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에서는 대표적인 구조화 검사인 MMPI-2/A로 예를 들겠지만 타당도 척도를 포함한 어떤 자기 보고형 검사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타당도 척도가 포함된 자기 보고형 검사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다른 검사 결과의 해석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MPI-2/A의 경우 F척도군의 점수가 지나치게 높거나(증상 과장 경향이 심하거나), L, K, S 같은 방어 척도군의 점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방어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심한 경우), 당연히 이후 검사 결과 해석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타당도 문제를 고려하여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타당도 문제는 왜 생기는 것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타당도 문제가 생기는 대부분의 경우는 뜻밖에도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미치는 심리평가의 영향을 별로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검자에게 당연히 도움이 되는 것이니 수검자도 이를 알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하거나, 상담 초기에 진행되는 기관의 routine 절차라서 아무 생각 없이 실시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평가자가 알려주지 않으면 수검자가 심리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 리가 만무합니다. 특히 정서행동특성 평가 결과로 인해 의뢰된 아동/청소년이나 수강 명령 대상자 등 비자발적으로 방문한 내담자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타당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심리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orientation을 철저히 실시하는 겁니다. 이 orientation에는 반드시 아래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심리평가의 실시 목적과 수검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
* 심리평가 실시 절차
* 심리평가 결과의 비밀 보장 범위와 예외 경우
* 심리평가를 수검자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설명
특히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심리평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 모든 이익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을 경우 심리평가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수검자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거부권을 주면 거부하는 확률이 줄어듭니다. 수검자에게 통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니까요.
제 경험 상 심리평가에 대한 orientation을 충실히 할수록 타당도 척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더군요. 자기 보고형 검사의 타당도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은 이 점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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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에게 이차 이득이 있다는 건 상담자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이기는 한데 해석 상담 시 이를 내담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이르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우울한 건 사실이지만 그 우울 때문에 이득을 보는 점도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FBS 척도는 '무의식적인' 이차 이득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검자가 자신의 이차 이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자칫하면 수검자가 상처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라면 이차 이득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법이 궁금하실텐데요.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석합니다.
"~님은 현재 ~~~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원인이 있죠"
"~님이 그 이유와 원인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FBS 척도가 상승한다는 건 ~님의 마음 만큼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너무나 불안하고 그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한시라도 빨리 불안을 덜고 싶겠지만 마음은 그렇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불안을 줄여서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싶지만 마음은 취업에 실패했을 때의 심리적 타격이 더 두려워서 불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거죠"
"그러니 취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들여다보고 다루어야지만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불안을 없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조금 더 간략하게 줄여서 설명하고 싶더라도 그렇게 하다보면 설명이 충분치 않거나 직설적으로 들릴 수 있어 수검자가 평가자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유를 들어 완곡하게 표현하는 편이 낫습니다.
핵심은 수검자가 경험하는 고통감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망가려는 비겁함이 반영된거라는 식으로 표현되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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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람 좋은 상담자라는 말을 듣고 싶으신가요 아님 유능한 상담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으신가요?
좋은 상담자와 유능한 상담자가 같은 의미라면 참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오히려 반대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지요.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는 심리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 이걸 수검자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굉장히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심리평가 결과는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고 수검자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평가자가 알아낸 사실 그대로 최대한 정직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수검자에게 상처주는 일이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되기에 평가자는 최대한 수검자가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하지만 반대로 평가자가 해석 상담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심리평가 결과 중 수검자에게 상처가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수검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첫 번째 가능한 이유는 '좋은' 상담자이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반대로 보자면 '나쁜' 상담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나는 내담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 싫다'는 욕구가 강하면 그럴 수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상담자는 친구가 아니며 상담은 수다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치유가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수반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고통 없는 치유란 건 불가능한 것이죠. 뼛속깊이 들어찬 고름을 모두 긁어내야 새로운 세포와 조직이 생성되어 새 살이 돋아나듯이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통이 필요합니다. 제가 도박 중독 상담을 할 때 중독자와 자주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박을 멈추고 삶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래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팔이나 다리 한 짝을 내놓으실 수 있을까요?'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치유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결국 큰 희생을 감수해야 진정한 치유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겠다면 결국 치유도 포기해야 합니다.
두 번째 가능한 이유는 내담자가 상처받았을 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상담자 스스로의 불안감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상담자일수록 그러한데 훌륭한 외과의사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우수한 실력만큼 환자를 수술 중 잃어본 경험이 많은 의사일 겁니다. 경험 없는 노하우는 없으며 노하우가 없으면 고수가 될 수 없거든요.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수와 실패 경험이 없는 상담자는 절대로 훌륭한 상담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건 눈 딱 감고 돌파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치유를 위해 내담자에게 꼭 필요한 상처까지 피하려고만 노력하면 그 상담자는 평생 그렇고 그런 상담만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내담자가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임상가들은 내담자를 위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감수해야 할 상처와 모욕과 외로움을 감당해야 합니다.
치유를 위해 내담자에게 상처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 모든 과정이 상담자가 되기 위한 단계라는 걸 수용하고 노력하는 상담자는 빠른 시간 내에 고수가 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상담자일수록 내담자에게 상처를 덜 입히며,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 많은 내담자를 빠른 시간 안에 도울 수 있는 유능한 상담자가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유능한 상담자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좋은' 상담자로만 남으려고 하지는 않았기에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좋은' 상담자보다는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상담자로 남으려고만 하면 '무능한' 상담자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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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F척도는 임상 척도와 상관이 높기 때문에 임상 척도, 특히 정신증 4척도(psychotic tetrad)라고 부르는 6, 7, 8, 9번 척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 척도들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을 때 F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이라면 심각성을 어느 정도 감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6-7-8-9 척도들이 패턴 상승했을 때인데요. 이 때 F척도가 높게 상승했다면 수검자의 문제가 정신증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죠. 수검자가 증상을 과하게 호소하고 이것이 F척도에 반영되어 상승했다면 F척도와 상관이 높은 임상 척도, 그 중에서도 6-7-8-9 척도가 반응하여 동반 상승했을 수 있거든요. 수검자에게 약물 치료를 병행할 지의 여부는 상담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임상 척도와 F척도는 반드시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반대로 6-7-8-9 척도군이 상승했는데 F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면 과장없이 순수하게 증상을 드러낸 것이므로 수검자가 실제로 정신증이거나 정신증 관련 증상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F척도는 유의미한데 상승한 임상 척도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F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을 호소했다는 말이고 평가자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내용이 임상 척도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정작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임상 척도가 전혀 없다면 이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임상적 진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고 더 나아가서 코드 패턴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재구성 임상 척도를 살펴보면 코드 패턴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F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임상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임상 소척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임상 척도의 모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은데 소척도 수준에서 유의미한 경우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선인 65T-65T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보고서의 해석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은 임상 소척도에서 찾을 수 있으니 임상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임상 소척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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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상담 현장에서도 심리평가 없이 상담만 진행하는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심리평가의 실시가 통상적인 절차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관련하여 평가자가 챙겨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검사 라포의 형성 유무 확인', '심리검사 실시 관련 orientation', '비밀 보장 범위 및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education'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죠.
저는 거기에 이전에 심리평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과정을 추가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심리평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학습 효과입니다. MMPI-2/A, TCI 등 흔히 사용하는 구조화된 질문지형 검사의 경우는 원자료가 가공된 결과물의 내용을 수검자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지만 지능 검사라든가 반응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르샤하 검사 같은 투사법 검사는 노출 정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interval(지능 검사의 경우 안전하게 하려면 3년 이상)을 두고 실시해야 합니다. 만약 이전 심리검사 경험이 다시 실시하는 검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 검사를 미루거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검사 구성을 달리하는 등 대비책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 다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검사에 노출된 정도를 파악하는 겁니다. 이건 학습 효과와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데 수검자가 이전 검사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하는지, 예를 들어 문장완성검사의 개별 문항이나 로르샤하 카드를 기억하는 정도인지, 해석 상담 시 이전 평가자가 반응 내용을 보여주면서 해석을 진행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전 검사가 이번에 실시하는 심리평가 결과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건 가설입니다. 사실 상 심리평가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므로 수검자가 이미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왜 심리평가를 또 받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존 평가 결과에 의한 심리치료/상담이 실패했기 때문인지, 그래서 변별 진단이 다시 필요한 지 등을 고려해 가설을 수정하거나 새로 가설을 세워야 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가설이 바뀌면 선택해야 하는 심리검사 도구와 타이밍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검사의 사전 경험은 중요합니다.
심리치료나 상담을 하는 임상가라면 과거에 심리치료/상담을 받은 경험이 왜 중요한 지 잘 아실 겁니다. 심리평가도 다를 바 없습니다. 거의 비슷한 이유로 심리평가를 받은 경험을 확인해야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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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원칙에 맞춰 수검자에게만 실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도 그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하고 듣고 싶어할테니까요. 아동/청소년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하면 해석 상담을 미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부모를 설득해야 하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부모에게도 해석 상담을 하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아동/청소년에게만 문제가 있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자녀는 가정의 불행을 드러내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서 자녀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부모-자녀 관계나 부부 갈등, 가족 구성원 간 불화, 심하게는 부모가 치료를 요하는 정신 장애에 걸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대상으로 심리평가를 할 때도 최소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TCI, MMPI-2) 정도는 실시해야 하고 이 결과는 부모 각자에 대한 치료적 개입 여부 뿐 아니라 해석 상담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확인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로 활용됩니다.
부모가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 장애로 고통받고 있거나 MMPI-2에서 S척도를 70T 이상으로 띄울 만큼 방어적이라면 해석을 위한 접근이 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부모 평가가 불가능하다는거지요. 부모가 심리평가를 거부하기도 하고, 비용 문제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수가 없거나 기관에서 부모용 검사를 제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제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어떤 분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녀 심리평가 결과의 해석 상담을 해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자녀의 문제가 부모 탓인 것처럼 들리게 말하지 말 것
: 실제로 자녀의 문제가 부모에 의해 생긴 게 맞다고 하더라도 그걸 부모에게 직면시키는 건 거의 항상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열린 마음을 가진 부모라고 해도 자신을 탓하는 평가자의 해석을 접하면 자동적으로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마련입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러니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 부정적인 내용만 이야기하지 말 것
: 특히 임상 장면에서 일하는 평가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인데 훈련 과정 자체가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 치우치다보니 보고서를 쓸 때도 수검자의 문제를 조목조목 기술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해석 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수검자의 문제 하나 당 강점 하나씩을 함께 이야기해서 해석의 체감 온도를 조절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어떤 부분이 수검자의 강점인지 부모에게 할 해석 상담을 염두에 두고 찾는 버릇을 들여야 하고요.
* 균형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해석할 것
: 예를 하나 들자면,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강압적인 훈육 방법을 고집하는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평가를 받게 되는데 그런 부모일수록 평가자/상담자에게 원하는 건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이럴 때 공부만 강요하는 훈육 방법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훈계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그게 바로 그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던 방법이니까요. 그럴 때는 균형을 맞추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두 날개의 비유나 포르쉐 엔진을 단 프라이드 자동차 비유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채찍을 많이 사용하는 부모에게 당근으로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묻거나, 규율과 규칙을 중요시하는 부모에게는 정서적 스킨십과 칭찬 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묻거나 하는 식으로 부모가 잘못 하고 있다는 핀잔 식이 아니라 당연히 아시겠지만(물론 전혀 모르거나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 부모가 태반입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시라는 의미로 뜨끔하게 만드는 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겁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설사 부모가 자녀 고통의 원흉이라고 해도 부모를 가능하면 적으로 돌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부모를 밀어내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하는 건 가장 마지막에 꺼낼 카드입니다.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부모를 협조자로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신중한 해석 상담이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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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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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반 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각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게 읽힐 수 있다는 약점이 있고 이로 인해 응답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어서 결과 해석 시 평가자의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검사입니다.
따라서
'선별심리평가에서 문장완성검사(SCT)를 먼저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구조화된 검사의 실시를 통해 교차 검증해야 안전합니다.
그렇다면 문장완성검사는 약점도 많고 노하우도 많이 필요한 불완전한 검사이니 가능하면 실시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문장완성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 가능성을 탐지할 때입니다. 쓰기 장애나 읽기 장애가 있어도 지능 검사 결과로는 변별이 쉽지 않지만 의외로 문장완성검사에서 눈에 띄일 정도의 두드러진 오류 양상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에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 가능성을 의심하는데 문장완성검사가 더 유용합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 검사의 추가 실시가 필요하지만요.
또한
지적 제한이 있는지를 찾아내는데도 문장완성검사는 유용합니다. 지능 검사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지만 지능 검사는 2시간 이상의 수행 시간 뿐 아니라 평가자, 수검자의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heavy test이죠. 물론 정확한 지적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능 검사를 해야겠지만 그 전에 선별평가 과정에서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통해 지적 제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으로만 일관한다든가, 너무 쉬운 맞춤법이 틀린다든가 하는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죠.
그 밖에도 쉽지는 않지만
조현병을 변별하기 위해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현병 환자들은 사고 장애를 갖고 있고 내용 분석을 통해 사고 내용 상의 장애인 망상을 확인할 수도 있고 관계 사고나 연상의 이완, 우원증 등 사고 과정 상의 장애 양상을 문장완성검사를 통해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고 장애 양상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겠지요.
문장완성검사에는 제한점도 있지만 다른 검사 도구가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장점 또한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주 실시해서 익숙해지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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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 매뉴얼이나 관련 전문서적을 보다 보면 해석 부분에 항상 나오는 내용 중 하나가 낮은 척도 해석에 유의하라(사실상 하지 마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척도들이 낮은 해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어서 그런데 걔 중 거의 유일한 예외는 임상 척도 중 5번과 0번 척도입니다. 이건 5, 0 척도가 임상 척도가 아닌 성격 척도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성격 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들은 낮은 점수일 때 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몇 개의 척도는 낮은 점수일 때의 해석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6번(Pa)과 7번(Pt) 척도입니다.
특히 6번 척도가 극단적으로 낮을 때(T점수 35이하)는 자신이 의심이 많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평가자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지나치게 애를 쓰다보니 심하게 낮아지게 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6번 척도가 낮을수록 오히려 피해 의식이 심하고 의심이 많다고도 뒤집어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척도의 낮은 점수를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는 없으니 어떤 기준이 필요한데 제가 추천하는 기준은 원점수 0점인 척도들의 해석에 유의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척도가 그런 건 아니지만 원점수가 0점이라면 T점수로는 30T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껏해야 35T를 넘기 어렵습니다. 원점수가 0점인 경우에는 그 척도가 의미하는 내용만 골라서 부정하려고 애쓰다보니 지나치게 낮아졌을 가능성에 대해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원점수가 0점일 때 이런 해석 방식을 적용하면 좋은 영역은 내용 척도와 내용 소척도입니다. 그 다음이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척도입니다. 간혹 성격 병리 척도에서도 AGGR이나 DISC 척도 등의 원점수가 0점인 경우가 있으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요약하겠습니다.
* 원점수가 0점(T점수가 35이하)인 척도는 수검자가 그 척도가 측정하는 내용을 선택적으로 부인하려다보니 정도 이상으로 낮아졌을 가능성에 대해 고려할 것
* 이러한 해석이 잘 들어맞는 척도는 순서대로 내용(내용 소척도)>임상 및 재구성 임상척도>성격병리척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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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예전에 몇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가능한 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기 위해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렸고,
*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해석 상담은 한 세트이다'에서는 업무의 편의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수검자를 위해 평가자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담자가 접수 뿐 아니라 후속 상담까지 원 스탑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 접수와 후속 상담이 앞 뒤로 추가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우선
접수하는 사람이 상담자와 다르면 의뢰 사유에 맞는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수 없어서 미리 정해놓은 검사(주로 질문지형 검사)만 기계적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각 상담 기관에서 접수 업무를 담당하는 임상가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상담자가 접수까지 담당하면 내방 사유에 따라 상담 목적에 따른 배정, 심리검사의 실시 타이밍과 필요한 검사 도구의 선정까지 할 수 있어 내담자에게 맞춤식 접근이 가능한데 현재 상황은 내담자가 방문하면 자기보고형 검사를 routine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의 심각도를 기계적으로 평정해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하는 한숨나오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냐 하면, 내담자가 자기보고형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배정이 늦어지거나 배정된 상담자가 상담이 많아 내담자가 오래 대기하는 경우 정작 상담을 시작했을 때 기존에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되고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기자가 많은 상담 기관에는 이런 문제가 자주 일어납니다.
그 다음에
심리평가를 담당한 평가자가 후속 상담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 하면,
상담을 본인이 하지 않으니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자신이 상담을 하게 될 내담자가 아니므로 검사 도중 추가 질문이 현저히 줄고(궁금하지 않으니),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진단이나 예후, 개입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심리평가를 받은 내담자에게 큰 손해이고 이 내담자를 상담하게 될 상담자에게도 손해가 됩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 해석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접수와 후속 상담까지 담당하지 않으면 많은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상담 기관이나 센터가 supervisee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안배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시스템은 제대로 된 훈련을 제공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내담자에게 해가 되는 나쁜 시스템입니다.
제가 늘상 말씀드리지만
임상가는 언젠가 개업해서 1인 상담실을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련에 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접수, 상담의 배정,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 후속 상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특히 그 과정이 앞뒤 과정과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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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세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셋 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빼놓아서는 안 되죠. 제대로 된 심리평가라면 당연히 평가자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담당해야 하고요.
상담을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임상가는 심리검사의 실시와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을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심리검사 도구와 결과의 해석에 대한 공부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만 해석 상담은 평소에 하던 업무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심리평가는 상담에 도움이 되려고 실시하는 것이므로 해석 상담이야말로 심리평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검자가 성인이라서 당사자에게 곧바로 해석 상담을 하면 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보호자가 따로 있는 아동/청소년을 검사한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의 순서와 주의할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아동/청소년
: 당연히 검사를 받은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이 심리평가 결과를 듣는 최초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간혹 아동이 어리기 때문에, 부모만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아동/청소년 보다 부모를 먼저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검사를 받은 아동/청소년에게 먼저 해석 상담을 해야 하고 부모에게 평가 결과를 보여줘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의 주 client가 아동/청소년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평가자는 주 client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부모의 강권으로 심리평가를 받았거나 부모-자녀 문제가 핵심 사안인 경우
간혹 아동/청소년이 해석 상담을 받은 직후 부모에게 결과를 보여주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부모가 법적 보호자인 만큼 당연히 열람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수검자의 의사를 존중해 안 보시도록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2. 부모님
: 아동/청소년이 부모님이 심리평가 결과를 보시는 것에 대해 허락하면 그대로 해석 상담을 진행해도 되겠지만 만일 부모님이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자녀가 심리평가 결과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당장은 보시지 않게끔 설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보여줄 수 밖에 없지만(법적 보호자이니) 담당 평가자가 설득을 했음에도 강제로 보셨다는 사실을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에게 알릴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 정도로 강하게 말씀드리면 순순히 물러나지만 그래도 보겠다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경우는 부모에게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순서는
* 아동/청소년 해석 상담 -> 허락 -> 부모님 해석 상담 진행
-> 불허 -> 안 보시게끔 부모님 설득
-> 그래도 보겠다고 고집하면 이 사실을 수검자에게 알리겠다고 재차 설득
의 단계로 진행합니다.
아동/청소년을 심리평가하는 선생님들께서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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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을 당시만 해도 심리평가보고서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는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수검자의 문제를 찾아내고 필요한 경우 정확한 변별 진단을 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수검자의 심리적 자원이나 긍정적인 가치관, 태도, 대처 양식 등을 찾을 생각도 안 했고 설사 검사 sign을 통해 어렵사리 발견했다고 해도 보고서에 수록하려는 노력조차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세상이 바뀌어서 사람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반성과 함께 긍정 심리학의 영향으로 인해 수검자의 긍정적인 자원을 찾아내는데 관심을 갖는 임상가의 수가 점차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검자의 핵심 문제도, 긍정적인 자원도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쓰여진 심리평가보고서가 가장 잘 쓴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더라도 막상 써 보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는 그럼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건 결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보고서가 되기 일쑤입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자니 수검자가 받을 상처가 신경쓰여 두루뭉술하게 기술하기 쉽고 잘 보이지도 않는 수검자의 심리적 자원을 억지로 찾아내 적자니 평가자 스스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다 수검자의 비위나 맞추는, 아부하는 보고서를 쓰는 것 같은 찜찜한 불편함이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임상가 중에도 수검자의 심리적 문제를 잘 찾아내는 평가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긍정적인 부분을 더 잘 발견하는 평가자도 있거든요. 둘 다 잘하는 평가자보다는 어느 한 쪽에 특화된 평가자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둘 다 확실히 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어느 한 쪽을 확실히 하는 방식으로 연습하실 것을 권합니다.
아니면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에서 필요한 기술 방법을 우선적으로 확실히 마스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애 진단을 비롯해 정확한 문제 양상 파악 및 원인 확인이 필요한 분야(대개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어설프게 긍정적인 내용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수검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러한 고통감에 영향을 미치는 잠정적인 변인들은 무엇이 있는지, 예후는 어떻고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등에 확실하게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낫습니다.
이와 달리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병리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 않고 관계 갈등 등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수검자를 많이 만나는 분야(일반적인 상담 장면)라면 상담 효과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내담자의 긍정적 심리 자원을 찾아내기 위해 주력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솔직히 긍정적인 것보다는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진입로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데 좀 더 익숙한데(아무래도 수련 환경의 영향이 크겠지요), 그러면서도 주로 몸 담고 있는 분야는 상담이라서 둘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가라면 자신이 주로 일하는 영역과 어떤 내용을 찾아내는 데 특화되어 있는지 점검해서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방향을 잡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포스팅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 같은데 단점을 극복하는 것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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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 검사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반응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inquiry 영역입니다.
반응 영역은 온전히 수검자의 영역입니다. 수검자가 어떤 반응을 하든 원칙적으로 평가자는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됩니다.
inquiry 영역은 수검자와 평가자가 공유하는 영역이지만 기본적으로 평가자가 리드하고 수검자가 따르는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자가 어떻게 리드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응 영역과 inquiry 영역은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반응 영역에서 수검자가 채점 및 해석에 필요한 반응을 충분히 한다면 inquiry가 불필요합니다. 하지만 평가자의 입맛에 맞는 충분하고 적절한 반응을 하는 수검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inquiry가 필요하게 됩니다.
반응 영역에서 수검자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정확하게 드러냈다면 사실 inquiry는 안 해도 무방합니다.
* 반응 영역
* 반응 내용
* 결정인
이 중 반응 영역과 반응 내용은 알아보기 쉽기도 하고 로샤 실시 경험이 쌓일수록 채점하는게 점점 더 쉬워지는데 비해 결정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inquiry는 결정인을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샤를 실시할 때 가장 어렵게 느끼는 부분도 바로 결정인의 확인입니다.
문제는
inquiry를 많이 할수록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수검자의 원래 반응에서 점점 멀어지거나 잘못된 결정인으로 채점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정인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inquiry만 해야 하고 가능한 한 inquiry를 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inquiry 영역에서 질문은 2개까지가 상한선입니다. 2번의 질문으로 결정인을 확인하지 못하면 세 번째 질문부터는 이미 유도된 반응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당연히 올바른 채점은 물 건너 갔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2번의 질문 이내에 반응 영역, 반응 내용, 결정인을 확인하도록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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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검사는 왜 하는 걸까요?
신경심리평가처럼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경우와 선별심리평가로 실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종합심리평가를 위시한 대부분의 심리평가 배터리에는 대부분 지능 검사가 포함됩니다. 지적 장애 판정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능 검사가 심리평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그 이유가 뭔지를 모르는 임상가가 의외로 많습니다. 의뢰가 되니 관습적으로 한다는 대답도;;;;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부담 충만한 검사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수가는 엄청 낮아서 제가 수련 받을 당시 실제 수가를 확인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죠. 지금도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상담 심리학 분야, 특히 검사 도구의 선택권이 있는 상담 현장에서는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지능 검사를 굳이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종합심리평가가 아닌 경우 배터리를 구성할 때 지능 검사를 굳이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은 무엇이고 왜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원론적인 말씀부터 드리자면, 수검자의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너무 단순한가요?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1. 원인 탐색 상황 : 지적 제한 확인
: 지적 장애 판정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당연히 지능 지수(IQ)를 산출해야 하고(물론 DSM-5에서도 강조되고 있듯이 IQ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검자가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나 문제의 원인이 지적 제한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 부적응이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꼭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청소년이 보이는 학교 부적응(왕따, 등교 거부, 성적 저하 등)의 이유가 낮은 인지적 능력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겁니다.
2. 결과 탐색 상황 : 심리적 고통감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확인
:
수검자가 호소하는 심리적 고통감이 변별 진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그러한 심리적 장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인지 기능의 양상과 수준을 통해 가늠하고자 할 때 지능 검사를 실시합니다. 다양한 인지 기능은 수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고통감의 종류에 따라, 심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수행 불안이 높을 때 저하되는 소검사와 강박 행동이 심할 때 저하되는 소검사가 다르기 때문에(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profile을 확인함으로써 진단의 근거와 장해의 심각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지요.
단순하게 IQ만 알아보기 위해 routine하게 지능 검사를 실시했던 임상가라면 지능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대해 관심을 조금만 더 가지신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만큼의 수고를 보상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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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 검사를 실시할 때 대부분의 평가자가 염려하는 건 구조적 요약을 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 수가 적은 겁니다. 그래서 비자발적으로 검사에 의뢰되어 방어적이거나, 의욕이 없거나, 지능이 낮아 보이거나 하는 수검자의 수행 동기를 높여 최소한의 반응 수를 확보하기 위해 위해 고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로샤 검사의 반응 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대략 40개 정도? 40개라면 카드마다 평균 4개의 반응을 한 것이니 아마 채점을 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닐 겁니다.
반응 수가 많으면 채점의 오류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구조적 요약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개별 채점의 영향력이 약화되니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구조적 요약의 지표값을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구조적 요약을 활용하는 해석의 정확성을 어느 정도 자신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하나의 카드에서 여러 개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을 때 그 반응들이 하나의 연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 독립적이고 배타적인 반응이라고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 각 반응의 반응 시간 간격을 모두 측정하여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기도 하지만 역시나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수검자나, 공상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 수검자, 상상력이 뛰어난 수검자, 게임 등에 중독된 수검자들은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반응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어찌 보면 반응 수가 많아질수록 구조적 요약의 정확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오히려 질적 해석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샤 검사의 반응 수가 너무 많을 때는 어떻게 질적 해석을 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활용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석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패턴을 읽어라!
1단계. 해석의 요체가 될 수 있는 채점 요소를 확인한다.
:
이 때 중요한 건 평가 의뢰 사유에 따른 가설에 입각하는거지요. 예를 들어 적응 장애가 의심되는 청소년을 평가했다고 해 보죠. 적응 장애의 경우 중요한 채점 요소는 W, Dd, C', Y, M, FM, m, H, A, Bl, (2), AG, MOR 등입니다. 왜 이게 적응 장애에 중요한 채점 요소들인지는 각자 생각해 보세요.
2단계. Card pull에 따른 반응의 군집 패턴을 읽는다.
: 각 카드의 첫 반응이 무엇인지, 어떤 특수 점수가 반복적으로 채점된다면 주로 어떤 카드들에서 나타나는지, 대인 관계를 상징하는 카드에서 어떤 내용이 주로 등장하는지를 관심 갖고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각 카드의 첫 반응이 주로 S를 포함하는 얼굴 반응인지, MOR 반응이 유채색 카드에서만 주로 나타나는지, 대인 관계 카드의 내용이 주로 H인지 아니면 A인지, (2)은 어느 정도 채점되는지 등을 보는 겁니다.
Exner 방식의 구조적 요약은 각 카드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다루지 않습니다. 반응의 합과 비율만을 따질 뿐이죠. 하지만 반응 수가 많아지면(특히 아주 많아지면) 당연히 일정한 패턴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물이 너무 많아지면 물살이 생겨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요. 그 흐름을 읽는겁니다.
로샤 반응의 패턴을 읽는 방법은 구조적 요약의 해석과는 또 다른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요하지만 수검자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에 공부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단, 항상 말씀드리지만 구조적 요약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먼저 깔고 익혀야 합니다. 질적 해석은 구조적 요약을 거치지 않고 지날 수 있는 우회로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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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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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평가자마다 조망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평가자는
각 심리검사의 sign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온통 신경을 씁니다.
목질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입니다.
어떤 평가자는
각 심리검사의 sign이 수검자의 어떤 기능 영역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봅니다.
나무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또 어떤 평가자는 심리검사의 개별 sign보다는 그것으로 설명되는
수검자의 심리적 특성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래서 결국 심리평가를 통해 알아낸 핵심 개념이 무엇인지에 넓게 초점을 맞추고 봅니다. 이것이
숲을 보는 사람입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당연히 목질과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심리평가의 목적에 따라, 선택한 심리검사도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수검자가 어떤 반응 양상을 보였는지에 따라 수검자의 심리평가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목질보다는 나무에, 나무보다는 숲을 보기 위해 조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so what?' 질문에 걸려 넘어지게 됩니다. 각 심리검사도구의 해석집을 열심히 공부하고 검사 sign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는 알지만 그것이 수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래서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수검자의 각 기능에 대한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인지 기능이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 현재 어떤 정서 상태에 있는지에 대해서는요. 하지만 인지 기능의 저하와 심리적 고통감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평소에 숲을 보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평가자가 쓴 보고서는 틀린 구석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 기능 영역을 단순히 병렬로 나열한 느낌이라서 읽는 사람이 지루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모르는 모호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특정 심리검사 sign의 해석에 다소 자신이 없다고 해도, 특정 기능 영역의 기술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도 평가하고자 하는 수검자의 전체성(wholeness)을 염두에 두고 각 기능 영역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목질보다는 나무가, 나무보다는 숲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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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에 올린 포스팅 중에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의 ABC'라는 글이 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쓸 것인지 참고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B(기술, description), A -> B(설명, explanation), B -> C(예측, prediction)를 염두에 두고 쓰면 좋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A -> B -> C를 모두 담아낼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심리평가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수검자의 현재 심리 상태 뿐 아니라 이러한 상태를 야기한 가장 신빙성 있는 원인을 찾아 설명하고, 게다가 향후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러한 상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한 후 어떠한 개입을 해야 하는지, 제언까지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결국 평가자는 심리평가의 어떤 요소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인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가설을 검증해 원인을 밝혀내는 쪽에 집중할 것인지, 경과의 진행 여부를 추적하기 위해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예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상담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심리평가에만 주력하는 임상가들과 달리 상담자는 주로 하는 업무가 상담이고 심리평가는 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 실시하게 됩니다.
저는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한 후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A -> B 보다는 B -> C에 집중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사람의 심리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서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설사 가능하더라도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명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원인 찾기에만 집착하다보면 검사 결과가 아닌 상담 내용이나 배경 정보 등의 비검사 결과를 갖고 소설을 쓰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A -> B가 아닌 B -> C에 집중한다는 건 수검자에게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고, 그러한 어려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 진행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개입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겠다는 것이니, 내담자를 도와 내담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상담자의 마음 자세와 맞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검자의 심리 상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예측하려면 변별 가설을 정확하게 세워야 하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위한 가설 설정을 위한 공부에도 절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A -> B 보다는 B -> C를 좀 더 비중있게 다루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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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와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작성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는 작성 기준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생각만큼 쉬워지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는 소설가의 산고와 같은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열심히만 쓰면 언젠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팁을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보통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많은 평가자들이 심리검사의 결과 자료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됩니다. MMPI-2/A라면 결과 프로파일을 보고 code type을 뽑아내고 해석집을 뒤져서 그 code type에 맞는 해설을 베껴서 보고서의 성격 및 정서 영역에 옮겨 적습니다. HTP의 예를 하나 더 들면 집 그림의 특징적인 부분을 뽑아낸 뒤 역시 해석집이나 사례집을 뒤져서 해당되는 해석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을 정리해 놓은 뒤 수검자와 맞지 않는 부분을 빼는 식으로 문장을 다듬으면서 완성하려고 합니다.
저도 수련을 받던 초기에 주로 이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매우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런 식으로만 보고서를 작성하면 실력이 거의 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심하면 천편일률적인 보고서를 쓰게 되는 고질적인 습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에 대한 그림을 머릿속에 제대로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검사 결과 해석만을 덕지덕지 붙여놨기 때문에 무엇이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고 무엇이 맞지 않는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뭘 빼야 좋을 지 선택하기 어렵고 수검자를 묘사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를 놓쳐서 남기게 되거나 반대로 수검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최종본을 보게 되면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인지 구분할 길이 없게 된 보고서가 많습니다.
빼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려면 수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으로 그려져야만 가능한데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면 굳이 빼는 방식을 쓸 일 자체가 없으니 결론적으로 정보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쓰는 작성법은 어떤 식으로든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하느냐 하면,...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MMPI-2에서 D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RC2 재구성 임상척도도 상승하는지, 임상 소척도 중 어떤 것이 뜨는지, DEP 내용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인지, 내용 소척도는 무엇이 유의미한지 등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수검자가 우울하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sign이 어떤 검사에서 확인되는지 뒤져봅니다. HTP를 살펴보고, 문장완성검사에서 우울하다는 주관적인 보고가 있는지, cognitive triad가 발견되는지, 로샤에서는 이를 입증하는 검사 sign이 뭐가 있는지 등등을 찾아보는 것이죠. 이렇게 교차 검증을 통과한 경우에만 비로소 수검자가 우울하다고 쓰는 겁니다(초심자는 괄호 안에 우울을 지지하는 검사 sign을 나열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면
일단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고 보고서의 일정 분량을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넣어진 내용은 교차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수검자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내용들이고 그런 기술들을 반복해서 읽게 되면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는데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좀 더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게 됩니다.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는 연습은 하면 할수록 시간이 단축되고 각 검사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로 익숙하게 됩니다. 경험많은 supervisor들이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심리검사의 원자료만 뒤적거리면서도 그 자리에서 수검자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이유는 반복 연습에 의해 이런 과정이 이미 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결과를 해석한 내용을 나열하고 수검자에게 맞지 않는 부분을 빼는 방식 말고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교차 검증을 통해 수검자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내용만을 집어 넣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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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6년 전 쯤에 포스팅한
'심리평가에서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임상 심리 파트의 수련 과정이 수검자의 문제점을 골라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정작 현장에 투입되어 심리치료나 상담을 진행해야 할 때 꼭 필요한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검자의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검사를 할 때마다 '이 수검자의 장점은 뭐지? 어떤 자원이 있는 걸까?'하고 고민만 하면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물론 그런 조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련 과정이 문제점만 찾아내는 것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개인이 그런 마음만 먹는다고 그게 쉽게 되나요?
하지만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실천 방법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꼭 필요한 건 평가자가 수검자를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직접 하는 겁니다. 이것만큼 수검자의 장점 찾기에 도움이 되는 연습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심리치료/상담을 하려면 내담자의 장점과 자원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합니다. 치유 효과를 가져오는 건 바로 그거거든요. 그러니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를 상담/심리치료를 한다고 하면 심리평가를 할 때도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실질적으로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심리평가를 담당하는 임상가가 심리치료와 상담까지 원 스탑으로 진행하는 기관이 많지 않죠. 오히려 요즘 추세는 분업화를 통해 상담자와 평가자, 사례관리자를 엄격히 구분하는 겁니다(물론 저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만).
그래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평가자가 심리치료나 상담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자신이 심리평가만 실시하고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다른 사람이 담당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경우는 최소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임상심리 파트의 수련 과정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서 의뢰자(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전문가, 정신보건전문간호사 등)에게 넘기고 난 뒤를 가르치지 않는데 수검자의 문제점으로 빼곡한 심리평가보고서를 들고 해석 상담을 하는 곤혹스러움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부터는 저도 모르게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정리해보면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는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기 위한 연습을 독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담 및 심리치료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더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해석 상담만이라도 꼭 직접하도록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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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의 경우 수련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심리평가이고 실제 임상 장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도 심리평가지만 정작 심리평가와 관련된 전문성을 배양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임상가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수련 과정에서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심리평가를 실시하느라 완전히 물려서 그렇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로는 낮은 수가(수검자가 내는 비용이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 대비 수가가 낮다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러고보면 심리평가는 그야말로 월급값을 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종합심리평가를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저간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에 반대합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숙련되어 있다고 해도 수검자의 반응 속도와 어떻게 줄이든 검사에 걸리는 최소 시간을 고려하면 종합심리평가 한 케이스를 실시하는데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은 걸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게다가 평가자도 사람인만큼 기계처럼 일을 할 수가 없으니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종합심리평가의 수는 3건을 넘기 어렵습니다(간혹 이 이상의 검사를 소화하는 수련 기관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노동 착취에 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면 구조화된 면담을 아무리 꼼꼼히 한다고 해도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수검자를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수가를 낮춘다고 해도 병원 입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이득이죠. 그래서 병원 측에서는 이런 변화를 대놓고는 아니어도 지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이득이 되는게 수검자에게도 이득일까요?
또한 아직까지 자기보고형 척도들은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상용화되지 않았고 그래서 보험 수가 청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요구하는 어느 정도 수준의 종합심리평가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왜냐하면 가격을 매기기 나름이니까요. 즉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질문지를 끼워넣어서 마음대로 책정한 가격을 수검자에게 청구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이 종합심리평가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자는 쪽의 논리는 어차피 심리학자가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배웠던 연구 중심의 결과물이 척도들인데 현장으로 나오면서 종합심리평가만 사용하고 질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연구가 잘 되어 있는 척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자는거지요. 얼핏 보면 옳은 말 같지만 상당히 많은 척도들은 임상 장면에서 개발된 것들이 아닙니다. 학교 장면에서 개발된 척도들이 많아서 임상 장면에 적용해도 좋은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척도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보고형척도들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치료진과 평가자에게 솔직하게 오픈할 자세가 되어 있는 수검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수검자의 상당수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지 않은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보고 신뢰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자기보고형 척도 묶음으로 측정된 것이 수검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숙련하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굳이 종합심리평가를 익히는 건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수검자를 평가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합심리평가가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일례로 종합심리평가는 기질과 성격적인 부분을 평가하는데 약하기 때문에 TCI같은 도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이 좀 더 철저히 종합심리평가 도구를 공부하고 관련 지식을 쌓고 그 틀 안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지 종합심리평가를 버리고 구조화된 면담과 질문지형 도구로 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에 환자가 너무 몰려서 검사가 밀리니 수급 조절을 위해서, 임상심리학자의 업무 로딩을 줄이기 위해서, 병원의 현실적인 요구를 감당하기 위해서 등등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겠지만 정작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근본적인 목적인 정확한 진단과 사례 개념화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려스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수검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대충 둘러대지 마세요.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에서 종합심리평가 도구의 유용성과 한계, 각 장애군에 대한 검사 profile DB 만들기,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최신 지견 등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가 수련받던 2000년 대 초기 이후로 그런 워크샵이나 발표회를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현장에 종합심리평가를 도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정작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책은 달랑 한 권 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게 현재 임상현장의 현실이고 민낯입니다. 달을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달이 가려진답니까?
이익을 위해 무리한 검사 요구를 하는 병원에 맞서 싸우기 어려우니 좀 더 손쉬운 부담 전가의 대상으로 수검자를 희생양으로 선택한거라면 심리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도리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덧. 종합심리평가로 진단하거나 case formulation하기 어려운 장애가 분명히 있으니 그에 특화된 질문지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박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정말 그런 장애가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는 보고 이야기한 겁니까? 본인이 모르겠으니 그냥 손쉬운 대안에 주저앉은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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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검사 전에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일별하다 보면 DSM의 여러 진단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딱히 어느 것 하나로 수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진단들을 떠올려서 비교하고 몇 개의 진단 가설로 정리한 뒤 심리평가를 통해 변별 진단을 하려고 시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리검사 sign들도 기대만큼 전형적인 profile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마치고 나서도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평가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평가자가 오로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수검자가
이런 저런 증상을 호소하는데 함께 묶이지도 않고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변별 진단을 해야 하는 사례가 아니라 두서없이 보고되는 증상의 핵심을 찾아야 하는 문제일 가능성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진을 할 가능성도 있고 이에 따라 치료 방향 설정도 잘못될 위험성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증상이 계속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무기력감,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걱정, 만성적인 짜증, 통제되지 않는 눈물, 수면 장해 및 피로감과 같은 증상들을 호소하는 수검자가 있다고 해보죠.
얼핏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도 우울 장애, 홧병, 불안 장애 등등의 진단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증상들이 어느 하나의 진단으로 딱 묶여지지 않죠.
심리평가를 해도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대부분의 임상 척도가 상승되어 있고 투사법 검사에서도 고통감이 두드러지는데 전형적인 양상이 아니라서 수검자가 힘들어 하는 건 분명한데 특정 진단을 내리기에는 결과 양상이 애매한 겁니다.
진단에만 집중해서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게 되면 이런 사례의 경우 증상이 계속 바뀌게 됩니다. 우울 장애처럼 보였던 증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신체화 장애처럼 보이는 증상이 새로 등장하는 것이죠.
이럴 때는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서 이런 증상들을 만들어 내는 기저의 핵심 문제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수검자에게 어떤 이차적 이득(secondary gain)을 가져다 주는 지를 포함해서요.
문제의 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이파리나 꽃만 보면 오히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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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해야 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심리검사도구를 사용해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겁니다.
그러자면 수많은 심리검사도구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한 도구 중 적절한 것을 선별해서 사용할 줄 아는 법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열심히 외운다고 해서, 또는 무조건 검사만 많이 한다고 해서 그런 능력이 절로 생기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심리평가가 상시화된 병원 장면을 중심으로 어떤 순서로 심리검사도구를 활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심리평가를 숙달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심리평가를 익히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장애 판정 -> 소아 발달 장애 평가 -> 소아 관련 장애 평가 -> 보호 병동 평가 -> 낮 병동 평가 -> 개방 병동 평가 -> 성인 외래 평가
1. 지적 장애 판정
: 지능 검사 도구는 평가자의 시간과 노력은 많이 요구하면서도 수가가 낮아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검사 중 하나지만 종합심리평가의 메인 검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소홀히 할 수도 없는 검사죠. MMPI-2/A나 로샤와 달리 지능 검사는 따로 익히기가 쉽지 않은 검사이기 때문에 지적 장애 판정을 많이 하게 되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익숙해 질 수 있습니다. 대개는 지능 검사 도구를 중심으로 사회 성숙도 검사까지만 하기도 하고 거기에 BGT 정도가 추가되거나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 지능 추정 검사인 그림 어휘력 검사와 VMI를 대신 실시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죠. 지적 장애 판정 때문에 검사를 받으러 오는 수검자들은 대개 Mental Retardation인 경우가 많아 검사 결과를 실시하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2. 소아 발달 장애 평가
: 지능 검사 도구에 익숙해지고 Mental Retardation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 다음은 말이 늦다고 방문하는 소아와 관련있는 장애를 변별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Communication Disorder,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S, Mental Retardation을 변별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지능 검사 뿐 아니라 Bayley-2와 같은 발달 검사 도구를 집중적으로 익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습니다.
3. 소아 관련 장애 평가
: 발달 장애와 지적 장애의 변별에 익숙해지고 나면 영역을 조금 더 넓혀서 소아 Full Battery를 기본으로 해서 ADHD, Learning Disorder 등 다양한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훈련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Continuous Performance Test처럼 주의력 전문 검사 도구나 기초 학습 기능 검사 등 특수 검사 등을 추가하는 연습을 하게 되죠. 이 때는 PCRP, Family Problem, Sibling Rivalry, Peer Relationship Problem 등 가정 및 학교에서 아동의 부적응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변인들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을 낸 김에 청소년 영역까지 넓혀서 Conduct Disorder, Adolescent Depression, Anxiety Disorder 계열의 장애까지 경험하면 더욱 좋겠지요.
4. 보호 병동 평가
: 소아/청소년 영역의 심리평가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보호 병동 입원이 필요한 환자군의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된 장애군은 SPR Spectrum 장애와 Mood Disorder 군입니다. 보호 병동은 그야말로 외부의 사소한 스트레스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방어가 약해져 보호가 필요한 급성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두 영역에 속한 다양한 장애들의 주 증상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그것이 심리검사 sign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숙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훈련장이죠.
5. 낮 병동 평가
: 조현병과 기분 장애 군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중에서도 조현병 만성 장애 환자들을 볼 수 있는 낮 병동에서 수련을 받으면 좋습니다만 낮 병동까지 보유한 수련 기관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은 skip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완전 관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성 증상보다 음성 증상이 주 증상일 경우 심리검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익히는데는 꼭 필요한 환경이니 정신보건증진센터 등 만성 조현병 환자를 볼 수 있는 현장에서 일을 하실 생각이라면 가능한 한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6. 개방 병동 평가
: 보호 병동 수련까지 마치고 나면 심리평가가 주 업무인 병원 세팅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은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특정 장애만 다루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의 수련 배경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왜냐하면 다양한 Neurosis 환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개방 병동은 자해, 타해 위험이 크지 않은 다양한 Neurosis 환자가 입원하는 병동인데 주로 화병, Pain Disorder, Conversion Disorder, Somatoform Disorder 등으로 진단되는 성인들이 많습니다. 보호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만큼 증상이 dramatic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검사 profile이 전형적이지 않으며 통합 해석이 상당히 어렵죠. 심리검사 결과 뿐 아니라 신체검사결과, 간호기록지, 이전 병력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설정한 가설을 검증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세팅입니다.
7. 성인 외래 평가
: 성인 외래 환경은 초진 환자를 비롯해 퇴원 후 재진 환자, 거기에 성격 장애 환자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환자군이 존재하는 곳이며 요새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갈등 해결이나 스트레스 문제 때문에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진단 뿐 아니라 case formulation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담이나 심리치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특히 중요한 환경이죠. 게다가 재진 환자의 재평가와 다른 기관에서 치료받던 환자의 변별 평가까지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 환경의 총 집결판이자 '끝판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성인 외래에서 심리평가를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 신경심리평가와 같은 특수 평가를 제외한 Full Battery 평가에는 고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이 순서는 제 나름의 경험과 생각에 따른 심리평가를 익히는 최적의 순서일 뿐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 숙련에 관심있는 임상가 선생님들은 자기 나름의 순서를 찾아내는 별도의 노력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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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심리평가를 할 때
평가자가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불안한 마음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바람에 오히려 길을 잃는 것입니다.
정보가 많으면 어떻게든 수검자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정보는 case formulation을 방해하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핵심적인 정보를 골라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의뢰 사유를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의뢰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만 가설을 정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되고, 가설을 정확하게 세울 수 있어야만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또 다른 방법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치료력을 조사하던 중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특정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았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죠. 이 때 평가자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건 그 진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느냐는 겁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문진에 의한 것인지, 약식으로 실시된 자기보고형검사 결과에 기초한 것인지,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한 것인지, 실시했다면 심리평가보고서를 구할 수 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실시한 것인지 등등을 확인해봐야 하는 거죠. 진단 근거와 관련된 아무런 정보를 구할 수 없다면 이런 정보는 아예 처음부터 없는 셈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배경 정보의 유효 시한(?)인데
배경 정보는 가설을 세울 때 사용한 뒤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제 방식을 따르자면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없애는 것이죠.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까지 배경 정보를 남겨두면 검사 결과가 제대로 해석되지 않거나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 배경 정보를 동원해 그 간극을 메우고 싶은 강한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야말로 소설 쓰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배경 정보는 사실 굉장히 불완전한 정보입니다. 심리적 고통이 큰 경우 수검자의 주관적 보고는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보호자가 수검자에 대해 잘 아는 signicificant others가 아닌 경우 불완전하거나 편향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정보는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의 오랜 과거 자료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배경 정보는 심리검사 의뢰를 받고 chart 확인 후, 혹은 심리검사를 위한 면접 후 가설을 설정할 때 사용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정확한 case formulation을 위해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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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요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장 완성 검사 결과를 보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죽는거다", "내 소원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면 첫째 소원은 죽지 않게 해주고...",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죽는 것"
제가 최근에 심리평가를 한 아이들의 실제 반응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이런 검사 결과를 보면 평가자는 당연히 아동이 최근에 가족, 친척, 반려동물 등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는지 history taking을 할 겁니다.
그런데 아동이 구체적인 경험을 보고하지 못하거나 설사 실제 사건이 있었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것이 주는 정서적인 충격이 크기도 하거니와 일상 생활에서 죽음을 다루는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죠.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생명의 유한성이라는 실존 주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사실 성인이라고 해도 이를 심사숙고하고 정리해서 삶에 적용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그러니 자신의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부모의 수가 적을 수 밖에 없지요.
가장 많은 대처 방법이 말을 얼버무리고 돌리는 것이고 그나마 종교가 있다면 종교적인 설명을 해 주겠지요. 하지만 개신교를 믿는 가정의 경우 사후 지옥의 존재를 알게 됨으로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부부 관계 및 가족 치료 전문가인 조이스 밀스 박사가 어린이책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인 캐리 필로와 함께 만든 이 책은 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나 그런 친구를 둔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굉장히 짧은 그림책이지만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 끝까지 사랑으로 함께 하는 방법, 추억으로 그 사랑을 기억하는 방법 등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죽음을 변화 과정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것이 참 괜찮았습니다.
부록으로는 제인 에넌지에타 박사가 쓴 부모들을 위한 도움말과 병에 걸린 아이들이 경험하는 통증과 두려움을 조절하기 위한 두 가지 활동이 실려 있습니다.
도움말은 '아이의 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병에 걸린 아이의 감정(상실감, 두려움, 책임감, 슬픔, 노여움 등)에 공감하기'를 다루고 있고 통증과 두려움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치유 과정 그림 그리기'와 '행복한 마법의 숨쉬기'를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어린 자녀에게 죽음이나 죽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 지 모르는 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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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근거하여 외양(appearance), 검사 태도, 평가자와 상호 작용 패턴, 반응 양상 등을 routine하게 쓰는 경우가 많죠.
물론 그렇게 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작성법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행동 관찰 영역도 피검자의 문제 영역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행동 관찰 영역을 기술할 때에도 의뢰 사유와 연결해서 써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이 계속 지속되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며, 매사에 무기력하고 모든 것이 귀찮아서 끼니도 자주 거르는 문제로 도움을 청했고 우울증을 변별 진단하기 위해 심리평가가 의뢰된 피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변별 진단이 의뢰 사유 중 하나일테니 우울증인지 아닌지를 심리평가를 통해 가려내야 할 겁니다.
그럴 때 행동 관찰 영역에는 이 피검자의 모습이나 검사 중 보이는 행동, 평가자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우울증 환자의 그것인지 관찰해서 기록하는 겁니다. 반응 속도가 느린지, 평가자와 눈맞춤이 어려울 정도로 시선을 피하는지, 투사법 검사 중 눈물을 흘린다든지, 그리기 과제에서는 필압이 지나치게 약하다든지 등에 대해서요.
반대로 우울증 변별이 필요한 피검자인데 자주 웃고 반응 속도도 빠르고 자발적인 의사 표현이 많고 해서 전형적인 우울증으로 보기에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지를 기술해도 좋습니다.
의뢰 사유와 연결해서 주된 가설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기각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는지에 초점을 잡고 쓰는 것입니다.
이 피검자가 뿔테 안경을 쓰고 왔는지, 휴대폰이 최신 스마트폰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검자가 검사 중 했던 말 중 조금이라도 특이하게 여겨지는 것을 기준없이 나열하는 것도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필요한 정보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의뢰 사유와 목적이 분명하다면 행동 관찰 영역도 그에 맞춰 연결성있게 기술하는 것이 좀 더 깔끔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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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예를 먼저 들겠습니다.
* 내담자가 예전에 병원에서 받은 심리평가 결과와 상담을 하면서 받았던 심리평가 결과를 비교해 보고 싶어함
* 상담을 종결한 내담자가 센터에서 받았던 심리평가 결과와 원자료를 갖고 싶어함
* 상담자를 바꾼 내담자가 현재 상담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심리평가보고서와 원자료를 달라고 함
위의 경우 중 상담자/평가자 또는 센터에서 내담자에게 심리평가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건 어떤 사례일까요?
어떤 사례인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심리평가 자료의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피검자가 원하는대로 모두 주어야 한다'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임상가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보기 바랍니다. 의무 기록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니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군색한 변명은 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따지자면 심리평가 관련 자료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법에 의해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임의 보관하는 것 자체가 위법일 소지가 더 클 겁니다.
피검자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받은 서비스의 결과물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까?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어떤 상황에서 주고, 안 주고, 또는 준다면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오히려 피검자가 자료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이유가 피검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만약 아니라면 어떻게 치료적으로 다루어야 하는가입니다.
그런 고민은 하지도 않고 문제가 될 소지만 줄인답시고 무조건 피검자에게 검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설정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유가 되겠습니까.
모름지기 상담자라면 지엽적인 행정 업무가 아닌 내담자의 치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평가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재차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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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supervision의 경우 supervisee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 피검자에 대한 정보 요약* 검사 원자료 사본* supervision을 받고 싶은 point 요약*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간혹 진단이 중요한 피검자의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열심히 썼는데 막상 supervision을 받아보니 내가 내린 진단이 완전히 틀렸고 당연히 틀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해서 허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죠. 그러면 앞으로 자신이 없고 formulation도 잘 안 되는 피검자는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자료만 들고가서 supervision을 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생각하는 supervisee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무조건 보고서를 써 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실력이 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진단을 완전히 헛짚은 보고서라도 그걸 쓰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고민과 노력이 알게 모르게 녹아들게 됩니다. 보고서를 쓰는 동안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이 되게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데 supervision을 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구분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꽤 많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지 그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supervision을 오래 받아도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둘째. supervisor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supervisor와 함께 할 때에는 formulation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그건 자신의 실력이 아닌 supervisor의 실력입니다. 나중에 혼자서 해 보면 자꾸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그냥 supervisor에게 가서 물어봐야지 하는 식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고민하지 않으니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턱이 없습니다. supervisor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지면 나중에 전문가가 되어서도, 교수가 되어서도 계속 supervisor만 찾게 됩니다.
셋째.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supervisor라도 보고서를 읽어 봐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코칭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만 갖고 formulation을 하면 당연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겠지요. 그러면 supervisee의 특징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월덴지기 클론 보고서'가 되는 것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으면서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 supervisor들의 강점을 잘 흡수해서 자신만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끄럽고 엉터리 진단을 내린 보고서이고, 나중에 거의 새로 쓰는 한이 있어도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써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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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임상심리학회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표준화된 심리평가보고서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형식 면에서는 미국의 것을 차용해 그런대로 비슷한 report for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 면에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라서 임상 현장마다 제각각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평가자가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현장 두 곳을 중심으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임상 현장에 따라 유의해야 할 부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가장 많은 심리평가보고서가 작성되는 병원 장면입니다. 대부분 정신과(요새는 정신 건강 의학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이거나 심리적 문제와 관련이 많은 과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 의뢰자가 거의 대부분 의사이다보니 의사의 진단적 임상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유, 무형의 압력을 느끼거나 최소한 진단을 붙여서 보고서를 내보내야한다는 강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가 자신에게 맡겨진다면 어떻게 치료나 상담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무리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치료에 방해가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습관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상담센터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고 국가와 voucher 협약을 맺은 곳도 많죠. 상대적으로 정신 건강 의학과에 비해
문제 행동이나 증상의 심각도가 가볍기 때문에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반대로 모든 문제를 PCRP나 애착 문제로 귀인하려는 선입견을 갖기 쉽습니다. 게다가
평가를 하는 기관이 심리치료나 상담을 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를 연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문제 별 부모 교육이나 사회 기술 훈련, 의사소통 기술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매우 드물며 센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만 기계적으로 의뢰합니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무조건 놀이치료?'라는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검 아동/청소년의 문제와 상관없이 routine하게 센터에서 가용한 심리치료만 제공하는 것이죠.
따라서 상담센터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가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신과적 진단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아닌지 좀 더 세심하게 진단 가설을 설정해야 하고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제공할 수 없는 치료적 기법이 필요하다면 수소문을 통해 연계망을 구성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심리평가를 위해 방문하는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현황을 파악하여 필요한 심리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치료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양성해야겠지요.
심리평가 작성법에 대한 이해에 앞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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