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쉼의 목표 중 하나는 분기마다 일주일 정도를 쉬는 '안식주'와 일년에 한 달은 온전히 쉬는 '안식월'을 지키는 겁니다.
올해 4/4분기 마지막 안식주이자 처음으로 시작하는 안식주를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로 정하고 쉽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강의, 대면/온라인 수퍼비전을 포함한 모든 공식적인 일을 하지 않습니다. 1월 1일 이후의 대면 수퍼비전 예약 관련 문의만 이메일로 받겠습니다.
지금 계획에는 맛집 순례, 전시회, 밀린 여행기 포스팅, 여행하면서 모은 동전 컬렉션 세척 등이 있지만 그냥 다 때려치고 고양이 네 마리와 빈둥거리면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니 하루종일 캐롤을 들으며 보낼 것이고 저녁에 예약 주문한 비건 케익이 도착하면 스위스 여행 때 챙겨온 와인을 깔(?) 예정입니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기 바라고 편안한 연말연시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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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가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날짜는 7월 1일이었습니다. 그 전에 남은 휴가를 써야 해서 6월 9일 이후로는 회사에 안 나갔고요. 나름 6년 동안 준비를 했음에도 막상 15년을 일했던 직장에서 나오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몸과 마음을 쉬면서 이후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들어오는 일을 하나도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서 소화하느라 한 달 동안 무리를 하는 바람에 심한 감기로 큰 곤욕을 치렀죠.
프리랜서의 삶은 일이 없어도 곤란해지고 일이 많아도 문제가 됩니다. 일이 없으면 생계가 곤란해지고 일이 너무 많으면 삶의 균형이 깨지게 되죠. 저는 다행히 일이 많은 축이었지만 한 달 동안 지옥의 강행군을 하다보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일이 많은 건 다행이지만 평생 이렇게 일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런 행복감도 느끼지 못하고 일만 하다 후회하며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삶의 패턴이 고정되기 전에 뭔가 규칙을 세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일단 하루는 세 부분으로 나눠서 8시간은 수면, 8시간은 일, 8시간은 여가 시간으로 나눴습니다. 12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나고 9시 40분 쯤에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그 다음에 오전 10시부터 2시간 일하고 한 시간 쉬는 걸 반복하면서 8시간 일을 하면 정확하게 밤 9시에 일이 끝나고 퇴근하게 됩니다. 저처럼 시간 단위로 일하는 직업은 일반 직장인의 일과 전혀 다릅니다. 아무래도 client를 상대하는 일이니까요. 일하는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엄청나게 집중해서 밀도있게 일해야 합니다. 그러니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더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8시간을 자면 무엇을 해도 버틸 힘을 확보하게 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딴 짓을 했는데 알고 보니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충분히 자고 남은 시간을 압축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매일 이렇게 8시간씩 일하면 결국은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에 주 5일제로 고정했습니다.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닷새만 일하고 월, 화요일은 철저히 쉬는 걸로 정했죠. 아직은 화요일에도 일이 있지만 차차 줄여나가서 월, 화요일은 응급으로 들어오는 외부 강의를 제외하면 모든 일정을 비우고 쉬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분기마다 일주일을 통으로 쉬는 안식주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4/4분기는 그 첫 시도로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 일주일을 쉬기로 했고 앞으로도 3개월마다 일주일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쉬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는 안식월 도입으로 일 년에 한 달은 통째로 쉬는 겁니다. 내년 12월에 버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것과 연결하여 12월 한 달을 쉬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러려면 한 달 생활비를 평소에 따로 저축해놔야겠지요. 11개월 일한 것으로 일 년을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여행비는 따로 모으고 있으니 외부 강의비를 떼어 마련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는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없으니 저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독립해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 일과 쉼의 균형을 맞춰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기에 일단 시작해보고 예상치 않은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보완해 나가려고 합니다. 일과 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잘 되어가는지는 나중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일단 포스팅부터 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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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포켓북 사이즈로 손만짐이 좋은 이 책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씨(전주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영화 '나는 고양이 스토커'의 원작자)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동안 매일 오후 3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입니다. 구성이 특이하죠.
언젠가 왠 남자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에서 자신을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유투브에 올린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겁니다.
저자의 직업이 일반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니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하겠지만 그냥 룰루랄라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내용만 담긴 것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소소하게 묘사해 간 일상 속에 프리랜서의 애환도 묻어나고요.
저자가 '나는 고양이 스토커'라는 책을 낼 정도의 고양이 매니아인데다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냥코라는 고양이가 이 책에도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집사들은 더 재미있을 겁니다.
단점은 일본 문화(고서점, 고케시, 속담)나 도쿄 지역의 지명이 너무 많이 등장(물론 대체로 각주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하기 때문에 가독성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의 내용보다는 삽화가 더 정감있고 좋더군요.
그리고 모르고 구매했지만 이 책은 제가 보이코트하고 있는 문학동네의 자회사인 북노마드에서 나온 책이라서 그다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추천은 안 합니다.
덧. 이런 책일수록 북 크로싱을 열심히 해서 제 주변 사람들이라도 구매하지 못하게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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