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소 좋아라(?)하는 블로거의 글을 읽다가 포스팅 욕구가 불끈불끈 올라오는 통에 오전 중으로 해야할 일도 미루고 포스팅합니다.
이 분이 워낙 노출을 꺼리는 분이라서 트랙백은 겁니다만 링크는 안 했습니다. 포스팅의 내용은 이 블로거의 선배가 부동산과 관련해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실수요자가 없다고 한 이야기입니다. 이 선배의 주장은 내가 살기 위한 집 한칸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라 많이 오를 집을 사려는 사람은 모두 잠재적 투기꾼이라는 것이죠.
주택 구입의 목적이 수요 창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 교육, 더 나은 생활 환경, 사회적 지위에 대한 반영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동감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공장 건설이나 점포 개설과 같이 수요 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제외한 부동산 투자는 모두 근본적으로 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엄연히 사용 연한과 감가상각이 존재하는 아파트의 값이 오르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며 당연히 자동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값이 하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다세대 주택은 지은 지 2년이 넘으면 전세값이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집주인이 사람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죠. 다세대 주택에 4년 째 전세 살고 있는 제게도 집주인이 집을 사서 나갈 때까지 제발 계속 있어달라고 사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배가 아프다기보다는 동정심이 생깁니다. 2억 원에 산 아파트가 4억 원이 넘어 3년 만에 2억 원을 벌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부럽지가 않습니다. 엉덩이 밑에 4억 원을 깔고 있으면 뭐합니까? 그 집은 매달 90만 원의 대출 이자를 내야 하고 집값 폭등으로 인한 생활 물가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외식 한번 제대로 못합니다. 대형마트와 공원을 제외하고는 문 밖 출입이 두려울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집을 팔고 차액을 챙겨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요새는 어디나 집값 상승이 만만치 않아서 차액이 얼마 되지도 않고 아이들 학군 문제때문에 옮길 용기를 내지도 못합니다. 이러다가 거품이 빠져 집값이 폭락하면(버블이 아니더라도 인구 감소로 앞으로 거주용 부동산은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잘해야 10년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싼 아파트를 대출까지 받아서 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앞으로 폭락한 집들이 쏟아져 나올텐데 뭐하러 그럽니까?) 실제로 자신이 번 돈도 아니면서 재산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감수해야겠지요. 강남에 있는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는 그거 팔아서 작은 아파트로 옮기고 남은 돈으로 이자만 받아먹으면서 편하게 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집 절대로 못 팝니다. 이미 자신의 정체성이 투영된 집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비새고 구질구질한 좁은 아파트에서 불편하게 살아도 이사할 엄두도 못 냅니다.
가끔 이사를 밥먹듯이 해서 차익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기는 있습니다. 부동산 컨설팅으로 유명한 봉준호씨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저는 이분도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돈이 될 만한 개발 예정지(보통 거주 환경이 열악하죠)를 사서 힘들게 살다가 가격이 폭등하면 팔아서 차익을 남기고 다시 거주 환경이 열악한 예정지를 사러 떠나야 하는데 이게 사람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일단 황금같은 시간을 버려야 하고(본인은 풍요한 노후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동안 삶의 질 하락을 감수해야 합니다.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글쎄요. 그 시간동안 감수해야 했던 고생과 시간들에 대해서 가족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고진감래니까 감수할 만하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파트를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사실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만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합니다) 아파트에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집은 작은 침실과 중간 정도 크기의 서재 겸 공방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아파트로 계산하면 25평 이하에 실평수 18평 정도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너무 넓으면 청소하기 힘들어요. ㅠ.ㅠ
어차피 부동산 투기할 것도 아니니 다세대 주택이라도 생관없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집값 폭등이니 실수요자 불안이니 그런 일이 전혀 실감나지 않습니다. 제가 전세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도 올해 만기인데 주인에게 말해서 전세금을 내려달라고 요청할까 생각중이거든요(생각만... 워낙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지라...). 아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넓은 집에 살아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저는 1억이 넘는 전세에서 사는 사람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내 집만 오르고 다른 곳은 떨어져야 한다는 놀부 심보를 가지지 않으며, 거주 공간으로(만) 생각하는 진정한 실수요자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덧. 주변 사람들의 헛소리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같은 생각으로 변함없이 저를 지지하는 보니데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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