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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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2011년 12월에 저자인 성태훈 선생님께 선물로 받았는데 거의 3년이 지난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벌써 몇 년 째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저도 심리평가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기로 모 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있어 가능한 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그동안 일부러 안 읽고 피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번 달에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강의를 하나 맡은 김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하여 한글로 나온 책은 이 책이 유일하죠. 원서를 보지 않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성태훈 선생님이 직접 평가 또는 수퍼비전 하면서 경험한 엄청난 양의 평가 사례가 가감없이 생생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례를 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 드는 것이, 장점이기도 한 엄청난 사례가 한편으로는 정보 과잉으로 인해 혼동을 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미 전문가가 된 임상가라면 모르겠지만 이 책은 수련을 받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정보량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장애를 수록하려고 애쓴 나머지 동일한 검사 sign인데도 장애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전문가라면 그것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지만 검사 sign과 해석을 일대일 매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수련 레지던트라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장애에 수록된 심리평가 보고서가 전형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과연 이 진단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진단에 대해서는 임상가마다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K-WAIS-IV, K-WISC-IV 사례를 보강한 2판을 기대하면서 장애 별 사례는 그야말로 정말 typical한 케이스 한 두 개만 수록해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혼동을 줄이고 주요 검사 sign들도 그 장애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만 선별해서 제공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도움은 쥐뿔도 안 주면서 바라는 것만 많았네요;;;;
읽으면서 강의 준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제 책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 지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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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그 중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3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소아/청소년 우울증*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학교 부적응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ADHD
* 주 호소 문제의 변별
* ADHD 신화 : 허위 긍정의 오류
* 주의할 점 : 주의력 문제의 구분
* 진단
* 평가
* 평가도구
* 치료
2. 소아/청소년 우울증
* 증상
* 우울증의 구분
* 우울 사고 vs. 우울 정서
* 연령에 따른 차이
* 자살 위험성 평가
* 분노 폭발 : 열등감 내재 확인
3.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 PTSD의 진단 준거
* 왜 Delay되는가
* 변별 진단
* 여아의 자해
* 왜 말하지 못하는가
* 근친 성폭력
* 치유에 중요한 요인들
* 심리평가
* 치유의 3단계
* 치유 단계 별 주의할 점
* 상담의 point
* 성폭력에 대한 통념
4. 학교 부적응 문제
* 1단계 : MR, BIF, BA 배제
* 2단계 : Adjustment Disorder 배제
* 3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집(PCRP 고려)
* 4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왕따 고려)
이전에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자료인
‘상담에서 만나는 정신병리문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 자료는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자주 만나는 네 가지 정신병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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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긍정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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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에서 출판되는 자기 계발서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독립'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인정과 승인을 갈구하는 사람을 몰아부쳐서 오롯하게 혼자 서라고 push하곤 하죠.
그에 반해 우리나라 저자에 의해 출판되는 자기 계발서 류의 책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대개 '관계 맺기'입니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든 결국은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그런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관계 맺기가 근본적인 치유 방법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관계 맺기에 대한 집착이 더 큰 상처를 입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관계 맺기가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관계 맺기 자체도 아무런 무리 없이 잘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건강하니까요.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관계 맺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관계 맺기를 통해 더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고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관계 맺기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계 맺기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공감, 배려만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냉정한 자기 돌아보기, 타인의 평가, 기대의 조정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도 함께 전달하는데 그들은 그걸 감당한 힘이 아직 없습니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혼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관계 맺기를 통한 해결책을 강요하면 지나친 의존이 발생하거나 희생과 착취의 악순환 고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진흙성이 과연 강철 교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목표가 진정한 독립이든, 자존감의 회복든, 행복 찾기이든 간에 해결책은 온전한 '자립'이지 '관계 맺기'가 아닙니다. 관계 맺기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립이 우선입니다.
사실 관계 맺기를 악용하는 상담자, 종교인, 멘토들부터가 더 문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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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이나 영화, 전시회, 음반 등을 별 다섯 개 만점으로 (제 맘대로) 평가해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책, 음반을 평가하는 사이트인 '오픈 유어 북(openyourbook.net)'의 위젯을 이용해 쉽게 작업했었죠.
그러다 오픈 유어 북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각 포스팅의 별 이미지가 모두 엑박되는 초유의 대참사가 벌어지게 되었고 수정해야지 수정해야지 하면서 게으름병 때문에 지금까지 미뤄왔습니다.
그런데 lobotomie님처럼 제가 포스팅한 책 중에서 평점이 높은 걸 챙겨서 북 리스트를 만드는 (고마운) 분들이 빨리 수정을 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하셔서리;;;;
그래도 몇 주 더 걸렸습니다만 어쨌거나 오늘 별 평가를 했던 모든 포스팅의 엑박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해당 디렉토리는 '심리학 서적', '영화/에니메이션', '서적', '전시회/공연', '음반'입니다.
제가 일일이 확인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별 이미지가 엑박 상태이거나 아예 뜨지 않거나 혹은 링크 연결이 되지 않는 포스팅을 발견하시면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lobotomie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방명록에서 저를 push하지 않으셨다면 지금도 엑박 상태로 방치했을 것 같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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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저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항상 전전긍긍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칭찬에 목말라하고, 누군가 나를 비판하거나 흉을 보면 그게 신경쓰여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 안간힘을 썼더랬습니다. 그러니 인생이 즐거울리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눈치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흠결에 별로 관심이 없고 제가 그렇게 고민했던 모든 것들은 그들에게는 식후 가십거리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저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누가 누구와 사귀든 말든, 누가 얼굴이 어떻게 생기든, 누가 능력이 있든 없든, 성격이 더럽든 말든 그건 그냥 잠시 스쳐지나갈 뿐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안개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이후 누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특히 뒤에서 궁싯거리는 소리에는 일체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질투심에 찌든 찌질이거나 대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하는 겁쟁이일테니까요. 저를 아끼고 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제 얼굴을 보고 직접 조언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말들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더군요.
그래서 마음이 저를 이끄는대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옳은 판단이 저를 이끌거라고 믿으면서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이 제가 원하는 삶을 나름 당당하게 살고 있습니다.
만약 잘못된 길을 걷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때는 제가 믿는 신이 바른 길로 인도하거나 최소한 저를 아끼는 사람들이 제게 옳은 feedback을 할거라 생각합니다.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 인생은 저의 것이고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것이니까요. 다른 사람의 인생에 신경 쓸 여력이 제겐 없습니다.
그래서 제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라면 누가 뭐라든 전혀 상관 없습니다.
그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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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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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장애로 인해 낙제를 거듭하여 대학을 두 번이나 옮겼고 천신만고 끝에 박사 학위를 받고 촉망받는 심리학자로 탄탄대로를 막 걸어가려던 무렵 33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전신 마비가 된 사람, 그 이후 이혼과 지독한 우울증, 자녀들의 방황, 아내,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한데다 둘째 딸이 낳은 유일한 손자가 자폐증 판정을 받은 사람, 그가 바로 이 책을 쓴 대니얼 고틀립 박사입니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쓴 책으로 자신의 투병 생활에서 느낀 점과 임상가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인생의 지혜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말 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결코 투쟁기나 성공담이 아닌 그야말로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한 한 임상가의 솔직한, 그러면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자기 고백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모든 실패와 좌절을 겪어본 사람의 자기 고백이기에 그만큼 더 절실하고 마음을 울리며 다가옵니다.
절망의 나락에서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를 그야말로 몸으로 체득한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그런 소중한 지식을 너무나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다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사랑, 후회, 연민, 죽음, 불안, 평가, 분노, 연민, 마음, 경청, 평화, 적응, 미래, 인생, 외로움, 영혼, 상처, 사색, 치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마음을 울리는 책, '마음에게 말걸기'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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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온라인 서점에서도 책을 별 다섯개로 평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사람들마다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제가 사용하는 별의 의미는 이것입니다.
★★★★★ :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정말 좋은 책, 소장하고 다시 봐도 좋아. 최고~"
★★★★☆ : "취향에 따라 평가가 조금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좋은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
★★★☆☆ : "한번쯤은 읽어봐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다시 읽을 정도는 아님"
★★☆☆☆ : "우연히 자신과 맞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좋은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 : "읽는 것은 자유지만 읽고 나서 나를 욕하지 말라"
☆☆☆☆☆ : "읽는 시간이 아까운 쓰레기.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라. 그게 더 남는 장사"
최근에는 그래도 괜찮은 책이 많이 걸려서(?) 즐거운 독서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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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참 신파스럽네요. ^^
'블칵'의 입사 취소 사건을 제가 이해한대로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명한 한 메타 블로그(라고는 하지만 직원 수 15명 정도의 작은 기업)에서 개발자를 공개 채용했는데 한 블로거가 지원을 했고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본 후 합격 통보를 받았고 처우 등에 대해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측에서는 같이 일할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에 급기야 전화로 입사 취소 통보를 하게 됩니다. 황당한 지원자가 전후사정을 따지는 과정에서 '전라도 운운'하는 지역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반응이 사측에서 나왔고 지원자가 이 내용을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걸 본 관계자가 감정적인 대응 포스팅을 했고 그 과정에서 글 삭제니, 추천수 조작이니 하는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회사의 좋았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사건입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한 분들은 검색을 하는 정도의 수고는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서 불현듯 예전의 제 경험이 떠올라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임상심리전문가 레지던십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수련 병원에 시험을 칠 때의 이야기인데 시험도 통과해서 면접만을 앞둔 때였습니다. 이 면접은 몇 배수로 뽑은 1차 합격자를 면접에서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합격한 사람을 그냥 점검해 보는 일종의 요식 행위입니다. 물론 모든 면접 위원이 도저히 안되겠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합격이 취소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 당시 면접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편이었고 면접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잘 대답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했을 정도로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면접 위원(정신과 과장을 포함한 스탭들과 제 수련을 감독할 supervisor가 면접위원입니다)들 사이에서 저 때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을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저런 자세로 충성심(개인적으로 이 단어 매우 안 좋아합니다)을 보일 수 있겠느냐,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없는 것 같다 등등 말이죠. 그래서 제 supervisor가 상당히 입장이 난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자세, 충성심, 간절함을 평가하는데 사용한 기준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바로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입사 면접을 보는데 넥타이를 매고 오지 않을 수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면접에 대한 복장 규정에는 그냥 단정한 옷차림이라고만 되어 있었거든요. 아마 청바지를 입고 갔으면 면접에서 떨어뜨렸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대체 넥타이와 충성심, 자세, 간절함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웃긴 것은 그 자리에 배석한 면접 위원 어느 누구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더군요. 저는 지금도 수련 과정과 넥타이의 상관 관계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넥타이로 상징되는 코드의 이면에 저열한 계급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병장이 되어야 비로소 침상에 누워 TV를 볼 수 있듯이 적어도 스탭이 되어야 넥타이 대신 브이넥 가디건을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특권 의식말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쓴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요새 보니까 남자 선생님들이 많이 수련 레지던트로 뽑히던데 면접 볼 때 아직도 넥타이를 매고 왔는지 아닌지 점검하는지를요.
저는 껍데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참 싫어하고 혹시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실수를 할까봐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는 편입니다. 이미 그런 주제로는 여러 차례(
'호칭에 대한 생각',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이는 알아서 뭐 하게?',
'포장지를 벗기고 알맹이를 보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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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중독 관련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나 도박중독은 치료의 종결 시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단도박 상태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간만 갖고 생각할 때 10년동안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디 끊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도박중독자들은 어느 정도 주변 정리가 되고, 단도박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되면 치료를 그만 받겠다고 하거나 치료 횟수를 줄이겠다고 치료자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는 치료를 시작할 때 아예 최소한 1년은 치료받을 생각을 하라고 못 박고 들어가는 편이지만 대략 6개월(보통 20회기에서 30회기) 정도가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치료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물질중독과 달리 도박중독은 신체적인 금단 증상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경미하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저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을 해 봅니다.
"당신이 도박중독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모든 사람이 당신만 남겨두고 보름 동안 해외 여행을 간 사이 아무도 모르는 공돈 1천만 원(액수는 중독자에 따라 변경 가능합니다)이 생겼다면 그동안 그 돈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대부분의 도박중독자들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지만(못할 것 같다고 대답할 정도의 상태라면 치료 횟수를 줄이거나 치료를 종결하겠다는 말을 아예 꺼내지도 않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Yes or No'의 답변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답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지요. 정말 치료를 종결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제력을 회복한 사람은 시원시원하게 곧바로 대답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은 중독자는 대답을 하는데 있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delay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을 지적하면 대부분 충동이 올라왔거나 갈등을 겪었노라고 시인합니다.
사실 도박중독치료에 있어 중독자 본인보다 더 종결 시점을 정확하게 아는 이는 없습니다. 치료자가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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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C의 4단계 중 1단계는 '평가하기 않고 관찰하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가에 매우 익숙하면서도 그것이 평가인지, 관찰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며, 평가를 관찰로 착각하는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관찰과 평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대화를 하는 경우, 상대방은 십중팔구 이를 비판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더 이상의 진전은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관찰과 평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NVC 1단계에서는 바로 관찰과 평가를 분리하는 것을 연습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될 수 있으면 평가보다관찰하는 법을 배웁니다.
우선 평가를 내포하는 표현 방식을 배워 보겠습니다. 보기로 든 문장은 모두 평가를 기반으로 한 말입니다. 관찰을 기반으로 한 말로 바꾸어 보세요.
1. ~이다 라는 표현
보기) 저 사람은 인심이 매우 후한 사람이야.
2. 평가를 내포하는 풀이말 사용
보기) 내 남편은 항상 늑장을 부린다.
3. 다른 사람의 생각, 느낌, 의도나 욕구에 대해 자신이 추측한 것만이 사실이라고 암시할 때
보기) 그 사람은 그 일을 제 때 못 끝낼 것이 틀림없어.
4. 사실과 추측을 혼동
보기) 편식을 하면 건강을 해칠거야.
5. 지칭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할 때
보기) 남미 사람들은 게으르다.
6. 사실을 나타내지 않고 의미하는 표현을 쓰는 것
보기) 선우는 형편없는 축구 선수야
7. '어떠어떠하다'는 말로 평가하는 것
보기) 길동이는 못 생겼어
어떤 문장은 평가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떤 것은 평가에 기반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많을 겁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얼마나 평가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보겠습니다. 아래의 문장 중 평가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관찰에 해당하는 문장을 찾아 (O)로 표시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가가 섞인 말이라면 순수한 관찰에 해당하는 문장으로 바꾸어 보세요.
1. 상우는 어제 이유 없이 내게 화를 냈다. ( )
2. 소라는 어제 저녁에 TV를 보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 )
3. 용준이는 회의 시간에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 ( )
4. 내 아버지는 좋으신 분이다. ( )
5. 영애는 일을 너무 많이 한다. ( )
6. 민수는 공격적이다. ( )
7. 동원이는 나를 무시한다. ( )
8. 내 아들은 이를 자주 닦지 않는다. ( )
9. 민수는 내게 노란색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
10. 이모는 나와 이야기 할 때마다 불평을 한다. ( )
닫기
1. (X). '이유 없이', '화를 냈다'는 말은 모두 평가
고쳐 보면) "상우는 내게 화났다고 말했다" 또는 "상우는 주먹으로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2. (O)
3. (O)
4. (X). '좋으신 분'은 평가
고쳐 보면) "지난 25년 간 내 아버지는 월급의 10분의 1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오셨다"
5. (X). '너무 많이'는 평가
고쳐 보면) "영애는 이번 주에 60시간이 넘도록 일했다"
6. (X). '공격적'은 평가
고쳐 보면) "민수는 여동생이 TV 채널을 돌리자 마자 곧바로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7. (X). '무시한다'는 평가
고쳐 보면) "동원이는 내가 전화를 세 번 걸고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는데 전혀 답이 없었다"
8. (X). '자주'는 평가
고쳐 보면) "내 아들은 이번 주에 한번도 자기 전에 이를 닦지 않았다"
9. (O)
10. (X). '불평을 한다'는 평가
고쳐 보면) "이모는 이번 주에 내게 10번 전화를 했고 그 때마다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처 : 비폭력 대화 by 마샬 로젠버그 중 발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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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끊임없이 상대방을 평가하고 평가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필연성을 무시하고 "나는 절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아.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할거야" 라고 주장한다면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만 현실감은 좀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각설하고 저는 어떤 사람을 평가하거나 평판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반드시 그 사람의 아랫사람(또는 아랫사람이었던 사람)을 찾아서 물어봅니다. 그 사람이 교수라면 조교에게, 박사과정생이라면 석사과정생에게, 과장이라면 대리에게, 등등...
사람들은 흔히 어떤 사람을 고용하거나 일을 부탁하려고 할 때, 그 사람 윗사람(또는 상관이었던 사람)의 추천을 받거나 평가를 알아보는데 저는 그 반대로 움직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윗사람에게는 입속의 혀처럼 굴면서 아랫사람은 함부로 대하고 착취하는 인간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랫사람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사람 중에 무능력한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끼치는 피해는 전자에 비해 훨씬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마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리더의 구실을 할 수 없는 사람이죠.
제가 사용하는 평가 방법을 사용하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크게 놀라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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