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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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종이 위에 적힌 활자를 눈으로 읽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머리 속에 저장합니다.
중국의 건축가인 장친난은 우리가 책을 읽듯이 도시를 읽는 것도 가능하다(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건물을 글자, 도로는 구절, 마을은 단락, 공원을 삽화에 비유하면서요.
도시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그 도시에 살았던,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각 나라 사람들이 도시를 만들면서 투사했던 그들만의 삶과 문화가 독특한 도시를 만들었고 다시 그 도시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순환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도시를 읽음으로써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동시에 바람직한 도시의 형태라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방문한 15개 도시를 reading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 15개의 도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바르셀로나 - 개성 있는 매혹의 도시
* 브라질리아 - 거인의 잣대로 지은 도시
* 캔버라 - 자연의 도시
* 로스엔젤레스 - 자유와 개성으로 하나 된 도시
* 시카고 - 역사의 증인으로서의 도시
* 모스크바 - 웨딩케이크와 신발 상자의 도시
* 멕시코시티 - 선인장과 에네켄의 도시
* 상트페테르부르크 - 낭만의 도시
* 홍콩 - 인공 석림의 도시
* 싱가포르 - 아름다운 정원의 도시
* 맨해튼 -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도시
* 파리 - 공존의 도시
* 카이로 - 질서와 무질서가 조화된 도시
* 이스탄불 - 충돌과 융합의 도시
* 도쿄 - 소형 도시? 대형 도시?
(빨간색은 저도 가 본 도시)
15개의 도시를 리딩한 결과 저자는 1) 종합적 기능을 발휘해야 하며, 2) 도시 분포는 혼합 구조가 가장 좋으며, 3) 다양성을 담은 콜라주를 모델로 해야 한다며 리딩한 15개의 도시 중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이상적인 도시로, 시카고와 홍콩을 피해야 하는 도시의 형태로 결론 내립니다. 이러한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느냐는 읽는 독자의 몫이겠지요.
읽으면서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저도 가 본 도시를 리딩할 때는 익숙한 지명들이 반갑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면서 예전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는 등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건축 관련 책이라면 조금은 전문적이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책은 건축학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일종의 건축 에세이라서 저처럼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분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오히려 여행을 많이 다닌 분들(특히 도시 여행)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해 호기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조만간 러시아 여행 일정을 짜게 될 것 같습니다.
닫기
* 우리가 도시를 읽는 목적은 다른 도시와 차별되는 그 도시의 공동체 의식을 찾기 위한 것이며 이는 모든 이딩의 목적이기도 하다.
* 피겨그라운드 지도란 공간을 차지하는 건축물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도로, 광장, 공원처럼 실체가 없는 도시 공간을 여백 상태로 표시한 것이다.
* 도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평범하고 기본적인 '모체' 건축물이다. 머릿속에 각인된 정보를 통해 도시를 '읽고' 그 도시의 특징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모체이다.
* 여러 도시를 다녀본 결과 세계 어느 도시도 '순수하게' 기능만으로 지역을 구획한 곳은 없으며, '순수하지 않게' 구획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능 구획은 상대적이어야 한다. 즉 특정 기능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점을 보이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종합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주거 기능이 있어야 생명력이 강해진다.
* 오스트레일리아 건축사에서 주목할 점은 오스트레일리아 건축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캔버라 오페라하우스와 신국회의사당,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모두 외국인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 오늘날에는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 핀란드의 휴고 알바 헨릭 알토와 함께 '유기적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이들의 건축철학은 기계보다 자연을, 유행보다 개성을, 물질보다 영혼을 중시하는 것이다.
* 도시는 이렇게 인간이 중심인 주거 공간을 기초로 형성되어야 한다. 전통이 살아 숨쉬는 인간 중심의 공간을 없애고, 그곳에 살던 사람을 교외 신도시로 쫓아버리는 방식은 결국 도시의 주인 자리를 무미건조한 고층빌딩에 넘겨주는 꼴밖에 안 된다. 이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품위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몽골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을 간략하게 요약한 겁니다. 어떤 내용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참고만 하세요.
* 인터넷 환경
: 론플에는 몽골의 인터넷 환경이 좋은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폰도 안 터집니다. 고비 사막의 경우는 몽골 최고의 숙소인 Three Camel Lodge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신호를 잡으려고 차를 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도 속도가 느려 동영상 업로드는 상상도 못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홉스굴 Ashihai resort에서는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리조트 내 카페에서만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가능했는데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이미지 검색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 로밍은 물론이고 심 카드를 사와도 소용 없을 겁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상책이에요.
* 몽골 사람
: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몽골 현지 가이드들은 UB(울란바타르를 보통 이렇게 부릅니다. 그냥 시티라고도 해요) 사람들은 돈을 밝힌다고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봐도 별로 그래보이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 돈을 밝히는 사람들은 외국 여행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불법 택시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 치안
: 중범죄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솜씨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펍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탁자마다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현지인들도 뒤로 메는 가방은 잘 안 멘다고 할 정도에요. 사람들로 붐비는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오히려 여행자가 조심해야 할 위험은 길을 건널 때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교통 신호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녹색불로 바뀌었다고 그냥 건너면 안 되고 반드시 좌우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호 없이 끼어들기, 중앙선 유턴 같은 건 그냥 하는 수준이거든요.
* 택시
: 공인 택시는 2~3개의 택시 회사에서만 운영하며 이것도 국가에서 승인하는 면허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차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지인들은 그냥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워 요금을 흥정하고 타고 다닙니다. 문제는 외국인의 경우 적정 요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기 쉬워서 숙소에서 이동할 때 미리 호텔 직원들에게 적정 금액을 물어두고 타기 전에 흥정을 해서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론플에는 불법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해 금품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밤 늦게 타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럴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공공 교통 수단
: 울란바타르의 경우 택시, 버스, 저상 버스, 전차까지 다양한 교통 수단이 실제로 운행되고 있지만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소매치기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용을 권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통편이 많지 않아 현지인들도 대부분 자기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평일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항상 붐비는 편이고 출, 퇴근 시간에는 보행 속도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차가 심하게 막힙니다.
* 동물
: 울란바타르에는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이 꽤 있어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골, 특히 유목민의 경우는 대부분 개를 방범견으로 기르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사나우며 외지인이 다가가면 무섭게 짖고 물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몽골 지방 여행을 할 때 꼭 익혀야 하는 현지어가 '노호이 호르'(개를 좀 잡아주세요)라고 하니 말 다했지요. 상대적으로 고양이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여행 중 유목민 게르에서 딱 한 마리 보았는데 쥐를 잡는 목적으로 함께 사는 수준입니다. 시골에는 소, 양, 염소, 말, 낙타 등이 많이 있으나 방목해서 기르는 가축의 수준이고 반려동물은 아닙니다.
* 벌레
: 고비 지역에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여행 내내 모기는 한번도 못 봤고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전자 모기향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다만 고비에서 저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까지 모기가 극성이었고 도착하기 며칠 전에 다행히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고비 사막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홉스굴 지역에는 호숫가 주변에 각다귀가 많지만 피해가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몽골 여행 내내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레는 고비에서도, 홉스굴에서도 파리였습니다. 달려들기까지는 않지만 앵앵 소리가 거의 진주만 폭격기 수준의 소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거슬립니다.
* 돈
: 동전은 없으며 최대 2만부터 1만, 1천, 500, 100, 50까지 지폐만 있습니다. 단위가 투그릭인데 100, 50투그릭 지폐를 제외하고는 모든 얼굴이 칭기즈칸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게 숫자를 잘 확인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투그릭을 쓸 때 상대방이 거스름돈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심지어 대형 리조트에서도) 잔돈을 받으면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마트에서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를 낼 때, 팁을 줄 때에도 잔돈이 필요하거든요.
* 생수
: 숙소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른데 울란바타르의 캠핀스키 호텔 같은 경우는 매일 500미리 생수를 두 병씩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비 사막에 있는 Three Camel Lodge의 경우 Eco Lodge이기 때문에 PET병의 사용을 자제하므로 매일 정수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2리터씩 제공하더군요. 역시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서 다니는 걸로 충분했고 가이드가 차량에서 따로 물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챙길 필요는 없었습니다. 홉스굴 지역의 Ashihai Resort는 뜨거운 물은 수시로 제공하지만 찬물은 없어서 생수를 마시려면 구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700미리 한 병에 3,000투그릭이나 해서 놀랐죠. 즉 케바케입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마켓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의 경우는 마켓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때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몽골은 여름철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낮은 대신 충분한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조금만 물 마시는 걸 게을리 하면 탈수 증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 음식
: 몽골은 고기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음식에 고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식주의자는 음식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데 호텔급 숙소나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채식 메뉴가 있지만 local restaurant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채식 메뉴를 주문해도 원래 있던 메뉴 중 고기를 밥으로 대체해 주는 수준입니다. Three Camel Lodge에서는 매우 훌륭한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사실상 몽골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 마켓에서 장을 봐도 과일과 채소는 매우 비싸기 때문(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싼 경우가 많음)에 배낭 여행자가 채식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전기
: 220V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에 문제가 없으나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조명은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공급받지만 전자 기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은 인근 도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고비 지역은 달란자드가드, 홉스굴 지역은 므릉시에 문제가 생기면 끊깁니다. 제가 여행하던 시기에도 고비 지역은 꽤 자주, 홉스굴 지역은 한 번 전기가 끊겼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 기기를 수시로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무엇보다 보조 베터리를 반드시 가져가세요. 보조 베터리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 팁
: 몽골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지만 관광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숙소의 메이크 업 비용이나 드라이버에게 적정 수준의 수고비를 주는 정도는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식당에서 팁을 남겨 놓고 나오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울란바타르의 경우는 계산서에 기본적인 세금이 따로 붙어 나오는데다 특이하게도 도시세(1%)라는 항목도 있어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금액에 비해 최종 지불하는 금액 차이가 꽤 납니다. 다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일반직의 한달 월급이 50만 투그릭에 불과하다고 하니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는 가능하면 일부로라도 수고비를 챙겨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선물
: 기념품으로 가죽이나 털로 된 제품이 인기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가죽 처리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지 매장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확인하고 구입하는게 좋습니다. 반대로 비건이라면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세공품은 조잡하거나 너무 화려하여 기념품으로 부적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의 초원 풍경을 그린 작은 그림이 괜찮아서 몇 장 구입했습니다(국영 백화점 7층 기념품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몽골 보드카(칭기스 골드 라벨)도 추천할 만합니다.
* 날씨
: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실제로 몽골은 연교차가 워낙 커서 여름에는 35도까지 올라가고 반대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까지 떨어집니다)하여 지역에 따라 여름철 기준으로 낮을 때는 15도에서 높을 때는 35도까지 오르내리므로 여름철에 여행을 한다고 해도 한여름에서 초겨울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옷을 준비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반바지부터 윈드 브레이커까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이 대부분 옷으로 채워집니다.
* 에어컨
: 울란바타르를 제외하면 에어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호텔 정도가 아니라면 에어컨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새로 지은 건물의 샵 정도입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표적인 곳인 국영 백화점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덥습니다. 시골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비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낮에도 그늘만 들어가면 견딜 만하고 홉스굴 지역은 온도 자체가 낮아서 그렇게 덥지 않습니다. 또한 고비나 홉스굴 모두 밤에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습도도 낮아서 탈수가 오기 쉬우니 그야말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ㅡㅡ;;;;
* 도로 사정
: 울란바타르 시내는 모든 도로가 포장되어 있으나 교통량이 많아 혼잡하며 교외로 가면 비포장 도로가 많습니다. 다행히 테를지 지역까지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서 당일 투어를 다녀오는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굴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3년 전의 20시간에서 현재는 하루 만에 차량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므릉에서 하츠갈로 가는 도로는 아직 포장이 안 된 곳이 많아서 4륜 구동 차량이 필요합니다. 고비 지역은 거의 포장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낫습니다. 공항만 벗어나면 곧바로 길도 없는 비포장이니까요.
* 여행 준비
: 울란바타르, 홉스굴, 고비 모두 가이드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교통편 이용과 음식(비건이라면 특히) 주문에서 애로 사항이 꽃필 수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섭외를 완료하거나 최소한 현지에서라도 가이드를 꼭 구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영어 가이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언어
: 몽골어는 우리 말과 어순이 동일해 말을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문법의 이야기이고 발음이 아주 헬 수준으로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해도 제대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울란바타르에서는 그나마 영문 병기가 되어 있어 괜찮지만 지방으로 가면 키릴 문자만으로 표기되어 있어 아주 답답함(가이드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 몽골에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고 한류 때문에 한국말을 할 줄 알거나 최소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으니 말조심해야 합니다. 몽골이나 몽골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공공 장소에서는 안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 한류
: 현재 개발붐(울란바타르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한류 때문에(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몽골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함) 한국을 모방하는 게 많습니다. 아파트 건축 스타일, 옷차림, 화장법도 많이 비슷하고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과 수퍼마켓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 간판도 가끔 보여요. 울란바타르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옷차림의 미묘한 차이만 빼면 서울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합니다.
* 환경
: 몽골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는 샤머니즘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환경 보호가 몸에 배어 있어 가이드들이 눈에 띄는 족족 쓰레기를 주을 정도입니다. 가축도 거의 방목으로 기르며 공장식 축산을 싫어합니다. 도축할 때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하네요.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최근 한국의 개발 지상주의를 도입하면서 지나치게 급속하게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빈부격차
: 부패가 심하여 몇몇의 기업가와 국회의원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한데 생활 물가가 서울에 근접하는데 비해 소득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매우 머리가 좋거나 집안의 배경이 좋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체감하는 수준이더군요. 우리나라의 판박이 같은 상황이라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 중독
: 몽골인들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론플에서도 취한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조심하라고 대놓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알코올 중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도박을 즐기는 몽골인도 굉장히 많다고 하니 숨겨진 도박 중독자의 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나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전문가가 전무해서 제대로 care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 문
: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문이 매우 협소해서 처음 봤을 때 대체 손님이 들어오라고 만든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만들거든요. 문을 자그마하게 만드는 이유는 혹독한 겨울 때 단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시차
: 원래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데다 여름철에는 서머타임 제도가 있어 시차가 없습니다. 한국 시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환전
: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 사설 환전소가 있으며 국영 백화점 1층에도 환전소가 있습니다. 호텔에서 환전을 하나 국영 백화점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나 100불 당 500원 정도의 환율 차이만 있기 때문에 아주 큰 돈을 바꾸지 않는 이상 편한 곳에서 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몽골 투그릭은 국내에서 재환전할 수 없으므로 비용을 잘 계산하여 중간중간에 환전하고 다 써야 합니다.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가장 좋으며 100불 짜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100불짜리 달러만 준비해 가면 됩니다. 관광지에서는 간혹 달러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투그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절히 환전하고 남은 돈 없이 현지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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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죠. 선진국이 아니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테러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상시화된 현상입니다. 시리아, 레바논, 케냐, 나이지리아, 필리핀, 태국에 이르기까지 테러의 위협에서 안전한 나라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죠.
일 년에 한 번에서 두 번쯤은 해외로 여행을 가기에 어디에서 테러가 발생했다고 하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2013년 8월에 케냐 여행을 다녀온 직후인 9월 수도 나이로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가 쇼핑몰을 급습하여 30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낸 테러를 저지른 바 있죠. 한 달만 늦게 여행을 갔어도 그 자리에 제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은 국제 분쟁과 테러리즘에 대한 세계적 석학 중 한 명인 찰스 타운센드(Charles Townshend)가 썼습니다.
우선 목차부터 보시죠.
1장. 테러리즘의 난제들
2장. 십자군 전사와 공모자들
3장. 공포정치의 시대
4장. 혁명적 테러리즘
5장. 민족주의와 테러
6장. 종교적 테러
7장. 대 테러리즘과 민주주의
목차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테러 혹은 테러리즘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간단하게 규정될 수 없는 복잡한 현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타운센드 교수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건 테러리스트라는 건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개념입니다. 우리에게는 독립운동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도 일본의 입장에서는 극렬 테러리스트에 불과하겠지요.
그래서 이 책에는 정권을 잡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에 의존해야 하는 극렬단체 뿐 아니라 국가라는 절대 권력이 자행하는 국가 테러에 대해서도, 테러리즘의 자양분이 되고 있는 민족주의, 종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일반인을 위해 실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하는 책을 1레벨, 전공자와 전문가를 위한 탐독서를 3레벨로 분류할 수 있다면 이 책은 2레벨 어디쯤에 속하는 책입니다. 관심은 있지만 개념 정의와 구분에 애를 먹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수준의 책이지요. 그래서 제목도 very short introductiion인가 봅니다.
제목에 걸맞게 250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에 외투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판형으로 출판되어 어디서나 쉽게 꺼내 읽을 수 있게 구성한 책입니다.
테러리즘이 만연한 시대에 테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픈 분들께 추천합니다.
닫기
* 지금까지 논의에서 테러의 세 가지 핵심적인 동기가 확인되었다. 응징, 위협, 그리고 정화
* 지난 세기에 걸쳐 비 국가 조직의 테러리즘보다 훨씬 대규모 학살을 저지른 국가 테러가 비 국가 테러리즘에 비해 더 미약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
* 혁명에 대해 가장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정의는 "근본적인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야기할 목적으로 기존의 정부 체제로부터 권력을 찬탈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 '개인적 테러(individual terror)'의 개념은 근대적 폭력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지표이다.
* 달리 말해 근대의 많은 테러리스트 행위의 기반은 인종적이거나 민족적이다.
* 테러리즘에 의해 위협받는 것은 확실히 민주주의보다 자유주의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2002년 7월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으로 올해 여름에 다녀온 아프리카 케냐까지 외국을 총 21번 정도 나갔더랬습니다. 물론 다녀온 곳을 날짜 순으로 정리하고는 있지만 한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해서 지금까지는 가 본 나라를
온라인 지도에 표시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왔습니다(2013년 8월 현재 세계 중 8%).
그런데 이건 온라인 서비스라서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고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나 볼 수 있는거니까요.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집에서 다녀온 곳도 회상하면서 추억에 젖어볼 수도 있고 앞으로 여행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워밍업을 해 보고 싶기도 해서 오프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도를 구입했습니다.
이탈리아 회사인 Palomar SRL에서 제조한 Pin Wall Map입니다. 뉴욕, 파리, 런던 등 유명한 도시를 지도로 옮긴 것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한 도시를 꼼꼼하게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세 곳 모두 아직 안 가봤기에 일단 세계 지도를 구입했습니다.
130 X 70cm으로 벽에 붙이면 대충 이 정도의 크기가 나옵니다. 저는 파란색 바탕의 지도를 선택했습니다만 검은색도 있습니다. 검은색이 더 고상하기는 하겠지만 눈에 잘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파란색으로 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이건 유럽의 모습인데 주요 도시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고 핀을 꽂을 수 있도록 구멍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빨간 색 핀은 기본 15개가 들어 있고 30개 들이 세트로 추가 구매할 수 있습니다(8,500 원).
Polymer felt 재질로 100% 재활용 가능하고 세탁도 할 수 있습니다. 꽤 두꺼운 재질이라서 핀을 꽂기에 용이합니다. 여행 사진이나 항공권, 티켓 등을 함께 붙이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그동안 꽤 많이 돌아다닌 것 같네요. 아직 남미 대륙 쪽이 휑한 것이 눈에 거슬리는데 거기도 언젠가 핀을 꽂을 날이 있겠지요.
아무래도 이탈리아 수입품이다보니 49,800 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벽에 고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양면 테이프로 4면을 둘러서 붙여 봤지만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은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결국 벽지가 상하더라도 확실한 접착을 위해 글루건을 쏴서 붙여 버렸습니다. 나중에 뗄 때 벽지의 손상은 피할 수가 없겠지요.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산업용 벨크로 테이프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재질 자체가 일종의 펠트인데다 꽤 무겁기 때문에 웬만한 테이프로는 고정이 되지 않으니 구입하실 분들은 계신 곳의 벽지를 확인하고 고정할 방법까지 고민하고 구매하셔야겠습니다.
어쨌거나 벽에 붙여두고 지나다니면서 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여행 관련 아이템입니다. 만족스럽네요.
★★☆☆☆
이미지 출처 :
YES24
친일 부역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입니다. 친일파를 숙청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부역자를 선별하고, 어떤 벌을 가해야 할까요? 대전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과 행동 수칙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치에 협력한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한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도서 전문 월간지 '리르(Lier)'의 편집장이며 유명한 전기 작가인 피에르 아술린(Pierre Assouline)이 썼는데 1940년 6월 18일 샤를 드골 장군이 프랑스의 패배를 인정한 뒤 독일군에게 점령된 파리가 1944년 8월 21일 해방된 이후로 진행된 나치 부역자에 대한 숙청 기록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언론과 문단에서 활약한 지식인들을 특별히 가혹하게 처벌했는데 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통해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퍼뜨려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물질적인 이득을 톡톡히 챙긴 기업가들 중에는 면죄를 받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죠. 나중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구형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지만 최소한 1만 명이 넘는 기자와 작가가 처벌을 받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의 목숨으로 죄값을 치렀습니다.
당연히 그 중에는 이중간첩처럼 행동하거나 박쥐처럼 잽싸게 레지스탕스 측에 붙어 목숨을 구걸한 사람, 인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 나간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추잡한 모습도 엿볼 수 있죠.
프랑스와 달리 이미 해방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친일 부역자와 그 자손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한 우리나라의 경우 설사 청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판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역 혐의가 짙은 판사들이 공판의 선고를 담당해 같은 부역자를 처벌했던 프랑스의 희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어는 빠져나가고 피래미만 처벌받는 일도 당연히 생길테고요.
그냥 막연히 친일 청산이라는 대전제만 생각하다가 구체적인 그림을 한번쯤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먼 프랑스의 이야기라서 몇몇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인물 대부분을 잘 모르는데다 이 책이 연대기의 형식을 빌고 있어 완급이 없고 문체까지 건조한 바람에 지루하고 꽤 힘든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차마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덧. 그래도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