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라까스(Paracas) 시내 중심에 작은 광장과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 버스를 주차하고 조금 걸어서 해안가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해 거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뭘 형상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색이 참 예쁘네요. 제가 이런 문양을 참 좋아라합니다.
점심을 먹은 해안가 레스토랑 Juan Pablo.
분위기는 그냥 저냥 괜찮습니다.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아서 깨끗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먹은 야채볶음밥(20솔)입니다. 달걀을 빼달라고 했더니 대신 채소를 조금 더 넣어줬습니다. 양이 곱배기라서 평소라면 남겼겠지만 늦은 점심이라 싹 비웠습니다. 소이소스로 간을 해서 먹을 만 하더군요. 특이한 건 옥수수(병에 든 것이 아니라 통 옥수수) 낱알이 들어 있더군요.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려인은 칼라마리(40솔)를 주문했는데 이것도 괜찮았다고 하네요. 저는 Cuba Libre라는 칵테일(20솔)도 한 잔 주문했는데 딱 '잭 코크' 맛이었습니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관광지 식당이라서 그런지 일반적인 페루 물가를 고려하면 좀 비싼 것 같더군요. 다른 식당도 대체로 이 정도에서 음식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이동하기 전에 빠라까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가이드 Cheo. 비주얼만 보면 멕시코 마피아 같지만 사람이 참 듬직하고 맏형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발 아래 보이는 멍뭉이는 동네에 사는 녀석 같은데 갑자기 난입해서 털푸덕 눕더니 우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잠에 빠져들더군요;;;;
오늘 묵은 Emacipador 호텔(3성급)은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세 블럭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mancipador 호텔은 호텔보다는 살짝 리조트 분위기가 납니다. 오른쪽 건물의 2층 방이 제가 묵은 객실이었는데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옮기는데 포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욕실이 좀 좁기는 하지만 사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바다를 면한 객실이라 채광이 좋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은 테라스도 있네요.
리마에서 타고 온 버스가 마당에 주차되어 있습니다.
바다와 면한 건 아니지만 2층 이상 객실에서는 바다가 잘 보여서 전망이 좋은 편입니다.
4시 쯤 체크인을 했는데 볕이 있을 때 빨래를 할까 살짝 고민했는데 그러면 못 나갈 것 같아서 짐만 풀고 산책하러 나왔습니다.
호텔을 등지고 직진하면 백사장으로 나오게 되는데 돌아보니 박물관 비슷한 건물이 보이네요.
빠라까스는 바다사자와 펭귄을 보러오는 곳이라서 해변은 많이 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래는 고운 편이나 별도로 관리를 하지 않는지 쓰레기가 널려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별로네요.
해안가에 면한 도로에는 요트를 연결한 캐리어가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내일 Ballestas섬으로 가는 배를 탈 선착장입니다.
오랜만에 펠리칸을 봐서 반가웠는데 내일 보게 될 새에 비하면 이건 댈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이 때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죠.
저녁이 되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빠라까스는 해안가 도로와 상점가를 중심으로 관광구역을 조성해놨습니다. 식사, 음주, 쇼핑을 이 거리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 같습니다.
해안가에 인접한 호스텔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만 사실 햇살이 워낙 강렬해서 그냥 태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자외선 차단제와 선글래스는 필수에요.
여행자들을 빠라까스로 불러모으는 일등 공신 중 하나인 바다사자를 철근을 이용해 동상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펭귄 동상은 못 봤는데 돌고래도 있고 몇 개의 바다생물 동상이 더 있더군요.
여기는 수제맥주를 파는 펍 같습니다. 노란색 벽에 맥주를 brewing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놓으니 재미있기도 하고 눈에 확 띄네요.
선착장 끝까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마트에 들러서 잉카 콜라 1리터, 쿠스퀘나 맥주, 미네랄 워터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체크인 할 때는 몰랐는데 호텔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도 있기에 꽈배기(4솔), 초코 슈크림 빵(3솔), 치즈 용과케익(10솔)을 사서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반려인이 계산대 위에 놓인 바다사자 모양의 호텔 기념품을 유심히 보고 있었더니 직원이 기념으로 가지라면서 그냥 선물로 줬습니다. 럭키~
손에 들고 있는 게 바로 그 기념품입니다. 지금은 거실 책장의 한 켠을 장식하고 있죠.
방으로 돌아와서 테라스에 앉아 석양을 보면서 호텔 베이커리에서 사 온 빵과 빠라까스로 오는 길에 산 과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쿠스퀘나 맥주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오늘 마신 건 레드 라거라서 향이 좀 강한 편이었지만 제 입맛에는 맞더군요.
잉카 콜라는 처음 마셔봤는데 색이 강렬한 노란색인 것과 달리 맛은 딱 예전 '암바사'의 그것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맛이어서 좀 놀랐어요. 제 입에는 좀 달더군요.
내일은 새벽부터 Ballestas섬 투어가 예정되어 있기에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리마 -> 빠라까스 이동 중에 산 주전부리
- 바나나 4개 : 3.7솔
- 사과 6개 : 6.98솔
- 탄산수 : 1.5솔
= 12.18솔
* Asian Market에서 산 주전부리
- Inca Chips : 6.5솔
* Juan Pablo 식당 점심
- Cuba Libre 칵테일 : 20솔
- 칼라마리 : 40솔
- 야채볶음밥 : 20솔
= 80솔
* 포터 tip : 10솔
* 빠라까스 산책 중 장 본 것
- 잉카 콜라 1리터
- 쿠스퀘나 레드 라거
- 미네랄 워터
= 13솔
* 호텔 베이커리
- 꽈배기 : 4솔
- 초코슈크림빵 : 3솔
- 치즈용과케익 한 조각 : 10솔
= 17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87
★★★★☆
이미지 출처 :
YES24
서점에 나가보시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리학 관련 도서의 풍년입니다. 특히 긍정심리학과 행복을 다루는 책이 인기임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에서 문제 나갑니다.
행복에 대한 책을 누가 사서 볼까요? 현재 불행해서 행복해질 방법이 필요한 사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여행 관련 서적을 찾아서 보고, 자기 계발에 성공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쓴 다른 자기 계발서를 뒤져보듯이, 주로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에 대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제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기뻐하고, 자신이 몰랐던 내용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냉큼 인생에 추가해서 점점 더 행복해집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점을 지적하고 안타까워하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외과의사였다가 코미디언으로 전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웃음으로 더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의사보다 코미디언이 낫다는 그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 책은 제가 읽어본 행복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만족감이니 하면서 뻔한 소리를 하거나, 호르몬 어쩌고 하는 과학 이야기만 늘어놓는 책만큼 저를 불행하게 만드는 책이 없죠.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키득거리면서 감자칩이라도 얌냠 먹으면서 읽으면 그만입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촌철살인의 사진들과 종이 공작은 보너스입니다.
닫기
* 행복 체험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모듈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행복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다.
-> 행복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달성 과정 그 자체이죠.* 행복은 불행의 부재 - 쇼펜하우어* 웃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코를 골아라, 그러면 홀로 잠들게 되리라.
-> 정말로 그렇더군요. ㅠ.ㅠ* 마법적 사고의 어두운 면을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가 불행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으려면 그럴 기회와 능력을 먼저 갖추고 있어야 한다.
* 익숙한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목표가 매력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길 또한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 그래서 자주 운동을 나가기 위해 쿠션이 좋은 운동화와 버프, 모자를 샀습니다. ^^;;;* 행복은 지나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행복과 새로운 학습 경험을 위한 자리가 생길 테니까요.
-> 행복을 채우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죠.
*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이를 멈추는 게 아니다. 놀이를 멈추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 인생은 돌고 돕니다. 1살짜리 아기의 성공은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고, 25세에는 성행위, 50세에는 돈이 성공이며, 75세에는 여전히 성행위를 하는 것이, 그리고 90세에는 다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 성공입니다.
*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고 하나같이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른들 자신이 그 대답을 절실히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의 천직인지 알고 싶으면 '나는 돈을 받지 않아도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 우리가 자신을 남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우리가 남들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죽어야 한다고 삶이 우습지 않은 것은 아니며, 우리가 웃는다고 삶이 진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 버나드 쇼
* 죽음의 순간에 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이다.
이 책의 대상은 심리학도가 아닙니다.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법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다른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행복해지고 싶은 분들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행복에 익숙해지라고 쓴 행복 입문서입니다. 촌철살인의 해학과 유머가 번뜩이는 책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논리정연하고 깔끔한 방법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어수선하고 정신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미 행복한 분들에게는 매 구절구절이 분명 공감되실거라 생각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이 책의 겉표지를 보시면 펭귄이 있는데 행복을 설명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만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다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