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학대학원 공학계연구과의 건축학 전공 마에 마사유키 교수가 쓴 책으로 친환경 에코하우스와 관련된 28개 issue를 다루고 있습니다.
에어컨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친환경이 아니니 주택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하여 에어컨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여름보다 겨울을 중시해서 설계해야 한다, 수직 보이드 공간을 주 통풍을 통해 냉방하는 건 어렵다, 어떤 방향으로든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 설계를 해야 한다, 창을 너무 크게 만드는 건 방이 어두울 수 있다, 수직 보이드 공간은 온풍도 바닥에 도달하지 않는다 등등
뭔가 대단한 패시브 하우스의 맹점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봤지만 결론은 괜히 봤다 싶을 정도의 활자 낭비 도서입니다. e-book으로 읽어서 불필요한 나무의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안심 포인트일 정도입니다.
일본 이야기라서 우리나라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고려하더라도 이 책의 지은이는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거의 없는 듯 했습니다. 열회수 환기 장치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해 보이고 복사 냉난방 시스템에 대해서도 모르는 듯 에어컨 예찬론자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실링팬으로 높은 층고에서 발생하는 대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 창문을 사용한 환기를 기본값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몰라 e-book으로 구매해서 읽었는데 다행입니다. 패시브 하우스를 짓고 싶은 분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건축주도 전혀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아니 오히려 말리고 싶은 책입니다. 읽지 마세요. 시간과 책값이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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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가 짓고 싶은 집 설계 계약을 했습니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계약 후 그동안 제가 원하는 집에 대해 정리해 둔 보고서(?)를 건축사 사무소로 보냈습니다. 제가 원하는 집의 컨셉, 평소 삶의 패턴, 구조와 인테리어, 조경과 태양광 및 패시브 하우스 등 원하는 것을 정리한 내용을 관련된 사진 자료까지 첨부하여 보고서를 만들어 두었는데 A4 용지로 대략 23페이지 정도 분량이 나오더군요. PDF 파일로 변환하여 보냈습니다.
사실 이것도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private한 내용이 많아 남부끄러워서 도저히 못하겠네요. 그래도 평소 꼼꼼히 정리해 두었더니 설계를 맡은 소장님께 큰 도움이 되었다는 칭찬을 들었네요. 예비 건축주들은 평소에 틈틈이 정리를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7월 11일에 계약을 하고 7월 28일에 첫 계획안을 받았으니 17일 만입니다. 건축 설계라고는 평생 처음이니 이게 통상적인 속도인 건지 빠른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4페이지로 구성된 평면도와 계획안에 대한 설명서 파일을 따로 받았습니다.
1페이지는 제가 산 필지의 주변 현황도입니다. 1/400 scale입니다. 분양 시행사와 계약된 토목 회사에서 제공받은 수치 지적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라 현황 측량 후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충 봐도 북서쪽 경사가 굉장히 가파른 걸 알 수 있습니다.
건물 배치도입니다. 북서쪽 경사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건물을 정남향이 아닌 동남향으로 배치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로 짓기 위해서는 최대한 단순한 모양을 하는 것이 좋은데 거의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1층 공방입니다. 가운데 부분이 필로티 구조로 비어 있어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쪽이 창고 2개와 지하 주차장입니다. 위쪽이 공방이고 여기에 기계실과 공방의 탕비실이 포함됩니다. 옹벽으로 되어 있는 뒤쪽으로 2층인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텃밭은 1층에 있고 정원은 옹벽 위에 올려서 2층에서 접근하게 입체적으로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공방 면적이 최소 20평이 넘어야했기에 이 계획안은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1층은 전면 수정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2층은 목구조 건물로 서남쪽의 진입로로 현관에 접근하게 됩니다. 현관 앞에 주차 공간을 만들었고요. 60평 기준으로 주차 대수를 2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1개는 1층 지하로, 나머지 1개는 현관 앞 옥외 주차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처마가 있는 포치를 두어 택배를 젖지 않게 쌓아둘 수 있게 구성하였고 도로에서 현관이 보이지 않도록 해 privacy를 지켜줍니다.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옆 오른쪽에 서재가 있고 중문을 지나면 곧바로 넓게 개방된 거실을 만나게 됩니다. 남동쪽과 북서쪽으로 마주보는 거대한 통창을 구성하였고 대면형 주방을 중심으로 왼쪽 복도는 침실로, 오른쪽 복도는 욕실로 연결됩니다.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건식으로 구성하고 조적 욕조로 욕실을 따로 만들고 창을 통해 외부 테라스의 풍경을 보면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드레스룸을 만드는 대신 침실을 넓게 구성하고 한쪽벽을 모두 붙박이장으로 구성하여 수납 공간을 확보하였습니다. 침실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베란다 공간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마음에 쏙 들었으나 공방 면적이 턱없이 부족한 것과 집에 들어갈 때 계단으로만 올라가야 해서 휠체어 진입이 안 된다는 점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제가 요청한 대부분의 내용을 기가 막히게 반영했네요.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수정안이 나오면 다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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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을 땅을 구했다면 이제 설계를 해야겠지요.
본인이 건축가가 아닌 이상 당연히 자신의 집을 설계할 건축사를 찾아 계약을 해야합니다. 원래 제대로 된 설계를 했다면 세부 공정 과정이 빼곡하게 적힌 최소 수십 페이지 분량의 설계 도면(거의 책 수준)이 나와야 하는데 슬프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단독 주택을 짓는 건축주의 99% 이상이 제대로 된 설계를 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몇 백만 원 수준의 대략적인 설계만을 의뢰하는데 이는 흔히 허가방 도면으로 불리는 설계도로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설계도로는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없으며, 세부 공정이 생략되어 있으니 시공사에서는 그냥 자신들이 짓던 노하우대로 짐작해서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하자가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설사 비교적 집 짓는 노하우가 있는 시공사에서 지었다고 해도 흔히 이야기하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난방비 폭탄을 맞게 되며 금방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는 단독 주택이 되는 겁니다.
반대로 설계를 제대로 하면 집을 짓는 모든 과정과 자재의 스펙(제대로 된 설계도에는 스펙북이 딸려 나옵니다)까지 모두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공사는 설계도대로만 지으면 됩니다.
설계를 제대로 한다는 건 예상 건축비의 최소 10%를 설계에 투자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만약 총 건축비가 5억 원이라면 최소 5천 만원을 설계비에 사용한다는 말인데 언뜻 보면 엄청난 액수같지만 이걸 아끼려고 허가방 도면을 사용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제대로 된 집짓기는 물 건너 갔다고 보면 됩니다.
제대로 된 건축사를 찾으려고 검색하다 패시브 하우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외부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끌어다 쓰는 액티브 하우스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집 안의 에너지를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외부 에너지를 최소로 사용하여 실내 온도와 공기질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집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핵심 조건이 요구되는데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열교환환기', '열교없는 디테일'이 그것입니다. 그 밖에 겨울철 일사 에너지 확보를 위한 큰 남향창 설치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난방비 폭탄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제대로 된 집짓기를 위해 검색을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패시브 하우스가 아닌 집은 사실 상 집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초기 건축비가 더 들더라도 패시브 하우스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건축사 중에 단독 주택 설계를 주로 하는 분의 수가 너무 적은데다 더더욱 패시브 하우스 설계를 하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최종적으로 현재 한국패시브건축협회장을 맡고 계신 최정만 소장님(
자림이앤씨건축사무소)께 설계를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에 한번 contact을 하기는 했는데 그동안 60권 정도의 국내 건축 관련 책을 읽으면서 제가 원하는 집의 컨셉을 정리했고 대략적인 구조도도 그렸으니 몇 개월 동안 다시 정리해서 내년 봄에 설계를 의뢰하려고 합니다.
일단 내년 중에 설계도가 나오면 분양사에 넘겨서 형질 변경, 토목 공사, 건축 허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패시브 하우스 건축을 위한 시공사와 인테리어 전문 회사와도 이메일로 contact을 해 둔 상태인데 설계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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