죠. 재료의 성질과 요리에 대한 기본이 없으니까요. 정확하게는 기본기가 없는 것이고 이 포스팅의 제목인 '격(格)'이 없기 때문입니다. 파격도 결국은 격이 있어야만 가능한 겁니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보여도 격이 없으면 잔재주는 어디까지나 잔재주일 뿐이죠.
게다가 건축 문외한이 지은 집이 무너지면 자기나 깔려 죽을 것이고, 요리 문외한이 만든 음식이 상하면 자신이나 식중독에 걸리고 말겠지만 상담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상담은 상담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담자 하나만 믿고 자신의 가장 깊은 마음 속 어려움을 꺼낸 내담자를 두 번 죽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상담을 한다는 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전문화된 수영 및 구조 기술을 갖추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신만 물에 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수영을 못하는 사람까지 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상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우선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상담자가 되고 싶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상담이 자신의 기질과 성격에 맞는지 분석해 본 후, 그 다음에 제대로 된 '격'을 갖추기 바랍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통해서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현란해 보이는 언변과 말기술로 유명해져도 그건 상담이 아닙니다. 그냥 말장난이자 사람의 마음으로 장난치는 사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실을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멈추세요.
덧. 그러면 상담자도 아닌 니가 왜 상담 supervision을 하고 있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제 잔기술은 정통 훈련을 받은 상담자에게는 도움이 되거든요. 그야말로 파격까지 배우고 싶은 고수에게 필요한 비법 소스라고 할 수 있죠. 그 소스를 언제까지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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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행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질문을 받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그 이유는 여행을 하면서 계속 바뀌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할 정도로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처음 여행을 다니던 당시에는 그저 신기한 걸 경험하는 게 좋았습니다. 낯선 이국 풍경과 음식, 문화, 자연을 접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으니까요.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한다는 어설픈 자만심(?)도 좀 있었던 것 같고요.
근데 10년 정도 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해 보니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수렴하더군요.
여행을 가면 나에게 익숙한 환경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 둘러쌓이게 됩니다. 시차도 다를 수 있고 날씨나 문화적 배경, 사람들이 사람을 대하는 스타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로 만든 음식 등을 통해 약간의 비현실감과 함께 전혀 다른 오감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평소 생활하던 곳과는 전혀 다른 사고를 하고 전혀 다른 시야로 사물을 보는 일종의 '파격'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Organizational Theory 중에 Garbage Can Theory(혹은 Model)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쓰레기통에 무엇을 넣든 쓰레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이론입니다.
기존에 내가 살고 있던 삶에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정서를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시나마 판을 갈아보는 것이죠. 여행은 바로 기존의 틀을 깨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좋습니다. 여행을 가는 곳이 자신이 살던 세상과 다를수록 더욱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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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할 집은 조개구이로 유명한 체인점 '갯벌의 진주'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신림역 근처에 있는 '갯벌의 진주'만 검색되는데 이곳은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부정적인 평으로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소문만큼 조개의 양이 많지 않다, 홀서빙 직원이 대부분 젊은 남자들인데 남자들끼리 가면 찬밥 대우이다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간 곳은 강남의 '갯벌의 진주'입니다. 예전에 소개드린
강릉집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사장님이 일본 MK 택시의 친절 서비스를 배워서 도입했다고 하는 곳이죠.
강남역에서 접근하실 분은 교보타워까지 걸어가셔서 행복한 약국이 나오면 우회전 해서 유명한 술집인 '한신 포차'를 마주보고 왼쪽 골목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시면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겉은 그리 화려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많을 때에는 가게 밖으로 대기줄이 늘어선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노란등으로 연결된 줄은 화장실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등입니다. -_-;;;
저녁 무렵에는 자리가 없어서 대기해야 하는 곳이라는데 운이 좋아서 입구쪽이기는 하지만 자리가 났습니다. 자리 이름이 1학년 4반이네요. ^^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정신 없습니다. 여기저기 톡톡 튀는 낙서에 재미난 소품들로 가득합니다.
홀에서 서빙을 하는 젊은 남자 직원들은 전체적으로 군발이 복장입니다. 야상(야전상의)까지 제대로 갖춰 입었고요. 주방 직원들은 일명 '깔깔이'로 무장을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길을 표시해 놓은 약도도 재미나네요.
조개구이 전문점이니 당연히 주 메뉴는 조개들입니다. 가장 많이 먹는다는 명품 조개모듬(구이)을 시켰습니다.
연탄같은 번개탄(?)을 연료로 석쇠를 올렸습니다. 안쪽에 보이는 것은 고구마를 묻어둔 것입니다.
기본 상차림입니다. 전채로 석화를 하나씩 주더군요. 가운데 있는 4개의 조개는 무양념(?), 위 아래의 4개는 매운 양념, 오른쪽 3개는 치즈를 올린 조개입니다. 안에는 마늘과 은행 등이 들어있고요.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왕새우도 2마리 있습니다. 왼쪽의 호일에 싼 것은 맛조개입니다.
다음 타자로 대기 중인 가리비와 기타 조개들입니다. ^^ 모두 살아있는 것들이고 아주 싱싱합니다. 입구 쪽의 수족관에서 신선하지 않은 조개들은 모두 골라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더군요. 다른 것은 몰라도 신선도 하나 만큼은 보장합니다.
지글지글 끓기 시작합니다. 적당히 익으면 종업원이 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줍니다. 굉장히 바쁜데도 직원들이 하나같이 아주 친절합니다. 설명도 잘 해주고요. 오히려 저는 너무 붙임성있는 모습이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여자분들에게는 더 친절한 듯 합니다. ^^ 뭐 그렇다고 남자들에게 불친절한 것도 아니더군요.
초고추장을 찍어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짭짤하니 맛있습니다. 아주 찰지더군요. 저는 특히 매운 양념이 맛있었습니다. 양념 조개를 다 먹고 나면 대기 중인 다른 조개를 올려서 구워 먹습니다. 석쇠에 올려놓으면 익을 때마다 입을 쫙 벌리니 그때 그때 꺼내서 먹으면 됩니다.
호일에서 국물(?)이 떨어질 때 쯤 되면 맛조개가 다 익은 것이죠. 꺼내서 발라 먹습니다. 역시 맛납니다.
양념 조개를 다 먹을 때쯤 가져다 주는 피조개 김치찌개(?)입니다.
익으면 보시는 것처럼 됩니다. 매콤하고 달달한 것이 아주 입맛 당기죠~ 소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침을 삼킬만 합니다. 캬~
조개를 다 먹고 나면 묻어두었던 고구마를 꺼내서 먹기 좋게 발라 줍니다. 입가심으로 먹으니 아주 그만입니다.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르지만 보니데가 지난번에 못 먹고 와서 한이 맺혔다는 '웃기시네 라면(4,000 원)'을 주문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맛조개를 비롯해 해물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라면 면발도 쫄깃쫄깃하니 잘 끓였지만 국물이 개운하고 시원한 것이 아주 예술입니다. 이것도 소주 안주로 그만이겠습니다.
꺼억~ 오늘도 과식했네요.
'갯벌의 진주'의 영업 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입니다.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으나 불법 주차 환영이랍니다. ^^
전화번호 : 02-544-8892
갯벌의 진주에서 조개를 배불리 먹고 나서 건너편에 있는 '원조 커피'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마무리가 훌륭합니다. 가격이 정말 착하죠. '앗~메리카노'가 1,500원, 원조 커피는 1,000원 밖에 안 해요. 제일 비싼 메뉴가 단돈 2,000 원입니다. 로고가 꼭 엔젤리너스 커피를 패러디한 것 같지 않습니까?
뜨겁지 말라고 끼워주는 홀더에 새겨진 문구가 재미납니다.
뒷면은 더 웃기네요. ^^
신선하고 맛있는 조개구이(양이야 주관적인 평가기준인데 저희는 배불리 먹었습니다),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인테리어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집에서 유일하게 제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니 계산을 하던 종업원이 2천 원을 빼주겠다고 제게 협상을 제의했던 것인데 바빠서 발급을 할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상습적으로 그런 제의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아마도 현금만 내밀었으면 그런 제의는 하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기분이 살짝 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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