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모든 supervision은 대면으로 진행해 오던 것이 지극히 당연한 관례였습니다. 그러다 2019년 말에 팬데믹이 터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주도하에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행되었습니다. 모임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학회도 비대면 supervision을 한시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이 3년이나 지속되었고 올해가 되어서야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죠.
한국상담심리학회는 2023년이 되면서 지금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비대면 supervision을 50%까지만 인정하는 것으로 시행 세칙을 수정했습니다. 원래는 100% 대면만 가능했던 과거로 회귀하려고 했지만 회원들의 반발로 어쩔 수 없이 50%를 인정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리고 1년의 유예 기간을 주었으니 2024년부터는 다시 100% 대면 supervision만 가능하도록 제한할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과 관련하여 3년 간 비대면 supervision을 진행해 온 supervisor의 입장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돌리면서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화상 프로그램 사용법도 새롭게 익혀야 했고 웹캠 등 장비도 구매하고 대규모의 동시 접속자를 소화하기 위해 유료 계정도 새로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지만 결국은 적응했죠. 시스템에 적응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이게 과연 대면 supervision만큼 효과적일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아니었습니다. 대면 supervision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걸 체험했거든요.
장점1.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절약
예를 들어 제가 평일 저녁 7시~9시 타임에 2시간 동안 스터디 카페를 빌려서 8명 대상의 group supervision을 진행한다고 해 보죠. 저를 포함해 총 9명이 평일 퇴근길 북새통을 뚫고 스터디 카페로 모여야 합니다. 교통비와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정신적인 피로도, 거기에 대충 저녁을 떼우거나 supervision이 끝나고 늦은 저녁을 먹거나 아예 굶어야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supervision 자료는 문서로 9부를 출력해야 할테고(개인 정보이니 나중에 모아서 파쇄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입니다) 스터디 카페 이용료는 덤입니다.
하지만 비대면 supervision으로 진행하면 다들 퇴근 후 자기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여유있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퇴근이 늦어져도 직장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도 있고 정 안 되겠으면 주차된 자신의 차 안에서 접속할 수도 있죠. 각자 다른 공간에 있으니 저녁을 먹으면서 참여할 수도 있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워킹맘은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도 함께 공부할 수가 있습니다. 자료는 온라인으로 공유하니 supervision이 끝난 후 외부에 유출될 위험 없이 안전하게 삭제할 수 있고 저장을 한다 해도 자신의 PC에 저장되니 쓸데없는 종이를 낭비할 필요 없고요. 당연히 하나의 장소로 모이기 위한 추가 비용(교통비, 스터디 카페 비용)도 전혀 없습니다.
장점2. 공간의 한계 타파로 교육 기회 확대
저는 현재 개인적으로 2주에 한 번꼴로 오픈 supervision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공개 사례 회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원래는 비대면 업무를 하는 김에 공개 supervision을 해 보면 어떨까 하여 시험적으로 실시한 것인데 그야말로 엄청난 호응에 힘입어 어느새 56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은 의외로 지방에 계신 선생님들이 많이 들어오시더군요. 아무래도 supervisor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 계신 선생님들은 supervision을 받고 싶어도 기회 자체가 없으니까요. 이제는 해외에서 시간을 맞춰 접속하는 선생님들까지 생겼습니다. 그만큼 비대면 supervision은 공간의 한계를 부숴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장점3. 좀 더 효율적인 supervision 가능
다른 supervisor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비대면 supervision을 진행할 때 모든 자료를 PDF 파일로 변환하여 화상 프로그램 사용 시 공유창에 띄웁니다. 그리고 전자펜으로 자료에 직접 필기를 하면서 설명합니다. 그래서 제 supervision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제가 보는 자료의 정확한 위치를 동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대면으로 supervision을 할 때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문서로 출력된 자료를 보기 때문에 제가 설명을 할 때 어디를 설명하는지 찾지 못해 헤매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죠. 전자 파일을 사용하면 그럴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supervision 중 공부에 참고하라고 제 블로그의 해당 포스팅이나 관련 자료의 링크를 자주 띄워 보여줍니다. 대면으로 supervision을 하면 이렇게 즉각적인 대응이나 자료 제공이 불가능하거든요. 화상 supervision이 가지는 강력한 장점입니다.
그렇다면 비대면 superivsion의 단점은 없을까요?
없습니다. 이 포스팅을 하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비대면 supervision의 단점을 못 찾겠더군요. 억지로 하나 찾아보자면 있기는 합니다. 대면/비대면 여부를 supervisee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비대면 supervision에 적응할 생각이 없는 supervisor들의 수익이 줄겠지요.
나는 새로운 걸 익히는게 귀찮고 그럴 생각도 없으니 그냥 기존에 하던대로 supervisee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와야 하고 자신은 상석에 앉아서 에헴하며 권위를 누리고 싶은 supervisor들은 대면 supervision을 포기하기 싫을 겁니다. supervisee들이 지옥철에 시달리든, 추가 교통비를 지불하든, 저녁을 굶는 일이 생기든 그들은 알 바 아니겠지요.
한국상담심리학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랍니다. 굳이 수련생을 위한다는 명분까지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면 supervision만 가능하도록 제약해서 잃게 되는 것과 비대면 supervision을 계속 허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비교해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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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테크 카테고리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옵니다'라는 글을 쓴 게 작년 3월이었는데 퍼펙트 스톰은 아직 안 왔죠. 그건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경제 불황을 막고자 미친듯이 돈을 푸는 바람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2020년에 터졌어야 할 부채 위기의 폭탄이 그동안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거품을 더 키우면서 폭발력이 강해지는 중입니다. 언제 터질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당장 오늘 터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급속하게 부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이 책은 '화폐 전쟁', '화폐의 몰락'으로 이름을 날린 금융전문가 제임스 리카즈가 코로나 사태 이후의 경제를 전망한 책입니다. 그는 2020년 이후 세계 경제가 1930년 대 전세계를 덮친 대공황을 뛰어넘는 '신 대공황'에 진입했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그는 lockdown 정책을 힘주어 비판하는데요. 봉쇄 정책이 초래한 경제 붕괴는 수년간 세계 경계가 고도 성장을 지속한다 해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세계는 세 차례의 팬데믹과 네 차례의 금융위기를 경험했지만 이들이 겹친 경우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처음이죠. 바이러스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겁니다. 인류는 이런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바이러스로 발생한 금융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저자는 말하죠.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디플레이션을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백신이 공급되어도 바이러스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저축률은 크게 증가할 것이고 소비 지출과 화폐유통속도가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경기 불황에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비자 물가 지수는 억제되고 있지만 이미 밥상 물가는 폭등하는 중이죠. 미국을 비롯해 세계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자 노력해도 코로나 사태는 생각만큼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마음 편하게 소비에 지출하지 못하고 지갑을 닫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공급 체인이 붕괴된 상태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더딘데다 생산된 상품이 빠르게 소비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저자는 세계의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이 MMT에 따라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할텐데 이건 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므로 자칫 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면 시스템의 붕괴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미 그레이트 리셋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죠.
그렇다면 개인은 이러한 신 대공황 사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하면 결국 답은 분산 투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거품이 잔뜩 낀 자산시장의 막차를 타면 지옥행 열차에 탑승하게 될 수 있다는 거지요. 제가 몇 년 전부터 늘상 해오던 말과 같습니다.
물론 저자가 화폐 전문가인데다 금을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하는 사람인만큼 이 점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듣는 현명함이 필요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인류는 사상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이 어려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당연히 수반되게 마련인 경제 침체나 불황(꼭 대공황이 아니더라도)에 대비하는 준비를 하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닫기
* MMT는 그것이 주장하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무시하고 있는 것 때문에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문제는 화폐 발행에 대한 법적 제한 여부가 아니라 심리적 제약 여부에 있다. 화폐의 실제 근원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신뢰다. 거래를 하는 두 당사자가 거래의 수단이 화폐라는 사실을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믿는다면 사회에서 거래의 수단은 곧 화폐가 된다. 신뢰는 자칫 잘못하면 깨지기가 쉽고 한 번 잃고 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MMT의 가장 큰 허점은 신뢰를 당연시한다는 데 있다. MMT의 또 다른 맹점은 바로 화폐유통속도와 회전율이다. 화폐유통속도는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화폐유통속도는 연준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화폐유통속도는 심리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다. 즉 개개인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준의 화폐 인쇄기로는 화폐유통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정책 도구로서 통화주의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이다. 화폐유통속도는 행동과 관련된 강력한 현상 중 하나다.
* 현재 MMT가 중요한 이론으로 부상한 이유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해서가 아니라(효과가 없다) 의회가 무제한 정부 지출을 승인하고 연방준비제도가 정부의 부채를 화폐화하기 위한 근거로 삼을 만한 경제 이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연구에 따르면, GDP 대비 부채 비율 90%는 단순히 높은 수치가 아니라 물리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임계 문턱값이다. 어떤 값을 기준으로 단계적 전환이 일어나 상태가 달라지는 경우, 그 값을 임계 문턱값이라고 부른다. 임계 문턱값인 GDP 대비 부채 비율 90%에 다다르면, 일단 먼저 케인스 승수가 1이하로 떨어진다. 부채 1달러를 지출하면 1달러 미만의 GDP가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즉 부채를 늘려도 순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부채에 대한 금리가 상승하면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증가한다. 현재 코로나 19 팬데믹 관련 부채의 경우, 그 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선호한다. 인플레이션은 정부 부채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줄여주고 은행과 같은 금융 기관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재무부와 은행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연방준비제도는 디플레이션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 연준의 관점에서 보면, 물가가 상승하면 경기 부양과 실업률 감소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그로 인한 위기가 현실이 되면 미국 정부는 적절한 인플레이션을 필요로 할 것이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연준은 그 방법을 모른다.
* 투자와 관련된 방법론과 조언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이것만은 꼭 기억하기 바란다. 투자의 기본은 계속해서 정보를 구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투자하고 잊어버려라(set it and forget it)'라는 월스트리트의 표어는 돈을 잃기 딱 좋은 방법이다.
* 분산 투자에 대해 말하자면, 분산 투자는 효과가 있다. 분산 투자는 위험 부담 없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문제는 투자자 대부분이 분산 투자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 2021~2022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대한 우리의 예측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디플레이션(또는 강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우세하게 나타날 것이다.
- 주가는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
- 금리가 더 하락할 것이다.
- 채권의 랠리가 지속될 것이다.
- 금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다.
- 코로나 19 경기 회복은 더디고 약하게 진행될 것이다.
- 실업률은 10%대에 머물 것이다.
-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다.
-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다.
- 달러는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이다가 2022년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 석유 가격은 생산량 감소와 제재에 따라 예상을 뛰어 넘는 호조세를 보일 것이다.
* 금괴는 온스당 2,000달러에서 2025년 14,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4년 간 금 가격이 700%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잘 운영되는 금광 회사들의 주식은 같은 기간 동안 6개월 간격을 두고 금값을 뒤따르며 2,000% 상승할 것이다.
* 최적의 자산 배분은 다음과 같다
- 현금 : 투자 가능한 자산의 30%
- 금 : 투자 가능한 자산의 10%
- 주거용 부동산 : 투자 가능한 자산의 20%
- 재무부 채권 : 투자 가능한 자산의 20%
- 주식 : 투자 가능한 자산의 10%
- 대체 투자 : 투자 가능한 자산의 10%
* 주식의 경우 천연 자원, 광산, 원자재, 에너지, 물, 농업, 방위 산업 관련주에 집중해야 한다. 강세장은 물론이고 약세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진정한 경기조정형 종목들이다. 부동산과 금은 인플레이션 대비책이고, 재무부 채권과 현금은 디플레이션 대비책이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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