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로서의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심리평가나 상담과 관련하여 가능한 한 투명하게 모든 것을 내담자와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걸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심리평가와 관련해서는 관련글을 여러 차례 포스팅 한 적도 있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그런데 부부 상담이 실패하여 이혼 소송으로 귀결된 상황만큼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 자신의 내담자였던 부부 중 한 쪽 배우자가 이혼 소송에 사용하겠다며 상담 기록을 달라고 요구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 기록은 내담자의 것이니 그냥 줘도 될까요? 아니면 소송 상대인 배우자의 동의가 없는 한 요청한 내담자의 상담 기록만 추려서 제공하면 되는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걸린 경우에는 가능하면 상담과 관련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담자로서의 중립 위반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담 기록을 요약하거나 확인서를 쓰려고 노력해도 이미 진행된 상담 내용을 통째로 주는 것이 아닌 이상 개인의 주관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부 상담자로서의 중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큽니다. 상담자의 중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라든가, 중립을 지키는 것이 100%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couple therapy의 경우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그러기 어렵다는 거지요.
2. 상담 내용의 오용 문제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치유를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지만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담과 반대로 법은 옳고 그름만을 따지지, 내담자의 치유에 대해서는 관심 없습니다(법은 사실 그래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치유를 위해 내담자가 힘겹게 털어놓은 본인의 치부와 비밀이 악용당할 가능성이 큽니다(상담 기록을 요청하는 배우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걸 활용하려고 요구하는 것이죠).
3. 이중 관계
제가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을 때 상담 기록 공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이중 관계를 맺는 것이고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진한 상담자는 내담자를 돕고 싶은 마음에 상담 기록을 넘길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상담자-내담자 관계에 법적인 조력자 또는 지지자의 관계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추가되는 겁니다. 그 뿐 아니라 상대방 배우자(한 때 내담자였던)와 맺었던 치유 관계가 훼손되는 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법적인 문제로 상담 기록을 요구받을 때 법적 한계와 상담자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의 무게만 고려하기 쉬운데 치유적인 관계 안에서만 생각해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적 소송 때문에 상담 기록을 요청받으면 상담 중이든 이미 종결한 상태이든 반드시 요청한 내담자와 다시 약속을 잡아서 전후 사정을 듣고 이를 상담의 틀 안에서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가끔은 상담 기록의 요구가 냉철한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분노의 충동적 표출이나 수치심의 배출 경로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상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담자의 역할을 고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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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Battery의 다른 검사 결과와 MMPI-2 결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평가자가 MMPI-2만 갖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을 적용해 유의미한 척도를 일단 다 골라냅니다.
예; 임상 척도의 경우 모척도가 65T, 자척도가 65T 이상의 척도를 모두 골라냄
2. 그 다음에 측정 개념이 유사해 보이는 척도 별로 묶습니다.
예; 내용 척도의 ANX, 보충 척도의 A를 따로 모음.
3. 묶인 내용을 보고서에 기술하고 괄호 안에 검사 sign을 나열합니다.
예; 피검자는 자신의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으며(F=70T), 주로 불안이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불편감이다(ANX=68T, A=72T).
이런 해석법의 문제는 유기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파편화된다는 것과 비전형적인 측면이 있는 피검자의 경우는 해석에 빠진 빈 자리를 평가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메울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MMPI-2의 척도만을 갖고 formulation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관적 해석법을 소개합니다. MMPI-2와 SCT만 실시하는 선별평가에서 활용하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의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임상척도 = 집의 구조(뼈대, 벽, 기둥 등)
* 내용척도 = 가구(소파, 의자, 식탁, 협탁 등)
* 보충척도 = 소품과 인테리어(샹들리에, 포인트 벽지, 블라인드 등)
MMPI-2의 결과지를 해석할 때 임상척도는 집의 구조와 같은 피검자의 심리 구조로 보면 됩니다. 집의 구조를 볼 때 우리는 방이 몇 개 있고,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고, 천정이 낮고 등등 이렇게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때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고 내향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화 증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내용척도는 가구와 같습니다.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으면 여백미는 있겠지만 공간이 너무 많아 썰렁하고 휑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울한 사람일까 하고 봤더니 자존감도 낮고 가족 문제도 있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도처에 깔려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피검자의 심리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충척도는 인테리어에 해당합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인테리어가 집을 돋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처럼 보충척도는 해석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검자의 해석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여성적인 성역할에 경도되어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덫에 빠져있을 수 있겠다, 또는 매사에 억압을 하다보니 술로 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겠네.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보니 술을 마시면 간헐적으로 행동화 할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척도 이름 그대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딱딱하고 건조하게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고 피검자의 심리 구조가 집과 같다고 상상하시고 임상, 내용, 보충 척도 해석을 적용하시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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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자의 주무기이면서도 훈련 과정의 체계가 가장 부실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Clinician's Thesaurus처럼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꼼꼼히 가르쳐주는 책이 없는 것은 물론(Zuckerman의 걸출한 이 책마저도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성태훈 선생님이 쓰신 책이 유일할 정도입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심리평가보고서의 양식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에 대해서도 수련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심리평가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개인 정보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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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출하지 않으려면 정신건강의학과처럼 등록 번호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피검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식별 번호/부호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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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이 많은 수련 레지던트들의 경우 현재 피검자의 문제와 가장 비슷한 보고서를 찾아 덮어쓰는(overwrite)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성별을 그대로 두어 성별이 바뀌는겁니다.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하는 정보입니다.
*
연령 : 심리평가에서 사용하는 나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나이가 아닌 만 나이이기 때문에 피검자에게 들은 나이를 그대로 기입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많게는 두 살까지 차이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법은 만 나이를 물어보지 말고 양력 생년월일과 검사 일시를 같은 영역에 기록하여 그 자리에서 빼는 것입니다. 그러면 만 나이가 정확하게 계산됩니다.
*
교육 연한 : 대부분의 심리평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정보는 아닙니다만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꼭 필요합니다. 헷갈리면 안 되는 건
최종 졸업한 학교가 아니라 교육을 받는 년 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배경 정보 중
성별, 연령(교육 연한)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심리검사가 요구하는 해석 규준에 이 정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능 검사의 경우는 만 나이를 알아야 하며, MMPI의 경우는 성별을 알아야 합니다. 신경심리평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K-BNT의 경우는 교육 연한을 알아야 하죠. 심리검사 해석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유무, 직업의 종류, 종교 등은 심리평가 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별, 연령, 교육 연한 정보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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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심리검사는 최소한의 도구로 최대한 많은 심리적 특성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피검자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동기를 최대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높은 검사 동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검사 라포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대면 검사 실시 이전에 이미 검사에 대한 충분한 orientation을 제공함으로써 피검자가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면 검사 시 특히 중요한 것은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검사 시간을 가능한 한 짧게 압축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Full Battery를 기준으로 하면 피검자의 증상과 그에 따른 반응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BGT, 지능 검사, HTP, 로샤 검사까지 실시하는데 있어 2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검사자가 검사 실시 절차에 숙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검자의 반응을 신속하게 기록해야 하며 약호화를 통해 불필요한 handwriting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검사 후 면담도 이런 맥락에서 짧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검사 전 배경 정보와 검사 중 피검자가 보인 반응 양상 및 검사 sign이 상응하지 않아 통합되지 않을 때 불안해진 검사자가 부족한 정보를 메우려고 검사 후 면담이 길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 아무리 면담을 길게 한다고 해도 부정확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만 (선별적으로) 수집하게 되므로 검사 후 면담을 길게 하는 건 제대로 된 formulation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사 후 면담은 사전에 세운 '검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최대한 짧게 실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검사 가설을 미리 설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기 보고형 검사지(MMPI-2/A, SCT 등)를 사전에 수거하여 대면 검사 전에 채점, 분석, 해석을 완료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대면 검사가 끝난 후 검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을 probing하기 위한 검사 후 면담을 compact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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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 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근거하여 외양(appearance), 검사 태도, 평가자와 상호 작용 패턴, 반응 양상 등을 routine하게 쓰는 경우가 많죠.
물론 그렇게 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작성법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행동 관찰 영역도 피검자의 문제 영역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행동 관찰 영역을 기술할 때에도 의뢰 사유와 연결해서 써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이 계속 지속되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며, 매사에 무기력하고 모든 것이 귀찮아서 끼니도 자주 거르는 문제로 도움을 청했고 우울증을 변별 진단하기 위해 심리평가가 의뢰된 피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변별 진단이 의뢰 사유 중 하나일테니 우울증인지 아닌지를 심리평가를 통해 가려내야 할 겁니다.
그럴 때 행동 관찰 영역에는 이 피검자의 모습이나 검사 중 보이는 행동, 평가자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우울증 환자의 그것인지 관찰해서 기록하는 겁니다. 반응 속도가 느린지, 평가자와 눈맞춤이 어려울 정도로 시선을 피하는지, 투사법 검사 중 눈물을 흘린다든지, 그리기 과제에서는 필압이 지나치게 약하다든지 등에 대해서요.
반대로 우울증 변별이 필요한 피검자인데 자주 웃고 반응 속도도 빠르고 자발적인 의사 표현이 많고 해서 전형적인 우울증으로 보기에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지를 기술해도 좋습니다.
의뢰 사유와 연결해서 주된 가설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기각하는 방식으로 행동했는지에 초점을 잡고 쓰는 것입니다.
이 피검자가 뿔테 안경을 쓰고 왔는지, 휴대폰이 최신 스마트폰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검자가 검사 중 했던 말 중 조금이라도 특이하게 여겨지는 것을 기준없이 나열하는 것도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필요한 정보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의뢰 사유와 목적이 분명하다면 행동 관찰 영역도 그에 맞춰 연결성있게 기술하는 것이 좀 더 깔끔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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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심리평가보고서의 기본 형식을 유지하려고만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과감히 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는 아예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결과 부분을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ing)'과 '성격 및 정서(Personality & Emotion)'의 두 영역으로만 나누어 쓰는 걸 연습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지각 & 사고' 영역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통합적인 기술에 문제가 생기는 걸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지 기능 영역이야 지능 검사 결과로 기술하면 되고 성격 및 정서 영역이야 참고할 검사 sign들이 많지만 '지각 및 사고' 영역은 좀 애매합니다. 게다가 '지각'과 '사고'를 한데 합치다 보니 더더욱 마땅치 않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로샤 검사의 Structural Summary의 지표 몇 개에만 의존하여 '지각 및 사고' 영역을 기술하는 임상가들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작성한 뒤 제대로 cross checking하지 않으니 보고서를 작성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지각 및 사고' 영역만 생뚱맞고 통합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기를 권합니다.
1. '지각'이 피검자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경우 '지각 및 사고' 영역을 따로 만들지 말고 인지 기능 영역의 맨 뒷부분에 BGT 결과와 로샤 검사의 일부 결과를 참고하여 간략하게 기술할 것. 즉 인지 기능 영역과 성격 및 정서의 두 영역을 중심으로 작성할 것2. 정신분열병 등의 SPR spectrum 장애나 양극성 장애처럼 사고 과정 또는 사고 내용 상의 장해를 별도로 기술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지각 & 사고'가 아닌 '사고 과정 및 내용(Thought Process & Contents)' 영역을 따로 만들어 기술할 것3. 1에서 언급했듯이 '지각'이 피검자에게 중요한 문제인 경우(이 경우는 이미 지각을 주로 측정하는 검사를 실시했을 것이므로) '주의 집중력(Attention & Concentration)', '기억 기능(Memory Functioning)'처럼 별도의 영역을 만들어서 기술할 것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지각'과 '사고' 영역을 어설프게 한데 붙여놔서 생기는 것이니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다루는 것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피검자의 기능 영역을 좀 더 명확하면서도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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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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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지기님과 효주란님께서 심리평가 보고서의 인지와 정서/성격 중간에 있는 [지각 & 사고] 영역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 있..
우리나라 심리학이 미국 심리학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주류가 되었듯이 임상심리학에서 로샤 검사의 해석은 Exner방식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샤 검사를 수련 과정에서 접하든, 학교나 워크샵에서 배우든 간에 Exner 방식에 따라 피검자의 반응을 열심히 채점하고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각각의 지표 지수를 해석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제가
'로샤 검사의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Exner 방식은 채점이 어렵고 채점이 잘못될 경우 결과물인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많은 임상가들이 Exner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해석법을 자연스럽게 찾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로샤 검사 결과를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분들의 갈증이 정말 심한데 비해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어서 그냥 울겨 겨자먹기로 Exner 방식만 사용하거나 상담 심리학자의 경우 아예 로샤 검사를 활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HTP 검사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Exner 방식과 정신 역동적인 방식을 절충하는 식으로 사용해 볼 것을 권합니다.
Exner 방식으로 반응 채점까지는 하고 채점 결과를 card pull에 적용해서 해석해 보도록 하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Exner 방식에서는 S반응이 몇 개 나왔는지, MOR 반응이 몇 개 나왔는지 처럼 주로 응답 횟수가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card pull을 함께 적용해 MOR 반응이 어떤 카드에서 나왔는지를 염두에 두고 보는 것이죠. MOR 반응이 정서적 자극이 집중되는 8, 9, 10번 카드에서 주로 쏟아져 나오는지, 3번이나 7번 혹은 4번에서만 나오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 절충 방식은 Exner 방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응 비율과 함께 어떤 정신 영역에 투사되었는지까지 염두에 두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체계화되어 있는 방식이 아니라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더 공을 들여 반복 연습하면 Exner 방식으로 알 수 없는 역동을 찾아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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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의 최종 결과는 심리평가보고서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실시한 것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심리평가보고서가 심리평가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니만큼 심리평가를 실시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실시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의뢰 사유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했어야 합니다. 변별 진단을 위해서인지, 지적 장애 판정을 위한 지능 지수 산출이 필요해서인지, 현재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우울감이 어느 정도로 심한 것인지 등등.
그런데 그냥 단순히 의뢰 사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피검자를 괴롭힌(?) 댓가로는 뭔가 부족하죠.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하면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 좋습니다.
일명 ABC 모델에 맞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입니다. 인지 행동 치료의 ABC 모형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냥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가져다 쓴 것 뿐입니다.
A -> B -> C
A: Explanation(설명)
B: Description(기술)
C: Prediction(예측)
가장 먼저 설명드릴 부분은 B입니다. 기술(description)하기 위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현재 피검자가 다양한 심리측정영역에서 어떤 상태인지를 기술하는 것이죠. 지능이 얼마이고, 정서 상태는 어떻고, 주의력은 어떻고 등등. 아무리 엉터리 보고서라도 B에 해당하는 기술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근거에 기반해야 합니다. 기술도 제대로 되지 않은 걸 심리평가보고서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 다음은 A입니다. 설명(Explanation)을 하기 위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단순히 피검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추론과 가설을 설정하고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해서 원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겁니다. 왜 이 피검자에게 발표 불안이 생겼는지, tic 증상이 왜 더 심해지는지 등에 대한 원인을 알려주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심리평가보고서는 최소한 B(기술)와 A(설명)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C입니다. 예측(Prediction)까지 하는 것이죠. 현재 피검자의 심리 상태 기술과 원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상태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예상과 제언 부분까지 포함하는 것이 C에 해당합니다.
A, B, C 모두를 포함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B, 가능하면 A -> B, 목표는 A -> B -> C를 모두 포함하게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토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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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행동 치료,
지능 지수,
지적 장애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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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피검자는 대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검사를 실시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곧바로 실시해야 할 만큼 severe한 피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개는 MMPI-2 + SCT 조합으로 된 선별 평가(screening evaluation)를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MMPI-2와 SCT로 평가를 해 보니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으라고 정신건강의학과로 refer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평가를 받은 곳에서 곧바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내담자라면 추가적인 투사법 검사를 실시해서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럴 때 상담자들이 최근에 많이 추가하는 도구는 HTP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일하는 기관도 많은데다 검사 도구에 대한 정보, 사례집 등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 가능하면 HTP보다는 로샤를 실시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HTP와 로샤 모두 무의식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이기는 하지만 방어의 차원에서 보면 로샤보다는 HTP가 방어에 더 취약합니다. HTP가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대중 매체 노출의 부작용) 검사 자극 자체가 이미 익숙한 것(집, 나무, 사람 그리기)이기 때문입니다. 로샤의 경우는 피검자들이 보기에는 거의 무의미한 그림이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HTP는 평가자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inquiry하는 과정에서 로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의도가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큽니다.
둘째. 상담자들이 HTP에 비해 로샤를 기피하는 이유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역동적인 해석법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Exner 방식으로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해석하는 지표들을 익히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강점으로 작용하여 10장의 카드만 갖고 간단히 실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조화된 방식의 해석과 정신역동적인 방식의 해석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피검자로부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가 있지요.
게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 로샤를 실시하는 것보다 HTP를 실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HTP는 상담을 하면서 상담 기법의 하나로 활용하고 심리평가에서는 HTP 대신 로샤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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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올 DSM-5에서는 Adjustment Disorder, PTSD 등이 모두 Stress Related Disorder의 범주로 새롭게 묶일 것으로 확실시되지만 아직까지 DSM-IV에서는 다른 범주의 장애로 구분되어 있죠.
Adjustment Disorder는 진단 기준에 Identifiable Stressor의 존재와 함께 6개월이라는 시간 기준, 그리고 주된 문제 자체가 부적응 양상이기 때문에 대개 부적응 상태가 정상에서 지나치게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어 진단에 별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PTSD나 Acute Stress Disorder 등은 법적 문제나 보험 문제 등과 관련되어 있어 진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Adjustment Disorder처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검자의 심리 상태가 심리평가를 실시해도 좋을만큼 안정이 되어야 합니다.
피검자가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자칫 2차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약 주려다 병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게다가 심리 상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심리검사의 결과는 해석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실시한 심리평가로 인해 오히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러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검자가 어느 정도 심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신체적인 손상이 완전히 나은 뒤로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은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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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장면이 아닌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정상 수준의 심리평가 결과를 확대 해석하는 것입니다.
진단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더 많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들은 알게 모르게 뭔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대내외적인 압력을 받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심리평가 결과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간혹 Normal Profile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당황하게 되죠.
MMPI-2에서도 유의한 수준 이상의 척도 상승이 하나도 없고, 지능 검사 결과도 평균 수준의 고른 수행, 문장 완성 검사에서도 평이한 내용 뿐이고, 믿었던 로샤마저도 평범 반응 일색이라면 그야말로 멘탈붕괴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 피검자가 다소 취약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충분한 resiliency를 갖고 있다고 보거나 너무 예민해서 도움을 받으려는 성급한 마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뭔가 진단은 내려야겠고 검사 sign은 도와주지 않으니 들쳐보게 되는 것이 이전 병력을 기록한 chart와 검사 전,후 면담 내용입니다.
그 중에 단서가 되는 걸 하나라도 찾으면 마음대로 진단을 내려버린 뒤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인 검사 sign 중 하나라도 어떻게든 엮어서 사후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마저도 모르겠으면 무책임하게도 그냥 의사가 내린 인상적 진단을 그대로 따르기도 합니다.
아무런 진단을 내리지 않으려니 마음도 불안하거니와 심리평가를 의뢰한 의사와 의견 충돌이 생길 것 같아서 그걸 피하고 싶거든요. 거기에 내가 검사 sign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 정작 환자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한 몫 할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안전제일주의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자신감은 사라지고 공부도 게을리하게 되고 좋은 게 좋은거라는 보신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자승자박인거지요.
정상적인 수준의 평가 결과를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야만 스스로도 결과 해석에 자신감이 붙고 결과적으로 전문성과 공신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Normal Profile을 자의로 해석하는 것만큼 전문성을 갉아먹는 행동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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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심리평가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는 스스로 하는 성인과 달리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들은 대개 부모의 강권에 의해 심리평가나 상담을 받습니다.
미리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 센터에 데려갈 때에도 충분히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데려옵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상의를 할 리가 만무하지요. 그냥 부모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결정하고 자녀는 무조건 따르라는 식입니다.
그러다보니 검사 당일에도 알리지 않아서 영문도 모른 채 방문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들의 경우에는 불만이 있어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부모가 시키는대로 따르지만 중학생만 되어도 노골적으로 적대감과 불만을 드러내거나 최소한 수동-공격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심리검사라는 도구가 기본적으로 피검자가 최선을 다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행동하거나 비협조적인 검사 태도를 보이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중학생, 고등학생)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평가자는 반드시 검사 전에 검사 사실을 알고 왔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사전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경우
심리검사가 무엇이고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 때문에 상당한 검사 시간을 할애한다고 해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검사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거부권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검사를 거부하면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억지로 심리검사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 피검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검사 결과의 해석 신뢰도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검사 거부권을 보장하고 그럼에도 이 검사가 본인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될 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게 되면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 검사를 받겠다고 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자율성을 침해당한 청소년 피검자를 억지로 검사하지 마시고 충분한 검사 rapport를 형성한 뒤 진행하도록 노력하세요. 검사 rapport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리검사의 선택/거부권을 제공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덧. 이미 심리평가비를 수납했기 때문에, 환불하는 것이 절차 상 어렵기 때문에 검사를 그냥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임상가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제발 생각을 바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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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심리평가보고서를 절대로 먼저 보지 않습니다. supervision point를 물어보고 대략적인 배경 정보를 확인(이것도 생략하고 blinded supervision을 할 때가 많음)한 뒤 곧바로 검사 원자료를 살펴봅니다.
검사 실시 순서대로 원자료를 살펴보면서 가설을 검증하고 case formulation을 하고 난 뒤 맨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함께 보면서 진단이 틀린 곳은 없는지, 해석이 잘못된 부분을 찾고 피검자를 기술하는데 더 필요한 내용은 없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먼저 들여다보게 되면 supervisee가 피검자를 보는 인식틀에 자신도 모르게 갇혀서 다른 조망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supervisee가 MDD 진단을 내려왔다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 범주 내에서만 피검자의 문제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문구나 수정하고 몇 가지 다른 표현이나 추가하는 선에서 그치고 맙니다. 그건 제 기준에서는 supervision이 아니라 심리평가보고서 교정입니다. 아시겠지만 supervisee가 보고서 교정이나 하자고 supervision을 청하는 것이 아니죠.
물론 심리평가보고서를 보지 않고 원자료 만으로 소위 피검자의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꾹 참고 반복하면 실력이 그야말로 일취월장하게 됩니다. '촉'도 날카로워지고요.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고 나면 아무리 어려운 케이스를 가져와도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
이 내공이 부족한 supervisor일수록 예전에 실시한 보고서, 의사의 진단, chart에 기록된 정보, 피검자의 주관적 호소에만 목을 매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안전지향으로 가게 되죠. 그거야 말로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믿고 온몸으로 버티세요. 심리평가보고서는 맨 나중에 보시고요.
덧. 실력을 더 빨리 늘게 하고 싶다면 원자료도 미리 받지 말고 현장에서 supervisee와 함께 보세요. 온라인으로 미리 전송받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거, supervisor로서의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그만큼 실력은 더디 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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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바입니다.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임상가는 병원 장면, 그것도 대학병원급의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상례이고 진단을 내리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래서 false positive error가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저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몰랐는데 supervision을 하면서 학생생활상담소, local NP, 종합병원 급의 정신건강의학과, 개업 상담 센터, 국가 기관 등 다양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거나 수련받는 분들의 사례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니 대형 병원에서 얼마나 과잉 진단을 많이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DSM의 Axis I 진단이 이미 내려진 환자에게도 반드시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리거나 성격 문제를 찾아내도록 교육시킵니다. BIG 5 병원 중 하나입니다. 반성하세요.
성격 문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넓게 피검자를 살펴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걸 이론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본질적인 제한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성격 장애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성격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그렇기 때문에 기질이나 특성까지 염두에 두고 종단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를 진단하는 심리검사 도구는 대부분 횡단적인 도구입니다. Full Battery에 포함된 검사 도구 중 성격 문제를 잡아내는 종단적인 검사 도구는 사실 상 없습니다. 그나마 TAT가 가능성이 가장 큰 도구이지만 정작 Full Battery에는 빠져 있기 때문에 결국 남는 후보는 로샤 밖에 없습니다.
자 여기에서 질문입니다. 로샤 검사가 정말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드러냅니까? 로샤 검사로 찾아낸 것이 정말 성격 문제 맞습니까? A, B, C군의 성격 장애를 로샤로 정확하게 변별할 수 있나요?
성격 장애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발달력을 포함한 개인력을 포괄적으로,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살펴봐야지만, 그것도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성격이라는 것은 다면적인데다 DSM의 Axis I에 속한 장애와도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칼로 무우 자르듯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왜 DSM-5에서 DSM-IV의 성격 장애가 4개나 빠지는지(40%의 탈락율)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심리평가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으니 의사들의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면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진단하지 마세요. 성격 장애가 약물만으로 치료 됩니까? 그런데 왜 자기가 치료하지도 않으면서 정확하지도 않은 진단을 함부로 내립니까? 본인이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린 근거를 명확하게 심리검사 sign으로 교차 입증하지 못한다면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심리평가에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데 있어 기존의 Full Battery는 무용지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설쓰기의 위험성을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취약한 도구들입니다.
잘려나가는 것이 내 살이 아니라고 그런 무딘 칼 함부로 휘두르지 마세요. 우리가 다루는 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부끄러운 줄을 좀 아세요.
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기존의 Full Battery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덧. 정신병리연구회 사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병원에서 수련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과 수련 감독자가 이구동성으로 피검자가 histrionic 하다느니, narcissistic 하다느니 하는 걸 듣고 기가 차서 하는 포스팅입니다(DSM-5에서는 histrionic PD가 빠지죠. 훗). 정작 어이없는 것은 그 사례는 Full Battery 검사도 안 했다는 거. 치료도 안 하면서 소설 그만 쓰세요. 병원에서 성격 장애로 함부로 진단내리면 정작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상담센터 등의 현장 임상가들이 뒷수습하느라고 얼마나 힘든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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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예를 먼저 들겠습니다.
* 내담자가 예전에 병원에서 받은 심리평가 결과와 상담을 하면서 받았던 심리평가 결과를 비교해 보고 싶어함
* 상담을 종결한 내담자가 센터에서 받았던 심리평가 결과와 원자료를 갖고 싶어함
* 상담자를 바꾼 내담자가 현재 상담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심리평가보고서와 원자료를 달라고 함
위의 경우 중 상담자/평가자 또는 센터에서 내담자에게 심리평가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건 어떤 사례일까요?
어떤 사례인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심리평가 자료의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피검자가 원하는대로 모두 주어야 한다'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임상가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보기 바랍니다. 의무 기록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니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군색한 변명은 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따지자면 심리평가 관련 자료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법에 의해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임의 보관하는 것 자체가 위법일 소지가 더 클 겁니다.
피검자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받은 서비스의 결과물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까?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어떤 상황에서 주고, 안 주고, 또는 준다면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오히려 피검자가 자료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이유가 피검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만약 아니라면 어떻게 치료적으로 다루어야 하는가입니다.
그런 고민은 하지도 않고 문제가 될 소지만 줄인답시고 무조건 피검자에게 검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설정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유가 되겠습니까.
모름지기 상담자라면 지엽적인 행정 업무가 아닌 내담자의 치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평가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재차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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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자와 상담자는 취해야 하는 stance가 좀 다릅니다. 물론 경험과 내공이 쌓이면 두 정체성이 잘 통합되어 최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그런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일단 상담을 할 때에는 상담자의 역할을, 심리평가를 할 때에는 심리평가자만의 역할을 구분하여 각각에 충실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데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주로 정신과 세팅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덜 나타나는데 비해 현장에서 이미 상담 경험이 있거나 스스로 자신을 상담자로 규정하고 있는 임상가에게 이런 문제가 두드러집니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공감과 경청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배경 정보와 피검자의 진술을 아무런 조건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비유를 하자면 상담자는 신부님이고 심리평가자는 탐정에 가깝습니다. 신부님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대속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말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탐정은 실체적 진실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수집한 정보도 어디까지나 증거에 기반해서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입니다.
물론 심리평가를 받으려는 피검자는 대부분 자신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를 원하고 심리평가를 통해 치유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때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이차적인 이득(secondary gain)이 존재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피검자의 말이나 이전 치료 기록, 배경 정보, 주변 인물의 관찰 결과들은 모두 어느 정도 오염되어 있을거라고 가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심리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정보는 일단 보류하거나 심하게 충돌하는 경우는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평가자가 피검자의 말을 회의하지 않고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심리평가 보고서가 소설인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소설을 쓰게 됩니다.
피검자를 면담한 내용을 중심으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거면 뭐하러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여 심리평가를 실시합니까?
상담을 할 때에는 상담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에는 심리평가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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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supervision의 경우 supervisee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 피검자에 대한 정보 요약* 검사 원자료 사본* supervision을 받고 싶은 point 요약*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간혹 진단이 중요한 피검자의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열심히 썼는데 막상 supervision을 받아보니 내가 내린 진단이 완전히 틀렸고 당연히 틀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해서 허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죠. 그러면 앞으로 자신이 없고 formulation도 잘 안 되는 피검자는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자료만 들고가서 supervision을 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생각하는 supervisee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무조건 보고서를 써 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실력이 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진단을 완전히 헛짚은 보고서라도 그걸 쓰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고민과 노력이 알게 모르게 녹아들게 됩니다. 보고서를 쓰는 동안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이 되게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데 supervision을 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구분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꽤 많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지 그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supervision을 오래 받아도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둘째. supervisor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supervisor와 함께 할 때에는 formulation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그건 자신의 실력이 아닌 supervisor의 실력입니다. 나중에 혼자서 해 보면 자꾸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그냥 supervisor에게 가서 물어봐야지 하는 식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고민하지 않으니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턱이 없습니다. supervisor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지면 나중에 전문가가 되어서도, 교수가 되어서도 계속 supervisor만 찾게 됩니다.
셋째.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supervisor라도 보고서를 읽어 봐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코칭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만 갖고 formulation을 하면 당연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겠지요. 그러면 supervisee의 특징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월덴지기 클론 보고서'가 되는 것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으면서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 supervisor들의 강점을 잘 흡수해서 자신만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끄럽고 엉터리 진단을 내린 보고서이고, 나중에 거의 새로 쓰는 한이 있어도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써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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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에서 심리검사의 비중이 가장 크고 또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면담과 검사 중 관찰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평가자가 그 중요성을 간과한 나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효율적인 정보 습득을 하지 못해 아까운 검사 시간을 낭비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피검자를 지치게 만들곤 합니다.
많은 경우 너무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나중에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정작 피검자의 핵심적인 문제를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를 위한 면담에서 평가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두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평가자는 피검자를 면담하기에 앞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꼭 해 봐야 합니다.
'이 피검자는 왜 왔을까?'
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목적에 대한 이 질문은 사실 상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질문인데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는 평가자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매일같이 다양한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갖고 오는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당연히 뭔가가 힘들어서 왔을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만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심리검사 sign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피검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이 꼭 병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아이에게 투사하는
'독이 되는 부모'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의뢰된 아동이거나 실제로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의심한다고 망상 장애 환자로 몰려 강제로 평가에 의뢰되는 부인과 같은 사례가 왕왕 있거든요.
그래서 이 피검자가 왜 왔을까에 대해 피검자의 문제가 내부에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조망을 하게 되면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관계 문제나 외부 환경의 영향까지 놓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위의 질문을 평가자가 염두에 두고 면담에 임하게 되면 피검자가 자신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는지, 그것이 타인에 의해 보고되는 행동적 증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피검자가 보고하는 문제가 ego-dystonic한 것인지, 혹시 secondary gain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여부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확인했을 때 가능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왔을까?'
이 질문은 두 가지를 확인하게 도와주는데 하나는 피검자나 보호자에 의해 보고된 문제를 토대로 가설을 설정할 수 있게 도와주고 동시에 course가 중요한 문제(예를 들자면 기분 장애와 같은)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또 문제를 해결하려는 피검자의 의지와 동기, 외부 자원, 지지 체계, 대처 방식 등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피검자의 학력, 가정 환경, 발달력, 병력 등의 정보를 청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부분 이미 chart에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확인해도 됩니다. 혹시 누락되었다고 해도 전화를 통해 나중에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금쪽같은 심리평가 시간에 물어봐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리평가는 피검자의 문제를 탐색하고 가설을 검증해서 formulation하는 것이지 피검자의 성장사를 꿰뚫고 취조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덧. 위의 두 질문을 굳이 심리평가를 위한 면담에서만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첫 회기에서도 사용하면 좋은 질문들이죠. 피검자를 내담자로 바꾸어서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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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검사 시 관찰된 행동 양상과 면담 내용까지 종합해서 작성하게 됩니다. 심리검사 결과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취급되지만 의외로 피검자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DHD가 의심되는 아동이 왔을 때에는 검사 시 과잉 행동 등 주의력 문제가 의심되는 양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만성 정신분열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왔을 때에는 hygiene care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이 정작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는 아무런 기준 없이 검사 또는 면담에서 눈에 띄었던 특징적인 피검자의 모습만을 나열하는데 그치곤 합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behavioral observation 영역을 기술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의뢰 사유와 관련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위에서 예로 든 ADHD 의심 아동이라면 꼼지락 거리는 행동이라든가, 충동적인 반응 양상을 확인해서 기술해야지 무슨 안경을 쓰고 있었는지, 얼굴이 하얀 지 등은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닙니다. MDD가 의심되는 환자라면 면담 시 눈물을 흘린다든지, 의욕이 없어 반응 속도가 느리다든지, 얼굴 표정이 어둡다든지, 잠을 잘 수 없어서 눈이 충혈되었다든지 하는 정보가 중요하겠지요.
둘째, 의뢰 사유와 관련있는 내용이 두드러지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의 순서로 기술하되 피검자가 검사실에 들어와서 검사와 면담을 마치고 나가는 시간 순서를 따릅니다.
1) 피검자의 외양(appearances)을 기술합니다. 이 때, 피검자의 특징적인 모습만 강조하지 말고 가능한 한 피검자의 문제를 드러내는 측면에 집중합니다.
2) 평가자와 상호 작용(interaction) 양상을 기술합니다. 눈 맞춤을 잘 하는지, 평가자의 검사 지시는 잘 이해하는지, 자발적인 언어 표현은 있는지, 평가자를 향한 positive affect는 드러나는지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3) 피검자의 검사 수행 양상을 기술합니다. 반응 속도가 빠른지, 충동적인 모습은 없는지, 수행 동기는 충분한 지, 그리기 과제 수행 시 필압은 적절한지 등을 기술합니다.
각 영역을 들여쓰기해서 단락을 나누어 기술하면 보기에도 좋고 behavioral observation만 읽어도 피검자의 모습이 대충은 그려지게 됩니다.
제가 제안하는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behavioral observation 영역에 무엇을 써야 할 지 고민이 되는 선생님들에게 대안 제시는 될 것 같아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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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수가 문제로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요새 울상이지만 다른 과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동안 비급여 수가로 잘 먹고 잘 살았지요.
약물 치료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심리평가 부분에서 환자/피검자를 등쳐먹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고발할까 합니다.
검사 비용을 일정 수준 맞춘다는 명목 하에 환자를 등쳐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무리하게 시킴으로써 환자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그러면서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아주 악랄한 짓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작년 4월에 포스팅 한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한다고?'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 급여 검사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EXIT의 경우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특정 장애가 의심되지 않는 한 실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야 심리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죠. K대 병원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수련받고 갓 전문가가 된 supervisor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가 배운 그대로 검사 battery를 구성하고 있다면 무능한 supervisor일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임상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죠.
둘째,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씁니다. 자기 보고형 질문지는 초진을 보고 검사 예약을 한 뒤 집에서 작성해 오도록 미리 줄 수 있어 환자의 불평이나 의심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심리평가비가 비싼데 이것 저것 하게 해 준다고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_-;;; 예를 들어 MMPI-2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우울 관련 질문지인 BDI, CES-D, HAM-D 질문지를 몽땅 시키는 방법(이 검사지들이 급여 검사에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련받을 때에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었습니다)을 씁니다. 게다가 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몽땅 검사 비용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연구를 많이 하는 종합병원급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약 회사의 fund나 국책 과제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연구 자료는 자료대로 모으고 이 때 발생한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일반화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정신과도 꽤 됩니다.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울 일이지 그게 귀찮고 힘들다고 병들고, 돈 없는 환자의 등을 칩니까?
덧. 조만간 월덴3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 도구와 비용의 적절성을 익명으로 심사하는 신고 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병원과 임상심리학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소비자인 환자/피검자를 통해 단매를 치겠습니다.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덧2. 최근에 제가 자꾸 정신과와 임상심리학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이니셜로 표시할 때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점 표시하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니까요. 이미 법적 자문을 위한 변호사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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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다른 과에 비해 환자를 잃지 않는 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만으로도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야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다른 장애의 경우에도 충동적인 자살 시도가 꽤 많으며 상당수가 성공해 소중한 목숨을 잃습니다.
죽을 것을 예상하지 않고 시도하는 소위 '파괴적 관심끌기'와 이차적 이득을 위한 시도가 예상치 않게 도를 지나쳐 불행한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선 현장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자, 사회복지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education과 함께 정신적 충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저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충동적인 자살로 내담자를 잃은 뒤 일주일 동안 도저히 일손이 잡히지 않고 방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도움을 받을 곳이 전혀 없더군요. 시스템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결국 혼자서 힘들게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최근에는 감정 노동을 하는 직군을 중심으로 정서적 소진(emotional burnout)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제 생각에는 내담자/피검자를 suicide로 잃는 문제의 해결이 더 시급합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단 한번의 경험만으로도 현장의 임상가에게 강력한 trauma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supervisor급의 임상가들이 치료에 종사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임상 여건 상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런 문제를 접할 때마다 임상가란 정말 야전에서 각개격파로 외롭게 싸워야 하는 운명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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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서 제가 항상 신경 써서 사용하는 '심리평가'라는 말이 아닌 '심리검사'라는 말을 사용했음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심리평가는 심리검사와 행동관찰, 면담, 전문지식을 통합해 심리평가보고서라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유기적인 작업입니다. 물론 그 중 심리검사가 가장 큰 비중과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고요.
심리검사는 검사자가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피검자를 대상으로 표준화된 심리검사 도구를 이용해 피검자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측정하는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심리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검자가 최상의 수행(best practice)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피검자가 검사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 결과를 신뢰롭게 해석할 수 없을테니까요.
이러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유효 적절한 심리검사 도구의 선정과 검사 시간의 단축. routine하게 검사를 수행하면서 피검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는 검사자가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불안 때문에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답시고 면담을 하면서 피검자를 괴롭히는 경우도 많고요. 피검자도 사람이고 사람인만큼 피로가 쌓입니다.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피검자가 최대한의 수행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유효 적절한 검사도구를 선정해 검사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검사자의 융통성이 많이 요구됩니다.
피검자의 검사 동기 최대화. 검사자는 가끔 피검자가 자신만큼 검사 수행에 동기화되어있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많은 경우 피검자는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강권에 의해 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청소년의 경우가 대체로 그렇고, 치매가 의심되는 어르신이 그렇고, 하다못해 장애 판정을 원하는 보호자에 의해 의뢰된 경우가 그렇습니다. 검사 상황에 익숙한 검사자와 달리 피검자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낯선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많은 경우 일종의 시험과 같다고 지각합니다. 따라서 라포 형성은 상담 장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비록 정해진 시간 동안만 실시하는 심리검사라고 하더라도 검사자는 피검자와 최대한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처럼 피검자가 최선을 다해 검사 과제를 수행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경우 산출된 결과 자료는 신뢰롭게 해석할 수가 없게 되므로 피검자를 보내놓고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피검자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피검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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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평가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정반대로 해석해야 할 것 같은 검사 sign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주 호소가 또래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자존감이 낮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보여 평가를 받는 청소년이 있다고 할 때, MMPI-A의 LSE 척도 점수가 하늘을 찌르고, 반대로 ES 척도 점수는 바닥을 치며, HTP에서는 온통 필압이 약한 그림 투성이에, 평가자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검사 태도를 보이는 피검자가 문장 완성 검사에서 "내가 믿고 있는 능력은 최고다", "나의 장래는 더 없이 밝다"라고 응답하였다면 얼핏 보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러한 검사 sign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 지 난감하죠.
특히 로샤 검사에서 이런 sign이 나오게 되면 로샤 검사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은 엉뚱한 formulation을 하게 됩니다.
이는 모든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검사에서 그대로(순방향) 드러낸다는 평가자의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피검자는 자신의 자신감 부족을 compensation하기 위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과장해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문장 완성 검사에서 피검자가 보여준 자신만만한 자기 기술은 취약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overcompensation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합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검사 sign과 일치하지 않는 독특한 검사 sign을 발견하게 되면 해석 방향을 반대로해서 보면 의외로 다른 검사 sign과 잘 통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의식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한 심리검사의 sign을 해석할 때에는 이 방법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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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객관적인 실상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읽는 분이 각자 현명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다른 과는 모르겠지만 정신과는 종합병원과 로컬병원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정신과는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비나 기구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우월함을 가르는 것은 치료진의 전문성입니다.
그렇다면 로컬병원에 비해 훨씬 많은 임상 경험과 다양한 환자군이 몰리는 종합병원 치료진의 전문성이 더 우수할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스템의 취약성이 모든 장점을 다 상쇄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의 취약성이란 무엇이냐.
종합병원은 시스템상의 문제로 환자를 깊이있게 볼 수 없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종합병원은 로컬병원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환자를 진료해야 하며 그러다 보니 의사가 문진 실력을 발휘할 시간 자체가 없어 환자의 주관적인 보고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진단을 내릴 때에도 구체적인 진단보다는 좀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진단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안전 지향으로 갈 수 밖에 없죠.
심리평가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면담도 해야 피검자에 대한 충분한 formulation이 될텐데 워낙 검사 대상자가 밀려 있어 정해진 시간 내에 검사를 해치우듯이 해야 합니다. 그러니 피검자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저 routine하게 검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한 후 잊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충분한 면담을 하고 정보를 모을 시간이 없으니 의사의 진단을 그대로 따르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제가 만약 정신과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오히려 특화된 분야의 전문가가 운영하는 로컬병원을 찾을 겁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자의 면면도 살펴봐야겠지만요.
덧. 제가 supervision하는 선생님들이 대학병원 또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에서 실시한 심리평가보고서를 의무 기록으로 들고 오는 일이 많이 늘었는데 과거에 비해 어이 없을 정도로 환자의 문제를 엉뚱하게 짚은 보고서가 늘고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진단도 많아졌고요. 그만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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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제목부터가 좀 웃긴데 '처방약은 왜 약사가 조제해야 하는가', '환자는 왜 의사가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선언처럼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가 심리평가를 의뢰하고 임상심리학자가 의뢰받은 피검자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해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그 보고서를 의뢰자가 피검자에게 해석해주는 불합리한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가 피검자에게 그 결과를 해석하는 상담을 실시하는 경우는 개업한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심리평가의 해석상담을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평가의 해석상담을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임상심리학자가 심리평가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게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즉문즉답을 할 수도 있고요.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임상심리학자보다 심리평가에 대해 더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보고서의 핵심 내용만 간추려서 기술하는 수준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한정된 공간에 피검자의 인지 기능, 정서 상태, 성격, 대인 관계, 대처 행동 등 다양한 심리 상태와 현상을 압축 기술해야 하므로 모든 정보를 다 담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임상심리학자가 직접 해석 상담을 하게 되면 보고서에 누락된 내용을 보충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거치는 것보다 원 스탑 시스템처럼
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에게 결과에 대한 해석 상담을 받는 것이 시간, 비용 대비 면에서 효율적입니다.
임상심리학자는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적 제언이 가능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검자는
치료 세팅에 대한 신뢰감이 증진되어 치료에 대한 물입 수준이 증가됩니다.
실제로 제가 임상 현장에서 해석 상담을 하고 나면 그 전까지 상당히 거부적이던 도박자가 내용을 수긍하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동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심리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에게 해석상담을 받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이 의료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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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문가가 쓴 심리평가 보고서를 읽다 보면 상당히 잘 쓴 보고서인 것 같은데 다 읽고 나서도 피검자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심리평가 보고서의 분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에서 지적한 것처럼 분량을 늘이는데 치중한 나머지 중언부언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 사람이 핵심을 놓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량을 줄여서 간략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는데도 여전히 동일한 문제가 지속된다면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이 피검자는 부적응 상태에 있어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경험할 것으로 보임"이라는 어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저도 자주 이렇게 씁니다. ㅠ.ㅠ).
물론 틀린 기술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일반적인 어구로만 이루어져 있어 피검자가 어떤 부적응 상태인지, 일상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읽는 사람이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피검자는 최근에 경험한 이별로 인해 중등도 이상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어 의기소침, 무기력한 상태이므로 대인 관계 상의 접촉이 필요한 현재 직업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임"처럼 될 수 있는 한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읽는 이가 이 피검자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최소한의 맥락을 짚을 수 있도록은 써야 합니다.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잘 몰라서이기도 합니다.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련을 받을 때 어떤 용어를 선별해서 사용하는지에 대해 어떤 supervisor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으니까요. 현재 수련 실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용어 사용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데도 자꾸 애매모호하게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면 책임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단이 틀렸을 때, 피검자의 정서 상태를 잘못 평가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유,무형의 비난과 질책을 피하기 위해 모호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죠.
최대한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 정확하게 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할 때만이 전문가 스스로 자신의 실력 그대로를 직면할 수 있고, 그래야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얄팍한 전문가 자격의 껍질 뒤에 숨어서 자신이 평가한 피검자를 기만하면서 계속 죄책감때문에 불편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런 형편없는 전문가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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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임상심리학회 수련위원회에서 올해 임상심리전문가 자격 응시 예정자에게 발송한 메일 중 일부입니다.
닫기
안녕하세요, 수련위원회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 필기 및 면접시험 자격심사에 응시하시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3) 심리평가 - 수련과정 시행세칙 7조1항에 따르면, 3년 동안 심리평가 수련 중 최소 30례 이상은 종합평가(Full Battery)를 시행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에 이번 수련완료 심사에는 3년 동안 시행한 심리평가 중 종합평가 30례를 함께 첨부(인쇄물)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 모든 심리평가는 수련감독자의 지도하에 실시되어야 하며 3년 동안 300시간 이상 수련해야 한다. 이중 50%까지는 신경심리평가, 재활기능평가로 할 수 있으며, 종합평 가(FULL BATTERY) 30례 이상으로 한다. (박사 과정생은 총 200시간 및 종합평가 20례 이상, 박사학위 취득자는 총 150시간 및 종합사례 15례 이상으로 한다.) 단, 수 련시간 산정에 있어서 종합평가에 대해 1사례 당 8시간까지만 산정할 수 있다. |
- 수련수첩에 기록 시, 실시검사 란에 “종합평가”“종합신경심리평가”“성격검사” 등으로만 기재하시 마시고, 각 평가들이 어떤 검사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기록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부터 수련과정 시행세칙 7조 1항이 심리평가 30례를 인쇄한 보고서 형태로 제출하도록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수련위원회의 이 요구에는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레지던트 선생님이 잘 정리해 주신 것처럼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요구가 의도가 무엇이었느냐와 상관없이 학회의 행정편의주의에만 입각한 것이라는 겁니다.
우선 제출되는 심리평가 보고서에 포함되는 피검자가 무시되었습니다. 치료 사례를 제출할 때에도 내담자의 동의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학회에서 피검자의 개인정보 제공동의를 구하지 않은 심리평가 보고서를 제출(그것도 30케이스라면 대체 어떻게 동의를 구하라는 말인가요?)하라는 요구는 아무리 익명 처리를 한다고 해도 평가자와 피검자 관계를 생명처럼 생각해야 하는 학회에서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고도 윤리 교육에서 피검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못하겠습니다.
또한 이 요구는 현장의 상황을 무시했습니다. 심리평가 보고서는 의무 기록입니다(물론 학회는 이런 것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련 기관은 병원 장면이고 간단한 의무 기록도 의무 기록 확인을 거쳐 발급하는 의료 기관에서 아무런 절차 없이 의무 기록 제출을 허가할 리 만무하니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입니다. 제가 병원장이라면 허가 안 할겁니다. 수련 레지던트에게 행정 절차를 무시한 기록 제출 부담을 안기는 일입니다.
이 요구는 수련 레지던트도 무시했습니다.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다면 어느 피검자가 그 수련 레지던트 내지는 그 레지던트가 속한 수련 기관을 법적으로 고소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이 때 학회가 과연 수련 레지던트를 방어할 수 있을 지 매우 회의적입니다. 즉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의무 기록에 준하는 심리평가 보고서를 보안성이 떨어지기 이를 데 없는 문서로 제출하고 문제가 생기면 네가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의 매우 무책임한 요구입니다.
이 요구는 supervisor도 무시했습니다. 즉 수련 수첩에 적힌 심리평가의 내용과 supervisor의 관리 감독 능력을 믿지 못하겠으니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겠다는 것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물론 직무 유기를 자행하는 supervisor의 사례가 왕왕 보고되고 있으니 학회 차원에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테지만 방법이 틀렸습니다. 정말 이 방법 밖에 없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 절차는 행정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매년 1만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가 서류 형태로 수련위원회에 도착할텐데 아시다시피 수련위원회는 사무실이 없으며 수련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매번 병원과 같은 수련 기관이 수련위원회로 사용됩니다. 즉 A 병원에서 작성한 보고서가 B 병원의 어딘가(임상심리실 내지는 검사실 캐비넷, 전공의실 등)에 쌓이게 된다는 것이죠. 보안 유지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걸 누가 다 점검할 겁니까? 수련위원회 간사? 간사도 수련 레지던트입니다. 그럼 수련위원장이 다 볼 겁니까? 어느 세월에? 그리고 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겁니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폐기할 겁니까? 아니면 다시 수련 레지던트에게 일일이 비용을 들여 돌려줄겁니까? 이후 생각을 하지 않은 단순한 요구라고 봅니다.
저는 이처럼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supervisee에게만 모든 부담을 떠 넘기는 심리평가 보고서의 문서 형태 제출을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supervision 체계를 바로잡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supervisor의 직무 유기 행위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supervisor가 supervision도 제대로 안 하면서 대충 도장이나 찍어주는 행위부터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합니다. supervisor가 제대로 supervision을 안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그냥 supervisee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편법, 탈법 행위가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수련 레지던트가 전문가가 되고, supervisor가 되면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겁니다.
그러니 정 수련 내용을 살펴봐야겠다면 표본 추출을 해서 표적 실사를 하고 문제가 적발되면 supervisor의 자격을 정지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당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supervisor들이 수련 내용을 꼼꼼히 챙길테고 supervisor들이 학회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게 됩니다.
이 문제 제기에 대해 수련위원회 간사가 너무도 빨리 답변을 했던데 수련위원회 위원들의 회람을 거쳤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다만 이 답변에만 그치지 말고 최초 문제 제기자가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믿을만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임상심리학회의 핵심은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서지 않으면 임상심리학회의 앞날은 매우 어둡습니다.
학회의 용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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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임상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정신과적 장애의 진단을 위해서입니다. 특히 정신과 병원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수가 발생 + 진단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상담 도중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절대 빈도로만 본다면 앞에 설명한 이유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신과적 진단을 위해서는 심리평가를 꼭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DSM-IV-TR에 있는 장애 중 상당수는 심리평가를 통해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Sleep Disorder 범주에 속하는 Sleep Walking Disorder를 심리평가 결과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검사 sign이 이런 장애의 진단을 위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행위 중독인 게임 중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게임 중독은 DSM 진단 기준을 따르지도 않습니다만...
중독은 대부분 금단 증상과 내성, 자제력의 손상을 주된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문진과 간단한 약식 평가 도구를 이용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아동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하자면 진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할 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죠.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에 중독된 아동도 게임의 짜릿함과 흥분 그 자체를 즐기는 action gamer와 우울증, 관계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escape gamer로 나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치료적 접근 방법이 달라지겠지요.
그러니 단순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라고만 단정짓지 말아야 합니다. 병원 장면에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이 문제가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심리 검사 도구는 만능이 아니다'라는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는 만능이 아닐 뿐 아니라 정신과적 진단만을 위해 최적화된 방법도 아니므로 심리평가를 하면 당연히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정작 피검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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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가 고위험군이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하는 일의 특성 상 신종플루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는 임상 현장에서 심리평가 및 심리치료를 담당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인 접촉 빈도가 높습니다. 그렇다고 상담을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상담자가 마스크를 쓰고 상담을 하면 내담자가 그런 상담자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상담을 많이 하는 임상심리전문가는 아무래도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성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데 따르는 위험입니다.
물론 심리평가도 피검자와 일 대 일로 마주보고 실시하지만 그보다는 심리검사 도구로 인한 감염을 더 주의해야 합니다.
심리검사 도구에 사용하는 자극은 많은 경우 피검자가 직접 손으로 동작하며 또한 평가자도 피검자만큼 그 자극을 손으로 만지기(펼쳐놓고 다시 수거하는 등의 일련의 작업 때문에)때문에 신종플루의 바이러스가 검사 도구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기관에 비치된 심리검사 도구는 여러 피검자에게 돌아가며 사용되면서도 제대로 소독할 수 없기 때문(대부분 종이 재질이거든요)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전문가들은 검사 시 검사 자극을 만진 손을 얼굴 근처로 가져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검사가 끝나면 반드시 손 세정제로 손을 닦아야 합니다.
제가 전에 소개한
휴대용 자외선 살균기가 있으면 그걸로 약식으로라도 검사 도구를 살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신종플루가 대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임상심리전문가들은 특히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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