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구는 돈다' 카피를 패러디한 제목입니다만... 그 정도로 비장한 건 아니고요.
2009년에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참으로 뻔뻔스러운 사감위'라는 포스팅에서 '기관차 효과'와 '풍선 효과'를 대비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감위는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규제해야 불법 사행산업을 잡을 수 있다는 기관차 효과를 믿고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때려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완결판이 전자카드제라고 할 수 있고요. 아직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만...
저 위의 포스팅 이후로 4년 반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합법 사행산업을 규제하려고 많이 노력했으니 기관차 효과대로라면 불법 사행산업도 덩달아 많이 줄어 들었어야겠지요?
어림없는 소리죠. 합법 사행산업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불법 사행산업은 성장 일로에 있어서 이미 감당을 못할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사감위에서 한번도 불법 도박 시장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시장 규모가 100조는 넘었을 겁니다. 합법 사행산업에 비해 5배 이상으로 커진거지요. 뒤늦게 사감위에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 발의를 한다는 둥 뒷북을 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이미 늦었습니다.
기관차 효과는 불확실한 것에 베팅하는 인간의 도박 본능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전제부터 틀렸습니다.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할 때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면 힘들어서 포기하고 레저 수준에서만 즐기겠지 하는 아메바 수준의 생각에 기초하고 있거든요. 내가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불법 도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건 생각도 안 한거지요.
실제로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일선 센터에서는 경마, 카지노 등 전통적인 도박을 주 도박으로 하는 중독자의 수가 현저히 줄고 불법 스포츠 토토나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중독자가 압도적으로 늘었습니다. 제가 체감하는 비율은 대략 20:80 정도나 됩니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감위에서 운영하는 치료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치료자 중 한 사람이니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규제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단 그 적정선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죠. 도박에 대해 뭣도 모르는 비전문가들 모아놓고 탁상공론으로 결정하지 말고요.
며칠 전에 있었던 공청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의 면면을 보면 1차 종합계획안보다 질적으로 더 후퇴해서 도박과 도박 중독 분야의 전문가가 한 명도 없더군요. 대체 뭣들 하자는 건지... 누가 제대로 지적을 했던데 그냥 이해 관계의 개싸움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불법도박을 부숴 풍선 효과에 의해 합법 사행산업의 틀 안에서만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걸리면 신세 망친다는 신호가 분명히 전달되도록 엄중한 법 집행과 부당이익의 환수를 일관되게 지속해야 합니다.
불법도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합법 사행산업만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도박 문제 해결 못합니다. 왜냐하면 풍선 효과가 옳으니까요.
설마 도박 문제가 해결되면 사감위의 존립 이유가 없어지니까 조직 생존을 위해 그냥 내버려두고 공존공생하려는 건 아니죠?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545
★☆☆☆☆
이미지 출처 :
YES24
제 손에 이 책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에서 다른 책을 살 때 함께 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그득하니까요. ㅡㅡ;;;
원래 책을 읽을 때 한쪽 분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종류를 바꿔가며 번갈아 가며 읽기 때문에 손에 집어든 책입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 책은 저처럼 자유주의자이면서 좌파를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해로운 책이더군요.
뭐 입시, 취업, 재테크를 위해 경제상식을 장착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지식을 단편적으로 우겨넣는 방식 자체는 이해합니다만 이 책의 문제는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자 내지는 잘 쳐줘도 자본주의 예찬론자인 저자의 불손한 의도가 그대로 읽혀 저로서는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제 눈에 걸린 것만 뽑아봐도
* 청계천 복원으로 주변 집값이 올라가는 걸 '긍정적 외부효과'의 예로 설명(35p)*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오너 + 전문CEO 기업의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식으로 대기업 옹호(69p)*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규제 지역 주변 땅값이 상승하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지 않아 생기는 풍선 효과로 설명(97~98p)* '기업공개'를 하면 회사 역시 경영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걸 '골칫거리'로 표현(100p)* 대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규모의 경제 옹호(213~216p)* 자금 이체 등의 서비스 수수료가 낮아진다며 자통법 옹호(263~265p)* 금산분리 완화 옹호(266~268p)*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며 교묘하게 순환출자 옹호(300~303p)* 중국의 흑묘백묘론을 이용해 trickle-down 효과 옹호(341~342p)* 스웨덴의 예를 들어 부유세 폐지 옹호(396~398p)* 신자유주의의 불가피성 옹호(410~412p)
이 책은 제가 볼 때 '수은'같은 책입니다. 마치 객관적인 지식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그 때부터 무서운 중금속 오염을 일으키는 수은처럼 사람의 머리를 신자유주의로 물들이는 책이죠. '조중동문'과 다를 바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아끼는 분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추천 못 하겠습니다. 그래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분이 계실 지 몰라서 북 크로싱하기는 합니다.
이 책의 맨 처음에 15문항으로 된 '경제상식 자가진단'을 풀어보니 12개를 맞추어서 '경제 척척박사'였는데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100문항으로 된 '경제상식 이해력 테스트'를 풀어보니 85점으로 '경제 척척박사' 진단의 끄트머리에 턱걸이를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경제 지식이 퇴보했네요. ㅡㅡ;;;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북 크로싱하면서 이렇게 찜찜한 책도 참 오랜만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