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생 처음으로 입양한 첫 가족 모찌군이 제게는 너무나 짧은 6살의 묘생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월덴 3를 만든 이후 1일 1포스팅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해왔기에 여기를 자주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글이 안 올라오나 궁금해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지난 일주일은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 일주일은 가장 슬픈 시간이었고요.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듯 하여 의학적인 처치 경과만 요약하여 말씀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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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모찌군의 체중이 계속 감소하는 걸 알아차림
: 까미양, 미미양이 연달아 가족이 되는 바람에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았을테고 Urinary S/O 사료를 오리진 캣 앤 키튼으로 바꿔 새로운 사료에 적응하느라 식욕이 일시 감소되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이미 췌장염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집사님들은 저처럼 뼈아픈 실수하지 마시고 냥이들의 체중이 자꾸 줄어든다면 반드시 이유를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냥 줄어드는 체중이란 건 없어요.
* 4월 15일. 병원방문하여 종합혈액검사하였으나 이상 없음
: 별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체중 감소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의사 소견 하에 수액 맞추고 귀가. 수액 탓인지 일시적으로 활력이 돌아옴. 하지만 여전히 식욕은 그대로임.
* 5월 2일. 입 안의 살을 잘못 씹어 출혈 발생. 병원 방문하여 처치받고 약만 처방 받아 귀가.
* 5.5kg였던 몸무게가 4kg까지 감소, 원래 움직임이 많지 않은 성향이라 활력 감소를 집사들이 못 알아차림
* 5월 9일. 사료를 손으로 먹여도 거부하기에 입 속 상처에 염증이 생겨 못 먹는 것으로 짐작하고 처치받으려고 병원 방문
- 종합혈액검사 상 혈당, 염증 등 각종 수치 비정상, A/G ratio 0.38. 한 달 전과 완전히 다른 결과
- 초음파 검사 결과 상 복수 소견, 복수 추출하여 도말 검사 결과 탁도 높음.
- 고양이에게 가장 무서운 병인 전염성 습식 복막염(FIP) 의심 하에 긴급 입원
- 췌장염 키트, 기타 전염성 질병 키트 모두 negative
- 만성 당뇨 확인 위해 플락토사민 검사 미국에 의뢰
: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췌장염(특히 만성 췌장염)은 별다른 임상 증상이 없는데다 종합혈액검사나 췌장염 키트 등에도 별다른 이상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검사 수치 상에 잡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수 있습니다. 전염성 복막염 수준은 아니지만 췌장염도 굉장히 무서운 병이에요.
* 5월 10일. 식욕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활력은 여전히 없음. 수액으로 전해질 균형 유지
- 6세 이상, 고혈당, 구토, 설사, 신경 이상, 안질환 증상 없어 정확한 진단 어려운 상태
* 5월 11일. 혈당 계속 증가로 한 때 490까지 치솟음. 플락토사민 결과 만성 당뇨 확진되어 인슐린 투입
* 5월 12일. 인슐린 저항성은 없어 혈당 control은 잘 되고 있음. 야간 면회 때 숨이 고르지 않은 것 확인
- 아무래도 임상 증상이 췌장염 같아 췌장염 키트 다시 해 달라고 요청. 검사 결과 positive로 만성 췌장염과 당뇨 최종 진단
* 5월 13일.
- 오전 흉부 엑스레이 결과 폐에 약간의 기능 이상 발견
- 오후 급격하게 상태 악화되어 집사 호출. 오후 5시 50분 경 심정지
이 모든 일이 불과 5일 동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병원도 제대로 손을 써 보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월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였던 병원에 긴급 입원하게 되면서 모찌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5월 13일에 병원측의 긴급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도착했을 때 이미 모찌는 수술대 위에서 3차 심폐소생술 중이었습니다. 이미 동공이 확대된 상태로 저를 알아보지 못했고 빈맥을 유발하는 약물이 세 번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보호자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살려놓으려고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오는 중에 알았다면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고 안락사 시키라고 부탁했을 겁니다. 이것도 피 토할 정도로 후회하는 점 중 하나입니다.
다른 집사도 거의 도착 직전이었지만 더 이상 모찌가 떠나는 걸 붙잡고 고통을 연장할 수 없어서 페이스타임으로 연결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모찌를 보냈습니다. 모찌가 외롭게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둘이서 울며 불며 사랑한다, 함께 해서 고맙다고 외쳤고 담당 의사는 의식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찌에게도 들렸을거라고 위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모찌가 저희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은 거라지만 모찌를 경황없이 보내고 정신을 어느정도 추스리고 난 뒤 뒤돌아보면 지금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병원측에서 FIP 가능성이 크다고 했을 때 아무런 의심없이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앉아서 시간을 보낸 것
: 이미 상태가 많이 악화된 다음에 찾아보니 아무래도 만성 췌장염 같아서 검사를 다시 해 보자고 고집을 부렸는데 결국 제 의심이 맞았죠. 그 당시까지 병원에서는 췌장염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염증 치료만 하고 있었죠. 제가 조금만 더 공부하고 일찍 의심했으면 모찌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12일 밤에 면회 갔을 때 모찌가 기운 없어 하면서도 자꾸 케이지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는 게 눈에 밟히면서도 집에 데려가고 싶다고 고집을 못 부렸는데 모찌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집에 가고 싶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봤자 다음 날 상태가 나빠졌을 때 모찌를 들고 병원으로 뛰어와서 병원에서 보냈겠지만 그래도 하룻밤은 익숙한 집에서 보낼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병원에서 보냈더라도 품안에 안고 임종을 맞을 수 있었을텐데요.... 가장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3. 오전에 모찌의 상태가 좀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악화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면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기 전에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하지 말고 보내주라고 일러둘 수 있었을 겁니다.
함께 살고 있었던 다섯 마리의 냥이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모찌는 제게 더욱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살겠다고 입양을 결심한 첫 고양이였거든요. 페르시안종의 특성 상 매사에 어설픈 것도 마음을 끌었습니다. 그루밍도 잘 못하고 가끔 응가를 묻히기도 해서 비상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고요.
모든 페르시안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4차원인 고양이였어요. 뜬금없이 벽을 보고 한참동안 서 있다든가, 물을 두려워하지 않아 싱크대의 흐르는 물에 머리를 적시면서 물을 마신다든가 하는 일이 많았죠.
신장이 좋지 않아 요로 성형술을 받기도 했고 치아도 좋지 않아서 약도 자주 먹었죠.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라서 모찌를 지켜보고 있으면 항상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서 다섯 마리 중 제일 먼저 고양이별로 갈 거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빨리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모찌는 평화주의자라서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습니다. 똘똘군은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지 고양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도림군과 미미양을 싫어하고 까미양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모찌만큼은 곁을 주고 가끔 그루밍도 해 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찌가 떠난 지금 똘똘군이 한층 더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집사들 곁을 떠나지 않아요. 똘똘군도 뭔가를 아는 걸까요?
도림군과 까미양도 서로 싫어하고 싸우지만 유독 모찌 만큼은 모든 고양이들하고 사이가 좋았습니다. 아무도 모찌를 싫어하지 않고 괴롭히지도 않고 편안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사진 정리를 하면서 보니 모찌와 다른 고양이들이 함께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사진이 많더군요.
병원에 입원하기 전 집에서 찍은 거의 마지막 사진입니다. 여름을 대비하여 털을 밀었기 때문에 좀 말라보인다고만 여겼는데 지금 보니 표정이 확실히 불편하고 지친 모습이네요. 그 때는 모찌가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짐작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무심한 집사였지요.
지금 저는 불가지론자이기 때문에 사후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별로 믿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고양이별이 정말 존재하면 좋겠습니다. 거기에서는 모찌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편안히 지낼 수 있을테니까요.
모찌야~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너와 함께 해서 정말 행복했어. 너도 우리와 함께 살아서 행복했었는지 미칠듯이 궁금한데 물어볼 방법이 없네.
네가 너무 일찍 가는 바람에 너무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 반성도 많이 했어. 남은 형제들 건강은 좀 더 꼼꼼히 챙길게. 네가 미처 살지 못했던 묘생까지 더해서 더 건강하게 살다가 갈 수 있도록 아빠가 최선을 다할께. 나중에 고양이별에서 만나면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걔네들에게 꼭 물어봐 줘.
널 보고 싶은 마음도, 뼈저린 후회도,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져가겠지만 결코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아.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고.
계속 사랑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한다. 모찌야.
덧. 모찌군은 석가탄신일인 5월 14일에
'페트 나라'에서 장례식을 잘 치렀습니다. 집사들 고생 안 시키려고 그랬는지 날씨도 화창하고 미세먼지도 없었네요. 참고로 반려동물 장례를 치를 분들은 페트 나라 추천합니다. 바가지도 없고 끝까지 정중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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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저희 집 둘째인 모찌군이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양이?')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페르시안 묘종이 다 모찌군처럼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다른 페르시안 고양이를 본 적이 없으니), 모찌군은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상관 자체를 안 하더군요.
그래서 세면대가 말라있건 젖어있건 간에 신경쓰지 않고 철푸덕 들어가 자리잡고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0년 6월의 모습이니 아직 아깽이일 때네요. 이 당시만 해도 세면대에 들어가 앉아도 남는 부분이 많았는데 쩝....
언제 비교샷 한번 올리겠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푸짐해졌는지 세면대가 꽉 차고도 살짝 모자라거든요. ㅠ ㅠ
물에 젖은 세면대에 드러눕지 말라고 한 마디 할라치면 '이 집사가 대체 왜 이러냥?'하는 표정으로 뚱하니 쳐다보곤 했답니다. 지금은 아예 목을 긁어달라고 뒤집기 신공을 펼치곤 합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기분이 좋은지 골골송을 부르며 지그시 눈을 감죠.
요새도 툭하면 세면대에 들어가 있는 통에 양치질 하나 하려고 해도 샤워꼭지에서 물을 받아 물 튀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해야 합니다. 집사라면 그 정도 불편함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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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한 권으로 보는 전세계 고양이 지식백과'라는 부제는 제 생각에 좀 오버인 것 같고요.
전세계 묘종 중 대표적인 48종의 고양이를 소개한 책입니다. 노르웨지안 포레스트, 랙돌, 러시안 블루, 먼치킨, 메인 쿤, 샴, 스코티시 폴드, 시베리안, 아메리칸 쇼트헤어, 아비시니안, 터키시 앙고라, 페르시안 처럼 잘 알려진 종도 있지만 데본 렉스, 맹크스, 셀커크 렉스, 스쿠컴, 스핑크스, 싱가푸라 처럼 보기 드문 고양이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정보는 묘종의 크기, 기본적인 성격, 걸리기 쉬운 질병과 함께 원산지, 별명, 바디타입, 털색, 기본적인 체중, 발생 역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특히 운동량, 추위에 강한지, 털빠짐이 심하지 등등 사육 난이도라는 section을 만들어서 고양이 입양을 생각하는 집사들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메숏 뿐 아니라 일본 고양이와 한국 고양이(코숏)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친숙하게 느껴지기는 했는데 책 자체가 고양이 도감이다 보니 브리더가 어떻게 인위 발생을 시켰는지, 애호가 협회에서 인정을 했니 안 했니 하면서 순종 혈통 따지는 꼴이 영 가당치 않게 느껴져 좀 거슬리기는 합니다.
아주 특이한 고양이의 경우에는 인기있거나 흔한 묘종에 비해 화보 사진도 적은 것도 좀 마음에 들지 않고요.
고양이 도감이라서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뒷 부분에 실린 '고양이와의 즐거운 생활을 위해 알아두기'에 실린 내용들은 왠만한 집사라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뻔한 내용이었고요.
고양이에 사족을 못 쓰는 집사라서 한 권쯤 비치해 두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구입까지 해서 볼 책은 아닙니다.
덧. 저는 도림군이 노르웨지안 포레스트 믹스라는 걸 확인하게 되어 큰 수확이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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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보니 모찌군이 첫 목욕을 한 날이네요.
원래 페르시안 같은 장묘종은 목욕을 할 때 물에 젖으면 볼품이 없어지지만 이 당시 모찌군은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아기냥이라서 볼품이 없다기보다는 좀 애처로워보이는 모습이죠.
기본 흰 털이고 검은 털이 살짝살짝 나 있어서 그런지 얼굴이 물에 젖으니 tattoo를 한 것처럼 얼굴에 무늬가 그려지네요.
물에 젖으니 앳된 얼굴이 더 도드라지네요. 이 때는 몰랐는데 지금과 비교해 보면 눈 색깔이 더 진했더군요. 포스팅하면서 모찌군을 불러서 다시 확인하니 눈 색깔이 확실히 옅어졌습니다.
치즈 태비처럼 털 색깔이 밝은 고양이에 비해 모찌군처럼 털 색깔이 잿빛에 가까우면 물에 젖었을 때 안쓰럽게 느껴지죠. 털빨(?)이 죽으면서 원래의 앙상한 몸이 드러나거든요.
요새는 체중이 불어서 몸이 많이 커졌지만 이 당시만 해도 아직 애기냥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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