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에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채식 제품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CJ 푸드빌의 비비고와 풀무원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죠.
풀무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2022년 5월에 대기업 가운데 첫 비건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인 플랜튜드(Plantude) 1호점을 강남 코엑스몰 지하 1층에 오픈하고 100% 식물성 식재료로 즐길 수 있는 메뉴 13종을 선보였습니다.
1호점의 인기에 힘입어 2023년 3월에는 용산 아이파크몰에 2호점을 열었죠. 오랜만에 서울 시내 나들이를 하면서 플랜튜드 2호점에 들렀습니다. 가는 길에 보니 제가 2018년까지 일했던 직장 근처를 지나더군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플랜튜드 2호점은 용산역 아이파크몰 테이스트 파크 7층에 있습니다.
입구는 금방 눈에 띄게 잘 만들어놨는데 아이파크몰이 코엑스몰보다 훨씬 넓은데다 더 센터, 패션 파크, 리빙 파크, 테이스트 파크로 건물이 나눠져 있어 차를 가져가는 분들은 주차장에서 찾아가기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길을 헤맸다는 방문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고 역시나 저희도 한참을 헤맸습니다.
입구의 메뉴판을 보니 생각보다 메뉴가 꽤 다양하고 새로운 메뉴를 계속 선보이는 것 같더군요. 1, 2, 4인용 세트 메뉴도 있습니다. 저희는 메뉴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 가격 할인폭도 크지 않아서 그냥 단품들로 주문했습니다.
매장 분위기는 요렇습니다. 점심 시간에 딱 걸리는 바람에 테이스트 파크 내 대부분의 매장이 점심 식사를 하는 손님들로 붐비는데 플랜튜드는 아무래도 100% 비건식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더군요. 특이한 건 저희가 방문했을 때 남자 손님이 70%였습니다. 요새는 남성들도 비건식에 관심이 많아졌나봅니다.
서빙 직원들의 복장이 호텔처럼 하얀 와이셔츠의 정장 차림이던데 깔끔한 건 좋지만 음식을 나르다 튀면 골치아프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주문용 태블릿을 가져오기 때문에 앉은 상태에서 주문을 하면 됩니다. 에피타이저로 '모둠 버섯 두부 강정'을 주문했고 '순두부 인 헬'과 신 메뉴인 '베지 나이스 팟타이'에, 나중에 곡물밥을 한 공기 추가했습니다. 거기에 음료로 톡스 콤부차를 주문했고요.
제일 먼저 나온 모둠 버섯 두부 강정(11,000원)입니다. 튀긴 버섯과 두부를 연근, 파프리카 등과 함께 섞어서 깐풍기처럼 만든 음식입니다. 맛은 있지만 제 입에는 좀 짰습니다. 에피타이저보다는 술 안주로 어울리겠더군요.
두 번째로 나온 베지 나이스 팟타이(13,000원)입니다. 저 노란 그물처럼 생긴 건 튀김입니다. 레몬 조각과 땅콩 가루, 고추 썰어놓은 것을 그릇에 따로 주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뿌려서 먹으면 됩니다. 양이 좀 적은 건 둘째치고 간이 좀 셉니다. 함께 주문한 톡스 콤부차(3,500원)를 계속 마시게 되는 걸 보면 너무 자극적이에요.
마지막으로 나온 순두부 인 헬(14,000원)입니다. 전에 소개했던
성수동 '리틀 포레스트'의 샥슈카와 비슷한 음식입니다. 영어로는 '에그 인 헬'인데 비건 버전이기 때문에 계란 대신 보통 두부를 넣습니다. 플랜튜드에서는 순두부를 넣었네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빵을 무한리필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좋았는데 플랜튜드에서는 리필도, 추가 구매도 안 됩니다. 마늘빵 4개를 다 먹으면 그냥 국물만 떠 먹어야 합니다. 결국 곡물밥 한 공기를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다른 메뉴처럼 순두부 인 헬도 맛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밥을 말아먹지 못하고 그냥 곁들여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계속 과일과 샐러드 같은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반적으로 음식이 너무 자극적이었습니다. 논비건에게는 특이하고 맛있을 지 몰라도 가볍고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는 비건들에게는 너무 간이 센 편이라서 근처에 왔을 때 어쩔 수 없이 들를 수는 있어도 따로 시간내서 방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풀무원에서 출시된 밀키트를 기반으로 재료를 좀 더 추가해서 조리한 메뉴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음식 자체는 매장에서 완전 조리를 하는 것 같네요. 색다른 메뉴를 경험하고 싶은 비건들은 한 번쯤 방문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휴일이 따로 없는 건 장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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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비건 라면계의 신라면, 진라면, 너구리 정도 위치를 차지하는 건 '삼육 감자라면(아직 소개 포스팅 안 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쿱 생협에서 출시한
'자연드림 채소라면'은 너무 건강한 맛이기도 했거니와 기름이 많이 엉기는 편이라 깔끔한 걸 좋아하는 제 입맛에 안 맞기도 해서 소개 포스팅 이후로 다시 구매한 적은 없고,
'오뚜기 채황'은 순한 맛 라면으로는 최강이지만 저는 매운맛 라면을 선호하는 편인데다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는 자극적인 맛이 땡길 때에만 라면을 먹고 있어서 최근 들어 채황은 거의 안 먹게 되더군요.
최근에 풀무원이 채식 라인의 제품군 공격적으로 강화하던데 갑자기 비건 인구가 늘어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건강을 중시하는 트랜드를 잘 읽은 것 같습니다.
풀무원 정면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0년 8월에 야심차게 출시한 정백홍(정면, 백면, 홍면) 라면 중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라면입니다. 가격은 4개 들이 한 봉지에 3,500원 정도 합니다.
12가지 채소를 고온으로 로스팅하여 채소의 감칠맛을 극대화했고 콩으로 낸 채수를 기본으로 하고 장으로 밑 국물을 더해 육수와 같은 풍미까지 더했다고 합니다.
건면이라 다른 라면에 비해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독특하게도 면발의 식감은 일반 유탕면 같아서 신기했습니다.
비건 라면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감칠맛 국물은 괜찮았지만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날카로운 칼칼함이 좀 거슬렸습니다. 떡볶이 맛으로 비교하자면 학교 앞 할머니 맵단 떡볶이 맛이 아닌 캡사이신 엽떡의 아린 매운 맛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잡식을 하는 분들에게도 어필하려고 육수와 같은 맛을 내려 했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 육수 비슷한 국물맛때문에 덜 깔끔하게 느껴졌습니다.
풀무원의 비건 제품군 중에는 추천할 만한 것들이 많은데 아쉽게도 정면은 굳이 쟁여놓고 먹고 싶은 정도의 라면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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