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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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판사인 소울메이트가 책의 제목을 정할 때나 홍보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몇 개 있습니다. '왜 나는~~~ 까'라든가 '~한다면 꼭 알아야 할 ~가지' 같은 것들이죠.
실제로 제 책이 '왜 우리는 도박에 빠지는 걸까'였고 이 책의 제목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입니다(세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딱 떨어지는 70가지는 아닐겁니다;;;). '씨네 21'의 주성철 기자가 쓴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처음에는 두 가지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선 무게. 분량이 600페이지에 달하는데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런지 묵직한 중량감이 책을 주로 들고 다니면서 읽는 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더군요. 또 다른 하나는 추천사. 책 뒤에 박찬욱 감독이 보통 생활에서 쓰는 표현을 썼다고 했던데 평소 영화 평론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또 전문용어의 숲에서 길을 잃겠구나 하고 각오를 했죠.
그런데 박찬욱 감독 말처럼 그리 어렵지 않게 읽혔습니다. 뭐 그렇다고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말을 어렵게 꼬거나 빙빙 돌리지 않고 입말처럼 쓰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더군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거든요. 영화라는 장르가 워낙 넓은 분야이기도 하고 뭘 주제로 삼고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말이죠.
근데 재미있습니다. 딱딱한 기법만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출발 비디오 여행'류의 영화 나열도 아니고 주제 별로 묶어서 영화 감상(시네마테라피, B무비, HD영화, 3D입체영화, 그린시네마, 멀티캐스팅, 표절과 오마주, 영화의 도시들), 영화 트렌드(게임 원작, 로봇 등장 영화, TV와의 대결, 스포츠 영화, 애니메이션, 올림픽, 버디 무비), 영화 장르(액션 영화, 청춘 영화, 에로 영화, 조폭 코미디 영화, 무협 영화, 서부극, 뉴 블랙 시네마, 스파이 영화), 영화 배우, 한국 영화의 전설, 영화 감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정보를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좋은 영화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세계명화, 한국영화, B무비, 치유영화) 소개까지 외국, 한국,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꼼꼼합니다.
그야말로 영화 대백과 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느 백과사전처럼 딱딱하지 않고 정보와 재미를 버무려서 잘 차려놓은 밥상 같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읽어서 그런지 더 좋더군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챙겨 봐야 할 영화와 책들에 대한 정보도 솔찮게 얻었습니다.
소울메이트에서 선물로 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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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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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책의 내용을 좋아하는 것이죠.
그런데 책을 좋아한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종류와 수준이 있습니다. 책의 디자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서체라든가, 페이퍼 백이냐 양장본이냐를 구분하기도 하고, 미색 모조지냐 재생지냐로 취향이 나뉘기도 합니다. 희귀본이나 한정판을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이로 만든 책이라면 무작정 환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히 책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죠. 밑줄을 긋거나 귀퉁이를 접는 것은 물론이고 책을 활짝 펴는 것조차도 질겁을 하는 사람(이 책에서 궁정식 책 사랑법이라고 분류한)이 있는가 하면 물고 빨고 하는 수준에서 책을 이용하기도 하고 책을 분책하거나 다 읽은 부분은 뜯어서 먹는 사람의 수준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제 경우는 다 읽은 페이지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고 자를 대고 밑줄을 긋던 시기를 지나 일단 손에 들어온 책은 버리지를 못하고 무조건 보관하던 시기를 거쳐 지금은 다시 볼 책이 아니면 과감하게 북 크로싱해서 날리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을 나열해서 스펙트럼을 만든다면 중간 정도의 수준?
대부분 bookmark나
book dart를 사용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귀퉁이(dog-ear라고 하는)를 접고 낙서도 하고 메모도 거침없이 합니다. 상당히 지저분하게 보는 편이죠. 그것이 인간의 독서 생활을 위해 희생한 나무들을 기쁘게 할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것과 관련된 내용을 전에 포스팅한 적도 있군요.
해외 여행을 가면 독특하고 예쁜 bookmark를 사 오기도 하고 선물을 받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줘 버리기도 합니다. book dart는 제 것이 아닌 책에만 사용하는 편이고요. 그러니 확실히 궁정식 책 사랑법은 아닙니다.
대신 뭐든지 읽는 것은 좋아해서 장르를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처럼 자동차 메뉴얼이나 홈 쇼핑 카탈로그에서 희열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고요.
이 책은 '책을 위한 책'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목부터 Ex Libris(장서표)입니다. 책벌레가 쓴 책벌레를 위한, 책에 대한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재 결혼 시키기(두 책벌레가 결혼했을 때 각자의 책장을 합치는 것), 오, 탈자를 강박적으로 교열하는 것, 한정본에 대한 사랑, 책을 쓰는데 사용하는 필기구에 대한 집착, 표절에 관한 내용, 책과 연합된 강렬한 감정, 낭독의 쾌감에 이르기까지 책벌레들을 흥분시킬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책들과 풍자와 유머, 라이프 스타일이 지극히 서구적인 것이어서 마음에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훨씬 더 맛깔난 비유를 사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역자가 번역 잘 하는 정영목씨니까 아마도 번역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아니면 제가 이 책을 좋아라 할 정도의 책벌레가 아니라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책벌레라면 마음에 드실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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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심리학회에서 '연구 진실성 심사 운영 세칙'을 발표하였습니다.
연구 진실성 심사 운영 세칙(말 참 어렵죠?)은 간단히 말하자면
연구와 관련된 부정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처리하기 위한 심사, 판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일종의 규정집입니다.
이 운영 세칙은 세부적으로
1조 : 목적2조 :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정의3조 : 출판 업적4조 : 절차에 대한 정의5조 : 적용 범위6조 : 적용 절차7조 : 예비조사위원회8조 : 연구부정행위 제보 및 접수9조 : 예비조사의 기간 및 방법10조 : 예비조사 결과보고서11조 : 예비조사 결정12조 : 본 조사 착수 및 기간13조 : 본 조사 위원회의 구성14조 : 출석 및 자료제출 요구15조 : 예비조사 또는 본 조사에서 제보자와 피조사자의 권리 보호 및 비밀 엄수16조 : 본 조사에서 제척,기피 및 회피17조 : 본 조사에서 이의제기 및 변론의 권리 보장18조 : 본조사결과보고서의 제출19조 : 판정 및 조치20조 : 기록의 보관 및 공개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명 때 늦은 감(사실 너무 늦었지요)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심리학회가 연구 부정행위 척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연구자는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연구 부정행위에 연루되었을 수 있으니 항상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덧. 이 운영 세칙을 보니 단순히 어떤 지위나 직책에 있다고 해서 저자가 되거나 제 1저자로서 기재되는 것을 연구 부적절 행위로 규정하고 있던데 이걸 처벌한다면 상당히 많은 수의 교수들이 걸려들겠네요. 당장 몇 명이 떠오르네요. ^^
덧2. 이 시행 세칙의 발표 시점이 2009년 2월 25일부터이고 그 전에 있었던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긴 그래야겠지요. 소급 적용을 하면 한바탕 광풍이 몰아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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